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섀퍼의 돈>은 참 읽기 어려운 책이에요. 불편한 내용들이 있고, 시키는 것도 많고, 생각보다 양도 많고요. 그럼에도 두번째로 고른 이유는 돈과 부와 부자에 대한 내 생각이 내 바람과 일치하지 않으면 중간에 낑겨 이도저도 아니게 되기 때문이죠. 저도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하고 있는 건 투자공부야' 박혀있던 생각을 '내가 하고 있는 건 돈공부야' 라고 바꾸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런 모임을 할 때마다 내거는 것은 '돈 공부 책 읽기 모임'이고요.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표지에 가득찬 저 돈이라는 글씨가 너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해요. 7년차인 지금도 아직 내면화가 완료되지 않아서 움찔할 때가 있고요.ㅎㅎㅎ 


 이번 모임은 모여서 각자 워크북을 작성하고, 소감을 나눌거에요. 


 이번 책으로 목표하는 작업은 '돈에 대한 신념' 제대로 정립하기에요. 책에는 30분만에 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 살다보면 또 원래 생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휙 돌아올 수 있는 단순하고 강력한 핵심 신념 문장을 소지하는 게 좋아요. 이걸 짜고 갖고 있고 들여다보고 하면서 다음 책까지 한번 판을 뒤집어봐요.

 

 그리고 이거 하려고 원씽을 1번으로 읽은거고~ ㅎㅎㅎ. 그럼 이제부터 한권의 책을 읽고서는 내가 내 삶에 적용할 단 한가지를 정해서 다음 책 모임 시작때 복기(라고 쓰고, 반성, 후회, 다시 다짐이라고 읽...지 말자.)해보고 박수도 치고 응원도 하고 다음 계단으로 가게요. 그러니까 워크북 작성까지 해보고 나서는 <보도 섀퍼의 돈>에서 적용할 단 한가지를 발표하겠습니다~ 제가 2020년 처음 이 책을 읽고 적용했던 원씽은 100만원 수표 들고 다니기였어요. 후기와 이번 원씽은 모임때. 


 지난 <원씽>을 읽으며 제가 최소한으로 바라는 적용점은 각자 골든타임 찾기였고요. 저는 일할 때랑 너무 달라져서 컨디션도 일정도 오두방정이라 갈피를 못 잡아서 사실 좀 스트레스였어요. 이제는 좀 서서히 안정이 돼서 (반년만에...ㅎㅎㅎ) 우선 이 요동치는 게 앞으로의 생활이다 라는 걸 조금은 받아들인 거 같아요. 그래서 큰 틀에서 정해놓고 되는대로 가장 중요하고 급한일부터 처리해나가는 중이에요. 유리공 깨질거 같으면 다 등뒤로 집어던져버리는 것도 전보다는 더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오히려 내 인생의 원씽 찾기가 진도가 더 나간 부분이 있어요. 이것도 모임때 더 얘기하는걸로~ 


 그럼~ 토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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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44쪽까지.


 불광출판사판도 좋아보여서 기웃거리다 도서관에서 확인해보니 경문 위주로 구성돼있어 내려놓았다.


 책을 펼치자마자 티벳, 부탄, 인도, 다즐링 지역을 여행하고 싶다. 다즐링은 차 때문에 언젠가 가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한번 마주치게 된다. 우파니샤드, 바가바드 기타도 공부해보고 싶다. 사자의 서를 읽는 동안 같이 읽으면 좋겠지만~ 아마 사자의 서도 겨우 읽을 듯하다. 바가바드 기타는 전에 한번 빌려서 조금 보다가 반납해버렸던 기억. 자세 때문에 멈춰뒀던 명상도 다시 하고 싶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책을 펼치자마자 생에 대한 욕구로 가득하다.


 나는 솔직히 이런 치트키는 좀 불법이라고 생각된다.. 뼛속에 새겨진 노력주의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생에서 부단한 수행으로 깨달음을 이루어야지 적당히 살아도 죽음 직후 가이드 목소리를 잘 따라가면 깨달음을 얻어지는 해킹시스템이 있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가이드의 목소리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생시에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니 후뚜루마뚜루 만능규칙은 아닌 것 같지만.


 그리고 이런 시스템이면 같이 수행하다가 마지막에 죽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다 잘 보내고 혼자 수행으로 깨닫는 길로 가야지뭐.. 


 그리고 요즘 생각의 화두 중 끄트머리 하나를 차지하는 게 악인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서는 사자에게 즉시 이 사자의 서를 읽어주고 안내를 하면 보통은 해탈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심한 악인은 제외된다. 심한 악인은 사자의 서를 들어도 해탈이 안되고 윤회 시스템으로 간다. 이런 성스러운 정신적인 세계에서도 심한 악인은 따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심한 악인은 왠만해선 손쓸수 없게 정화할 수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손대지 않아도 다 이해해주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면죄부 보증서를 받은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되면 참 생시의 세계는 점점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깨달은 자와 보통의 의식들은 점차 하나씩 해탈로 이 세계를 떠나가고.. 반복해서 남는 것은 구제가 안되는 의식들의 진창이 되면.. 도대체가. 머리가 아파진다. 


12p 삶도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세계도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

 잘 창조해보자.. 그간의 억지를 쓰고 살아왔던 삶을 털어버리고 주물주물 흐름을 타며. 습습후후 몸에 힘을 빼고.


12p 아,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지대넓얕에서 채사장님이 자꾸 반복해서 말할때 막상 별 생각이 없었는데. 글씨로 읽어보니 듣기좋다~ 아침마다 소리내서 반복해서 말해줘야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귓가에 대고 말해주고 싶다. 아.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13p 먼저 '나'가 죽어야만 한다

  요즘 반복되는 꿈의 주제다. 이제 지나온 것, 등돌리고 버리고 온 것에서 벗어나야한다. 이 생각을 하는데 카페 테라스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 생각, 행동을 흘려보내고 바꾸어야될 때라고 한다. 겉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아직 형체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16p 모든 존재가 행복을 발견하기를.

  읽는데 눈물이 주르륵. 내 무의식에 뭔가 이런게 있는듯. 아니면 요즘 해결해야 될 문제의 해결 실마리 인듯. 앞으로 이런 기도를 해야겠다. 눈물이 많은데 내가 의식에서 억압했던 것들이 존재감을 외칠때 주로 눈물이 나오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적어두고 오늘 타로로 확인해보니 내 생각과 비슷하고 약간은 다른 내용이었다. 이 문장이 오래된 나의 감정을 녹여서 '나 또한 행복해져도 되는 존재'라는 위로를 받아 연결되었다는 것. 그러니까 내 무의식에 켜켜이 잠겨있던 어떤 문에 정확한 열쇠가 꽂힌 것도 맞고, 한편으로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시도했을때 자애명상에 실패해서 그렇지. 


24p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왜 나는 이곳에 육신을 갖고 태어났는가?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탄생은 왜 있으며 죽음은 왜 있는가?

 이 질문은 한번 명상과 타로로 생각해보자. 이렇게 메모해두고 아침에 에너지가 가장 좋을때 집중해서 타로를 뽑았다. 나는 내가 누구고 무엇인지 처음에 궁금하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왜 나는 이곳에 육신을 갖고 태어났는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과 행복을 경험하고, 그것이 허상임을 깨닫고, 내 운명을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밝게 비추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나는 전체 여정에서 반절 정도를 지난 의식인 것 같다.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이상향을 쫓아 가고 있다. 막막하고 답답함을 지나 내 세계를 세우고 있다. 지난한 과정이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천천히 나아가며 배우는 사람이고, 변화하고 있다. 이번 생에서 사람들과 연결됨에서 배우게 된다. 


25p 그대여, 진리에 대한 열망과 명상과 실제 수행을 하나로 묶으라. 그리하여 실제 수행을 통해서 진정한 앎을 얻으라. 이 삶과 다음의 삶과 그 둘 사이의 삶을 하나로 여기라. 그리하여 그것들이 하나인 것처럼 그대 자신을 수행하라."

 진리에 대한 열망과 명상과 실제 수행을 하나로 묶으라니. 이런 건 듣도 보도 생각도 못해본 것. 너무 멋진 삶이다. 이렇게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늘 내 삶이 내 가치관에 세상에 구현된 그 자체이기를 바라고 의도하며 살아왔다. 아,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삶도 내 자신이 오밀조밀 빚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삼위일체를 생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34p 고대에는 신비 종교의 입문식에서 반드시 죽음의 의식이 행해지곤 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음의 세계를 미리 체험하는 신비 의식이었다.

 나도 기존 자아의 죽음 의식을 해볼까? 싶다. 아직 뭘 죽여야할지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사색과 탐구가 더 필요하다. 


36p <티벳 사자의 서>가 가르치듯이, 인간은 분명한 의식을 지닌 채 마음의 평정을 이룬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역시 죽음의 방식은 단식 존엄사여야 된다. 엉겁결에 놀라거나 하면서 죽어버리면 말짱 도루묵. 


40p "인간은 육신을 버릴 때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음의 삶을 얻으리라. 그의 생각이 몰두해 있는 그 상태를 그는 얻게 되리라."

 죽음의 순간의 마지막 생각이 다음 생 결정한다니. 해탈마저도 수능 시스템이다! 평생 마음을 잘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잘 닦아보아도 죽음 직후 평정심을 잃고 호리호리 엉뚱한 빛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재수 당첨. 생시에 어떻게든 <티벳 사자의 서>에 통달하고 자동반사가 가능해져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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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씽>은 저에게는 좀 특별한 책이에요. 돈공부를 막 시작하면서 정말 중요한 투자서가 아니면 사기 싫었고, 그래서 이후에 수없이 도서관을 오가며 빌려서 택을 붙였다 뗐고요. 몇몇 문장을 에버노트에 옮겨쳤다가, 글쎄.. 그러다 이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10번쯤 갔다왔을 때인가. 도서관을 왕복한 시간의 값이 이 책의 정가를 진작 넘어섰겠다 그동안 바보같은 짓을 했다 이제는 그냥 사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아끼는 온갖 책들을 다 처분하고 남겨둔 책장 안에 남아있는 책이죠.ㅎㅎㅎㅎㅎ 메시지는 단순하고, 중간중간 중요한 내용들이 시각화가 정말 잘 되어있는 독자의 시간을 배려하는 책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앞으로 해나갈 공부에서 그 여정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 때 히유~ 읏차~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일어서볼 힘을 주고, 다시 돌아오게 될 책이기에. 제목을 읽으면 다 읽은 책이지만(역시 독자를 배려하는 책이죠) 같이 읽고 모여서 얘기까지 해볼 첫번째 책으로 골랐어요. 기본 발제를 가지고 같이 얘기할 거고, (+)가 있는 부분은 여유가 있는 사람만 같이 얘기해요.


 같이 나눠볼 이야기는

1. 1부에는 성공에 대한 6가지 잘못된 믿음이 나와요. 

모든 일은 다 중요하다고!! 

멀티태스킹이 곧 능력 아니야??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지!! 

의지로 안되는 일은 없지!! 

워라밸이 중요하지!! 

크게 벌이는 일은 위험하지!! 

 이 중에 내가 극복하기 가장 힘든 믿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믿음이 생기게 된 계기나 경험이 있으면 나눠주세요. 또 그 믿음이 내 생활에서 어떤 생각이나 행동의 패턴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지 생각해보고 얘기해봐요.

 아니면 모든 잘못된 믿음에서 자유롭나요? 그렇다면 이 중에 과거에 내가 가지고 있었지만 그 믿음이 깨지게 된 계기나 경험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처음부터 이 모든 믿음에서 자유로웠나요? 그렇다면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고 나눠주세요. 


2.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에서 원씽은 무엇이었나요? 떠오르는게 없다면 지난 삶에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이 무엇인지 나눠주세요.(양적이나 질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한 가지로 압축하기 어렵다면 떠오르는 몇몇 여러가지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 모임까지 여유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 내 인생의 원씽이 있나요? 새로운 원씽과 새로운 시대를 최초로 타인에게 내 입과 내 목소리로 발화해봅시다!


3.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나요? 내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 5가지만 생각해보고 같이 얘기해봐요. 

+ 모임까지 여유가 있다면. 내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 10가지를 생각해봐요. 써내려가는 손보다 떠오르는 게 빠른가요? 생각나는대로 전부 다이어리에 적어봐요. 그 중 몇가지만 얘기해줘도 좋고 원하는만큼 전부 얘기해봐요. 

+ 모임까지 여유가 있다면. 내가 결국에 최대치로 원하는 모든 행복한 인생의 장면 5가지를 생각해봐요. 


4. 내 일상과 컨디션에서 가장 베스트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대략적인 일과표도 궁금해요.(주간 혹은 월간?) 딱 떠오르지 않으면 앞으로 일주일간 내 일과를 살펴보면서 언제인지 찾아보고 같이 얘기해봐요. 


5. 이 책은 1부에서 우리가 어떤 것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고, 2부에서 어떤 성공을 위해 초점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3부에서 그 초점을 결국 오늘 하루의 원씽으로 어떻게 가져올지 알려줘요. 169p의 빙산 그림처럼 어떤 사람들이 보여주는 생산성에는 숨겨진 우선순위가 바탕이 되고, 그 숨겨진 우선순위에는 숨겨진 목적의식이 있죠. 그러니까 이 목적-우선순위-생산성의 연결고리에서 내가 잘 끊기는 지점은 어디인지(각 세 가지의 연결부위 혹은 세 가지 중 그 자체) 생각해보고 얘기해봐요. 


 앞으로 우리는 한 권 한 권 느리지만 탄탄하게 읽고, 삶에 적용해갈 거에요.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각자 다를 수 있고 같을 수도 있는 하나의 원씽을 내 몸에 붙여가는 거죠. 정말 느리고 가장 빠른 길로 갈 거에요. 이번 책 <원씽>에서 제가 목표하는 모두에게 최소한의 원씽은 4번 발제 ’내 일과에서 골든타임이 언제인지 찾기‘에요. 이 골든타임을 발견하고, 가꾸어 나가는 게 앞으로의 성과를 좌우할 거라서요. 좀더 이 여정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에게 권하는 최대한의 원씽은 2번 추가 발제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본 앞으로 내 인생의 원씽이 무엇인지 찾기‘에요. 너무 거창하면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그냥 가볍게 스케치로 한번 생각해보고, 더 멋진 게 떠오르면 조금씩 바꾸면서 가꾸면 돼요. 

 그럼! 다음 토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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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새로운 도서관 탐방을 했다. 


 8시쯤 도착했는데 종합자료실이 9시부터라 근처 보리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보리밥은 8000원 이었는데 쌉쌀하고 거칠고 맛있는 진녹색 나물이랑 무생채가 나왔다. 간만에 식당에서 먹는 맛있는 무생채..! 짭짤하기가 딱 좋은 된장찌개도 같이 나왔다. 서울에 요즘 물가에 이런 곳이 있네..? 계란후라이도 같이 나왔다. 


 열람실이랑 지하 휴게공간은 8시부터였다. 지하는 아침 식사 하는 분들이 있어 음식 냄새가 좀 났다. 9시 땡하면 종합자료실에 들어가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4명이나 있었다. 난생 처음 도서관 오픈런..! 나도 살면서 도서관 좀 이용해봤지 싶어 세보니 27개였다. 왜 개수를 세어보게 되었냐면 이 도서관에 난생 처음 보는 주의사항이 곳곳에 눈에 띄어서.



 처음에는 하하 이런 게 있어~ 신나서 카톡할 생각에 증거사진을 무음으로 찍었지만. 생각보다 돌아다니다 보니 심각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주취자 난동까지 있는 모양이다. 1층의 북카페(저렴한 유료카페) 공간에는 자기 짐을 두고 잠자고 있는 노숙인?도 있었다. 종합자료실 좌석에는 2칸을 차지해 자기 짐을 바닥에 두고 책으로 테이블에 2칸짜리 성벽을 쌓은 사람도 있었다. 자리에 앉아 얼마 안돼서 들어오던 할아버지 한 명이 데스크의 직원들에게 대뜸 신천지를 출입금지 시키라며 여기에 10마리는 돌아다닌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용객은 대부분 남자 노인들이었다. 간간이 젊은 사람들이 대출도 하고 책도 읽으러 왔다. 


 최근 영화같은 일이 있었다. 집 근처 도서관 다녀오던 길에 좋아했지만 폐업한 식당 사장님을 만난 것. 닭개장과 닭곰탕, 닭죽을 팔았는데 특이하게 양이 부족한 사람은 더 주신다. 처음엔 밥만 더 주시는 줄 알았으나 본품인(?) 닭개장과 닭곰탕도 더 주시는 거였다. 가격은 만원에 기본 김치와 깍두기만 나오는데 모두 맛이 깔끔하고 맛있었다. 닭개장을 고추기름 범벅으로 느끼하게 하지 않고 집에서 끓인 맑은 국처럼 기름을 다 걷어내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나와서 좋아했던 집이었다. 처음 들어가보게 된 계기는 이사와서 집 근처를 탐방하다가 담백한 간판을 보고 체크하러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가게 벽에 초등생 영어 무료 과외 전단지가 붙어있고 식당 내부 인테리어는 없다시피하게 심플했다. 처음엔 내가 수학을 좀 거들어드릴까 특별한 날 아이들 선물이라도 좀 넣을까하는 마음도 있었어서 살피러 밥을 먹으러 갔었다. 결국 일하는 동안 체력문제로 내 코가 석자라 엄두를 못냈지만.


 1인 식당이었는데 남자 사장님이 늘 캐주얼 정장 스타일로 입으시고 오픈 주방에서 조리해주시고, 손님이 없을 땐 노트북을 보신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은퇴한 목사님이 봉사 겸 소일거리하시는 식당 같애..' 속닥속닥 생각하고 궁금해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여름에 더워서 집밖을 못나간 동안 식당이 폐업하고 사라져 너무 아쉬웠는데 가던 길에 만난 것. 사장님께 인사했더니 다행히 반가워해주셨다. 사장님도 마침 도서관 가는 길(!)이어서 서서 잠시 얘기를 했다.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사장님은 잠시 식당을 운영해본 게 맞고, 그사이 마침 박사학위도 마치고,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셨다고. 고등학교 졸업후 일반인과 직접 맞대어볼 일이 없어 사람들 사이에 섞여보고자 식당을 운영해보신 거라고. (아마 기독교 쪽 목자이신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과 부대껴보니 우리나라 남성들이 정말로 고독하다고. 오후 4~5시가 되면 남성들이 혼자 밥을 먹으러 오고. 이 사람들이 말은 안하지만 굉장히 외롭다고. 그래서 사장님이 말을 많이 들어드렸다고 했다. 그 좋아하던 음식과 식당, 사장님의 비밀과 소회까지. 종합선물세트로 참 귀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동네 근처 자주 다니는 도서관들도 주로 노인층은 여자보다 남자 이용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무리활동이 많아서인 것 같다. 소수의 무례하고 불쾌한 이용자도 늘 있지만 대부분은 각자 책에 빠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용자가 많다. 마음 깊이 넣어두었던 사장님 말씀이 실감났다. 


 약자들을 배려하면 일반인들도 훨씬 편리해진다는 여둘톡의 말도 직접 체험한 날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며 난생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독서대가 비치돼있는 도서관은 가끔 있는데. 여기는 혁신적으로 높이가 높은데 회전까지 되는 독서대가 있었다..! 너무 편해서 나도 사려고 검색해보니 이 모델은 품절이었다. 회전까지 될 필요는 없지만 높이가 띄워져있는 건 써보니 진짜 좋아서 나도 당장 사기로 했다. 사용은 안해봤는데 잡지 코너에는 전자잡지 전용 대형 태블릿이 있었다. 책 구경하느라 놓쳤을 수도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은 이날 못봤지만. 그리고 요즘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이용하는 존은 따로 구분해놓는데 혁신적으로 태블릿과 노트북을 대여하고 있었다..! 충격. 그리고 이건 상대적으로 덜 신기했지만 정말 좋은 기계같아서 더 있었으면 한게 바로 독서용 대왕 돋보기 좌석. 돋보기 좌석은 1개였다. 높이도 높아서 정말 편할 것 같다. 요즘 난시도 노안도 정말 빨리 오는데 앞으로는 도서관에 이 기계가 많아지려나? 지나가다 문득 보게 됐는데 장애인화장실에도 등받침이 있어 약간 편리하게 느껴졌다. 


 오늘 도서관에서 보려고 책을 6권 담아오긴 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혹시...? 하고 신간 코너에 가서 빌리기 어려운 책들이 있나 사냥을 갔다. 간김에 눈에 띄는 궁금한 책들도 뽑아오고 잔뜩 신이 났다. 



 꼭 읽어본다 ♥













 인기가 많아 궁금했던 <이달의 심리학>. 1년 열두달마다 한 꼭지로 묶어 가볍게 실행할 것을 정리하고 있어 좋다. 일상에 가까운 내용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가볍게 쓴 책인데 이게 컨셉이 3월부터 시작해서 맘에 쏙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3월에 할 일은 '버리기 고민되는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물건 연옥' 만들기'와 '좋아해 혹은 고마워 하고 소리내어 말하기'. 달마다 한 꼭지씩만 읽고 따라해보면 좋을 듯.



 꼭 읽어본다 ♥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은 책등을 보고 뽑았다가 표지 그림이 익숙하다 했더니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작가의 신작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일도 하고 책도 내고 있었구나~ 반갑고 든든했다. 그동안 벌써 김가지(작가 필명을 바꿨다고)작가가 청소 일을 시작한지 10년이나 되었다고~. 동시에 인터뷰, 강연, 강사 일도 하게 되고, 일러스트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동안 겪은 일들과 계속되는 일에 대한 솔직한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안 읽어도 된다














 결국 표지 때문에 집어든 <사이토 다카시의 훔치는 글쓰기>. 다독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니 뭔가 압축적으로 실용적인 정수를 정리해주었을까? 싶어 열어봤지만 꽝이었다. 생각보다 내용이 빈약했다. 그 중 '서평 잘 쓰는 법'을 열어봤는데 이런 순서로 훈련하라고 제시한다. 

1. 책광고(띠지 같은 것) 문구처럼 짧게 책을 추천한다 생각하면서 써보기. 

2. 좀더 길게 써보기.

3. 인용문을 앞뒤로 포장해서 연결하기.

 그럴듯 했지만 100자평 연습과 비슷해서 새로움이 없었다. 실천편도 있던데 좀더 나으려나? 신간 서가에는 기본편만 있어서 확인불가.



 꼭 읽어본다 ♥













 할머니책 확인을 위해 뽑아든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스웨덴 화가 할머니의 에세이다. 내용은 담백하고 좋았다. 

데스 클리닝은 한마디로 세상을 떠날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남기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치울 수 있는 온갖 잡동사니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 치워줬으면 좋겠는가? 기억하라. 사랑하는 이들은 당신이 남길 물건 중 몇 가지는 물려받고 싶겠지만 전부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선택을 쉽게 만들어 주자는 말이다. - 11p

 데스 클리닝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로 집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즐거운 어른>에서 정옥선 작가가 나중에 아이들이 처치곤란이니 비싼 가구를 더이상 들이지 않겠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해서 역시 일정 부분을 넘어서는 생각이 비슷해지는구나 싶었다. 나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 이사온지 1년이 넘은채로 짐을 어수선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정말 짐정리를 하고 가벼워져야겠다 싶다. <이달의 심리학>의 3월 할일도 그렇고. 우선은 할머니책 목록으로는 합격이다. 



 꼭 읽어본다 ♥
















 심리와 상담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뽑아든 <동네언니의 상담일기>. 생각과 전혀 다른 책이었다. 저자는 상담사인데 본인의 트라우마로 상담받으며 치유했던 경험을 다정하게 정리한 책이다. 마지막에 복합 외상 치료 추천 도서 목록도 있어서 도움이 됐다. 최근 성폭력, 성추행 피해자들의 회복이나 치유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신뢰할 만한 책을 추천받은 것 같다. 목록의 5권중 <생존자들>, <몸은 기억한다>를 보관함에 우선 넣어둔다. 내가 상상한건 내담자를 만났던 경험을 정리한 책이었고, 착각이었지만 좋은 책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꼭 읽어본다 ♥














 제목과 표지에 홀린듯 뽑아온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 만화책이다! 하고 일단 뽑아왔지만. 지금 내 상태에서 읽기는 조금 시크하고 시크했다. 좀더 힘들 때 보기 위해 넣어뒀다. 


 점심은 아침일찍 챙겨온 도시락을 먹었다. 식빵이랑 잼이 갑자기 생긴 김에 만든 도시락. 토마토를 전날밤 간장베이스 소스에 재놨다가 점심에 부라타 치즈(시판 차지키 소스 찾다가 실패하고 급 세일하는 냉동 부라타 발견!)만 잘라서 추가했다. 아침에 배송받아 들고 나왔는데 점심까지 다 안 녹아있었다! 아쉬운대로~. 토마토가 소스에 절어서 완전 꿀맛이었다. 삶은 계란도 2개씩 먹을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토마토가 배불러서 1개밖에 못 먹었다. 샌드위치는 크림치즈를 사서 식빵에 딸기잼이랑 크림치즈를 바르고 반으로 잘랐다. 슬라이스치즈도 샀는데 크림치즈를 생각보다 많이 발라야 했는지 슬라이스치즈까지 넣어 먹어도 맛있었다. 욕심부려서 두꺼운 식빵 8장을 다 가져왔는데...ㅎㅎㅎㅎㅎ 반으로 자른것 한개밖에 못 먹었다. 도시락 들고오는 아침부터 소풍 온 기분~ 하지만 계획과는 다르게 날이 추워서 야외에서 먹진 못했지만~ 도서관 1층 카페는 가격이 엄청 저렴했는데 디카페인 원두 천원을 추가해도 3500원이었다. 


 다시 책 탐험으로~ 



 꼭 읽어본다 ♥













 꼭 읽어본다 ♥














 

 <귀신들의 땅> 작가의 다른 책이 있길래 뽑아본 <동생>과 이동진 추천의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이동진픽은 어디서나 빌리기 어려울 듯한데? 신착코너에 2권이나 얌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곧 사라지겠지? 두권 다 앞부분 체크만 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나중에 느긋하게 즐겨야지. 줄리언 반스의 책은 앞부분 조금만 확인했지만 줄리언 반스 책 느낌이 확 풍겼다. <동생>은 홍콩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작가이니 배경으로 그려지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을 것으로 기대중이다. <귀신들의 땅>은 <제>와 두권을 놓고 뭘 먼저 읽을까 하다 순서가 밀렸다. 아마 둘 중엔 차근차근 <동생>을 먼저 읽게 될 것 같다.



 꼭 읽어본다 ♥














 요즘 재테크, 자기계발서는 쉬어가는 타이밍인데 그래도 코앞에 있다면 뽑아보지 않을 수 없는 주언규의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새로 만든 유튜브 계정(벌써 한참 되었지만)의 영상들을 보기좋게 책으로 짧게 짧게 잘 편집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모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를, 브라질은 커피를, 인도는 인구를 가졌다. 그런데 본인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변호사들끼리는 변호사 자격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서울대에서 1등은 자랑이 안 된다. 다들 자기 강점을 과소평가한다. ... 진짜 써야 할 무기는 내 손 안에 있다. - 16p

 돈을 좇지 말라는 말, 그말은 맞다. 하지만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위치가 될 때까지는 돈을 좇아야 한다. 젊음, 경험, 시간 혹은 그게 무엇이든 내가 가진 것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 16p


 직업을 바꾸는 중이니 또 마음 깊이 받아들여지는 말. 정말 더이상은 못 살겠어서 그만두었지만 세상밖으로 맨몸으로 나오니 또 생존의 측면에서는 참 좋은 일이었다. 




 꼭 읽어본다 ♥













 그리고 발견한 위화의 <원청>! 한국어판 서문 몇 문장만 보았는데도 쏙 빨려들어가면서 먹먹해지는게.. 명불허전이다. 이 미친 천재 이야기꾼. 무조건 느긋하게 읽으려고 저장.



 꼭 읽어본다 ♥















 첫눈에 좋은 책 느낌이 확 나서 뽑은 <나는 북경의 택시기사입니다>. 역시나였다. 앞부분을 조금 읽는데 책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한국도 살아가는게 보통 힘든 게 아니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야...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근무 스케줄이 살인적이었다. 밤샘 근무인데 아홉시반에 밥을 먹으면 아침까지 못 먹는다니. 마켓컬리 새벽배송 알바 근무자가 올린 브이로그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한 상황 같았다.(물론~ 새벽배송 근무도 쿠팡보다 마켓컬리가 처우가 좋다고 하지만.) '20세기 말, 위화 작가의 허삼관이 피를 팔아 일궈낸 삶을 21세기 노동자는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가.' 이다혜 기자의 추천사가 콕 박혔다. 올해 느긋하게 읽어볼 것이다. 



 꼭 읽어본다 ♥














 고양이 소설에 푹 빠져서 뽑은 <고양이서점 북두당>. 최근에 <고양이 파견 클럽>과 고민하다 파견클럽을 먼저 보고 있어서 안 보기로 했던 책인데. 파견클럽이 너무 귀여워서 푹 빠져서 아~ 고양이 소설이 더 필요해~ 하며 확인이 필요해 서가에서 뽑아들었다. 우선 합격. 파견 클럽을 마치고 귀여운 게 필요할때를 위해 저장. 



 도서관 탐방2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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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여름 <단식 존엄사>를 읽었다. 대만의 한 할머니가 적당한 시점에-당사자 기준으로- 스스로 단식으로 존엄사를 시도했고, 의사인 딸이 그 과정을 돕고 기록한 책이다.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지만, 읽자마자 이거 참 왠만해선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원하는 시점을 정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또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무리할 시간을 어느정도 충분히 -충분하다는 건 유족에게는 없을 수 있지만. 의외로 우리가 일주일 한달 주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관계를 위한 양질의 시간을 보내는지 생각해보면 각자 어느정도 가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가지고 끝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정말로 끝부분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시험 범위 전체를 빠짐없이 다 복습한 느낌으로?- 맘에 든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 책을 추천했는데 -불효자식이 될 위험이 있지만 엄마의 T적 성향을 더 믿었다- 간단한 책 소개만으로도 엄마는 매혹됐다. 아주 좋아했다. 확실히 노년의 돌봄노동을 주로 담당하게 되는 여성들은 이 단식 존엄사에 열렬한 반응인 것 같다. 아빠한테도 얘기해봤어? 응 느그 아빠는 절대 안한단다. 자기는 아주 누웠드라도 끝까지 살란다고 그러드라. 역시 평생 돌봄노동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게 존재한다는 인지도 없고 당연히 천부인권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남편과 얘기를 해봤는데 남편의 반응도 의외였다. 남편은 원래 특이점이 올 떄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주의다. 실물 몸을 가지고 영생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신만 옮기는 류의 영생은 거절한다. 자기 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단식 존엄사라는 개념 자체는 내 생각엔 충분히 합리적이어서 동의할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왠걸? 남편은 절대 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식 존엄사 하고 싶다 했더니 그건 내 맘이란다. 나를 설득할 생각은 없다. 


 이번 책으로 다시 한번 시체 처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게 된다.(인생의 중간 지점.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개인이 시체 처리를 할 때 결정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시체를 실용적으로 재사용할 것인가.(기증-여러 용도로 사용) 둘째는 이 시체처리의 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유족이 있는 경우) 우선 남편의 경우는 자기 시체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단다. 시체는 자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그럼 기증해도 재사용하면 어때? 하니 상관없다고 한다. 그럼 기증할 거냐고 물으면 어떻게 할거야? 하니 별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안 한다는 말과 같다. 왜냐면 물었을 때 긍정이 아니면 묻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기증해달라고 할 가능성이 없는거니까. 어쨌거나 본인 시체가 죽은뒤 어찌되든 상관은 없지만 굳이 기증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 두번째 결정권에 대해서는 자기는 죽어버린 몸이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내가 뜻이 있다면 내 맘대로 처리하라고 한다. 


 그 얘기 전 시체 처리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 둘다 죽기전 시체 본인에게 있다고 확인을 했다. (나는 mbti T가 약간 높은 편이고, 남편은 만나보니 F지만 T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리 둘의 알고리즘에서는 시체 처리 결정권은 당연히 시체 본인에게 있다. 남편 시체의 경우 시체 처리를 나에게 맡겼기 때문에 나는 시체 2구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그래서 내가 그럼 레닌처럼 자기를 보존해서 데리고 살아도 돼? 하니 그러고 싶어? 원하는대로 하란닿ㅎㅎㅎㅎ 아무리 가정의 가정 상황 설정 중이라도 그건 좀 아니라고~ 암튼 이 정도면 내 맘대로 하란 말이 맞겠지- 그런데 실제적으로는 두번째(처리 결정권)보다는 첫번째(기증여부)가 더 문화적으로 저항이 크니 이런 경우가 문제가 될 것 같다. 시체 본인은 기증해줘 유족 입장은 기증 절대 안돼. 좀더 작은 문제같지만 물론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될 것 같다. 시체 본인은 기증될 수 없어 유족 입장은 기증해야돼(?) 아 이것도 큰 문제다. 


 우리 둘이 얘기하면서는 아무튼 그래서 죽기 전에 본인이 원하는 처리 방법에 대해 법적 효력이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 우리 시체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하면 되는걸로 마무리했다. 그래서 다시 <단식 존엄사>로 돌아가면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자기 생을 정리할 시간과 기회-자기 스스로 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를 갖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식 존엄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시체 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이 시간동안 충분히 얘기나누며 받아들일 수 있는 완충제가 되어줄 테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내 죽음과 내 시체처리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죽음은 역시 단식 존엄사 방법이 좋다. -적당한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대략적으로는 먹고, 자고, 씻고, 싸고 생존이 필수적인 행위를 어느 하나라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어지려고 할때쯤?이 최대치.- 시체 처리에 대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쭉 장기기증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번 책을 읽고 입맛이 뚝 떨어져 안 하기로 했다.-장기를 다른 살아있는 사람이 이용하면 좋겠지만. 그런 의도였는데 나도 모르게 목이 잘리거나 미용 시술을 위한 실습에 사용되거나 총알이 박히고 싶지 않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티벳의 풍장에 가깝다. 대자연 안에서 큰 육식동물들이 먼저 먹고, 다음 작은 육식동물들이 먹고, 또 그다음 작은 동물들, 곤충들이 먹어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우니... 차차 살다보면 또 좋은 방법이 생기겠지. 작년과 올해 연이어 좋은 책을 만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가진 것처럼 또 지혜롭고 용기있는 사람들의 책을 우연히 만나 기똥찬 방법을 알고리즘에 추가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아. 그전에 단식 존엄사를 위해 급사를 안 해야겠지. 이전에 싱글일 때는 한참이나 잠자다 순간적으로 사망하기를 바랐다. 지금은 나나 남편 둘 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은 부부생활에서 서로간에 시체처리고 뭐고 급사를 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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