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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중 한 권이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많이 주저했다. 어려울 것이란 생각과 보수적인 내용으로 진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개념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일독을 권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박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연말에 많은 매체에서 이 책과 함께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같이 다루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말한 내용은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왜 이런 책이 많은 지식인들 사이에 화두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 자신도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 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생각 못했고, 주변에서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제목부터 비슷했고, 전작의 인기에 편승한 졸속 번역의 후속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먼저 읽은 독자들의 평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달아났다. 다만 전작과 달리 어렵다는 말이 많아 고민이 되었다. 특히 파트2의 내용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글이 많아 긴장도 많이 했다. 이런 고민과 긴장감을 가지고 펼쳐든 책은 역시 쉽지 않았다. 파트1이 현실적 문제를 다루면서 쉽게 다가가게 했다면 파트2는 이론과 논쟁 등으로 대충 읽기를 전혀 용납하지 않았다. 덕분에 진도는 더디게 나갔고, 문장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모두 3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파트1은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적 도덕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나의 현실적인 사안을 가지고 도덕적 현안을 다루는데 이것들이 오랜 세월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던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려는 노력을 자주하게 된다.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에 많은 돈을 쓰는 국가기관들은 자신의 본래 임무를 곧잘 망각한다.”(41쪽)는 문장은 현 정부와 서울시의 과거와 현재가 그대로 겹쳐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바로 밑의 “국민은 고객이 아니다.”란 문장으로 정치와 사업의 차이를 표현한다.
파트2에 오게 되면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저자의 전공인 롤스의 <정의론>을 바탕으로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정의와 논쟁은 잠시만 집중력을 놓치면 엉뚱한 길로 빠지게 만든다. 솔직히 고백해서 자주 엉뚱한 길로 빠졌고, 제대로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삶에서 그렇듯 철학에서도 새로운 신념은 머지않아 낡은 통설이 되기 마련이다”(162쪽)란 문장에서 왜 당연한 듯 보이는 이론들을 왜 다시 분석해서 해석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명 철학자들의 명단에서 미국 철학자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놀라게 되는데 조금만 생각해도 고개들 끄덕이게 된다.
파트3은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묻고, 시장중심주의가 시민의식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보여주고, 앞으로 시민의식이 회복하기 위한 과제가 말한다. 그 후 개인주의를 넘어 공동체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다루고 주장했던 부분이다. 특히 “최근 자유주의는 공동선의 비전을 제시하는 과제에 실패해 비틀거렸고, 이는 보수주의자들에게 미국 정치의 가장 잠재성 있는 자원을 양보하는 결과를 낳았다.”(318~319쪽)는 주장은 한국의 진보정당들도 각별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