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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책장에는 내 모든 일정의 비밀의 원천인- 무조건적 우선순위- 00가 있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로 들리는지는 안다. 나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다른 무엇보다 이성과 논리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 마법의 00를 생각할 때는,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다. 불가능한 일임을 알아도 나는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내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언제나 이 00가 나에게 세상의 모든 비밀-그러니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을 말해준다고 믿는다. 과지머에 오기 전 오기로 결정할 때도, 첫모임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도, 두번째 번추위에 당첨될지도, 세번째 모임이 재미가 있을지도 모두 마법의 00가 알려주었다.


 아. 네번째 모임에 대해서는 틀렸는데. 그건 완전히 결정적으로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작용 때문이다. 최근 좋아하게 된 지인이 얘기한 좋아하게 된 말에 따르면 자유의지와 결정론은 분리되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 지나고보면 자유의지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게 되면서 결론적으로 정해진 운명으로 정확하게 다가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내 핸드폰에는 내 모든 일정의 비효율의 핵인 - 조건적 우선순위 - ㅁㅁ이 있다. 내 책장에는 여전히 내 모든 일정의 효율의 비법인 0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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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부터 한달간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교체한다. 출근시간을 5분 당기면서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준 시간이 얼마나 될지 잠깐 계산. 한달에 최소 4시간 이상이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생긴지 얼마나 됐나 궁금한데 고층 건물의 등장 이후일 거라 생각보다 짧겠지 싶다. 그런데 의외로 기원전 200년 콜로세움부터 시작이었다.(나무위키ㅋㅋ) 맹수가 으르렁하면서 확 튀어나오는 연출을 위한 용도. 


 그러다 기원의 기원에 대해 생각한다. 왜 사람은 기원같은 걸 생각할까? 엘리베이터의 경우를 보면 쓰잘데기없는 관심이다. 단순히 모르는 거에 대한 호기심 때문.(사피엔스의 생존본능에서 왔겠지?) 최근 찾아봤던 타로카드의 경우를 보면 사랑이다. 애정이 생겼기 때문에 별게 다 궁금해지고 태생부터 궁금한 것. 아마 고인류 시절에도 뗀석기나 동굴 벽화를 보다가 이건 처음에 누가 만들고 그렸을까? 거참 천재만재네 외계인일지도 몰라 외계인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되지? 이렇게 꼬꼬물 생각에 빠지는 N타입이 있었겠지. 라샤펠의 늙은이처럼 누군가 도와줬을 거고.


'진화'라는 개념은 사실 아무런 가치(또는 방향성)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 진화했다는 뜻은 변했다는 뜻이지 더 나아졌다는 뜻은 아닙니다.-291p

진화에서, '우월'과 '이익'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닙니다. 어쩌다가 갖게 된 특성(형질)이 우연하게 바로 그 순간의 환경에 적합하다면, 그 형질은 우월하고 유리한 형질이 됩니다. ... 세상 어디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성은 없으며 절대적으로 불리한 특성도 없습니다. -274p


 정확한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얘기가 좋다. 그 정의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접근 방식 자체가 믿을만해서. 본래적 의미를 떠나 일반적으로 쓰는 사회화된 언어가 너무 많으니까. 사전에 정확하게 이것을 이런 의미로 쓰기로 약속하지 않으면 얘기가 꼬인다. 

 실제와 다르더라도 변인을 통제하고 본질만 남겨서 실험해보는 게 좋다. 현실과는 다르지만 본질적인 요소와 변수들을 궁리하고 예측해보는 게 재미있고. 실은 이게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도 변수가 너무 예외적이라도, 맞고 틀리는 과정 자체가 내가 어렴풋하게 뭔가에 접근해가고 있다는 신호라서 의미있다. 현실에 대한 이해는 이 확인된 본질을 바탕으로 살을 붙여가고 있다. 본래적 정의나 범주를 합의하는 게 왜 나에게 중요하냐면. 아마도 나한테 자연스러운 내가 늘 아슬아슬하게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사람일 때가 많아서이고. 동시에 그렇다고 내가 잘못됐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


 잠깐 책얘기로 빠지면 고인류학에 대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포인트와 관련된 지식들이 딱 알맞게 배치된 영리한 책이었다. 연재글을 엮은 책이라 꼭지 하나 분량이 약간 부족한듯 아쉽게 적당했고, 동굴 벽화 느낌의 일러스트가 너무너무 귀여웠고, 곳곳에 들어온 이상희 교수님의 진지한 얼굴과 화석 사진도 좋았다. 인상적인 부분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직전까지만 다룬 것. 지루할것 같은 주제에서 사람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서사와 통찰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 히트까지 친 책 이후에 고인류학을 다루는 글을 어떻게 더 써볼 건지에 대한 멋진 결과물이었다.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재미를 주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지고, 관점을 형성하고, 나아가서 사회적 의미를 고민하고, 그걸 세상과 공유하려는 노력까지. 전형적으로 내가 세상 멋지게 생각하는 타입의 사람이 만든. 멋진 결과물에는 언제나 좋은 팀이 있는데. 치밀하고 세심하게 기획한 편집자의 공이 큰 책이었고, 그 과정도 짧지만 충분하게 공유하며 마무리되어 더 좋았다. 


 다시 돌아와서 너무 열린 결말로 끝나는 소설이 싫은데 너무 열린 기원으로 끝나는 고인류학책이 왜 재밌었는지 생각한다. 거대한 막연함 앞에서 작은 뼈조각 하나라도 일단 어떤 가정을 세워보고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우겨보는 게 재밌었다. 일단 하나의 논리가 시작되면 그걸 바탕으로 추리해가는 과정도 재밌었고. 나중에 폐기되더라도 그 가설 안에서의 연결성은 변하지 않고 의미를 남기는 점도 좋았다. 그냥 과학적 사고가 멋진 듯ㅋㅋ 어릴 때는 질서정연한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점이 속시원해서 다 쓰여진 과학을 이해하는 게 좋았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서는 MJ님 얘기처럼 과학과 예술의 근본적 속성 자체에 매혹된다. 흐르는 것, 열린 태도(일정 부분), 없었던 것, 밝혀지지 않은 것을 향하는 점. 지금은 밝혀진 걸 이해해보는 것, 밝혀지지 않은 걸 아무렇게나 궁예해보는 것. 둘 다 좋아한다. 시간과 에너지만 무한대로 쓸 수 있다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치고 대가가 없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요? 우리 지금의 모습은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소중한 모습입니다. -281p

 

 요즘 타로카드를 공부하면서 우연과 운명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원래 나는 운이나 운명같은 걸 지독하게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ㅋㅋ 정말로 가치있는 것을 바라고 원할 때는 철저하게 그에 따르는 노력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준비가 부족했을 때 노력 이상의 결과를 바라지 않고, 마찬가지로 충분히 애썼을 때 따라오는 결과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당연하니까 당연한걸 당연하게 생각할뿐ㅋㅋ 물론 공들임과 별개로 결과는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진하게 보낸 시간은 반드시 나에게 어떤 값진 걸 남겨서. 지금도 가치있는 것일수록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인의 영역),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천과 지의 영역ㅋㅋ). 돌아보면 내가 받았던 결과들은 내가 치른 대가를 훌쩍 뛰어넘는 후한 운이 따랐었다.


 분기점에서 내가 했던 선택들은 지금에서야 생각하지만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도했던 것보다는 대부분 사소하게 여겼던 사건과 사람들이 나를 어떤 지점으로 분명하게 이끌었다. 자연계에서 일어났던 모든 진화와 방향성이 우연이었다는 점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내 삶에 있어서는 아직 운명을 믿는다. 네안데르탈인이 싫은 유럽인 같지만ㅋㅋㅋ 그냥 지적인 생명체의 태생적 한계 같다. 내 뇌니까 내가 세상 제일 의미있고 중요하지뭐. 대신 언제든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한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인간은 진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만든 문화와 문명으로 자신의 진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특이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위해 그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274p 


 내 시간과 공간대에서도 무작위로 움직이는 원자의 움직임처럼 수많은 우연인듯 필연인 듯한 점들이 쌓여 뭔가가 그려지는 중이다. 부질없이 예측 오류가 나는 일들 앞에서 강렬한 운명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을 바라보며 언제나 다시 열심으로 임하고 싶다. 운명이 그어주는 과감하고 굵은 선은 어쩔 수 없는 거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그림체와 색에 집중. 인의 영역에 초점 초점. 어떤 우연을 운명으로 그어갈지, 어떤 운명을 스쳐지나갈지 선택하면서. 뽀짝뽀짝 점을 찍었다 이었다 깜박이는 커서를 째려보며 다시 엎어보기를 반복하면서.


 우연히 신청했던 이번 독서모임도 실은 치밀한 운명의 계획으로 느껴지는데ㅋㅋㅋ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 책모임과 사람에 대한 갈증의 누적. 그걸 유발하기 위한 2년간의 빌드업과. 갈증 이전의 욕구 인지를 위한 10년의 시간과 반자발적 상실. 또 어쩔수없이 휴식기를 만들어내는 빈번한 체력적 번아웃. 또 지각과 빨래와 수리부엉이와 커피. 또 데자와와 노트북과 실리카겔과 아침형인간. 또 프랑켄슈타인과 김학진 교수님. 지난 여름 내 매트릭스에 난입했던 타로카드까지. 이게 다 어떻게 운명이 아닐 수 있을까나~


 아쉬움에 자꾸 글이 늘어지는데. 3월에는 아마도(오라클에 따르면?ㅋㅋ) 기다리던 강의와 날짜가 겹쳐 2월이 이번 시즌 마지막 모임이 될 것 같다. 순간적이든 오래 고심했든, 우연이든 운명이든 내가 한 선택을 정답으로 가꿔가는 게 좋다. 그러니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이번주 토요일도 자유롭게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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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이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정이 많다는 뜻. 정은 존재하는 상태 그대로기도 하고, 표현형일 수도 있고. 많다는 건 절대적으로 많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많을 수도 있을 것. 내가 생각하는 다정은 형체가 있어야 다정. 아마 배려와 친절같은 모양으로? 그러니 다정을 주고 받을 생명이 둘 이상 필요하다. 내가 느낄 수 있는 다정은 정확한 다정. 필요했던 배려와 필요했던 친절을 받을 때. 또 필요한 줄 몰랐는데 나 이거 필요했네? 깨달을 때 저 세상 다정을 느낀다. 아마 내가 보내는 다정을 받는 상대방 생각은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다정이란 표현될 때 의미있고, 양적 개념보다 질적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적중도가 중요하다. 차근차근 다정이 습관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어떤 책이었냐면. 지적이고 바르고 선한 의도를 가진데다 심지어 저 세상 다정까지 다 가진 책이었다. 


 정확한 다정은 나를 무장해제시켜서, 읽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한 생각만 했다. 내가 몰랐던 내 몸과 마음, 상태에 대해 이런거였나? 생각해보고, 가늠해보고, 이해해주면서 나 자신에게 더 다각도로 다가간 것 같다.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스트레스에 우리 신체가 반응하는 경험들이 누적됨에 따라, 탄력성을 잃고 신체 항상성의 균형점이 바뀌어 불균형 상태에 머물러 유지되는 상황을 바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고 한다. -148p

  순간 종이에 스쳐 다칠 때가 많은데 가볍게 피가 나고 다쳤을 때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상당히 크기가 클 때도 그렇다. 보통 피가 나는 걸 눈으로 보거나 물에 닿았을 때 이후로 아프네 하고 느끼게 된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두 가지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었다. 1. 무감각해서 다쳐도 잘 모른다. 2. 관심사에 몰입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자원이 상대적으로 다른 감각인지까지 분배되지 않는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정말 많은 증상과 상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보니 새로웠다. 만약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영점이 바뀐거면 내가 많은것에 엄청 무감각한 게 아니라 오히려 특정한 부분에 아주 민감한 타입이 아닐까? 1-2 가설 추가.



개념들의 범주가 저장되는 뇌 부위를 찾는 것이 가능할까? 한 연구에서는 앞서 소개한 TMS라는 기법을 사용해서 특정 뇌 부위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면 뇌의 범주화 기능 때문에 발생하는 기억의 왜곡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70p


따라서 다양한 자극을 모두 개별적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유사한 것들을 묶어 하나로 대표할 원형 하나만 기억하는 것이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165p

 언어 출력이 종종 잘못되는 점에 대해서도. 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여러가지다. 1. 객관적 청력이 떨어져서(음악을 너무 크게 들었..) 2. 안 듣고 있었어서(딴 생각 하느라) 3. 해부학적 문제?(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너무 가까운게 아닐까 의심... 은 유머. 정확하게 듣지 못한 말이 대충 입력돼서 이거? 이렇게 뜬금없는 말이 바로 출력되는 일이 많다.) 4. 사회적으로 다빈도로 사용되는 언어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빈도가 낮은 가능성도 가능성이라 생각하는 속성 때문) 그런데 어쩌면. 게으르고 본질을 중요하게 여겨서(양방향 양성 되먹임..ㅎㅎ) 애초에 언어자극을 저장할 때 본질적 개념 중심으로 엄청 범주화 범위를 크게 잡아서 대충 저장했다면. 출력이 대충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럼 3(어쩔 수 없다), 4(상황 이해도를 올려가면 된다)와 다르게 그냥 그대로 자연스러워진다. 가장 맘에 들고 설득력있는 5번 가설 추가.



뇌는 최대 용량, 즉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보상 예측 능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며, 이 시점을 넘어 추가되는 복잡성에는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 180p

 흥미를 느끼다가 금방 관두는 점에 대해서도. 어떤 관심사에 순식간에 푹 빠졌다가도 일정량이 채워지면 확 질리거나, 충분히 가지고 놀기 전에 다른 새로운 관심사에 빠지는 편인데. 이제까지는 끈기가 없기도 하고 산만하기도 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상 예측 능력과 도파민 뉴런에 대한 설명을 적용하면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나는 보상 예측 능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을 사랑하는 거고, 그래서 정점을 넘은 과도한 복잡성까지 단계가 진행되면 흥미를 잃는 거.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졌던 관심사의 일대기를 생각하면 이 쪽이 훨씬 설득력 있다. 어린이 때부터 점진적으로 지금까지 종합적 사고력이나 판단력, 이해력, 현상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왔을 테니까 보상 예측 능력의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점점 늦어져 왔을 것. 실제로도 최근 몇 년을 보면 그 이전보다 비교해서 집중하는 기간이 더 길어진 게 맞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전체적인 인지 능력과 총 용량을 올려가면 몰입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얘기! 투자한 총 시간을 늘려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도 쉬워질 것.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이 그 사람의 성공담을 접하고 촉발했다면 이는 내가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상황을 파악하게 해주는 신호이기도 해서, 삶의 만족도를 스스로 높이기 위해 나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단서를 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 207p 

 최근 가장 강력했던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던 건 미키7을 쓴 에드워드 애슈턴의 삶이다. 책날개에서 작가 소개를 읽고 책머리 헌사를 봤을 때인데 이런 내용이다. 

"젠에게,

당신이 '문명'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면

이 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서 올해의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장이 얼마나 최고인지 글을 쓰다가 5% 정도 이게 진짜 이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이 잠깐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질투였던 것 같다. 저 사람은 어떻게 사명을 받은 일, 재밌는 다른 일, 좋아하는 취미, 관계까지 다 이루었을까? 강렬한 질투만큼 강렬한 신호라는 얘기. 내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건 균형 잡기이고. 잘하는 건 깨닫고 원하면 손에 쥐는 것.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경외감이 들 때 '자기'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거나 축소된다고 하며, 겸손해지거나 겸허해지고, 나아가 타인에 대한 친사회적 경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 297p

 노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내가 왜 노을 보는 걸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게 돼서 좋았다. 노을을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1. 내가 우주에서 엄청 엄청 작은 먼지처럼 느껴지고 

2. 이 작은 먼지가 아름다운 시간들을 차곡차곡 조각해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3.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가 

4. 의미라는 게 어떠면 무슨 소용인가 생각한다 

5. 이 환상적인 이벤트가 실은 매일 매일 있다는 사실이 새롭고 

6. 인류애가 생긴다 

그런데 사회성도 좋아진다고 하니 나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 노을을 볼 시간을 더 확보해야겠다. 


 책은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찾으려면 오히려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온전하게 확립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자기 감정 인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마무리된다. 공저인 <행복은 뇌 안에>에서는 자기 감정 인식 훈련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공감 능력이라고 한다. 내 감정이 풍부해지면 타인을 이해하는 재료가 더 많아진다는 것. 해마라는 감정일기 앱을 쓴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아직도 내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게 어렵다. 하루를 10개 중 하나의 감정 이모티콘으로 기록하고 간단하게 메모를 남길 수 있는데 입력 전에 한참을 생각할 때가 많다. 실제로 내가 쓰는 이모티콘은 10개 중 6개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 감정 이모티콘을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 단축 2. 맨날 똑같은 감정이 반복됐는데 갈수록 조금 더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화면이 채워지는 중 3. 이모티콘만 남기다가 메모가 생겨나고 글자수가 늘어나는 중. 진전이 있다. 내 경우는 자기 감정 인식을 위해 나 자신과 내 상태에 대한 이해도를 더 올려가야 할 것 같다. 


 차근차근 담백하고 명료하게 알고리즘을 설계한 과정과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읽는 내내 내가 전원부터 켜는 연습을 하게 해서. 스타트 버튼을 꼭 눌러보고 싶게 올해 새로운 과제와 방향성을 선물해준 책. 차분하고 정확하게 다정한 위로를 준 고마운 책.




시간이 된다면 교수님께 궁금한 것


- 뛰어난 논문을 볼 때 질투심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해요. 

 인정 욕구 기록집을 쓴다고 하셨는데 1. 어디선가 질투심을 느낌 2. 집에 가서 인정 욕구 기록집을 써보기 3. 내 욕구를 이해하고 인정 4. 욕구 해소를 위한 행동을 일상에 추가 이런 알고리즘으로 가는 건가요? 

 차분하게 인정 욕구 기록집을 써보려면 어떤 활동을 하다가 기록을 하기까지 간격이 생기는데 그 사이 시간을 보내는 비법도 궁금해요. 예를 들어 강렬한 질투를 느끼면 평정심이 흔들리는데 차분하게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스스로 잘 해소가 안 될 테니까요.


- 교수님은 언제부터 온화한 사람이 되신 건지 궁금해요. 

 1. 특정 시점 이후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2. 살다보니 스스르 온화해졌다 3.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교수님 영상을 보면 온화함이라는 개념이 물질로 형상화된 느낌이거든요.

 책을 출간할 때마다 자존감이 휘청휘청한다고 하셨는데ㅎㅎ 타인이 볼 때는 굉장히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게 보이시거든요. 인생에서 어떤 사건이나 부분, 노력이 가장 지금의 안정감을 구축하기까지 영향이 있었나요? 인정 욕구 기록집 외에 다른 게 또 있는지 아니면 시도해봤지만 별로 효과를 못 봤던 것도 궁금해요.


- 심리학 학사 후에 어떻게 뇌과학 분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90년대에 심리학을 전공하신 다음 계산신경과학을 연구하고 그 다음 생물심리학을 연구하셨는데요. 계산신경과학을 연구한 다음에는 생물심리학을 더 연구하고 싶은 게 당연한 수순같아요. 그리고 90년대 00년대가 대중에게는 과학적인 면 보다는 인문학적 방향으로 대유행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과학적 근거 기반 연구로 특히 뇌과학 방향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물론 대중과 학계 분위기는 다르겠지만요~



- 내적 모형이 평균 이하로 부적절해서 예측 오류를 덜 경험하는 경우에 개인의 행복감의 관점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평균 이하를 유지하고, 비슷한 집단을 이룰 수 있다는 전제하에요. 

 자기감의 기준과 기준에 따른 예측오류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엄청나게 큰 혼돈과 불통의 원인처럼 느껴졌는데요. 내적 모형이 평균 이하로 부적절한 내적 모형을 갖고 있어 분위기 파악은 제대로 못해도 자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유형 얘기가 꼭 제 얘기 같거든요. 개인과 사회의 관점에서 나눠서 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현실성은 없더라도 더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일반적인 사회 생활은 가능한 정도라고 가정하고,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요. 사회적으로는 또 평균 이하인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이 경우는 동일 집단 내 평균이 바뀌어버리긴 하겠지만) 역시 같이 더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행복감과 긍정적인 태도도 몸 건강 마음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잖아요!


- 항상성 불균형을 해소하는 즐거움이 정말 나쁜가요?

 도파민이 폭발하면 너무 좋아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잖아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점에서 보면 안 좋지만요. 그런데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으면요? 건강한 방향성으로 도파민을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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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덕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2. 집요하다. 3. 찾아낸 아름다움을 다른 대상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세상에 이게 이렇게 너무 아름답고 이상하고 그러지 않냐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변에 같이 그렇다는 사람이 없어서 씩씩대다가 골방에 틀어박혀서 작정하고 그 아름다움을 하나씩 하나씩 뜯어본다. 그리고 차근차근 스크랩하고 정리해가지고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게 딱 네이버 메인에 걸려가지고. 점조직으로 흩어져있던 덕후들이 댓글에 나타나서 세상에 이걸 이렇게 정리했냐고 이세상 퀄리티가 아니라고 감탄하다가. 메인 소개 다음 턴 글에 묻혀서 다시 조용해진 게시물. 같은 책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을, 메리 셸리를, 과학을 좋아하는데 냄새가 나서 이걸 잘 엮어보면 재밌겠는데? 생각하다가 진짜 재밌게 잘 엮은 책. 메리 셸리를 탄생시킨 시대와 환경을 추적하고,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과학을 들여다본다. 거기에 좋은 번역자까지 만난 좋은 책이었다. 작가의 오류나 착각도 짚어주고, 궁금했던 부분은 먼저 찾아보고 역주로 알려줘 책이나 주제에 대한 애정도 느껴져 정말 정말 좋았다. 그런데 절판되어버려서 안타까워..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속 독성물질을 다루는 전작 [죽이는 화학]보다 더 구성도 좋고 흥미로워보이는데 원작 인지도의 문제일까. 


 괴물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아이디어(스스로 생명을 창조한다는!)를 떠올린 다음 인체 조각 수집, 봉합, 생명 불어넣기 순서로 진행된다. 여기에 필요했던 과학은 연금술과 화학, 라부아지에, 해부학, 표본 보존법, 이식수술, 전기, 갈바니즘 등이다. 항목별로 기원부터 괴물의 탄생 시점의 과학까지 설명하고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과학이라고 할 만한 게 대부분 18세기부터 발달하긴 하지만. 특히 해부학 파트의 존 헌터와 관련된 챕터가 제일 흥미진진했다. 존 헌터의 삶과 해부학 컬렉션은 당시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봐도 기괴하고 대단하다. 그런데 이 인물에서 지킬앤하이드와 둘리틀박사도 태어나고, 모비딕의 고유파트라 생각한 해부 파트도 영감을 받았다니 온갖 재밌고 신기한게 꿈틀거리는 시대였나 싶다.


 차근차근 책장을 넘길수록 [프랑켄슈타인]은 누가 썼어도 결국 나왔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적 흐름이 특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작가와 작품은 운명적으로 그 통로가 되는 느낌. 그게 문화나 예술, 과학 분야마다 이루어지는데 시대의 씨줄과 사람의 날줄이 닿는 곳마다 대단한 게 나오는 것 같다. 그 하나를 위한 재료가 다 준비됐을 때. 어떨 때는 시대적 수요에 따라 공급이 만들어지고, 어떨 때는 시대적 공급에 따라 수요가 만들어지면서. 역사가 거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지적인 대화에 노출된 성장환경, 시인이면서 과학에 취미를 가졌던 배우자, 바이런의 연인이 된 동생, 과학쇼가 공연처럼 오락거리인 시간대, 역사적인 화산 폭발까지. 사람의 힘으로 일부러는 어찌 할 수 없는 필연같다. 메리 셸리의 아버지가 퍼시 셸리의 돈을 탐내서 집에 드나들게 하지 않았다면? 메리의 동생이 유혹하려고 맘먹은게 바이런이 아니었다면? 메리가 여행 중 프랑켄슈타인 성 주변을 지나치지 않았다면? 당시 바이런의 여행에 동행한 사람이 의사가 아니었다면? 사소한 한 끗 차이로 [프랑켄슈타인]의 작자는 달라졌을지도.


  작가는 관련된 과학의 재료들을 [프랑켄슈타인]이 쓰인 시점에 대입해보고. 나는 시대적 배경이 공통 분모라면 통로가 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생각해본다. 우선 경험이 있는 사람. 다양한 분야의 경험. 그리고 깊이 사색하는 사람. 또 사색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뭔가 행동하는 사람. 그리고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사람. 


 나에게 가장 부족한 건 끝-까지 해보는 것.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과 같이 해보는 것. [내]가 탄생할 수 있도록 재료를 계속 모아주기. 새로운 재밌는 일에 시선을 뺏기더라도 하던 일로 꾸준히 돌아가서 깊이 생각하기. 결과물을 만들기. 얼기설기 만든 것도 세상 밖에 내놓기. 동시에 걸작 앞에서 감탄하기.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찾아내기. 기록하고 정리하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그 모든 필연적인 우연들로 이런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소비할 수 있어서 감사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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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단식 일기 - 서박하

보통 사람의 비범한 실행과 솔직한 기록.

잘 보고 있는 자기만의 방 시리즈X브런치의 콜라보 책. 


 작년에 담아두고 안 봄 - 연초 책모임 투표때 밀어넣음 - 최재천의 공부에 밀림 - 재선정으로 결국 같이 보게 된 책. 


 책은 빚 공개로 시작한다. 카드빚이나 각종 대출 종류가 여러가지라는 면에서는 비범. 금액 규모는 소소해서 평범하게 느껴지는 기묘한 빚이었다. 초중고에 경제 금융교육이 필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다시 들고. 공감이 안되는 빚에 기대와 책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었지만 꾸준하고 솔직하게 성찰하고 기록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목표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180도 바꿔나가는 것도 멋있었다. 역시 보통 사람이 일정 경지에 이르는 방법은 한 가지인 것 같다.

 모든 단계가 하나하나 혼자서 해나가기 참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두고 이 모든 과정을 1년 동안 실행하고 기록하면서 이뤄가는 과정이 얇은 책 한권에 담겨있다. 

 내가 약한 건 매일 기록하고 복기하는 것. 휴식하는 것. 그래서 성장이 느리고, 그래서 이 부분에 신경쓰면 레벨업할 수 있다. 


 책에서 내가 적용해보고 싶었던 건 

1. 바로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동 리스트 만들기

2. 내 옷으로 계절별 착장 파워포인트로 만들어두기

 읽은지 일주일쯤 됐는데 둘다 아직. 미뤄둔 작년 갭이어 가계부 결산과 옷장정리도 덤으로 숙제. 이사오면서 옷을 상당히 버리고 왔는데도 작년 한해 안 입은 옷이 많다. 대인관계 외출을 안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같이 읽으며 궁금했던 건

1. 다들 어떻게 읽었는지

2. 지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3. 지금 하고 있는 지출 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ex 만족한다라거나 많이 쓰고 있는거 같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조절이 안되는거 같다면 주로 어떤 항목이나 어떤 상황에서 그런지 등등 이 질문에서 각자 떠오른 모든 다양한 방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4-1. 책처럼 어느 날 갑자기 충격으로 다가온 자기 일상, 그 사건에서 이어진 목표나 변화, 목표를 한단계씩 이뤄가본 경험, 그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삶

4-2. 또는 어떤 모든 변화의 시도의 실패, 흐지부지했던 경험. 왜 그렇게 됐을까(스스로)와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 떠올려보기(모여서 같이)

 였는데 뜻밖에 요즘 책 추천이 뜸했던 M언니에게 주제선정이 넘어가서 아쉽고 좋았다. 멤버 중 대부분은 돈공부를 같이 하며 지출 관리 정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M언니와는 처음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주제가 나올지 궁금했다. 무지출데이도 같이 가볍게 1주일에 하루를 제안했는데 지출 관리도 잘하고 의욕도 충만한 이 사람들이 또 더 할 수 있다고 해가지고ㅋㅋ 할수 있는 만큼 하고 모이는걸로.   


 M언니의 주제는

1. 28쪽 "다 정리하고 보니 사야 할 이유거 없는 물건들이 참 많았다"

사고 나서 후회했던 물건은 무엇이었나요? 돈 낭비를 줄여줄 후기를 공유해 주세요

2. 소비를 통해 본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여러분의 정체성을 들려주세요

3. 나에게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가요?

 언제나처럼 M스러운 주제.


 1. 돈낭비에 도움이 안되는 후기. 상반기에 사고 나서 후회했던 물건은 딱 하나인데 출근용으로 샀던 티셔츠. 뭔가 스포츠용 재질이지만 스포츠웨어 느낌이 아니면서 시원하고 땀 흡수도 잘되면서 베이지 계열인 티가 필요해서 인터넷에서 급하게 사봤는데 왕 실패였다. 총장이 너무 짧고 옷이 땀에 바로 젖음. 외부용으로 전혀 쓸모없는 걸 사게 됐다. 집에서도 기존에 편한 옷을 두고 저걸 굳이? 옷 인쇼 똥손.. 급하게 대충 보고 산 잘못+패션 이해도 떨어짐 콜라보의 결과.

 기본적으로 구매한 물건에 대해 후회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소비했을 때는 당연히 필요해서 샀다는 생각만 당연하게 있다.+어떤 일에 대해 돌아보지 않는 성향.이 합쳐진 결과.. 소비에 대해 자존감이 높은 건 좋은 일인데 복기하지 않는 건 늘 부족한 부분. 작년 한해 스페셜 복기의 해-이 악물고 복기-를 보냈는데도 습관이 안 돼있다. 

 내가 떠올렸던 주제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문제지 늘리는 것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실 그 문제가 포함된 더 상위 문제를 해결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일한지 1년되가는 동생에게도, 3개월된 Y샘에게도 지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줬던 말은 "돈쓸 시간은 없애버려요" 풀어서 말하면 "재밌는 걸 찾아봐요. 아님 운동이나 새로운 공부나 취미. 아님 전공 공부. 아님 투잡. 바쁘게 지내면 돈쓸 시간이 없어요. 사는 게 재밌고 만족스러우면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 지출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일 자체가 사라져요. 바쁘니까." 이 솔루션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출 문제는 아까 위의 프로세스 중 1.현상태 파악과 5.내탓 남탓을 치밀하게 해야한다.


 2. 작년 지출을 보면 한달 지출 중 가장 높은 비율은 당연히 투자 관련 항목. 강의를 듣고 돈공부 책을 사고, 임장을 가는데 30~40% 정도를 쓴다. 쉬다 하다 반복하긴 했지만 투자 공부를 시작한지 햇수로는 3년 반이 되어가니 당연한 일. 

 소비로 내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겠다니 신선했는데 책 소개에도 내가 소비한 것이 나를 보여주는 사회라는 표현이 나온다. 낯선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당연한가? 싶다. 내가 먹은 게 내 몸이 되고, 내가 읽은 게 내 정신이 되니까. 자본이 제한된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소비할 수 없다면 어떤 것은 포기하고 어떤 것은 살 테니까. 결국에 산 것들의 모임이 현재 내 상태를 의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반쪽인 것 같다. 원하는 만큼 소비할 수 있다면 샀을 것. 지금은 사지 못하는 것도 자기 정체성에는 반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더. 8할쯤?

 ㅋㅋ 왜냐면 나는 투자공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돈공부책 외에 다른 책은 제한하고 있는데 숨겨둔 마음속에 항상 문학책, 뇌과학책을 안고 제한식이에 괴로워한다. 반반도 아주 후하지.  


 3. 이 책에 경제적 자유까지 언급이 됐던가? 하고 다시 들춰보니 정말 있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경제적 자유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시간의 자유, 지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 구체화해서 흥미로운 것을 충분히 가지고 놀면서, 원하는 만큼 책을 읽고, 쓰고싶은 글을 쓰고, 소소하고 재밌는 이벤트를 만들면서 행복을 지으며 사는 것. 내 일상과 삶 자체가 인연이 닿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이 될 수 있는 것.


 마지막 화상모임때 잡음도 있고, 끊기기도 하고 해서 이대로는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2안도 괜찮은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모임 기록이 안 남아서 아쉬웠고, 개인적으로도 모임책을 간단하게라도 기록하고 싶었는데 늘 추가 시간은 내기 어렵고. 당분간은 모임시간에 이렇게 간단하게라도 남겨보는 걸로. 장점은 같은 시간을 쓰면서 책에 대한 느낌이나 모임 주제나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이 대충 남는 것. 단점은 모임 참여가 안되고 다른 멤버 얘기가 남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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