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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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물리학자 김범준의 과학 에세이다.

얼마 전 우주에 대한 거대한 상상력을 다룬 물리학 책을 읽었기에 색다른 느낌이다.

나로 시작해 시선을 우주로 확장해 나가면 나란 존재가, 좀더 거대하게는 지구란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시간은 또 어떤가. 100년도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미미한 티끌 같은 존재이지만 삶은, 사람은 그 존재로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다. 책 곳곳에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저자는 일상의 순간에서 과학을 끌어내어 우리 앞에 조금 쉽게 풀어놓는다.


저자를 기억하는 것은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다.

좋은 책을 쓴다고 해도 과학의 경우 쉽지 않다. 그런데 방송에 나온 저자라면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알쓸신잡> 시리즈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책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안다.

물론 이전부터 알던 소설가 김영하나 유시민 작가의 책을 제외하면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이후 다른 저자들의 책에 관심을 두었지만 나의 주관심사가 아니라 뒤로 밀렸다.

독서의 편향성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으려고 최근 과학책을 아주 조금 읽는데 여전히 어렵다.

학창 시절 싫어했던 과목들이고, 나이 든 지금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씩 읽다 보면 내 삶과 연결되는 이야기가 나와 나의 인식을 새롭게 해준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 읽었고, 무심코 지나간 것들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 5부로 나누었다. 인간의 존재로 시작해 공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42개의 단어로 과학과 삶을 잇고 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단어들이 나온다.

대표적인 단어가 ‘꼰대’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당신이 문제다”라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당신이 문제란 것이다. 나의 삶을 잠시 돌아본다.

처음 ‘빈칸’이란 단어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 빈 곳이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인연’이란 단어를 보면서 불교의 인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도 우리의 인연은 너무나도 낮은 확률이다. 나의 관계를 떠올려본다.


과학의 방법론, 접근법 등을 이야기 속에서 하나씩 풀어낸다.

과학이 절대적이 아니라 것과 긴 세월 동안 연구와 관찰로 쌓아온 것이란 사실을.

‘이해’에서 공통의 나무 그늘을 말할 때 일상의 우리가 얼마나 다른 생각으로 이야기하는지 알게 된다.

최근 과학에서 ‘법칙’이란 단어 대신 ‘이론’을 사용한다고 한 이유를 알려줄 때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증가’에서 맬서스의 <인구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가 아니다.

이것은 수학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대한 쌀알 이야기와는 다른 내용이다.

인간의 삶에 단순히 수학 공식을 대입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잘 보여준다.

현대 과학이 확률의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우리가 그냥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무한’이다. 무한을 인식하려고 하면 너의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인간의 인식 한계를 넘어선 그 단어, 숫자 등은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물리학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로 ‘대칭’을 꼽았다는 부분도 재밌다.

인간의 얼굴에서 좌우대칭이 완벽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울과 나의 모습에 대한 인식을 다룬 이야기도 재밌다. 안다는 것의 어려움이려나!

‘자연’은 존재를 더 깊게 파고들게 한다. 스스로 그러함이란 의미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연이라고 말하는 것의 이면에 무엇이, 어떤 활동이 있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만 말하지 않고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도 같이 돌아본다.


사실 이 책은 단숨에 읽지 못했다.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가, 내용이 잠시 숨을 고르게 했다.

과학 이론은 나의 지식을 더해주었지만 과학과 삶을 연결한 이야기는 인식의 공간을 확장시켰다.

약간 어려운 내용들도 나오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책 속에 추천한 책들이 있는데 눈길을 둔 제목들이 몇 보인다.

가끔 이렇게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굳어가는 머리를 조금 흔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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