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에세이 이전에 고이케 마리코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현재 인터넷서점에 나온 정보로 검색하면 가지고 있는 책들은 많이 보인다.

보통 이 정도 작가면 한두 권 정도는 읽었는데 이상하게 읽은 책이 한 권도 보이지 않는다.

읽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전에 나온 책을 읽은 것일까?

아마 한 권도 읽지 않았다가 이번이 첫 번째일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나에게도 아주 드문 일이다.


솔직히 말해 작가 이름을 보고 선택했다. 에세이란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이 작가의 몇 가지 이력이 나의 시선을 항상 끌었고, 마음 한곳에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책을 받은 후 생각보다 얇아 놀랐다. 암으로 죽은 남편에 대한 애도가 담겨 있는 것은 검색으로 알았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했는데 반만 맞았다.

간결하고 뛰어난 문장의 뛰어난 가독성을 그 속에 담긴 감정이 진하게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과 추억들이 불쑥 튀어 오르는 순간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지 작가는 보여준다.

큰 일이 아닌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에 갑자기 다가온다. 오열하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런 상황과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고이케 마리코의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도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다.

아내가 먼저 받았고, 몇 년 후 남편도 받으면서 최초로 부부 동시 수상했다. 대단하다.

후지타 요시나가의 번역본을 찾아보니 겨우 두 권 출간되었고, 한 권은 절판 상태다.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지만 늘 그렇듯이 장담할 수는 없다.

나오키상 수상 이후 몇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뻔한 질문에 살짝 웃는다.

이 둘은 처음에는 아이 없는 동거를 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법적 결혼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법적 배우자 혹은 보호자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와 다자이 오사무’ 편에서 병들기 전 미시마 유키오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행동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정치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연재하는 동안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이런 현실과 다른 화면 속 장면이나 실생활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시간이었다.

불과 3년이란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켰는지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편이 죽은 후 마주하는 일상과 기억과 추억들이 정말 담담하게 적혀 있다.

자신의 유년기 기억과 현실의 감정을 엮어서 풀어낸 이야기는 몰입도가 상당하다.

목차를 간단하게 훑어보면 죽음, 슬픔, 상실, 기도, 기억 등의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단어들이 품고 있는 감정이 이 에세이에서 강하게 녹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글로 쓴 감정들이 실제와 어떻게 다른 지도 깨닫는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배우자를 상실한 사람이 겪게 되는 일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작가가 보여주는 것 이상을 보고 느끼려고 하면 내가 경험해야 가능하다.

행복했던 순간, 갑자기 다가오는 상실감, 서로의 반쪽이란 확신, 엇갈린 시간, 솔직한 독백들.

이 글이 연재되는 동안 온 수많은 메일, 팩스 등의 이야기는 백인백색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과 상실과 슬픔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과 간결한 문장을 보면서 소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빨리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최소한 단편이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