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제주! -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
이영재 지음 / 모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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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영재는 KBS 방송국 아나운서다.

2002년부터 2021년 5월까지 20년 가까이 제주에서 살았다.

그의 긴 제주 생활을 보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제주 사는 후배가 먼저 떠올랐다.

그 후배가 알려준 루트로 제주 한 바퀴를 돌면서 달렸던 것도 이제 10년이 넘었다.

짧은 시간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이다 보니 잠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화만 가끔 한다.

후배가 알려준 동네 맛집에서 아주 만족했는데 그 집이 변하는 것을 보고 아쉬워했다.

이젠 가도 연락 없이 간다. 숙소가 후배의 집과 너무 멀어 만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배가 생각난 것은 그도 제주에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읽었던 제주 관련 책들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관광지나 맛집 보다 그가 살면서 보고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차분하게 기록했다.

내가 가 본 곳도 많고, 가려고 생각한 곳도 많이 나온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니 갈 수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언제 친구나 홀로 온다면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애월에 뜨는 달은 작년인가 한 번 보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아이 위주의 일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좋다는 올레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월봉. 이제 생각난다. 후배가 짜준 코스에 들어 있어 차로 올라간 곳이다.

얼마 전 비슷한 봉우리를 보고 수월봉이라 생각하고 차를 몰고 갔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했다.

제주를 가면서 재래시장은 갔지만 민속오일시장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몰랐다.

한때 그렇게 많이 언론을 탄 서귀포 강정마을 이야기를 다시 듣고 생각이 많아진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지난 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을 이번 정권에 바라는 것은 무리다.

제주대 근처를 후배 만나기 위해 오래 전 갔던 것이 기억난다.

10년이 넘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다시 찾아가라고 하면 못 찾는다. 현실이다.


오래 전 요조의 책을 읽은 후 제주에 있는 요조의 서점을 찾아가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당연히 이 계획은 실패했다. 동행자들이 많고, 그 정확한 위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 녹차 밭도 작년에 처음 제대로 둘러봤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사실 녹차 관련 제품을 파는 상점이다.

그 맞은편 녹차 밭이 진짜다. 거대한 녹차 밭을 보면서 보성 녹차 밭이 궁금했다.

언제부터인가 김영갑 갤러리를 알게 된 후 늘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일정과 코스 등의 문제로 나의 의지가 약해져 가지 못했다.

서귀포 이중섭 거리를 차로 지나간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내 여행 일정에 많은 것을 차지 하는 것이 먹는 것이다 보니 보는 것은 늘 뒤로 밀린다.


20년 정도 살았다고 하지만 그 섬 곳곳을 아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17년인데 아직도 모르는 곳이 더 많다.

하지만 방송국 아나운서란 직업과 그의 제주 사랑이 기존 여행책과 다른 곳을 본다.

한 지역에 오래 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그의 글에서 느껴졌다. 나의 착각일까?

아니다. 사실이다. 그가 제주를 떠났지만 마음은 그곳에 아직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글 속에 담긴 감정은 그의 묘사와 설명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그 속에는 제주인의 생활과 삶의 고민이 녹아 있다. 간단한 뉴스 너머의 감정들이다.

그리고 관광객이 아닌 그 동네 사람만 갈 듯한 곳들도 몇 곳 떠오른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 이런 기억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독립서점 풀무질이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다시 제주 독립서점에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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