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세계문학의 숲 7
마크 트웨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제대로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어릴 때 <톰 소여의 모험>을 소년 문고판으로 읽은 적은 있지만 그것은 축약본이다. 그 당시 애니로도 제작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톰 소여에게 상당히 감정 이입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반면에 허클베리 핀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책도 사놓았다.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겠다. 그러다 시공사에서 세계문학의 숲이란 구성으로 나온 이 책을 발견했다. 이전에 한 번 번역되어 나왔는데 절판이 되었던 책이다. 알게 모르게 이 책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상당히 두툼한 분량에 약간은 주저함이 있었다.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다. 가끔 과도한 칭찬을 받는 책을 읽으면서 그 난해함과 지루함으로 고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걱정은 정말 불필요한 것이었다. 손에 들고 읽으면서 정신없이 아서 왕 시대로 온 양키의 이야기에 빠져든 것이다. 처음에 풍자문학이란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가지고 있지만 읽지 않은 트웨인의 다른 책들에게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뭐 당장 찾아서 읽을 것은 아니지만.

1889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왜 출간연도를 말하느냐면 이 소설의 기본 설정 중 하나가 현대의 인물이 타임슬립해서 과거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은 상당히 낯익다. 요즘은 잘 읽지 않지만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흔하게 보아서인지 개인적으로 약간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을 1889년에 했다면 어떨까? 그 진부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거기에 다른 시공간 속으로 들어간 인물이 뛰어난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서 왕을 생각하면 항상 두 가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나는 신검 엑스칼리버고, 다른 하나는 원탁의 기사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그 둘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6세기 과거로 이동한 인물이 중심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현대와 너무나도 다른 과거의 삶을 그 속에서 재현하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설정에선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책 중간에 현대 미국영어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너무 쉽게 양키가 6세기 인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나 그가 영향력을 발휘해 개혁을 시도한 부분이 너무 빨리 변화하는 부분이다. 뭐 이런 설정 또한 풍자와 비판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 받아들이면 상관없이 흘러가지만 말이다.

19세기 미국 대장장이가 6세기 영국으로 옮겨가게 만든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대장장이를 보낸 것은 그가 과거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나 경제학자나 경찰을 보낼 경우 그 파급 효과가 그렇게 커거나 빠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장장이라면 그 시대 사람들이 만들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만들 수 있다. 거기에 그가 과학 지식이 풍부하고 손재주가 좋다면 어떨까? 그가 과학의 힘을 발휘해서 그 시대 최고 마법사인 멀린을 물리친 것도 바로 이런 설정의 힘이다. 뒤로 가면서 약간은 만능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과학에 무지한 과거 인물들에게 과학이 만들어내는 힘은 그 어떤 마법보다 위력적이다.

왜 6세기 영국일까? 그리고 왜 미국 양키가 주인공일까? 이 설정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계급과 관습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그 시대 최고 민주국가였던 미국인을 등장시킴으로서 두 체제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6세기 속에서 19세기의 사회와 문화를 위한 혁명을 꿈꾸기 위해서다. 주인공이 이를 위해 만든 조직과 사람들이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여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그와 동시에 시대의 함정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굳어진 사고 체계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도 과거의 계급관이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풍자와 탁월한 상상력과 유머와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재미다.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가서 무용담을 펼치는 그 과정 한 편 한 편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를 비판하고 풍자적으로 풀어내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로 이런 과정과 재미가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재미난 캐릭터와 시대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끔 의아한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보스를 통해 들려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 상황에 맞게 혹은 극적으로 펼쳐지면서 몰입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