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 안전가옥 FIC-PICK 4
이경희.전삼혜.임태운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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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작가들은 이전과 달리 모두 낯익은 작가들이다.

전삼혜 작가의 경우 처음 읽는데 그의 소설 <위치스 딜리버리>가 너무 낯익다.

분량도 적은 작가 수만큼 늘어났다. 모두 중편 분량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메타버스다. 작가들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각각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중편 소설은 없다. 제목을 한 번 음미해도 좋을 듯하다.


이경희의 <멀티 레이어>는 메타버스 ‘세컨드 서울’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정민은 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테스터로 참여했던 유저다.

인류가 멸망 직전 메타버스에 로그인해서 가상 현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수많은 레이어에서 만렙을 찍은 고인물이다. 이런 그를 한 소녀가 찾아온다.

일을 의뢰하기 위해서다. 그가 이전에 한 번 한 일이 있는 고객센터 푸른 집에 데려다 달라는 것이다.

스스로 인클루드라고 부르는 그 소녀는 거액의 코인을 제시한다. 한때 로그아웃주의자들이 요구했던 일이다.

과거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화려한 액션이나 그래픽이 필요하다.

이전에 이 소설과 비슷한 영화나 소설 등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혼란스러울 장면들이다.

이 세컨드 서울을 현재대로 유지하려는 사람과 로그아웃해 현실로 나가려는 사람의 대결이다.

각 레이어는 각각의 장르와 규칙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화려하고 멋지다.


전삼혜의 <구여친 연대>는 읽으면서 메타버스와 관계 있나?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멀티 레이어>의 화려한 장면들과 다양한 레이어를 기대하고 읽었기 때문이다.

이 구여친들이 한 남자와 어떻게 엮이게 되었는지 알려줄 때 로맨스 소설처럼 읽혔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이들이 다시 뭉친 것은 그들의 손 사진을 이용한 NFT 작품 때문이다.

이 사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약간은 소소하고 작은 이벤트가 생긴다.

바뀔 미래의 한 모습을 조금은 덜 자극적으로 풀어낸다. 물론 당사자들은 아니겠지만.

개인적 취향에서 조금 벗어난 소설이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많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문제와 새로운 시장까지.


임태운의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은 ‘메타 월드’란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공간에서 주인공은 도깨비란 이름으로 불린다. 그의 무기는 방망이다.

그는 아바타 납치 조직 요굴의 일원으로 활약하는데 실제는 메타 월드 본사의 잠입 요원이다.

메타 월드의 AI가 유저의 대부분이 사라질 대규모 테러를 예고해서 그가 뽑혔다.

그에게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누나가 있는데 그녀를 돌보는데 큰 돈이 필요하다.

요굴의 일원이 되어 그가 펼치는 액션은 강렬하고, 납치된 사람들을 둘러싼 사실은 잔혹하다.

요굴의 요원들은 모두 강력한 힘이나 스킬을 가지고 있다.

보스의 정체는 숨겨져 있고,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그의 임무다.

잠입 수사 요원이 느끼는 긴장감과 메타 버스 속 강렬한 액션이 신나고 재밌다.

가상 현실을 무대로 하지만 그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실제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그대로 나온다. 현실 문제는 메타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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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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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만나는 작가다. 이 작가의 책은 이전에 사 놓은 것이 있다.

튀르키예의 소설가다. 아직도 튀르키예보다 터키가 더 익숙하다.

최근 나오는 번역본 등에서 터키란 국가명이 튀르키예로 번역되어 나온다.

터키 작가하면 오르한 파묵이 먼저 떠오른다. 힘들게 읽은 작가다.

다른 작가의 소설도 읽은 적이 있는데 현재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저질 기억력.

이 책에 끌린 것은 작가의 이력도 있지만 여성 작가가 쓴 튀르키예 여성이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남녀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여성 작가에 더 끌렸다.

나의 예상대로 그 시선은 낯설었지만 우리의 과거 한 모습과 닮은 꼴이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 세 명의 여성이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읽으면 조금씩 사라졌다.

페리가 고이 간직하고 있던 옥스포드 시절 사진 한 장에 찍힌 나머지 여성들의 목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진이 찍힌 두 명은 종교를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쉬린과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모나다.

재밌는 점은 이 세 명의 출신 지역이 모두 중동이고, 이슬람교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국가와 환경에서 자라면서 그들이 종교에서 받는 영향력이 달라진다.

두 극단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바로 페리다.

실제 페리의 부모님들이 둘처럼 양극으로 갈라져 있다.

아빠 멘수르는 이슬람교에 부정적이고, 엄마 셀마는 점점 더 종교에 빠져든다.

이 부모의 대립은 집안의 분위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든다. 이것은 특히 어린 페니가 더 민감하다.


작가는 두 개의 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2016년 이스탄불과 1980년부터 2002년까지 이스탄불과 옥스포드 대학 시절이다.

현재의 시간은 단 하루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그리고 첫 부분에서 그녀의 작은 실수와 의욕이 만들어낸 위험한 상황이 드러난다.

작은 실수는 차 뒷자석에 핸드백을 던져둔 것이고, 위험한 상황은 이 핸드백 절도범을 좇아간 것이다.

이스탄불의 뒷골목을 맨발로 달려 쫓아간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절도범들이다.

그 중 한 성인 남자가 휘두르는 칼과 폭력과 협박은 아주 위험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처럼 변해 상황을 거꾸로 만들어낸다.

이때 그녀가 가장 애지중지하고 있던 사진 한 장이 나온다. 앞에 말한 그 사진이다.


딸과 함께 그녀가 간 곳은 대단한 부르주아의 파티다. 남편이 먼저 와 있다.

이 파티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몇 가지 행동과 그녀의 기억이 현재를 구성한다.

현재의 시간이 펼쳐지는 그 사이를 그녀의 과거가 하나씩 채운다.

부모님의 갈등과 대립, 두 오빠의 서로 다른 정치적 종교적 성향 그리고 막내딸 페니.

첫째 오빠를 둘러싼 에피소드 중 하나는 우리의 군부 독재 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

오빠는 고문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몇 년이나 감옥에 갇힌다.

둘째 오빠의 경우는 아주 보수적인 종교인으로 생활한다. 엄마와 합이 가장 잘 맞는다.

첫째 오빠의 사건이 아빠의 기대와 관심을 페니에게 돌리게 한다.

그녀는 아주 열심히 공부했고, 부모님은 자산을 팔아 그녀를 영국 옥스포드 대학으로 보낸다.

이 곳에서 그녀는 쉬린과 모나, 그 무엇보다 신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아주르 교수를 만난다.


닫힌 세계 속에 살다 온 옥스포드 대학은 그녀의 삶을 새롭게 보게 한다.

아주르 교수는 신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교수다. 그의 강의는 아주 인기가 높다.

뛰어난 기억력, 풍부한 지식, 신에 대한 생각 등은 페리를 매혹시킨다.

그의 강의는 다양한 종교와 무교론자 등이 뒤섞여 자신들의 신앙과 논리를 설파하고 토론한다.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깊숙하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결론은 작가가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신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현재 그녀가 참여한 파티에서 오가는 대화들이다.

점점 보수화되어가는 정치와 그 정치에 귀속된 채 자신의 부와 권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한다.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다.


작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조금씩 보여준다.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남성에게 한없이 관대한 성이 여성에게는 하나의 족쇄가 되어 그들을 짓누른다.

페니의 오빠가 결혼식 첫날 밤 신부의 처녀성 여부를 두고 벌이는 해프닝을 보라.

동서 문화가 혼합된 이스탄불의 화려한 명성 이면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7~80년대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 하나가 알려진다.

페니가 대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부모의 불화가 생긴 시발점이다.

소설은 나의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문제의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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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 무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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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은 것은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란 책이었다.

역자 하인후가 김상근 교수에게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완역본을 출간하고 싶다고 연락한 것이 시작이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을 읽을 때만 해도 솔직히 이 책의 완역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완역본이 나왔다. 당연히 굉장히 반가웠고, 의욕적이었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를 읽으면서 피렌체사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갈증은 실제 이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면서 상당히 빠르게 사라졌다.

왜냐고? 생각보다 두툼하고, 낯선 이름들이 너무 많고, 예상한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총 8권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권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

단순히 피렌체의 역사만 다루지 않고, 로마제국의 동서 분열부터 시작한다.

그 당시 유럽의 중심이었던 곳을 기본으로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수많은 이름은 가독성을 아주 많이 떨어트린다.

읽으면서 피렌체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요약된 역사는 어느 정도 그 시대 역사를 아는 독자에겐 좋은 요약본일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로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말이다.


2권 이후 교황파(구엘프)와 황제파(기벨린)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이때부터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의 기억을 더듬게 되었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가 그 시대를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반면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는 그 역사를 잘 정리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때는 요약에서 빠진 내용이 궁금했는데 실제 읽으면서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생각을 바꾸게 했다.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너무 자세한 부분이 많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전에도 나의 눈길을 끈 로마와 피렌체의 상황을 비교한 문장을 발견한다.

“우선 평민과 귀족 간의 불화가 로마에서는 논쟁을 통해 해결됐지만 피렌체에서는 싸움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로마의 평민은 귀족과 함께 최고의 영예를 누리기를 원했지만, 피렌체의 평민은 귀족을 배제하고 정부를 독차지하기 위해 싸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렌체하면 결코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가문이 하나 있다.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4권에서부터 메디치 왕조의 창시자인 조반니 데 메디치가 나온다.

이 가문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의문을 품게 한다.

이 강대한 가문조차도 몇 대를 넘기지 못하는 혼란을 이 시대가 보여준다.

조반니, 코시모, 로렌초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그들을 끌어내리려고 한 세력이 나온다.

이 책의 재미는 이 서술에서 나온다. 물론 그 자세하고 방대한 이야기가 가독성을 방해한다.

권력을 둘러싼 전쟁에서 메디치 가가 승리하면서 거의 군주정처럼 변한다.

하지만 이것도 위대한 로렌초의 죽음으로 혼란으로 빠져든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추천사의 김상근 교수마저도 어려운 책이라고 말한다. 내 경우만 놓고 보면 맞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죽기 꼭 1년 전 1526년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헌정되었다.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본명은 ‘줄리오 디 줄리아노 데 메디치’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군주론>의 저작 의도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이 뒷부분도 저술하려고 했다고 한다. <군주론>에 가려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두툼하고, 낯선 이름과 역사라 더딘 독서와 집중력이 자주 깨어졌더.

하지만 읽다 보면 우리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된다.

잘못된 선택의 반복과 더디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의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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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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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낯선 자의 일기>로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던 작가다.

개인적으로 이 고딕 문학 느낌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이번 소설을 선택할 때 두 가지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하나는 당연히 <낯선 자의 일기> 작가란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미스 마플’이란 이름이다.

미스 마플은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가 창조한 할머니 탐정 캐릭터다.

이 할머니 탐정이 활약하는 작품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살인 플롯 짜는 노파가 미스 마플 역할을 하면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첫 부분에서 이 노파 페기 스미스가 죽은 채 발견된다.

그녀의 죽음에 이상함을 느낀 것은 간병인 나탈카다.

실제 그 노부인의 죽음은 심장 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처리된다.

나탈카는 페기가 가진 수많은 범죄 소설에서 그녀에게 헌사나 감사의 말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부분을 담당 형사 하빈더에게 강력하게 말한다.

하빈더는 전작에서도 나온 인도계 동성애 여행사다. 나중에 이 소설도 하빈더 시리즈로 묶이려나?


나탈카와 함께 이 의문스러운 죽음을 같이 조사하는 한 명이 더 있다.

바로 수사였다가 세속으로 돌아온 후 전념으로 카푸치노를 만드는 베네딕트다.

나탈카와 베네딕트는 페기의 물건 속에서 단서를 찾으러 갔다가 총을 든 괴한을 만난다.

위험의 순간 베네딕트는 나탈카를 보호하려고 움직인다.

총을 든 괴한은 책 한 권을 들고 집밖으로 달아난다.

이때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라고 적힌 협박 엽서를 발견한다.

이 사건이 페기의 죽음을 더 조사하게 한다. 감사의 말을 남긴 작가를 찾아간다.


살인 컨설턴트란 페기의 명함이 발견된다. 뭐지?

솔직히 말해 이 정도 왔을 때 페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안다.

페기와 친한 범죄 소설가 덱스 챌로너를 만나 페기의 역할을 알게 된다.

이 덱스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세 명의 민간인이 함께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나탈카, 전 카톨릭 수도사였던 베네틱트, 페기의 이웃인 BBC 라디오 출신 에드윈이다.

두 명의 젊은 남녀와 달리 에드윈은 여든 살 노인이다.

그리고 이들이 덱스를 만난 그 밤 덱스는 총을 맞고 죽었다. 사건이 점점 커진다.


이 세 명은 하빈더를 만난 다음 아마추어 탐정 역할에 푹 빠졌다.

단서를 찾기 위해 추리작가들의 문학 페스티벌이 열리는 애버딘까지 차를 몰고 간다.

이 문학 페스티벌에서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가 적힌 엽서를 받은 작가들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페기에게 감사의 말을 남긴 작가들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또 죽은 채 발견된다. 누가, 왜, 어떻게 죽인 것일까?

이 시체가 발견된 후 하빈더는 애버딘으로 불려온다. 이 아마추어 탐정 삼총사의 증언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마추어 탐정들은 열의 가득하다.

여기에 나탈카 주변에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우크라이나 남성 둘이 의혹을 더한다.


이 소설의 구성은 전작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4명이란 것 정도.

전작처럼 단순 반복이 아니라 하빈더의 등장이 가장 많고, 베네딕트, 나탈카, 에드윈 순으로 나온다.

나탈카가 베네딕트보다 많을 줄 알았는데 세어 보니 그가 더 많다.

하빈더가 말한 것처럼 그는 좋은 형사가 될 자질을 이야기 속에서 자주 보여준다.

뛰어난 관찰력과 탁월한 추리력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순수하고 숫기 없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행동을 보여주려고 하고, 실제 그런 행동을 한다.

강한 인상을 준 나탈카가 두려움으로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드윈은 젊은 남녀와 함께 움직이면서 이전과 같은 열정과 활력을 찾는다.


전작의 무거운 분위기를 이번 소설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아마추어 탐정들의 활약과 추리가 코지 미스터리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전작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부분도 재밌다. 시리즈의 재미 중 하나다.

단서와 관찰과 추리가 곁들여지면서 하나씩 사건을 풀어간다.

작가는 여기서 하빈더의 비중을 높이고, 살인 사건을 꼰다.

갑자기 미스 마플이 등장한 소설 속 장면과 왠지 닮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그냥 느낌만 그렇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하빈더 시리즈라고 앞에서 말했는데 이 아마추어 탐정들이 다시 활약하는 것도 보고 싶다.

흥미로운 캐릭터와 책을 둘러싼 이야기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아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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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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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 이전에 고이케 마리코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현재 인터넷서점에 나온 정보로 검색하면 가지고 있는 책들은 많이 보인다.

보통 이 정도 작가면 한두 권 정도는 읽었는데 이상하게 읽은 책이 한 권도 보이지 않는다.

읽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전에 나온 책을 읽은 것일까?

아마 한 권도 읽지 않았다가 이번이 첫 번째일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나에게도 아주 드문 일이다.


솔직히 말해 작가 이름을 보고 선택했다. 에세이란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이 작가의 몇 가지 이력이 나의 시선을 항상 끌었고, 마음 한곳에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책을 받은 후 생각보다 얇아 놀랐다. 암으로 죽은 남편에 대한 애도가 담겨 있는 것은 검색으로 알았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했는데 반만 맞았다.

간결하고 뛰어난 문장의 뛰어난 가독성을 그 속에 담긴 감정이 진하게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과 추억들이 불쑥 튀어 오르는 순간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지 작가는 보여준다.

큰 일이 아닌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에 갑자기 다가온다. 오열하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런 상황과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고이케 마리코의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도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다.

아내가 먼저 받았고, 몇 년 후 남편도 받으면서 최초로 부부 동시 수상했다. 대단하다.

후지타 요시나가의 번역본을 찾아보니 겨우 두 권 출간되었고, 한 권은 절판 상태다.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지만 늘 그렇듯이 장담할 수는 없다.

나오키상 수상 이후 몇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뻔한 질문에 살짝 웃는다.

이 둘은 처음에는 아이 없는 동거를 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법적 결혼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법적 배우자 혹은 보호자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와 다자이 오사무’ 편에서 병들기 전 미시마 유키오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행동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정치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연재하는 동안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이런 현실과 다른 화면 속 장면이나 실생활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시간이었다.

불과 3년이란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켰는지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편이 죽은 후 마주하는 일상과 기억과 추억들이 정말 담담하게 적혀 있다.

자신의 유년기 기억과 현실의 감정을 엮어서 풀어낸 이야기는 몰입도가 상당하다.

목차를 간단하게 훑어보면 죽음, 슬픔, 상실, 기도, 기억 등의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단어들이 품고 있는 감정이 이 에세이에서 강하게 녹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글로 쓴 감정들이 실제와 어떻게 다른 지도 깨닫는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배우자를 상실한 사람이 겪게 되는 일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작가가 보여주는 것 이상을 보고 느끼려고 하면 내가 경험해야 가능하다.

행복했던 순간, 갑자기 다가오는 상실감, 서로의 반쪽이란 확신, 엇갈린 시간, 솔직한 독백들.

이 글이 연재되는 동안 온 수많은 메일, 팩스 등의 이야기는 백인백색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과 상실과 슬픔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과 간결한 문장을 보면서 소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빨리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최소한 단편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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