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소울 1 블랙 캣(Black Cat) 6
가키네 료스케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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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역사상 최초로 3개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였다는 문구가 호감을 주지만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뭐 큰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진 경우가 종종 있다보니 그렇다. 하지만 첫 장을 읽을 당시 나의 감정은 분노로 가득하였다면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은 슬픔과 통쾌함을 느꼈다.  

하나의 국가가 자국의 국민을 외국에 팽개치고 나몰라한 경우가 우리나라 역사에도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사실 전후라는 시대를 생각하더라도 의외의 사건이었다. 특히 다른 책에서 브라질 등의 중남미 이민 2세가 일본에 취업 목적으로 들어온 사실을 이미 접했지만 이런 비극적인 과거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설의 첫 장은 브라질 이민을 간 한 일본인의 처참한 과거에 대한 기록이자 뒤에 벌어질 사건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장이다. 읽다보면 정부와 영사관에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다.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들이 경험한 과거가 그만큼 분노를 자아낸다. 이후의 진행은 일본 정부에 대한 복수를 위한 준비와 복수자들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여기서도 상식을 초월한 그들의 첫 복수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도전까지 엄청난 속도감과 흡입력으로 사람을 잡아당긴다.  

범인들에게 강한 동조를 하면서 이들을 쫒는 방송국과 경찰청의 모습은 풍부한 상황 설명과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재미를 높여가고, 범인 케이와 방송기자 다카코의 연애이야기는 즐거움과 기대감을 배가시킨다.  

이 소설이 나온 2003년과 책 말미에 설명된 2004년 고이즈미의 브라질 이민단 대표 앞에서의 눈물 흘린 사과가 시차는 있지만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민 시기의 정책 담당이나 결정자에 대한 후속 조차와 처벌을 생각하게 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자신들의 결정이 어떤 참사를 불러올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지만 자신들의 승진이나 보신만을 위해 이 정책을 실행에 옮긴 그들에게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문책하지 않는 것은 분명 후세에 일어날 일에 대한 면책 기능을 할 것이다. 뭐 그 당시 인물들 대다수가 죽었겠지만.  

일본 추리소설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전개 방식을 접하지만 이런 소설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테러가 범인의 입장에서 정당하게 대변되지만 주인공의 경우는 그를 쫒는 형사들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 소설에서 범인이 주인공이다. 정부에 가하는 테러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지는 모르지만 나의 경우에 있어서는 통쾌함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의 브라질적(음! 표현할 다른 말이 없어서) 성격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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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쇼어 블랙 캣(Black Cat) 15
피터 템플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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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블랙 캣 시리즈를 읽었다. 한때는 이 시리즈 작품들에 반해서 열심히 모으고, 읽었다. 하지만 요즘 너무나도 많은 장르소설이 나오면서 손길이 뜸하다. 사놓은 책들이 쌓여만 가는데 그래도 사는 걸 멈추지 못한다. 수집병이다. 그 목록 중에 블랙 캣 시리즈도 들어있다. 읽지 않은 이 시리즈 중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예전에 읽은 서평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화려한 수상경력이야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배경이 호주란 점이 눈길을 더 끌었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선택도 올바른 것이었다.

호주하면 캥거루, 시드니 등이 먼저 생각난다. 친구가 살고 있어 한 번 가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지만 마음뿐이다. 이런 마음과 함께 나에게 호주는 친구가 사는 곳과 유명한 영화 촬영지 혹은 관광지 정도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호주는 다르다. 빛 속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들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원주민과의 대립, 인종차별주의, 마약, 난개발 등의 현재 호주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살인사건과 숨겨진 과거의 어둠은 점점 더 불쾌감과 함께 고조된다. 

캐신은 대도시 형사로 있다가 하나의 사건 때문에 조용한 시골 마을 포트 몬로 경찰로 내려왔다. 심리적 평화를 위해 쉬려고 하지만 가정부에 의해 발견된 그 마을 유지의 살인사건으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유지 버고인 씨는 한때 유명한 발전기 제조 회사 사장이었고, 그 회사를 판 후는 도움을 요청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선량한 부자였다. 그런 그가 공격받고 죽은 것이다. 사라진 것은 단지 고가의 시계뿐이다. 이 시계는 하나의 단서가 되고, 맬버른의 한 곳에서 신고가 들어온다. 원주민 아이들이 그 제품을 팔려고 온 것이다. 그들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미국처럼 원주민과 함께 사는 코로마티는 문제가 많다. 백인과 원주민의 대립, 마약, 폭력, 강간 등이 범람한다. 그중에서 던트 정착지는 원주민이 사는 곳이다. 처음엔 용의자를 잡기 위해 늦은 밤 정착지로 갈 것을 계획했지만 원주민의 반발을 염려한 크로마티의 합굿 형사의 제안에 따라 도로 중에서 체포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계획은 폭우와 우발적인 요인과 폭력적인 경찰의 행동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들 중 두 명이 죽고, 한 명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여기에 죽은 아이 중 한 명은 호주연합 대표의 조카다. 경찰의 무리한 체포와 인종문제까지 겹치면서 살인사건은 정치문제로 발전한다.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등장인물을 만들고, 그들을 자신이 창조한 공간 속에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처음엔 단순히 호주의 풍경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선을 끌었는데 뒤로 가면서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빠져들게 만든다. 단순히 강도 살인 사건 정도로 생각했는데 파고들어가니 그 뿌리가 과거와 맞닿아 있다. 용의자 중 유일한 생존자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때 경찰 수뇌부는 이것으로 사건을 종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여기부터 캐신의 형사 본능과 뛰어난 활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 부랑자 렙은 독특한 존재다. 처음 그가 등장할 때만 해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물이거나 사건과 연관되어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캐신의 집에 머물면서 그의 일을 도와주고 생활하면서 그의 외로움을 들어낸다. 지속적인 등장과 함께 그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편안하게 보아도 될 그의 등장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어떤 과거의 비밀을 안고 있을까 되묻게 한다. 얼핏 스쳐지나가는 대화 속에 단서 몇 개가 흘러가는 것은 단순히 그의 방랑 때문은 아닐 것이다. 

거의 5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단숨에 읽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멈춘 듯 앞으로 나가가면서 점점 커지는 사건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호주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은 낯설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반에 몇 가지 추리를 했는데 모두 깨어졌다. 섣부른 판단과 다른 작품의 기억이 그런 문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사건이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일임을 알게 된다. 권력과 결탁한 부패와 비리와 추악한 욕망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 바닥을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빨리 번역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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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리 퀸
캐서린 머독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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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미국적인 소설이다. 모두 읽은 지금 이런 생각이 든다. 큰 농장과 풋볼과 십대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적이지만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열정과 풋풋한 첫사랑은 국경을 초월한다. 열여섯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디제이의 이야기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묘사와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곳곳에서 웃게 하고, 행간에 녹아 있는 그들의 미묘한 감정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시리즈임을 생각하면 한층 더 자란 디제이의 현재를 보고 싶다.

스스로 디제이로 불리길 원하는 그녀는 건장한 체격과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다. 농구팀과 배구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뜨거운 한여름 농장 일을 한다. 그녀에겐 두 오빠와 남동생 하나가 있는데 집안 내력으로 모두 건장한 체격이다. 열세 살인 남동생이 벌써 180센티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녀 위 두 오빠는 학교에서 풋볼 선수로 맹활약했다. 그것도 대단히 뛰어난 선수로 말이다. 아빠도 풋볼을 했고, 한때는 풋볼 코치를 했다. 집안에 자연스럽게 풋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 자란 덕분인지 그녀가 다니는 레드밴드의 숙적인 홀리 팀의 코치가 그 학교 후보 쿼터백 훈련을 그녀에게 부탁한다. 그가 바로 뛰어난 학업성적과 잘 생긴 외모를 지닌 브라이언이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 기억 때문에 그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설정을 만들었을 때 우리가 예상하는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이 맞는지는 천천히 읽으면서 확인하면 된다. 그들이 서로를 자극하면서 훈련하는 모습은 승부욕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간간히 삽입되는 이 장면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그녀의 깨달음은 자신에 대한 조그마한 성찰이자 성장으로 발전한다.

디제이와 그녀 가족은 대화를 잘 못한다. 불리하거나 좋지 않은 상황이면 그냥 입을 다문다. 이 습관은 대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고 있다. 뜨거운 한여름 남들이 즐겁게 쇼핑하거나 여행을 할 때 열다섯 소녀는 농장에서 건초를 나르고, 소젖을 짜고, 농장을 청소한다. 유일한 일탈은 친구 앰버를 만나 맥주를 마시고, 농담을 하는 것 정도다. 이것은 브라이언 훈련을 돕는 도중에 조금씩 깨어진다. 그에게 지녔던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호감은 점점 자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와 대화한다. 결코 친구나 가족들과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을 말이다. 이 대화는 하나의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큰 한 발을 내딛게 만든다.

십대 소녀의 성장을 다루고 있지만 가족은 빠질 수 없다. 슈웽크 가족은 남들이 볼 때 화목해 보이지만 어느 집이나 가지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두 오빠는 아버지와 다툰 후 대학으로 떠난 뒤 연락도 없고, 거구의 남동생 커티스는 필요한 말 이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을 입밖으로 내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고, 속내를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힘든 농장 일과 이런 환경은 그녀가 좋아하는 브라이언이나 친구 앰버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내는 것을 힘들게 한다. 물론 이것 또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다. 

소설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농장에서 송아지를 돌보고, 우유를 짜고, 건초를 나르는 일상의 반복을 다룬다. 이 반복 속에 좋아하는 소를 처분하는 것이나 손이 부족하여 농장이 지저분해지는 일 같은 현실이 담겨 있다. 이런 반복이 즐거울 사람은 없다. 그것이 십대 소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삶에 브라이언의 등장은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이 활력소를 통해 성장하는 그녀를 보게 되는데 작가는 반어법과 위트를 수시로 사용하여 현실을 풍자하고 냉소를 보낸다. 간결하게 장면을 끊고, 빠르게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가독성을 높였다. 솔직한 속내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괜히 교육적으로 만들려는 장치는 빼버렸다. 그래서 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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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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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다카요시의 청춘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모두 네 편이 실려 있다. 각 단편들이 흥미롭다. 청춘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저주나 예언 등의 요소를 조금 삽입하여 몽환적이거나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판타지 요소와 결합하여 긴장감을 불러오고, 스릴을 느끼게 한다. 그는 이런 소재를 잘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다. 한 번 집중하면 단숨에 읽게 만든다. 그래서 늘 그의 작품은 관심의 대상이다. 

<Fine Days>는 반성문을 쓰는 두 학생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이 짧은 만남은 나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길게 이어진다. 그것은 그 여자애의 미모가 탁월하고, 그녀를 둘러싼 소문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는 것은 그녀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남자들의 자살 소문이다. 이 소문은 약간 섬뜩한 분위기를 밑에 깔아두는데 뒤로 가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또 다른 미스터리를 만든다. 재미난 것은 나도 그 애도 이름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Yesterdays>는 암으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부탁으로 35년 전 헤어진 여자를 찾는 이야기다. 고생스럽고 힘들게 그녀를 찾기보다 갑자기 과거로 이동하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서 젊은 날의 아버지와 그녀를 만난 것이다. 여기서 두 개의 죽음이 겹친다. 하나의 아버지가 그녀를 떠나야 했던 할아버지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암으로 죽음을 앞둔 화자의 아버지다. 이 두 사람의 선택은 갈리는데 이 부분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질문과 답은 정답을 제공하기보다 각자에게 열어놓는다.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자신의 동생을 죽였다는 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왜, 어떻게 죽였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런 의문은 그녀가 가진 불안과 죄책감으로 더 깊어져간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의 삶에 후배 한 명이 끼워든다. 그가 유키다. 유키에 대한 소문 중 하나가 예언을 한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의문을 가져오고, 뒤에 가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섬뜩하다. 삶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두 남녀의 이야기와 섬세한 심리묘사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과연 어떤 결말이 펼쳐질까? 의문이 강하게 생긴다.

미스터리보다 한 편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다. 램프 세이드를 사려고 한 남자와 그 골동품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하는 노파의 대화가 중심에 있다. 처음엔 단순히 골동품과 관련된 전설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혹시 노파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고, 화자의 이야기가 삽입되고 교차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기 시작한다. 그 속에 담긴 사랑은 빛과 어둠으로 설명되지만 결국 나로부터 시작한 것임을 말한다. 기분 좋은 결말은 가슴속에 따스한 기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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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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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먼저 시리즈의 첫 권이란 점이 시선을 끌었고, 이전에 읽은 작가의 단편집 <의뢰인은 죽었다>에서 큰 재미를 보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약간 촌티 나는 표지가 과거 만화방을 떠올려주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다시 들여다보니 예상외로 재미난 부분이 많다. 그리고 단편집을 읽으면서 장편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처음엔 약간 다른 구성과 전개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그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시리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일상 미스터리란 말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다. 그런데 책 목차의 한 제목처럼 용의자가 너무 많다. 앞에 나온 빌라 사람들의 호수와 이름을 오고가면서 이야기에 집중을 했지만 역시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비슷하게 다가온 이름과 상황들이 혼란을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혼란은 뒤로 가면서 사라진다. 반복되고 익숙해지고 점점 많은 정보들이 드러나면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다고 금방 범인을 맞출 정도는 아니다.

빌라 매그놀리아는 모두 열 채다. 아래 위에 각각 다섯 채가 있는 구성이다. 아래층이 1호부터 5호고, 그 중 3호실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이 시체는 태풍이 지나간 후 부동산업자가 집을 소개하기 위해 왔다가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누군지 알 수 없게 얼굴은 뭉개져 있고, 지문은 지워져 있다. 신원미상의 시체다. 이 때문에 경찰수사는 지지부진하고, 그 수사 과정에서 빌라 사람들의 숨겨진 과거와 악의와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사람 사는 곳에서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빌라는 좀 심하다. 바로 여기서 혼란과 재미가 생긴다.

작가는 고마지 반장과 히토쓰바시 형사를 내세워 이 빌라 사람들의 숨겨진 사실들을 파헤치고 들춰낸다. 이 둘이 경찰이 할 일을 한다면 빌라 사람들은 아마추어 탐정이 되거나 평범한 이웃 역할을 하거나 의심스러운 과거를 품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들은 각자의 감정을 내뱉고,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하나씩 폭로한다. 호의와 악의가 교차하고, 무관심을 가장한 긴장과 좌충우돌하는 존재는 이야기를 정신없게 만든다. 시체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경전은 의심과 의문으로 가득하다. 이런 와중에 생긴 또 다른 살인사건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고마지 반장이 용의자가 너무 많다, 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빌라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처음에 용의자를 만들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대신에 거의 마지막까지 용의자를 한 명씩 더 만든다. 점점 더 많은 비밀과 스캔들과 거짓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뒤에 가서 하나로 정리된다. 전형적인 탐정 소설처럼 사건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숨겨진 사실들이 많다. 추리로 이것을 채워 넣기엔 나의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어지는 반전들은 흥미롭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반칙이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니 이번 이야기에 나온 사람들 중 몇 명은 다시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개성 강한 주민들과 귀여운 쌍둥이가 있으니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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