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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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15권이다.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검색하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에서 만난 적이 있다.

<토막>이란 단편이었는데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8권 <호러>에도 단편이 실렸는데 아직 이 앤솔로지는 읽지 못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나 관심 있는 책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점점 책들이 뒤로 밀린다.

살 때는 돈이 아까워 두꺼운 책을 선호하지만 읽을 때는 점점 얇은 책에 손이 간다.

책의 편향도 심해지는 듯해 아주 가끔 과학이나 인문이나 시집을 읽는다.

물론 이번에는 요 몇 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안전가옥 시리즈라 선택했다.


모두 세 편이 실려 있다. 각 편의 분량은 제각각이다.

가장 짧은 <열린 문>은 마지막까지 읽고 다음에 이야기가 이어지나 하는 착각을 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강제로 당하는 남매와 늦은 밤의 기묘한 상황이 웃기지만 서늘하다.

밤 늦게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도둑을 잡자고 한 남매가 마주한 그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물>은 액취증이 아주 심한 여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너무 심한 냄새가 나서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극단적 상황을 만든다.

얼마나 심하면 그녀가 본가에 왔을 때 엄마가 방독면을 썼겠는가.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비염이 너무 심해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런데 비염 수술 후 그녀를 보고 토한다. 이 상황이 오해하기 아주 좋다.

유일한 친구가 사라진 그녀는 정신과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이상한 여자를 만난다.

검은 물이 든 병을 마시라고 하는데 마시기 꺼림직하다. 그런데 쏟아진 물을 적은 옷에서 냄새가 없다.

인간의 절박함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해도 자기합리화를 한다.

작가는 소소한 곳에서 액취증의 문제를 늘어놓고 조금씩 어둠 속에 발을 담군다.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그 말이 이렇게 섬뜩하게 다가오다니 놀랍다.


표제작 <푸르게 빛나는>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동산에 올인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카페지기: 집값 지키셔야죠.]”라는 이 채팅방 문장 하나가 부동산 불패 신화의 염원을 보여준다.

여진이 잠을 자다 마주한 푸르게 빛나는 것들의 정체에 대한 불안감도 이 욕망 앞에선 소용없다.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임신우울증처럼 치부되는 상황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남편은 자기집 마련이란 꿈과 높은 대출금 앞에 긴 시간 출퇴근으로 매일 피곤하다.

최대한 대출을 받아 산 수도권 외곽의 신규 아파트 입주. 뒤틀린 부 증식의 욕망.

문제를 마주하기 보다 집값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 사회. 상식은 재산 증식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다.

정체를 알 수 없고, 이름도 제대로 발음할 수 없는 푸르게 빛나는 벌레의 정체.

안전불감증을 강요하는 우리 현실과 이 상황을 연결하면 너무나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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