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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 -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국의 8가지 힘
존 나이스비트 & 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안기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존 나이스비트란 학자에 대해 무지하다. 이력에 나온 소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낯선 학자다. 인터넷 검색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아도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인지도가 한국에선 높은 편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메가트렌드>란 책이 1400만부나 팔렸고, 여러 기업과 국가와 학교에서 고문, 연구원, 교수로 활약했다니 대단한 이력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력보다 관심을 끈 것은 최근 점점 거대해지는 중국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이 나라를 볼 때 우린 두 가지 시선을 가지고 본다. 거대한 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대국과 온갖 짝퉁과 저질 상품을 만드는 세계 공장이다. 일반 대중에겐 짝퉁과 저질 상품으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지만 경제지표나 세계시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상관없이 이미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이다.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생각하고 당연하다고 말한다면 인도나 인구가 적지 않은 다른 나라의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외화 보유고 1위의 국가가 바로 중국이고, 얼마 전 조선 수주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하였고, 볼보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인수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존 나이스비트는 현재 세계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거대해지는 중국을 긍정적 시선에서 다룬다. 신자유주의 노선이 잠시 보이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기도 하지만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고 미래의 중국을 예측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 분석의 틀로 미국이나 유럽의 시선이 아닌 중국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했다. 이 책에서 여덟 가지 중국의 힘으로 표현한 각 장들은 저자의 중국 사랑이자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중국의 8가지 힘은 정신의 해방,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의 균형,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틀, 실사구시가 이끄는 성장, 미래의 문화를 선도할 예술과 학술의 힘, 세계 속의 중국, 중국 속의 세계, 자유와 공정성, 중국이 준비하는 미래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신의 해방이다. 이것은 “현실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로부터 진리를 찾고 통제를 풀어 가며 개혁을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70쪽)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주시할 것은 바로 사실로부터 진리를 찾는다는 대목이다. 이것을 저자는 실사구시로 연결한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그렇게 외웠던 그 단어가 중국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신의 해방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당연하다. 마오쩌뚱이 만들어놓은 사회, 경제, 문화의 틀과 사람들의 인식이 성장과 발전을 가로 막고 있던 상황에서 이런 정신의 해방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물론 이런 해방을 도와줄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을 하향식 지도와 상샹식 참여의 균형이란 힘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국의 하향식 지도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없는지 살짝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앞부분에서 느낀 신선함이 뒤로 가면서 약간은 진부해지는 느낌도 있다. 신선함의 백미는 역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서구가 중국을 볼 때 자국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이해할 때 저자는 중국만의 방식을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자신들의 세계화를 외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며 왜 중국이 자신만의 사회주의체제로 국가를 통치하면 안돼는가 하고 되묻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서구식 자본주의를 도입하라고 말하는데 이미 서구의 사회주의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통해 반박한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반복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진부하고 거부감이 생긴다. 특히 군사 영역에서 한 번도 식민지를 가져본 적이 없고,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망을 내비친 적도 없다는 대목에선 티베트와 신강 위구르 자치구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특히 티베트에 대해 중국의 점령이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가져왔다고 하는 부분에선 우리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친일세력이 늘 주장하던 것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지역 간의 소득불균형 문제나 수많은 유민들을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긍정적인 중국을 보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 미래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많은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그 그늘에 살고 있고 국가의 힘에 눌려 있는 수많은 소수 민족과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