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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잃는다. 그 상실감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2년 간 술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다시 인터뷰어였던 자신의 길을 가게 되는데 한 통의 메일이 삶을 뒤흔든다. 그것은 죽었던 아내 이후에게서 온 것이다. 누가 이런 나쁜 장난을 하나 하고 위문을 품고 지우려고 한다. 아직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그다. 메일을 연다. 아내가 나온다. 그녀가 죽기 전 바이앤바이란 회사를 통해 자신을 기억을 남겨놓은 것이다. 이렇게 그는 다시 아내를 만나러 가게 된다. 현실의 세계가 아닌 아바타로 다시 태어난 그녀를 말이다.
이 설정을 읽다보면 단순한 사랑 이야기다. 아내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남편, 다시 가상세계에 나타난 아내. 이 둘의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낼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욘더라는 가상공간을 등장시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현실의 삶과 사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거기에 현재 과학기술이 발전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그 사이사이에 널어놓으면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중 많은 수가 이미 언론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말한 것이고, 혹은 sf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이미 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
시간적 배경은 통일된 한국의 30년 뒤다. 유비쿼터스가 일상화된 사회다. 작가는 이 사회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전체의 일부나마 알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이 칩을 신경에 박아넣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모습은 이미 십 수 년 전 sf영화나 애니 등에서 본 것이라 낯익은 풍경이다. 우범지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 같고, 만남은 실제 공간보다 사이버 공간을 더 선호한다. 장례는 더욱 간단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추모도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사이버세계가 발전한 곳에서 인간들의 감성은 변함이 없다. 바로 이 변함없는 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이 아내를 잃고 괴로워한다면 피처를 통해 만난 사람들도 모두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사이버세상이 싫어 과거 기술로 돌아가 살다 화재로 아내와 아이들을 죽게 만들거나 태어난 자식을 잊지 못하는 엄마 등이 바로 그들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들이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뀐다. 아픔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다. 그 방식 중 하나가 죽은 사람의 기억을 사이버 공간에 올려놓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그들을 사이버공간에서 현실처럼 움직이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놀라운 기술 덕분에 그들은 언제나 죽은 이들을 살아있는 것처럼 만날 수 있고, 아픔을 조금씩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치유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욘더라는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의 사이버세계를 배경으로 결국 펼쳐지는 것은 사랑이야기다. 사랑, 그리움, 상실, 아픔, 외로움 등을 다루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읽는 동안 과연 나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욘더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다시 이것은 이승과 저승이라는 다른 두 세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과연 그들을 만나기 위해 현실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죽음이 두려워 죽지 않는 것이 단순히 나의 두려움과 욕심 때문이 아닌지.
욘더가 보여주는 천국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천국과 다르다. 주인공이 이후와 만나서 살아가는 동안 보여주는 영원한 삶의 정체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후가 진정으로 바란 것을 말할 때 서로가 생각하는 천국이 결코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에게 천국이 다른 사람에겐 지옥일 수도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생각하면 말이다. 욘더를 둘러싼 미스터리나 진행이 조금 작위적이고 너무 급하게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 있지만 그 어떤 기술도 인간의 감성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는 아직 무리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