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6개월 일정으로 기획했던 돈공부 기초반이 2/3 지점을 지났다. 3주와 책2권을 남겨두고 있다. 100% 초과달성이다. 기간상 초과라는 성과에 걸맞게 책도 계획과는 달라졌다.


21.01.25. 원래 계획

 [알라딘서재]안빈낙도> 진짜 경알못을 위한 돈 공부책 읽기 (aladin.co.kr)


사실 다들 초보들이고 중간에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비밀로 했던 기초반 목표는 세가지다.

1. 경제, 돈에 친숙해지기

2. 각 자산군 특성 파악

3. 거창한 나만의 목표 설정

멤버들은 다행스럽게도 나를 노파로 만들었고 비밀목표는 최근 공개 표명했다.

모두 기대이상으로 진심이다.


공통으로 2번까지는 왔고, 3번은 아직 진행중인 멤버들이 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시작점 목표를 설정해야 함께 중급반으로 넘어간다.


1. 2월 4주간 <내일의부1 알파편>

계획과 달라진점: 

- 나름대로는 치밀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서 기획했는데(주식책은 나름 약간의 기초를 쌓고 가장 나중에) 주식책을 가장 먼저 보고싶다는 요청으로 의도와 다르게 주식책으로 시작하게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손이 안 가면서 수익내기 쉬운 투자법이라 소개한건데 이 책으로 주식을 접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의 여파로 종목 투자에 급물살을 타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과:

- 가입이벤트로 보조금을 받아 애플을 1주씩 매수. 

- 나스닥 종합지수에 관심.



2. 3월 1~3째주 <진짜부자, 가짜부자> 

계획과 달라진점:

- 자기 자산 파악과 목표 설정을 위해 골랐는데 의외로 다들 시스템소득에 꽂힌 것 같다. 이후 배당주와 월세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과:

- 자기 자산 파악

- 소멸적 소비 인식

<파이어족이 온다>

성과:

- 지출관리에 다들 폭발적 관심과 실천

- 어렴풋이 빠른 은퇴에 대한 꿈 생김


3. 3월 4째주 <돈 공부는 처음이라>

계획과 달라진점:

- 아.. 김종봉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초보들은 반드시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서 100만원 단위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이후에 더 큰 단위로 투자를 해봐야했는데.. 뜻밖에 거금을 넣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종목 자체가 우량했고 시기가 상승세라서 손해없이 나올 수 있었는데.........! 다음에 또 연속사고 발생으로 아직 사태는 진행중.

성과:

- 부분적으로 소액으로 경험을 쌓고 있는 멤버들도 있다.





4. 3월 5째주~4월 둘째주 <노후를 위해 집을 이용하라>

내일까지 마무리된다.













기초반을 마무리하고 모두 각자 기특한 자기자신에게 보상을 줄 계획이다.

엄지손톱만한 금거북이와 모조금거북이, 자유독서시간이 후보로 올라와있다.


다음 중급반에서는 좀더 자산별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책들과

투자마인드와 통찰력을 키워줄 책들을 교차로 읽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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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책더미만 먼저 들이밀었네요ㅋㅋㅋㅋㅋ

아니 다들 그런 마음이었단 말입니까ㅋㅋㅋㅋㅋ


2020년은 끝없는 대안과 대응의 해였어요.

거창한 건 모르고

제 시간 속 공부의 대안. 여행의 대안. 외식의 대안. 공간의 대안같은

그냥 사사로운 것.

우리 대부분 그랬을 것 같고.

코로나 이전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대안'이라는 건

언제나 현안에 밀려 소외받은 소수의 주장이고 누군가의 믿음같은 거였죠.

작년부터는 달라졌죠.

같지만 다른 것이 끊임없이 필요하고 요구되면서

대안은 보편적인 것이 되고 힘이 세지고 무엇보다 필수적인 게 됐어요.


대안은 똑똑한 사람들이 기획하겠지만

그 바닥에 있는 건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을 있었다고 가정하는 상상력

항상 있지만 없는 것같은 있는 것을 보는 상상력

아직 없는 것을 떠올리는 상상력

지금을 비틀어보는 상상력

그냥 어떤 재밌는 상상력.


상상력은 소설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건데

보다보면 그래도 지금의 한계선을 완전히 넘어가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과학과 기술이 치트키인게 우리의 이해범위를 넘어선다는 거.

그래서 낯설고 무섭고 잘 모르는거라 막연하게

어? 이거 진짠가? 지금 있는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이 드는 거.

이게 SF가 아닌 다른 소설을 볼 때랑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펼쳐들기 전 마음이 완전 다르니까.


대안의 필요성과 기술의 힘으로 가득했던 한 해를 함께 넘어왔으니까

저는 우리가 2021년에 SF를 읽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미래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싶고

다른 가능성에 대해 더 들어보고 싶고

그런 게 구현된 세상은 어떨지 체험해보고 싶어질 거 같아서.


이건 제 말이 아니고 칼 세이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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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시작하는 돈공부 기초 종합반 첫달 첫주 시작!

이번주는 1부 7장까지 읽어요.

가장 실용적(?)인 책을 먼저 고른 마음과는 다르게

첫주는 비실용적 부분ㅋㅋㅋㅋㅋ


그냥 읽어도 사실 충분하지만

목적을 가진 읽기를 같이 하는거라

한번을 수루룩 보더라도 좀더 새겨질 수 있도록

앞뒤거리가 있는 경우 가능하면 조금씩이라도 남겨놓을게요.


첫주는 1월에 같이 읽었던 임계장 이야기와도 연결되는데

더 종합적으로 더 적나라하게 노후파산을 말해요.

노후파산을 이렇게 필요이상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성실하게 열심히 살다보면 노후파산에 이르는게 자연스럽다 는

황당한 진실을 경고하기 위해서에요.

부정적인 어감의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에 필수인 시대라는 설득을 길고 정확하고 근거있게.


저는 전에 말했던 시각화를 할 때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결하는 방법을 쓰는데요.

공포요법과 충격요법이 어떤 상황의 역전에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더 좋다고도 해요.

돈공부를 하다가 여러모로 공부나 투자나 이만 하면 대충 되지 않을까?

이만 하면 살만 한데? 뭐 괜찮겠지

싶을 때 이번주의 읽기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요.


오늘부터 돈공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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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도서관들 상태란이 파랑파랑한 게 등거리 뜨뜻한 금요일이에요.

드디어 ㅂㄲ에 입성한 첫 SF!를(제가 알기로..?) 어떻게 보고있는지도 궁금하고

모임까지 2주반이나 남았는데 벌써 다보고 손가락 빨고 있는 사람 있을까봐.









정확하지 않은데 제가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가져갔다가 광탈한게

19년 봄같은데 말이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작년에 줌으로 칼세이건의 브로카의뇌 읽기 모임을 했어요.

그중 평생 sf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놀랐죠.

그분도 놀랐어요. 제가 모니터 뚫고 놀래서.

두 가지 편견이 그 자리에서 희미해졌는데

제가 가졌던 편견은 굳이 칼세이건 읽으러온 사람 = 과학책 보던 사람 = SF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그 분은 이제까지 주로 인문학 책을 봐왔고 

갑자기 코스모스도 아니고 브로카의뇌를 읽어본다고 왔고

SF는 자아를 형성한 이후로 본 게 없다는 거에요.(저도 별로 본게 없어요)

그분이 가졌던 편견은 SF는 애들이나 보는거. 뿅뿅총쏘고 외계인 나오는거. 

지긋지긋한 식민사관.

어때요? 비슷한가요?

저는 그 말을 듣고서야 처음으로 왜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드니빌뇌브의 <컨택트> 원작이라고 해도 처참한 결과를 맞았는지 이해를 하게 됐어요.









김초엽은 부들부들하고 산뜻한게 좋더라고요.

한국말쓰는 작가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도 있어서 거부감 녹이기도 좋고.

과학이고 이야기고간에 그보다 속마음이 참 깊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이 읽어볼 만 하지 않을까 했고.

발표했던 단편들을 묶어둔 책이라 하나씩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있긴 했는데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작가였고요.

저같은 사람 또 있었어요?



그럼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몰라요.ㅋㅋㅋ

단편집으로 묶인게 19년 여름이던데.

작년 겨울에 김초엽의 첫 장편이 나왔어요! 뚜둥.

종이책은 밀리 오리지널 구독자들한테만 우선 보내준것 같고.

밀리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고요. 일반 서점에는 아직이네요.

첫 장편은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긴 하지만 주요 인물들이 한국사람이에요.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심쿵.ㅋㅋ

스포가 되니까.. 암튼 재밌고 코로나시즌에 봐서 더 재밌었던 소설이었어요.

<지구 끝의 온실>도 추천추천.








그래도 아직 장편까진 좀 내외하고싶고 단편으로 좀더 보고 싶으면.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를 추천해요.

김초엽은 부들부들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약간 과학자가 쓴 sf 티가 나죠?

김보영 단편집은 훨씬더 좋았어요.

맛있게 잘 익은 묵은지같은 소설 냄새가 나요. 사이언스는 거들뿐.

여유가 있다면 무려 수출되는 국산sf를 영접해봅시다!

김초엽, 김보영으로 sf를 시작한다면

아마 다른 것도 더 보고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보고 좀더 보고 싶으면

<지구 끝의 온실> - <얼마나 닮았는가> 순으로 보는 걸 추천해요.

(김보영을 먼저 보면 김초엽이 약간 심심할 수 도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김초엽 진짜 좋아해요)


그래서 왜 2021년에 읽는게 적당한지는 얘기가 충분하지 않은데.

그건 또 다음주에 모임거리랑 같이.



그래서 뭣이중헌디.

재미가중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꽤 재미져요. sf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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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29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계속 시도하는 장르지만 최애가 되지는 못할 것 같아요.

link123q34 2021-01-31 10:14   좋아요 2 | URL
저도 많이 보진 않았는데 그냥 괜히 호요. 호불호가 심하고 편견도 강한 장르구나~ 하는 깨달음. 결과도 처참해요. ㅋㅋㅋㅋㅋ 모임 아니면 안 열어봤을 책(완전 취향이 아닌 책이라는 관용적이고 완곡한 표현)이라는 사람이랑 sf는 생전처음이라는 사람 속출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의 장르 계속 시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역시 반님♡ 최애가 못되면 어떠하리~

막시무스 2021-01-29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상 수록집에서 단편 하나 읽고 김초엽작가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부들부들 산뜻하다는 표현에 완전히 꼭 읽어봐야겠다는 의지까지 생기네요!ㅎ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link123q34 2021-01-31 10:17   좋아요 2 | URL
오 그렇군요~ 인지공간일까요? 관내분실일까요? 인지공간은 저도 아직인데 다음에 같이 묶이 작품들이랑 읽어보고싶네요 막시무스님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즐거운 주말되세요~~:D
 

19년 3월부터 19세기 러시아 소설들을 읽고 있다. 너무 좋아서 이걸 모르고 살아온 세월을 원통해했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 도스토예프스키가 남아있다.










세상의 거대한 변화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도 공감할 수 있는 질문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이나 <아버지와 아들>의 바자로프같은 인물들의 결말이 궁금해서 읽는다. 보통 이런 인물들은 자살이나 병으로 갑자기 죽어버리거나, 어떤 생각에 취해 미쳐버리거나, 편안하고 안락한 현실에 정착한다. 뾰족한 수가 별로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끝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계속 뭔가 다른걸 기대하면서 읽어나간다. 사실 결말과는 상관없이 그런 인물들이 높은 확률로 등장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는게 좋았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몰아 읽다가 어느 순간 소원해졌다.


소설을 읽을 때 현실과 다른 곳으로 뿅- 가 있는 느낌을 제일 좋아했다. 분위기라던가, 도시라던가, 시대라던가, 사람이라던가. 제대로 이동시켜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19년까지만 해도 단편집은 싫었다. 좀 재밌게 읽어볼 만 하면 끝나고. 너무 빨리 끝나서 몰입할 겨를이 없다.










슬슬 질려갈 때쯤 19세기 끝에서 20세기를 바라보며 구원처럼 나타난 게 체호프였다. 실은 1년정도 중단되었던 19세기 러시아 문학 읽기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새해 다짐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 좋자고 자유분방하게 쓰다보면 주접을 떨게 된다. 그래야 좋은 글도,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어서 스타일이라고 주장해보는 글도 있겠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은 글에도 도전하고 있다.

1. 입력을 잘못하니 출력이 잘못되는건가? 

2. 주접의 알고리즘이라 그런가? 

1번의 문제라면 입력을 다르게 해보고, 2번의 문제라면 구조변경을 위해 역시 입력을 다르게 훨씬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러시아문학도 이어서 읽을 겸 체호프를 처방했다.


처음 읽은 체호프는 아리송했다. 말라비틀어진 멸치대가리 같았다. 오랜 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야기 속에서 놀고 싶어한다. 단편들이 곁을 안 줬다. <검은 수사>까지 가서야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나와 잠시 재미를 느낀다. 한번 재밌다고 회로가 돌아서니 다음 단편들이 쭉 재밌었다.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점점 좋아지면서 익숙해지고 하나더 하나더 하며 체호프를 까먹는다. 


건조한 문장들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 그냥 그대로 보면 됐다. 과학책 보는 느낌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세상에 이 다양함이란 양파껍질처럼 다음 단편에서도, 그 다음 단편에서도 계속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분명 하나하나 다른 인물들인데 같은 사람이다. 살아보지 않았지만 체호프가 인물 주변에 그렸던 세상에 있을 법했다. 생긴대로 인생을 살아내는 삶들, 옮다 그르다가 아닌 그냥 생김 그대로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생김새들. 내 안에도 있을만한 작은 옥수수알들이 체호프의 단편 안에서 한 명의 사람이 되어 팝콘처럼 튀어나온다.

 

두번째 체호프 단편을 읽을 때는 번역되는 모든 단편을 다 보고 싶었다. 너무 좋아서 연달아 읽었더니 세번째를 읽을 때는 좀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 러시아 문학은 좀 쉬었다 읽고 19세기도 좀 쉬었다 읽고 이제 20세기로 가보고 싶었다. 


뭔가 현대적인 걸로 잘 고르고 싶긴 한데 어디서부터 골라야 할지 헤매다 뭘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타이밍좋게 함께 읽는 중인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에서 설명하는 그대로다. 현대미술에 처음인 나는 1/3쯤 봤는데, 아직도 현대미술이 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이해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현대미술은 이거다. 이걸 바랐을 뿐인데.. 확실한 건 현대미술의 그런 점 때문에 내가 현대적인 20세기 소설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무슨 책을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구나~ 하는 이해다. 뭘 찾는지 모르는 상태로 뭔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운명처럼 다가온 레이먼드 카버. 그때쯤 모임책에 대성당이 등장했다. 책 소개에 레이먼드 카버는 '아메리칸 체호프'라고 했다. 완벽했다. 내가 읽고 싶었던 건 바로 체호프같은데 체호프는 아닌 거였다. 여행을 대체해서 하나씩 까먹고 있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도 카버가 있었다. 현대적인 건 무조건 어려울 거 같으니까 <레이먼드 카버>를 먼저 읽는다. 카버의 인생사는 얼룩진 예술가의 삶 그 자체다. 안경줄을 늘어뜨리고 말끔하게 앉아있는 체호프와 대조된다. 


대성당을 앞두고 클래식 클라우드 레이먼드 카버를 먼저 읽는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문제는 이 클래식 클라우드 <레이먼드 카버>가 대단히 좋고, 충실한 책이라는 거다. 그래서 생기는 단점이 카버의 인생을 보면 이 쓰레기ㅅㄲ.. 니 글을 내가 읽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을 하게 된다는 거다. 카버는 결혼을 두 번 하는데 첫 부인이 대차게 씩씩하고 능력있는데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카버 이야기에 등장하는 연인, 부인, 전 부인은 거의 이 첫번째 부인 메리앤이다. 심지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은 작품에 박제된다.. 자꾸만 내가 만약 메리앤인데 시간여행자라서 이ㅅㄲ가 나중에 명작을 쓰게 된다는 걸 안다면 나는 앞으로 벌어질 고난의 인생을 감수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나중에 대체 뭐가 나온다해도 나는 그냥 빠르게 내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고 생각한다. 걸작이고 뭐고 한 사람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장점은 당연히 <대성당>이나 카버의 다른 단편을 읽기 전 준비를 하는 데 이 한권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카버는 작품의 인물, 사건, 배경을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서 가져다 썼다. 그래서 카버의 인생과 작품을 시기와 장소를 따라 촘촘하게 엮은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을 따라서 작품 해설도 섞여있는데, 이게 정말 박수치게 좋다. 카버의 인생과 작품은 정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를 이해하는게 다른 하나를 이해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시리즈 특성상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는데,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정말 훌륭한 책이었다.(주제X여행기 컨셉에서 가장 걱정되는 저자의 개인적인 여행기가 적다. 꼭 있을것만 있다.)


전투 렌즈를 끼고 <대성당>을 시작한다. 그런데.. 내 다짐은.. 싸래기 눈이었다. 싸래기 눈은 공기중에서 이동중일 때나 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땅에 닿자마자 물이 되고만다. 



첫번째 단편 <깃털들>의 저 사라진 우유에서 내 다짐은 사르르 물이 되었다. 카버 부부가 친구집을 방문했고 친구 부인이 반려동물로 키우는 큰 공작새를 실내로 들이고 싶어한다. 카버 부부는 처음부터 저 공작새가 싫었고, 부인은 저 집 안에서 저 큰 새와 같이 있기 싫다. 남편은 거절해줬으면 하는 부인 옆에서 친구에게 절대로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는 잔에 남아있던 우유를 몽땅 마셔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 카버여. 나는 당신의 다른 단편도 읽을 것입니다. 체호프의 무대는 상대적으로 넓다. 보통 마을 하나의 규모나 가족단위(지금 기준으로 대가족) 안에서 일들이 벌어진다. 카버의 배경은 상대적으로 좁다. 보통 집 안이나 두명 정도의 등장인물이 다다. 인물의 이름이 무엇이든 대부분 그 인물은 카버 자신과 메리앤 두 사람이다.


다 읽고 보니 뒷부분의 문학적 해설과는 전혀 다르게 읽었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 단편들을 깊이 감탄하며 읽었는데 첫 <깃털들>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마지막 <대성당>을 더 큰 감동에 이르게 해서다. 분명 젊은 카버와 초반의 작품들에는 구분과 배제가 있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실직한 육체노동자들의 도시에서 성장해 이민자와 흑인을 배척하는 도시 전체 분위기에 따라 성장했기 때문이다. <깃털들>에서는 시작은 친구지만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를 선명하게 갈라가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분리시킨 삶은 봉합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난다. 


평범한 삶에서 인생 전체에 걸쳐진 오해와 편견, 분노와 원망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누가 몇번이나 할까. 틱틱대며 겨우겨우 친구집에 방문하던 부부는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오는길에 차 안에서 가까이 앉는다. 포근한 이불생활을 하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불만도 쌓인다. 위험한 이불 밖에 나가보아야 내 이불의 소중함을 안다. 이불 밖에서 무엇과 부딪치면서 헤쳐나가기보다 내 이불속을 머리속에 먼저 떠올려버리는 것. 이게 더 흔하고 친숙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 그래서 입밖에 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 그걸 이렇게나 다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 어떤 가치 잣대도 없이 하지만 분명하게. 세상에. 이건 체호프였다. 20세기 배경에서. 20세기 사람을.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도 모든 단편이 하나하나 보석같았는데, 그래도 그 보석 중 가장 좋았던 게 <깃털들>이다. 


레이먼드 카버여. 내가 시간여행자 메리앤이라면 뒤돌아서서 내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는 경솔한 말을 철회합니다. 견뎌낼 자신은 없지만 견뎌야 할 것 같기도 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시간여행자가 아니라서, 내가 메리앤이 아니어서, 2021년이어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카버를 읽고 카버처럼 건조하게 후기를 써보고 싶었지만 본성은 감추기 어렵다. 자제력에 집중하며 써봐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도루묵. 읽으면서 생긴 감동만큼 이렇게 좋았다는 하소연도 길어진다. (다 쓰지는 못했지만) 다른 단편들도 하나씩 하나씩 까먹어야겠다. 어떤 이유로 무엇을 더 읽어야겠다는 있어보이는 말을 하는 날이 오다니.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는 살고 보고 가까이 온 책은 읽고 볼 일이다.


+

사실 집에는 진작부터 대성당 굿즈가 있었다. 왜냐면 똑똑이 내가 레이먼드 챈들러랑 헷갈려서 대걸잘 추리소설 굿즈인줄 알고 헿헿거리며 미리 샀다. 아주 작아서 약먹는 물잔으로 쓰는데 이제 약먹을때마다 다른 게 연상될 거다. 크기비교는 우린 티백 보관소로 쓰고있는 6피스 초장그릇.


왠지 두고두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사서 읽은 똑똑이 나. 아주 칭찬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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