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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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낯선 자의 일기>로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던 작가다.

개인적으로 이 고딕 문학 느낌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이번 소설을 선택할 때 두 가지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하나는 당연히 <낯선 자의 일기> 작가란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미스 마플’이란 이름이다.

미스 마플은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가 창조한 할머니 탐정 캐릭터다.

이 할머니 탐정이 활약하는 작품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살인 플롯 짜는 노파가 미스 마플 역할을 하면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첫 부분에서 이 노파 페기 스미스가 죽은 채 발견된다.

그녀의 죽음에 이상함을 느낀 것은 간병인 나탈카다.

실제 그 노부인의 죽음은 심장 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처리된다.

나탈카는 페기가 가진 수많은 범죄 소설에서 그녀에게 헌사나 감사의 말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부분을 담당 형사 하빈더에게 강력하게 말한다.

하빈더는 전작에서도 나온 인도계 동성애 여행사다. 나중에 이 소설도 하빈더 시리즈로 묶이려나?


나탈카와 함께 이 의문스러운 죽음을 같이 조사하는 한 명이 더 있다.

바로 수사였다가 세속으로 돌아온 후 전념으로 카푸치노를 만드는 베네딕트다.

나탈카와 베네딕트는 페기의 물건 속에서 단서를 찾으러 갔다가 총을 든 괴한을 만난다.

위험의 순간 베네딕트는 나탈카를 보호하려고 움직인다.

총을 든 괴한은 책 한 권을 들고 집밖으로 달아난다.

이때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라고 적힌 협박 엽서를 발견한다.

이 사건이 페기의 죽음을 더 조사하게 한다. 감사의 말을 남긴 작가를 찾아간다.


살인 컨설턴트란 페기의 명함이 발견된다. 뭐지?

솔직히 말해 이 정도 왔을 때 페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안다.

페기와 친한 범죄 소설가 덱스 챌로너를 만나 페기의 역할을 알게 된다.

이 덱스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세 명의 민간인이 함께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나탈카, 전 카톨릭 수도사였던 베네틱트, 페기의 이웃인 BBC 라디오 출신 에드윈이다.

두 명의 젊은 남녀와 달리 에드윈은 여든 살 노인이다.

그리고 이들이 덱스를 만난 그 밤 덱스는 총을 맞고 죽었다. 사건이 점점 커진다.


이 세 명은 하빈더를 만난 다음 아마추어 탐정 역할에 푹 빠졌다.

단서를 찾기 위해 추리작가들의 문학 페스티벌이 열리는 애버딘까지 차를 몰고 간다.

이 문학 페스티벌에서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가 적힌 엽서를 받은 작가들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페기에게 감사의 말을 남긴 작가들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또 죽은 채 발견된다. 누가, 왜, 어떻게 죽인 것일까?

이 시체가 발견된 후 하빈더는 애버딘으로 불려온다. 이 아마추어 탐정 삼총사의 증언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마추어 탐정들은 열의 가득하다.

여기에 나탈카 주변에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우크라이나 남성 둘이 의혹을 더한다.


이 소설의 구성은 전작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4명이란 것 정도.

전작처럼 단순 반복이 아니라 하빈더의 등장이 가장 많고, 베네딕트, 나탈카, 에드윈 순으로 나온다.

나탈카가 베네딕트보다 많을 줄 알았는데 세어 보니 그가 더 많다.

하빈더가 말한 것처럼 그는 좋은 형사가 될 자질을 이야기 속에서 자주 보여준다.

뛰어난 관찰력과 탁월한 추리력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순수하고 숫기 없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행동을 보여주려고 하고, 실제 그런 행동을 한다.

강한 인상을 준 나탈카가 두려움으로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드윈은 젊은 남녀와 함께 움직이면서 이전과 같은 열정과 활력을 찾는다.


전작의 무거운 분위기를 이번 소설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아마추어 탐정들의 활약과 추리가 코지 미스터리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전작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부분도 재밌다. 시리즈의 재미 중 하나다.

단서와 관찰과 추리가 곁들여지면서 하나씩 사건을 풀어간다.

작가는 여기서 하빈더의 비중을 높이고, 살인 사건을 꼰다.

갑자기 미스 마플이 등장한 소설 속 장면과 왠지 닮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그냥 느낌만 그렇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하빈더 시리즈라고 앞에서 말했는데 이 아마추어 탐정들이 다시 활약하는 것도 보고 싶다.

흥미로운 캐릭터와 책을 둘러싼 이야기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아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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