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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일본
다카하시 스스무 지음, 김은하 옮김, 이홍배 감수 / 해냄 / 2005년 2월
평점 :
이책이 쓰여진 시점은 고이즈미 전 수상이 집권 3년째 되던 2004년이다. 2004년은 잃어버린 10년에서 일본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던 시점이며 일본의 부활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러나 2004년 시점에서 바라본 일본은 불안하다.
일본이 왜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는가에 대해서 많은 설명이 있었다. 지금까지 대체적인 메카니즘은 설명이 되었지만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고 있다. 100년 가까이 지나도록 대공황이 왜 왔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의 회복이 늦었던 것은 세계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일본이 한창 버블을 키워가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일본의 경제시스템은 고성장에 튜닝되어 있었다.
세계화의 원인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절학파가 말하듯이 세계경제의 축적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론이라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8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했다.
그 실패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잃어버린 10년이란 재앙에 짓눌려 일본경제가 고성장시스템에서 저성장시스템으로 변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90년대 내내 일본기업들은 설비, 고용, 부채의 3대 과잉에 짓눌려 있었다. 물론 기업들이 놀고 있지만은 않았고 90년대 내내 일본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외쳤던 것은 그 3대 과잉을 해소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수요의 반인 내수가 죽어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과잉을 해소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001년 고이즈미가 수상이 되던해 중국에서 가미가제(神風)가 불어와 그 문제가 해소되었다. 10여년의 구조조정으로 과잉이 해소되어 있던 기업들은 그 바람을 타고 부활할 수 있었고 문제의 핵심이었던 불량채권이 해소되면서 금융시스템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일본의 회복은 고이즈미의 개혁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고이즈미의 개혁은 일본의 미래에 큰 의미가 있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문제는 정치이다.
앞에서 고성장 시스템에서 저성장 시스템으로 변신하는 문제의 핵심은 정치에 있다. 고성장이 지속되는 동안 일본은 성장의 결실을 약자에게 분배하는 결과의 평등을 지향했다. 수출기업이 돈을 벌어오면 그 돈을 비효율적인 내수기업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정부는 세금으로 공공사업을 벌여 중앙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였으며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버블이 터진 후 더 이상 그런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었다. 이제 가능한 것은 신자유주의식의 과정의 평등으로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만이 가능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듯이 양극화로 나타났다.
이상이 이책이 쓰여진 2004년의 시점에서 본 일본이며 아직도 일본은 그 괘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시점에서 일본의 현재를 경제, 사회, 정치, 경영 등 각 부문별로 현상을 점검하면서 일본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일본의 과제는 저자가 이책을 쓴 시점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GDP의 200%에 육박하는 공공부채, 초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중소기업의 위기, 도농과 중앙과 지역의 격차 확대, 중국과 한국의 추격, 일본형 경영의 불신 후 대안의 부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고이즈미 개혁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일본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그가 퇴임 한 후 일본의 정치권은 뇌사상태에 빠져 고이즈미가 추진한 개혁에 제동을 걸고 있고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보낸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지금의 시점에서 정리해본 것이다.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가? 외환위기 이후 한국과 거의 비슷한 꼴이다. 이책이 나온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책이 아직 의미가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일본을 이해하는 데 아직도 이책은 유효하다. 그리고 일본을 보면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데도 이책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