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 무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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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은 것은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란 책이었다.

역자 하인후가 김상근 교수에게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완역본을 출간하고 싶다고 연락한 것이 시작이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을 읽을 때만 해도 솔직히 이 책의 완역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완역본이 나왔다. 당연히 굉장히 반가웠고, 의욕적이었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를 읽으면서 피렌체사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갈증은 실제 이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면서 상당히 빠르게 사라졌다.

왜냐고? 생각보다 두툼하고, 낯선 이름들이 너무 많고, 예상한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총 8권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권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

단순히 피렌체의 역사만 다루지 않고, 로마제국의 동서 분열부터 시작한다.

그 당시 유럽의 중심이었던 곳을 기본으로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수많은 이름은 가독성을 아주 많이 떨어트린다.

읽으면서 피렌체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요약된 역사는 어느 정도 그 시대 역사를 아는 독자에겐 좋은 요약본일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로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말이다.


2권 이후 교황파(구엘프)와 황제파(기벨린)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이때부터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의 기억을 더듬게 되었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가 그 시대를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반면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는 그 역사를 잘 정리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때는 요약에서 빠진 내용이 궁금했는데 실제 읽으면서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생각을 바꾸게 했다.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너무 자세한 부분이 많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전에도 나의 눈길을 끈 로마와 피렌체의 상황을 비교한 문장을 발견한다.

“우선 평민과 귀족 간의 불화가 로마에서는 논쟁을 통해 해결됐지만 피렌체에서는 싸움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로마의 평민은 귀족과 함께 최고의 영예를 누리기를 원했지만, 피렌체의 평민은 귀족을 배제하고 정부를 독차지하기 위해 싸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렌체하면 결코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가문이 하나 있다.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4권에서부터 메디치 왕조의 창시자인 조반니 데 메디치가 나온다.

이 가문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의문을 품게 한다.

이 강대한 가문조차도 몇 대를 넘기지 못하는 혼란을 이 시대가 보여준다.

조반니, 코시모, 로렌초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그들을 끌어내리려고 한 세력이 나온다.

이 책의 재미는 이 서술에서 나온다. 물론 그 자세하고 방대한 이야기가 가독성을 방해한다.

권력을 둘러싼 전쟁에서 메디치 가가 승리하면서 거의 군주정처럼 변한다.

하지만 이것도 위대한 로렌초의 죽음으로 혼란으로 빠져든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추천사의 김상근 교수마저도 어려운 책이라고 말한다. 내 경우만 놓고 보면 맞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죽기 꼭 1년 전 1526년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헌정되었다.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본명은 ‘줄리오 디 줄리아노 데 메디치’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군주론>의 저작 의도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이 뒷부분도 저술하려고 했다고 한다. <군주론>에 가려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두툼하고, 낯선 이름과 역사라 더딘 독서와 집중력이 자주 깨어졌더.

하지만 읽다 보면 우리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된다.

잘못된 선택의 반복과 더디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의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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