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과학 책장 - 과학책을 읽고, 쓰고, 번역하는 고수들의
이정모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책에서 소개한 호킹 지수(Hawking Index,HI)란 걸 처음 봤다. 아마존에서 독자들이 밑줄그은 구절의 페이지 번호를 평균내서 전체 페이지로 나눈 거라고 한다. HI가 높을수록 책을 끝까지 읽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HI가 6.6이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2.4로 꼴찌. 나는 숫자로 이해하는 걸 좋아하고 <판타스틱 과학책장>은 과학책 서평을 모아놓은 책이고해서 만들어본 판과책 지수.


이 책은 과학책을 쓰고, 번역하고, 그리는 저자 네명이 모여 만든 출판편집자를 위한 과학책 가이드라고 밝히고 있다. 겹치는 책들도 일부분 있고, 저자들의 전공의 구별없이 다양한 과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읽어보지 않을 책들에 대해서는 읽어보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고마웠고, 궁금한 책들은 천천히 도전해보고 싶어 좋았다.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인기있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소개된 책들 중 절판된 책들이 좀 있다.

공저인 책들은 별로 읽어본 게 없는데, 저자들의 특색이 드러난다. 이정모의 책장에는 자연사 파트가 많은 편이다. 단계별로 추천하는 과학사 부분이 좋았다. 이명현의 책장은 전공인 우주파트가 많은 편이고 스티븐 호킹과 빅뱅, 빅히스토리 부분이 좋았다. 이한음의 책장은 과학책 저술과 번역에 대해 이리저리 고민해본 흔적들을 보여줘 좋았다. 조진호의 책장은 생물책이 많은 편이고 익스프레스 시리즈를 탄생시킨 생각의 흐름들을 볼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 언급된 과학책 목록이 정리되어있다. 나는 어릴적 과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과학책을 읽지 않은 독자다. 우주, 뇌과학,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책들부터 조금씩 읽어보려 한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저자들의 책소개를 읽고 궁금해진 책들을 골라 소개된 책들로 나누어 만들어본게 나의 판과책 지수다.


이정모 15/77 = 0.1948

이명현 10/48 = 0.2083

이한음 16/52 = 0.3076

조진호 7/33 = 0.2121


아무래도 과학책을 저술하고 번역을 주로 하는 이한음의 파트가 읽기 편했다. 과학책의 구성이나 장단점에 대한 부분과 한계, 분석이 들어있어 과학책을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예비독자에게도 도움이 됐다. 좀더 주제별로 묶어서 정리되고, 난이도 단계별로 제시한 지도는 없을까? 하고 이정모의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을 주문했는데 <과학자의 책장>이 몇일만에 또 나왔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은 기술자들의 혁신에 의존하여 발전했으며 기술이 과학을 추동했다. ... ‘나는 어느 정도 지적 능력이 있고 시간도 많지 않으며 한 권으로 끝내고 싶다‘라는 분이라면 답은 아직까지는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하나뿐이다. - P75

현정준이 옮긴 <시간의 역사>(삼성출판사,1990)는 현재 절판 상태다. 영문판은 여전히 공항서점 판매대에서도 구할 수 있다. 이런 책이 절판 상태여서 독자들이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다행히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가 나오고 있다. 솔직히 처음 호킹의 책을 접하는 사람에게 나는 <시간의 역사>보다는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 P116

그런데 일상세계와 심오한 전문 세계를 연결하는 책은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다. ... 해당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그저 자기가 일하는 분야만 알 뿐이다. 칼 세이건이나 스티븐 호킹처럼 어느 한 개인이 과학의 서사시에 해당하는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저무는 듯도 하다. 하지만 거꾸로 일상세계와 전문 세계를 잇는 책이 나올 여지는 그만큼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 - P203

과학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로지코믹스>가 다른 과학만화책과 구별되는 매혹적인 부분이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과 혼돈, 실패와 좌절이 책의 주요 테마가 되며 가끔 환희도 섞여 있다. 이는 다른 과학만화책보다 돋보이는 부분이며, 만화책이 아닌 다른 과학교양서와도 차별화되는 이 책만의 개성이다.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이 진리를 찾는 길에서 왜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집착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며 책을 덮고나서는 아련한 감정의 여운을 간직하게 된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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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익스프레스 -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익스프레스 시리즈 3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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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알못이여

과학특급, 조진호익스프레스에 탑승하라

 

시드마이어의 문명이라는 게임이 있다. 개척자로 시작해 한 문명을 세워 지도자가 되어보는 게임이다. 소신껏 가꾼 소중한 국가가 공격적 문명에 무너질때 인생이란 생각과 같지 않아 하면서도 한동안 게임에 빠져 지냈었다. 역사를 싫어해 인류 문명의 발달과정에 낯설었기에 더 재밌었던 기억이다. 탄탄한 스토리로 역사를 이렇게 자발적으로 체험하게 할 수 있나 역사게임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나. 문명에 대한 찬사가 길어지는 이유는 문명을 떠올리게 하는 한 권의 과학그래픽노블을 만났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국산이다


블록버스터 영화같은 감각적 표지를 넘기면 두꺼운 선,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 아톰익스프레스가 출발한다.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해주려나 했던 기대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등장으로 일단 접어둔다. 새로운 과학자의 등장 때마다 원자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관념적으로 증명할수 있다면 존재하는 것이라는 플라톤과 경험과 수치로 증명이 되어야 존재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에서 같이 갈팡질팡하자. 과학에 대한 편견이 깨트려지는 순간이다. 학교에서 경험한 과학이란 기괴한 표본과 기구들이 들어찬 차가운 실험실과 오로지 정답만을 위한 문제풀이였다. 아웅다웅하는 두 철학자의 대화를 따라가다 과학의 시작은 확실한 답이 없었다는 것과 질문을 던지는 것, 그 질문을 확인해보는 것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진짜 과학의 모습이라는 걸 간접체험한다.


우리는 완성된 과학을 배우고, 정리된 이론을 배운다. 돌턴의 원자설에 이어 주기율표와 분자식을 배우기 때문에 원자의 존재에 대한 의심 없이 수헬리베붕탄 외기에 바빴다. 저자는 교과서에서 삭제된 파르메니데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헤맴의 역사를 날카롭게 들추어낸다. 원자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실패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나오는 점이 멋지다. 빛나는 과학의 탑을 몇 명의 천재들이 후딱 세운 게 아니라 이제껏 수많은 누군가의 오류들을 반석으로 세워졌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요한 부분 앞에서 집중하라고 예고하고, 복잡해보여 포기하려 할 때는 그냥 여행으로 생각하라고 다독인다. 독자를 등장시켜 화내게도 해주고, 실망시키지 않겠다 약속한다. 이게 무슨 얘기지 할 때쯤엔 여행의 시작부터 다시 맥을 짚어준다. 배경으로 녹아든 유머와 패러디에 피식거리며 읽다보면 그림으로 쉽게 풀어낸 과학이론들에 감탄하게 된다. 지난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과 믿음으로 과학이 여기까지 왔다는 데 인간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과학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알 수 없는 수치와 기호로 가득한 과학자들 그들만의 리그같다. 저자의 익스프레스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고, 틀린 생각도 중요한 계단이라고 알려준다. 과학이란 이런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원자는 있는 거냐고 없는 거냐고? 양자역학 쉽게 알려주냐고? 그래서 플라톤이 이기냐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이기냐고? 타보면 안다. 따르르르르르릉. 과학의 매트릭스 속 전화벨이 울린다. 좌표는 조진호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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