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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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인표의 세 번째 출간 소설이다. 집 어딘가에 그의 이전 소설이 꽂혀 있을 것이다.

이전에 좋은 평을 받은 것을 보고 산 것 같은데 쉽게 손이 나가지 않았다.

소설을 출간한 연예인이 몇 명 있는데 대부분 사 놓고 묵혀 두고 있다. 나쁜 습관이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 유일한 책이 가수 이적의 <지문 사냥꾼>이다. 나름 재밌게 읽었었다.

그 이외 소설은 솔직히 언제 읽을 지 모르겠다. 책 욕심에 산 것들이 대부분이라 더 그렇다.

이런 나의 생각을 이번 소설이 조금은 돌려 놓았다. 소설가 차인표가 그렇게 만들었다.


인어가 불로불사의 영약이란 설정은 이전 일본 만화 타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의 숲>에서 봤다.

현재 이 만화는 인어 시리즈로 세 권까지 나왔는데 집에 구판으로 2권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소설은 일본 만화와 다른 이야기다. 인어 고기가 불로불사의 영약이란 설정만 비슷할 뿐이다.

차인표는 작가의 말에서 인어가 각 문화권마다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서술한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의 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받아쓴 글이라고 한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내용은 모른다. 언젠가 읽게 되고, 그때 이 소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어떨지?


작가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풀어낸다.

하나는 현재, 하지만 1902년이고, 다른 하나는 천 년 전 신라 효소왕 시대다.

외딴 섬에서 아내와 남매를 두고 살아가는 어부 박덕무 가족 이야기가 현재다.

천 년 전 이야기 속 주인공은 공랑이라는 소년이다.

덕무의 아내가 아내가 갑자기 죽은 후 딸 영실마저 병에 걸려 죽기 직전이다.

어떻게든 딸을 살리고 싶은데 일제의 앞잡이가 된 공씨가 인고 고기 기름 한 방울로 상태를 좋게 한다.

딸을 살리러면 무엇인든지 할 마음의 준비가 된 덕무이기에 공씨의 유혹에 넘어간다.

공씨는 독도의 강치를 일본인들이 학살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바다가 피로 붉어졌다.


공랑은 우연히 절벽 사이길로 들어가 잔잔한 호수 같은 곳에서 이상한 생명체를 본다.

이 생명체가 마을 할머니가 말한 인어란 것을 안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 할머니에게 이것을 말한다.

할머니는 그곳에 가지 말라고 한다. 욕심은, 허기는 소년을 인어가 사는 곳으로 가게 한다.

어린 인어가 좋아하는 구슬 같은 나무 열매를 던지자 새끼 인어가 나타난다.

이 인어가 공랑에게 쉽게 잡을 수 없는 물고기를 잡아준다. 이 물고기를 집에 가져와 구워 먹는다.

생선 굽는 냄새가 나자 마을 어른들이 하나둘 집으로 온다. 어디서 이 물고기를 훔쳤냐고 소리친다.

인어가 잡아주었다는 사실을 말하자 사람들은 인어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공랑을 때리고 협박한다. 어린 아이가 감히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은 이성을 잃게 한다.


불로불사의 인어 고기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삶아 진액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어른 여성 인어만.

백 달이 넘은 여자 인어는 몸속에 생명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불로불사의 기운을 품고 있다.

그런데 이 인어를 토막 내 오랜 시간 통에 넣고 삶는다고 상상해보라. 끔찍한 장면이다.

인간의 욕망은, 인어 고기에 대한 갈망과 생각은 이런 끔찍함이 아무렇지도 않다.

천 년 전 공랑을 협박한 마을 사람들이나, 현재의 공씨 노인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어린 인어 남매를 잡았을 때 덕무와 공씨가 보여주는 반응은 서로 다르다.

인간의 감정이 남아 있는가? 없는가? 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무서운 일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 몇 가지 가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속초에 있는 영랑호에 대한 전설을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온 서복이 진짜 좇은 것이 인어란 것이다.

소설을 읽다가 든 의문은 인어가 불로불사의 영약이란 것을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것이다.

신라 화랑들이 이 마을에 찾아온 것은 어떤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까?

차라리 한국의 역사와 연결하지 않고 판타지로 풀었다면 어땠을까?

기대한 것보다 문장이 탄탄하고, 주제를 끌고 나가는 힘이 좋다. 잘 읽힌다.

소설가 차인표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소설도 시간 내어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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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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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물리학자 김범준의 과학 에세이다.

얼마 전 우주에 대한 거대한 상상력을 다룬 물리학 책을 읽었기에 색다른 느낌이다.

나로 시작해 시선을 우주로 확장해 나가면 나란 존재가, 좀더 거대하게는 지구란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시간은 또 어떤가. 100년도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미미한 티끌 같은 존재이지만 삶은, 사람은 그 존재로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다. 책 곳곳에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저자는 일상의 순간에서 과학을 끌어내어 우리 앞에 조금 쉽게 풀어놓는다.


저자를 기억하는 것은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다.

좋은 책을 쓴다고 해도 과학의 경우 쉽지 않다. 그런데 방송에 나온 저자라면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알쓸신잡> 시리즈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책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안다.

물론 이전부터 알던 소설가 김영하나 유시민 작가의 책을 제외하면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이후 다른 저자들의 책에 관심을 두었지만 나의 주관심사가 아니라 뒤로 밀렸다.

독서의 편향성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으려고 최근 과학책을 아주 조금 읽는데 여전히 어렵다.

학창 시절 싫어했던 과목들이고, 나이 든 지금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씩 읽다 보면 내 삶과 연결되는 이야기가 나와 나의 인식을 새롭게 해준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 읽었고, 무심코 지나간 것들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 5부로 나누었다. 인간의 존재로 시작해 공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42개의 단어로 과학과 삶을 잇고 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단어들이 나온다.

대표적인 단어가 ‘꼰대’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당신이 문제다”라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당신이 문제란 것이다. 나의 삶을 잠시 돌아본다.

처음 ‘빈칸’이란 단어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 빈 곳이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인연’이란 단어를 보면서 불교의 인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도 우리의 인연은 너무나도 낮은 확률이다. 나의 관계를 떠올려본다.


과학의 방법론, 접근법 등을 이야기 속에서 하나씩 풀어낸다.

과학이 절대적이 아니라 것과 긴 세월 동안 연구와 관찰로 쌓아온 것이란 사실을.

‘이해’에서 공통의 나무 그늘을 말할 때 일상의 우리가 얼마나 다른 생각으로 이야기하는지 알게 된다.

최근 과학에서 ‘법칙’이란 단어 대신 ‘이론’을 사용한다고 한 이유를 알려줄 때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증가’에서 맬서스의 <인구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가 아니다.

이것은 수학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대한 쌀알 이야기와는 다른 내용이다.

인간의 삶에 단순히 수학 공식을 대입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잘 보여준다.

현대 과학이 확률의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우리가 그냥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무한’이다. 무한을 인식하려고 하면 너의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인간의 인식 한계를 넘어선 그 단어, 숫자 등은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물리학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로 ‘대칭’을 꼽았다는 부분도 재밌다.

인간의 얼굴에서 좌우대칭이 완벽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울과 나의 모습에 대한 인식을 다룬 이야기도 재밌다. 안다는 것의 어려움이려나!

‘자연’은 존재를 더 깊게 파고들게 한다. 스스로 그러함이란 의미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연이라고 말하는 것의 이면에 무엇이, 어떤 활동이 있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만 말하지 않고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도 같이 돌아본다.


사실 이 책은 단숨에 읽지 못했다.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가, 내용이 잠시 숨을 고르게 했다.

과학 이론은 나의 지식을 더해주었지만 과학과 삶을 연결한 이야기는 인식의 공간을 확장시켰다.

약간 어려운 내용들도 나오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책 속에 추천한 책들이 있는데 눈길을 둔 제목들이 몇 보인다.

가끔 이렇게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굳어가는 머리를 조금 흔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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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45 : 진짜 쿠키 vs 가짜 쿠키 편 - 안전상식 학습만화 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45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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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45권 ‘진짜 쿠키 vs 가짜 쿠키 편’이다.

전편에서 갑자기 용감한 쿠키와 츄러스맛 쿠키가 허수아비가 되었다.

누가, 왜 이런 무시무시한 일을 만든 것일까? 어떻게 한 것일까? 어떻게 이 주문을 풀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어간다.

그 이전에 자신의 바뀐 모습에 둘은 깜짝 놀란다. 서로를 보고도 놀란다.

당연한 반응이다. 누구도 자고 일어났을 때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된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


허수아비로 변한 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망고스틴이다.

클로버맛 쿠키는 노래 부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오두막의 주인 가족은 용감한 쿠키 이전에 이미 허수아비가 되었다.

들판에 서 있던 세 개의 허수아비가 원래 주인 가족들이다.

그들이 용감한 쿠키 일행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 것은 악당들의 협박 때문이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라면 겁에 질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는 아들이 알려준다.


어느 날 오두막 집 아들이 길을 잃었다. 방향을 찾아 제대로 가면 집을 찾을 수 있지만 아직 모른다.

길을 헤매다 유령이 나오는 숲 속에서 빛이 나오는 집을 찾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들어간다.

빈 집인 것 같은 데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허수아비 다섯이 꽂혀 있다.

사악한 마법사의 마법으로 허수아비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허수아비 다섯과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다음 날 그들이 허수아비가 되었다.

용감한 쿠키 일행 중 둘만 허수아비가 된 것은 바로 남은 숫자 때문이다.


아들의 말을 들은 후 용감한 쿠키 일행은 숲속 그 집을 찾아간다.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찾은 그 집 안에는 각 방마다 다양한 모습을 한 존재들이 있다.

구해달라고 외치지만 용감한 쿠키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연히 한 문을 열고 나가니 수많은 쿠키들이 움직이는 도시가 나온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에 보이지 않나 하는 의문도 생겼다.

아니다. 그들이 코스프레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는 사실을 알자 죄수들이 탈출했다고 외친다.

그들은 모두 마법사고, 용감한 쿠키 일행을 공격한다. 여기서 망고스틴이 힘을 발휘한다.


겨우 도망친 이들은 마법사 쿠키처럼 변장을 하고 나간다.

마법학교 교장이 나타나는 행사가 있는데 그곳에서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위기의 순간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일이 생긴다. 전편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용감한 쿠키 일행이 이 모든 사건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게 된다.

교장과 함께 그들의 몸을 훔친 흑마법사들을 쫓아간다. 추격전이 벌어진다. 소소한 재미가 가득하다.

이런 와중에 학습 만화란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나침반 없이 방향을 찾는 법, 북극성의 위치 등, 소음성 난청의 위험, 락스 사용 시 주의 사항, 양치질 제대로 하기, 고양이 제대로 안는 법 등이 나온다.

이번 편에선 완벽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거의 해결된 것 같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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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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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로 검색하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이 먼저 나온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무수히 많은 번역본이 존재하는 책이라 주원규 작가의 책은 순위가 뒤로 밀린다.

책 제목에 작가 이름을 더하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

2016년에 나왔는데 영화로 제작되면서 띠지를 바꿨다. 흔한 일이다.

그리고 아주 뛰어난 가독성과 잔혹한 소년원의 풍경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만약 실제 소년원이 이런 모습이라면 그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주일우. 쌍둥이 동생 주월우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난동을 부린 후 소년원에 왔다. 이 일로 소년원에 갇힌다.

일진 문자훈은 주일우가 소년원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놀란다.

문자훈과 그 친구들은 주월우의 죽음과 관계 있다. 작가는 두 개의 시간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나는 현실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월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월우의 죽음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숨겨진 사실이 무엇인지 하나씩 드러난다.


크리스마스 이브, 주월우의 시체가 아파트 17동 지하 물탱크실에서 발견된다.

시체가 말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경찰 등은 무시한다. 아파트 입주자들도 조용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십 대의 주일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는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문자훈 일당을 쫓아 소년원에 왔다.

현실적인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 복수에 대한 갈증이 흘러 넘친다.

주일우의 존재감이 조금씩 부각된다. 공포가 조금씩 스며 든다.


한 소년의 입소를 두려워하는 일진 무리들. 이런 일진도 가볍게 억누르는 교정 교사.

가혹한 폭력으로 아이를 공포에 잠기게 하면서 소년원을 억누르는 교사 한희상.

주일우가 입소했을 때 그가 보여준 폭력의 광기는 독자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작가가 묘사하는 참혹한 생존의 몸부림과 잔인하고 뒤틀린 욕망들.

하나의 폭력 너머에 존재하는 더 잔혹한 폭력. 고통. 공포. 생존 욕구.

조금 더 안락한 삶에 대한 갈망은 잔인한 폭력으로 표현된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다.

철거 용역에 고용된 월우의 행동과 심리 묘사는 그 행위의 이면 하나를 잘 보여준다.


읽다 보면 문자훈 패거리가 저지른 폭력과 주월우의 죽음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월우의 죽음을 조금 뒤로 돌리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흘러나온다.

문자훈 패거리가 저지르는 폭력과 일우가 왜 이런 복수의 살기를 키우게 되었는지를.

공포는 조용히 사람의 몸과 영혼을 잠식한다. 그 반격도 공포 때문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 공격이 괴물로 변한 일우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일우가 세상에 나와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씁쓸하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학생들을 돌보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두 곳이 폭력의 온상이다.

그 두 곳은 학교와 소년원이다. 일진은 이 두 곳에서 그 힘을 일반 학생들에게 발휘한다.

문제가 있는 소년을 교화해야 할 소년원은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교사의 폭력에 눈을 감는다.

학교는 어떤가. 수많은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온상이 아닌가.

소설 속 손환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참혹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또 얼마나 잔혹한가. 그를 희생양으로 내놓고 대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운다.

이 상황과 장면을 조금만 비틀어도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주월우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보여줄 때, 그만은 아니길 바랐다. 그런데 그였다.

주월우가 괴물로 변해 일진 패거리와 그 용병 고병천과 싸우는 장면은 참혹하지만 재밌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 묘사와 광기와 공포의 발산은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읽다 보면 이런 폭력을 맨몸으로 견디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진짜 잔혹한 폭력은 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몰아 세운 문자훈과 한희상의 폭력이다.

복수의 폭력은 처절하고 피가 튀는 잔혹함이 있지만 일진 등의 폭력은 악의적이고 잔인하다.

이 일진의 폭력은 또 무수한 암묵적 동의자들을 만든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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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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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영화감독이다. 이 책은 그의 첫 소설이다. 장르는 SF 액션 판타지이다.

윤재호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 중 본 영화는 현재 없다. 최근에 영화를 거의 보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의 영화 제목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도 익숙한 편이다.

검색해 영화 내용 등을 확인하면 영화 소개 방송 등에서 얼핏 본 것 같다.

추천평을 쓴 세 명의 배우들은 모두 윤재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이들의 추천평은 소설을 읽고 난 후 개인의 취향 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환경 오염으로 지구를 떠난 최후의 인류가 정착한 곳이 바로 세 번째 지구다.

지구와 최대한 환경이 비슷한 이 행성에서 인류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200년 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제3지구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한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하나의 시선으로 그려내지 않고,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 행성은 12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귀족 등이 사는 중앙이란 곳이 있다.

각 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행운 추첨으로 중앙으로 가는 것을 꿈꾼다.

다른 방법 중 하나는 구역이 파이터가 되어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해성은 8구역 최강의 파이터다.


이 행성은 아주 불평등하다. 착취 구조가 견고하게 이루어져 있고, 1%의 엘리트들이 상부 구조를 이룬다.

각 구역의 사람들은 노예처럼 노동에 종사하고, 값싼 마약이나 술로 자신들의 삶을 위로한다.

이런 삶에 반기를 든 반군 조직이 있다. 바로 레볼트다. 이 반군을 쫓는 인물이 플릭 제1팀장 크루거다.

그는 독재자의 사냥개가 되어 레볼트를 무너트리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레볼트에게 죽은 애인이다.

사랑했던 그녀가 죽은 후 레볼트에 대한 반감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자신이 쫓는 무리와 그 과정에서 만난 한 여인을 통해 자신의 일에 의문을 품는다.

사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가리는 조직과 그가 아는 사실이 충동한다.


여기에 레볼트에 지원하는 해성의 친구 헤나, 해성의 숨겨진 능력을 개발하려는 아리아4세 등이 나온다.

이들의 시선과 경험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이 행성의 다른 면을 알려준다.

프롤로그에 나온 이야기 이외 다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야기 규모를 더 키운다.

액션 판타지를 강화하기 위한 설정 중 하나인 괴물의 등장은 이야기에 속도감을 더한다.

자르고 죽여도 재생하는 이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 무기로 대적하기는 어렵다.

이 괴물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황제 케이를 중심으로 한 권력 투쟁이 조용히 벌어진다.

그리고 이 행성에서 채취되는 레드, 블루, 블랙 다이아몬드는 아주 강력한 힘을 품고 있다.


작가는 거대한 이야기의 도입부라고 말하면서 많은 설정을 풀어놓았다.

수많은 등장인물, 이 행성에 거주하는 포식자 괴물들, 인간에서 괴물로 변신하는 존재들.

강하게 고착된 지배 구조,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

정치 무관심과 마약 중독. 파이터 경기로 욕망을 분출하는 재미, 행운 추첨으로 중앙으로 가는 기회.

작가는 이런 설정들을 깊이 있게 파고 드는 대신 가볍고 빠른 액션 등에 집중한다.

사람들은 무수히 죽어 나가고, 저장소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문제가 더 심해진다.

하지만 황제를 물리치고 제3지구에 평화와 평등을 가져다 줄 해성의 각성은 늦기만 하다.


전체적인 가독성은 상당히 좋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잘 쓴 웹소설보다 못한 부분이 있다.

설정의 허술함은 상황의 변화를 쉽게 만들고, 죽음을 너무 쉽게 다룬다.

최악의 장면은 20만 명의 미친 인간들을 모두 죽였다는 대목이다. 그것도 두 사람이.

영화로 만든다면 이 허술함을 영상이나 연기 등으로 가릴 수 있지만 소설은 아니다.

우림지대 전투에서 중요 등장인물들이 죽거나 팔이 잘리거나 죽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생긴다.

그런데 이것을 한 사람의 천재 과학자가 해결한다. 둔재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이 책의 매력 하나를 더하고 싶어졌다. 바로 이 행성에 사는 괴물들에 대한 일러스트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속작이 나오면 보고 싶다.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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