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소설이다. 그 재미는 약간 엉뚱한 캐릭터에서 비롯한다. 많은 사람들 중에 역시 눈에 확 들어오는 인물은 노보우(얼간이)로 불리는 나리타 나가치카다. 사실 등장 비중을 따지면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그의 친구이자 멋진 무력을 뽐내는 마사키 단바노카미보다 적다. 하지만 그는 이 소설의 중심에서 멋지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별히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서 그 매력을 마구 품어낸다. 때는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시기다. 사실 일본 역사를 잘 모르다보니 작가가 비교적 자세하게 이 시기의 역사를 설명해주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오랫동안 읽어온 일본소설 덕분에 귀에 익은 이름들이 나오지만 역시 낯설다. 그래서인지 초반 부분은 진도가 더디게 나갔다. 그 당시 정세와 힘의 균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슷하고 긴 이름이 금방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본격적인 전쟁 이야기로 들어가게 되면 바뀐다.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을 펼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몰라도 사실 이 소설을 즐기는데 무리는 없다. 단지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가 집중력을 뺏을 뿐이다. 하지만 덤으로 책 속에서도 그 당시 사람들이 원숭이라 부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 단지 임진왜란의 당사자로 알려졌던 그 말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후계자로 일본을 통일한 그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밖에 없었는데 이번 소설에서 그가 보여준 생각과 행동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닌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왜 그가 일본을 통일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노보우의 성이라고 제목이 붙었지만 실제 성 이름은 오시 성이다. 군사라고 해봐야 천 명 조금 넘을 정도의 작은 성이다. 그 중 반은 도요토미와 싸우는 호조 가문을 지원하기 위해 떠난다. 나리타 가문 당주는 떠나기 전 가로들에게 미리 도요토미 측과 연락을 해서 항복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적이 쳐들어오면 성문을 열고 항복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절로 온 마사이에의 오만에 찬 말과 행동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바로 여기서부터 노보우의 매력이 발산되고 본격적인 재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노보우로 불리는 나가치카는 그 깊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인물이다. 작가가 극적 요소를 집어넣어 더 부풀린 부분이 있겠지만 그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단바를 비롯한 사무라이들이 마을에 내려가 농부를 징발할 때 처음에 거부하다가도 노보우의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슴이 울컥했다. 소설 앞부분에 그가 친절을 베풀어 농사를 도왔다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보여줬기에 특히 그랬다. 물론 그 상황이 그를 미워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니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이 있는 감정의 교류가 오히려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그는 마을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이 힘은 극적 장면을 연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역사 소설이나 전쟁을 다룬 소설에서 무력이 지닌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은 역시 단바다. 그가 보여준 힘은 적에게 공포로 다가간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창을 쥐면 무서운 무사로 변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나가치카를 볼 때 그 깊이와 넓이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반면에 노보우와 싸웠던 수장 미쓰나리는 도요토미 같은 천하인을 옆에서 보면서 안목을 키워왔기 때문인지 그의 진면목을 잘 파악한다. 이런 설정과 전개는 현재와 다른 그 시대 전투의 낭만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참혹하고 잔혹한 전쟁 속에 조금 드러나는 낭만성 말이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앍고 읽었기 때문인지 과연 노보우 역을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노보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어떤 식으로 영상으로 표현했을지, 그것이 잘 드러났는지 궁금하다. 사실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몇 나오는데 나 자신의 것과 어느 부분에서 맞을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픽 작업으로 웅장하고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점점 쉬워지는 요즘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과연 얼마나 잘 노보우와 주변 사람들의 감정 교류를 표현했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작이 주는 재미와 상상력이 이런 호기심과 기대를 더욱 부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