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로운 도서관 탐방을 했다.
8시쯤 도착했는데 종합자료실이 9시부터라 근처 보리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보리밥은 8000원 이었는데 쌉쌀하고 거칠고 맛있는 진녹색 나물이랑 무생채가 나왔다. 간만에 식당에서 먹는 맛있는 무생채..! 짭짤하기가 딱 좋은 된장찌개도 같이 나왔다. 서울에 요즘 물가에 이런 곳이 있네..? 계란후라이도 같이 나왔다.
열람실이랑 지하 휴게공간은 8시부터였다. 지하는 아침 식사 하는 분들이 있어 음식 냄새가 좀 났다. 9시 땡하면 종합자료실에 들어가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4명이나 있었다. 난생 처음 도서관 오픈런..! 나도 살면서 도서관 좀 이용해봤지 싶어 세보니 27개였다. 왜 개수를 세어보게 되었냐면 이 도서관에 난생 처음 보는 주의사항이 곳곳에 눈에 띄어서.









처음에는 하하 이런 게 있어~ 신나서 카톡할 생각에 증거사진을 무음으로 찍었지만. 생각보다 돌아다니다 보니 심각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주취자 난동까지 있는 모양이다. 1층의 북카페(저렴한 유료카페) 공간에는 자기 짐을 두고 잠자고 있는 노숙인?도 있었다. 종합자료실 좌석에는 2칸을 차지해 자기 짐을 바닥에 두고 책으로 테이블에 2칸짜리 성벽을 쌓은 사람도 있었다. 자리에 앉아 얼마 안돼서 들어오던 할아버지 한 명이 데스크의 직원들에게 대뜸 신천지를 출입금지 시키라며 여기에 10마리는 돌아다닌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용객은 대부분 남자 노인들이었다. 간간이 젊은 사람들이 대출도 하고 책도 읽으러 왔다.
최근 영화같은 일이 있었다. 집 근처 도서관 다녀오던 길에 좋아했지만 폐업한 식당 사장님을 만난 것. 닭개장과 닭곰탕, 닭죽을 팔았는데 특이하게 양이 부족한 사람은 더 주신다. 처음엔 밥만 더 주시는 줄 알았으나 본품인(?) 닭개장과 닭곰탕도 더 주시는 거였다. 가격은 만원에 기본 김치와 깍두기만 나오는데 모두 맛이 깔끔하고 맛있었다. 닭개장을 고추기름 범벅으로 느끼하게 하지 않고 집에서 끓인 맑은 국처럼 기름을 다 걷어내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나와서 좋아했던 집이었다. 처음 들어가보게 된 계기는 이사와서 집 근처를 탐방하다가 담백한 간판을 보고 체크하러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가게 벽에 초등생 영어 무료 과외 전단지가 붙어있고 식당 내부 인테리어는 없다시피하게 심플했다. 처음엔 내가 수학을 좀 거들어드릴까 특별한 날 아이들 선물이라도 좀 넣을까하는 마음도 있었어서 살피러 밥을 먹으러 갔었다. 결국 일하는 동안 체력문제로 내 코가 석자라 엄두를 못냈지만.
1인 식당이었는데 남자 사장님이 늘 캐주얼 정장 스타일로 입으시고 오픈 주방에서 조리해주시고, 손님이 없을 땐 노트북을 보신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은퇴한 목사님이 봉사 겸 소일거리하시는 식당 같애..' 속닥속닥 생각하고 궁금해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여름에 더워서 집밖을 못나간 동안 식당이 폐업하고 사라져 너무 아쉬웠는데 가던 길에 만난 것. 사장님께 인사했더니 다행히 반가워해주셨다. 사장님도 마침 도서관 가는 길(!)이어서 서서 잠시 얘기를 했다.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사장님은 잠시 식당을 운영해본 게 맞고, 그사이 마침 박사학위도 마치고,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셨다고. 고등학교 졸업후 일반인과 직접 맞대어볼 일이 없어 사람들 사이에 섞여보고자 식당을 운영해보신 거라고. (아마 기독교 쪽 목자이신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과 부대껴보니 우리나라 남성들이 정말로 고독하다고. 오후 4~5시가 되면 남성들이 혼자 밥을 먹으러 오고. 이 사람들이 말은 안하지만 굉장히 외롭다고. 그래서 사장님이 말을 많이 들어드렸다고 했다. 그 좋아하던 음식과 식당, 사장님의 비밀과 소회까지. 종합선물세트로 참 귀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동네 근처 자주 다니는 도서관들도 주로 노인층은 여자보다 남자 이용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무리활동이 많아서인 것 같다. 소수의 무례하고 불쾌한 이용자도 늘 있지만 대부분은 각자 책에 빠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용자가 많다. 마음 깊이 넣어두었던 사장님 말씀이 실감났다.
약자들을 배려하면 일반인들도 훨씬 편리해진다는 여둘톡의 말도 직접 체험한 날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며 난생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독서대가 비치돼있는 도서관은 가끔 있는데. 여기는 혁신적으로 높이가 높은데 회전까지 되는 독서대가 있었다..! 너무 편해서 나도 사려고 검색해보니 이 모델은 품절이었다. 회전까지 될 필요는 없지만 높이가 띄워져있는 건 써보니 진짜 좋아서 나도 당장 사기로 했다. 사용은 안해봤는데 잡지 코너에는 전자잡지 전용 대형 태블릿이 있었다. 책 구경하느라 놓쳤을 수도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은 이날 못봤지만. 그리고 요즘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이용하는 존은 따로 구분해놓는데 혁신적으로 태블릿과 노트북을 대여하고 있었다..! 충격. 그리고 이건 상대적으로 덜 신기했지만 정말 좋은 기계같아서 더 있었으면 한게 바로 독서용 대왕 돋보기 좌석. 돋보기 좌석은 1개였다. 높이도 높아서 정말 편할 것 같다. 요즘 난시도 노안도 정말 빨리 오는데 앞으로는 도서관에 이 기계가 많아지려나? 지나가다 문득 보게 됐는데 장애인화장실에도 등받침이 있어 약간 편리하게 느껴졌다.
오늘 도서관에서 보려고 책을 6권 담아오긴 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혹시...? 하고 신간 코너에 가서 빌리기 어려운 책들이 있나 사냥을 갔다. 간김에 눈에 띄는 궁금한 책들도 뽑아오고 잔뜩 신이 났다.
꼭 읽어본다 ♥♥♥♥
인기가 많아 궁금했던 <이달의 심리학>. 1년 열두달마다 한 꼭지로 묶어 가볍게 실행할 것을 정리하고 있어 좋다. 일상에 가까운 내용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가볍게 쓴 책인데 이게 컨셉이 3월부터 시작해서 맘에 쏙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3월에 할 일은 '버리기 고민되는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물건 연옥' 만들기'와 '좋아해 혹은 고마워 하고 소리내어 말하기'. 달마다 한 꼭지씩만 읽고 따라해보면 좋을 듯.
꼭 읽어본다 ♥♥♥♥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은 책등을 보고 뽑았다가 표지 그림이 익숙하다 했더니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작가의 신작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일도 하고 책도 내고 있었구나~ 반갑고 든든했다. 그동안 벌써 김가지(작가 필명을 바꿨다고)작가가 청소 일을 시작한지 10년이나 되었다고~. 동시에 인터뷰, 강연, 강사 일도 하게 되고, 일러스트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동안 겪은 일들과 계속되는 일에 대한 솔직한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안 읽어도 된다
결국 표지 때문에 집어든 <사이토 다카시의 훔치는 글쓰기>. 다독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니 뭔가 압축적으로 실용적인 정수를 정리해주었을까? 싶어 열어봤지만 꽝이었다. 생각보다 내용이 빈약했다. 그 중 '서평 잘 쓰는 법'을 열어봤는데 이런 순서로 훈련하라고 제시한다.
1. 책광고(띠지 같은 것) 문구처럼 짧게 책을 추천한다 생각하면서 써보기.
2. 좀더 길게 써보기.
3. 인용문을 앞뒤로 포장해서 연결하기.
그럴듯 했지만 100자평 연습과 비슷해서 새로움이 없었다. 실천편도 있던데 좀더 나으려나? 신간 서가에는 기본편만 있어서 확인불가.
꼭 읽어본다 ♥♥♥♥
할머니책 확인을 위해 뽑아든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스웨덴 화가 할머니의 에세이다. 내용은 담백하고 좋았다.
데스 클리닝은 한마디로 세상을 떠날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남기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치울 수 있는 온갖 잡동사니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 치워줬으면 좋겠는가? 기억하라. 사랑하는 이들은 당신이 남길 물건 중 몇 가지는 물려받고 싶겠지만 전부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선택을 쉽게 만들어 주자는 말이다. - 11p
데스 클리닝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로 집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즐거운 어른>에서 정옥선 작가가 나중에 아이들이 처치곤란이니 비싼 가구를 더이상 들이지 않겠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해서 역시 일정 부분을 넘어서는 생각이 비슷해지는구나 싶었다. 나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 이사온지 1년이 넘은채로 짐을 어수선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정말 짐정리를 하고 가벼워져야겠다 싶다. <이달의 심리학>의 3월 할일도 그렇고. 우선은 할머니책 목록으로는 합격이다.


꼭 읽어본다 ♥♥
심리와 상담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뽑아든 <동네언니의 상담일기>. 생각과 전혀 다른 책이었다. 저자는 상담사인데 본인의 트라우마로 상담받으며 치유했던 경험을 다정하게 정리한 책이다. 마지막에 복합 외상 치료 추천 도서 목록도 있어서 도움이 됐다. 최근 성폭력, 성추행 피해자들의 회복이나 치유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신뢰할 만한 책을 추천받은 것 같다. 목록의 5권중 <생존자들>, <몸은 기억한다>를 보관함에 우선 넣어둔다. 내가 상상한건 내담자를 만났던 경험을 정리한 책이었고, 착각이었지만 좋은 책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꼭 읽어본다 ♥
제목과 표지에 홀린듯 뽑아온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 만화책이다! 하고 일단 뽑아왔지만. 지금 내 상태에서 읽기는 조금 시크하고 시크했다. 좀더 힘들 때 보기 위해 넣어뒀다.
점심은 아침일찍 챙겨온 도시락을 먹었다. 식빵이랑 잼이 갑자기 생긴 김에 만든 도시락. 토마토를 전날밤 간장베이스 소스에 재놨다가 점심에 부라타 치즈(시판 차지키 소스 찾다가 실패하고 급 세일하는 냉동 부라타 발견!)만 잘라서 추가했다. 아침에 배송받아 들고 나왔는데 점심까지 다 안 녹아있었다! 아쉬운대로~. 토마토가 소스에 절어서 완전 꿀맛이었다. 삶은 계란도 2개씩 먹을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토마토가 배불러서 1개밖에 못 먹었다. 샌드위치는 크림치즈를 사서 식빵에 딸기잼이랑 크림치즈를 바르고 반으로 잘랐다. 슬라이스치즈도 샀는데 크림치즈를 생각보다 많이 발라야 했는지 슬라이스치즈까지 넣어 먹어도 맛있었다. 욕심부려서 두꺼운 식빵 8장을 다 가져왔는데...ㅎㅎㅎㅎㅎ 반으로 자른것 한개밖에 못 먹었다. 도시락 들고오는 아침부터 소풍 온 기분~ 하지만 계획과는 다르게 날이 추워서 야외에서 먹진 못했지만~ 도서관 1층 카페는 가격이 엄청 저렴했는데 디카페인 원두 천원을 추가해도 3500원이었다.
다시 책 탐험으로~

꼭 읽어본다 ♥♥♥♥♥
꼭 읽어본다 ♥♥♥♥♥
<귀신들의 땅> 작가의 다른 책이 있길래 뽑아본 <동생>과 이동진 추천의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이동진픽은 어디서나 빌리기 어려울 듯한데? 신착코너에 2권이나 얌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곧 사라지겠지? 두권 다 앞부분 체크만 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나중에 느긋하게 즐겨야지. 줄리언 반스의 책은 앞부분 조금만 확인했지만 줄리언 반스 책 느낌이 확 풍겼다. <동생>은 홍콩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작가이니 배경으로 그려지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을 것으로 기대중이다. <귀신들의 땅>은 <제>와 두권을 놓고 뭘 먼저 읽을까 하다 순서가 밀렸다. 아마 둘 중엔 차근차근 <동생>을 먼저 읽게 될 것 같다.
꼭 읽어본다 ♥♥♥♥
요즘 재테크, 자기계발서는 쉬어가는 타이밍인데 그래도 코앞에 있다면 뽑아보지 않을 수 없는 주언규의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새로 만든 유튜브 계정(벌써 한참 되었지만)의 영상들을 보기좋게 책으로 짧게 짧게 잘 편집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모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를, 브라질은 커피를, 인도는 인구를 가졌다. 그런데 본인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변호사들끼리는 변호사 자격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서울대에서 1등은 자랑이 안 된다. 다들 자기 강점을 과소평가한다. ... 진짜 써야 할 무기는 내 손 안에 있다. - 16p
돈을 좇지 말라는 말, 그말은 맞다. 하지만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위치가 될 때까지는 돈을 좇아야 한다. 젊음, 경험, 시간 혹은 그게 무엇이든 내가 가진 것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 16p
직업을 바꾸는 중이니 또 마음 깊이 받아들여지는 말. 정말 더이상은 못 살겠어서 그만두었지만 세상밖으로 맨몸으로 나오니 또 생존의 측면에서는 참 좋은 일이었다.
꼭 읽어본다 ♥♥♥♥♥
그리고 발견한 위화의 <원청>! 한국어판 서문 몇 문장만 보았는데도 쏙 빨려들어가면서 먹먹해지는게.. 명불허전이다. 이 미친 천재 이야기꾼. 무조건 느긋하게 읽으려고 저장.

꼭 읽어본다 ♥♥♥♥♥
첫눈에 좋은 책 느낌이 확 나서 뽑은 <나는 북경의 택시기사입니다>. 역시나였다. 앞부분을 조금 읽는데 책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한국도 살아가는게 보통 힘든 게 아니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야...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근무 스케줄이 살인적이었다. 밤샘 근무인데 아홉시반에 밥을 먹으면 아침까지 못 먹는다니. 마켓컬리 새벽배송 알바 근무자가 올린 브이로그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한 상황 같았다.(물론~ 새벽배송 근무도 쿠팡보다 마켓컬리가 처우가 좋다고 하지만.) '20세기 말, 위화 작가의 허삼관이 피를 팔아 일궈낸 삶을 21세기 노동자는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가.' 이다혜 기자의 추천사가 콕 박혔다. 올해 느긋하게 읽어볼 것이다.

꼭 읽어본다 ♥♥♥♥
고양이 소설에 푹 빠져서 뽑은 <고양이서점 북두당>. 최근에 <고양이 파견 클럽>과 고민하다 파견클럽을 먼저 보고 있어서 안 보기로 했던 책인데. 파견클럽이 너무 귀여워서 푹 빠져서 아~ 고양이 소설이 더 필요해~ 하며 확인이 필요해 서가에서 뽑아들었다. 우선 합격. 파견 클럽을 마치고 귀여운 게 필요할때를 위해 저장.
도서관 탐방2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