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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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로 검색하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이 먼저 나온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무수히 많은 번역본이 존재하는 책이라 주원규 작가의 책은 순위가 뒤로 밀린다.

책 제목에 작가 이름을 더하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

2016년에 나왔는데 영화로 제작되면서 띠지를 바꿨다. 흔한 일이다.

그리고 아주 뛰어난 가독성과 잔혹한 소년원의 풍경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만약 실제 소년원이 이런 모습이라면 그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주일우. 쌍둥이 동생 주월우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난동을 부린 후 소년원에 왔다. 이 일로 소년원에 갇힌다.

일진 문자훈은 주일우가 소년원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놀란다.

문자훈과 그 친구들은 주월우의 죽음과 관계 있다. 작가는 두 개의 시간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나는 현실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월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월우의 죽음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숨겨진 사실이 무엇인지 하나씩 드러난다.


크리스마스 이브, 주월우의 시체가 아파트 17동 지하 물탱크실에서 발견된다.

시체가 말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경찰 등은 무시한다. 아파트 입주자들도 조용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십 대의 주일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는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문자훈 일당을 쫓아 소년원에 왔다.

현실적인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 복수에 대한 갈증이 흘러 넘친다.

주일우의 존재감이 조금씩 부각된다. 공포가 조금씩 스며 든다.


한 소년의 입소를 두려워하는 일진 무리들. 이런 일진도 가볍게 억누르는 교정 교사.

가혹한 폭력으로 아이를 공포에 잠기게 하면서 소년원을 억누르는 교사 한희상.

주일우가 입소했을 때 그가 보여준 폭력의 광기는 독자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작가가 묘사하는 참혹한 생존의 몸부림과 잔인하고 뒤틀린 욕망들.

하나의 폭력 너머에 존재하는 더 잔혹한 폭력. 고통. 공포. 생존 욕구.

조금 더 안락한 삶에 대한 갈망은 잔인한 폭력으로 표현된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다.

철거 용역에 고용된 월우의 행동과 심리 묘사는 그 행위의 이면 하나를 잘 보여준다.


읽다 보면 문자훈 패거리가 저지른 폭력과 주월우의 죽음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월우의 죽음을 조금 뒤로 돌리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흘러나온다.

문자훈 패거리가 저지르는 폭력과 일우가 왜 이런 복수의 살기를 키우게 되었는지를.

공포는 조용히 사람의 몸과 영혼을 잠식한다. 그 반격도 공포 때문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 공격이 괴물로 변한 일우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일우가 세상에 나와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씁쓸하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학생들을 돌보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두 곳이 폭력의 온상이다.

그 두 곳은 학교와 소년원이다. 일진은 이 두 곳에서 그 힘을 일반 학생들에게 발휘한다.

문제가 있는 소년을 교화해야 할 소년원은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교사의 폭력에 눈을 감는다.

학교는 어떤가. 수많은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온상이 아닌가.

소설 속 손환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참혹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또 얼마나 잔혹한가. 그를 희생양으로 내놓고 대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운다.

이 상황과 장면을 조금만 비틀어도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주월우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보여줄 때, 그만은 아니길 바랐다. 그런데 그였다.

주월우가 괴물로 변해 일진 패거리와 그 용병 고병천과 싸우는 장면은 참혹하지만 재밌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 묘사와 광기와 공포의 발산은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읽다 보면 이런 폭력을 맨몸으로 견디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진짜 잔혹한 폭력은 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몰아 세운 문자훈과 한희상의 폭력이다.

복수의 폭력은 처절하고 피가 튀는 잔혹함이 있지만 일진 등의 폭력은 악의적이고 잔인하다.

이 일진의 폭력은 또 무수한 암묵적 동의자들을 만든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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