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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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내용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설득의 심리학'과 같은 사회심리학 서적이나 요즘 유행하는 '도마뱀의 뇌'란 말로 대표되는 뇌신경학의 내용을 소개하는 대중을 위한 심리학 서적일 뿐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자신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적 메커니즘의 함정에 빠져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심리학 대중서를 읽어본 경험이 있다면 뻔하고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뻔하고 널리 알려진 소재를 책으로 풀어내는 저자들의 솜씨는 뻔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이책은 내용은 다른 심리학 대중서들과 마찬가지로 사례를 들고 그 사례를 빌려 심리학의 연구성과를 설명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전문서적이 아닌 대중서인 만큼 그렇게 설명되는 연구성과들은 서로 연결되는 체계를 만들지는 않는다. 전문적인 내용들을 최대한 많이 쉽게 풀어 전달하려는 것이 이런 류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책에 소개되는 손실회피, 집착(또는 일관성), 후광효과(또는 가치귀착), 낙인효과, 공정성, 쾌락중추/이타중추, 집단역학 등은 널리 알려진 심리학 원리들의 나열이다.

그러나 그 원리들을 설명하는 저자들의 재주는 남다르다. 우선 저자들은 널리 알려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례들은 의도적으로 피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자신들이 직접 인터뷰를 해 발굴한 사례 또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심리학 원리를 통해 재해석하는 식으로 신선함을 주어 독자의 관심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추리소설의 구성처럼 먼저 사건이 있고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가라는 식으로 제시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낸다.

상당한 글솜씨이다. 두껍지 않고 많은 내용이 담긴 책도 아니고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다보면 어느 새 저자들이 설명하려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은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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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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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유대교 전통의 3종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에 관한 권위자로 유명하다. 특히 이슬람에 관한 저서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 저자가 신이 없는 종교인 불교에 대해 쓴 이책은 특이할 수 밖에 없다.

팔리어 경전들이 스리랑카에서 세계로 알려진 후 초기불교 특히 붓다 생전에 관한 연구는 전기를 맞았다. 대승불교에 의해 왜곡되고 사변화된 불교보다는 붓다 생전의 소박하기 때문에 힘이 있는 원래의 진면목에 다가가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많은 저서들이 나왔다. 이책도 팔리어 경전을 근거로 쓰여진 책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책은 특이하다.

붓다의 생애에 관해 쓰여진 이런 류의 책은 불교 교단의 승려나 전문 불교학자가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종교학자 그것도 일신교 전통에 익숙한 저자가 쓴 이책은 불교 내부의 사람이 쓴 책들과는 다른 뉘앙스를 갖고 다른 접근법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불교 내부인이 쓴 책들은 붓다의 다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도 전통을 대척점에 놓고 그 전통의 맹점에서 붓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불교 외부인이 쓴 이책은 붓다의 같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책은 붓다가 활동한 시기에 주목한다. 알다시피 기원전 6세기는 붓다와 공자, 소크라테스 그리고 유대교를 혁신한 예언자들이 나온 시기이다. 이 시대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로 불렀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의 원형이 만들어진 시대이다.

왜 축의 시대가 서로 교류가 없는 문명권에서 동시에 나왔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당시 축의 시대에 들어갔던 문명의 공통점은 전환기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그 전환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 우리와 같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공자의 중국도 붓다의 인도도 소크라테스의 그리스도 예레미아의 유대도 문명의 기초를 이루던 가치관들이 현실과 맞지 않게 되면서 불신당하던 시대였다.

인도의 경우를 보면 농업을 기초로 한 부족공동체에 적합했던 베다전통과 그 공동체의 질서에 근거한 카스트 제도가 무너지고 있었다. 상공업이 발전하고 도시가 등장하면서 과거 정착 농업공동체에 적합하던 종교 세계관은 현실과 맞지 않았고 카스트 제도에는 속할 수 없는 상인과 사업가, 은행가와 같은 새로운 계층이 나타났다. 그리고 부족공동체에 기반한 공화제도 현실과 맞지 않게 되어 더 넓은 영역에 질서를 세우는데 적합한 왕정 그리고 왕정에 기반한 제국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과거의 가치관은  도시의 특징인 이기심과 야망, 탐욕, 경쟁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욕망이 확대된 정복전쟁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苦의 팔리어 둑카는 원래 괴로움이기도 하지만 원래 뭔가 어긋났다는 뜻이 더 강하다고 저자는 지적하면서 당시 사람들이 느낀 것은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느낌이엇다고 지적한다.

그런 전환기를 살던 사람들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서는 이들이 생겼다. 당시 수 많은 현자들이 인도 문명의 중심이던 갠지스 강 유역을 돌아다녔다. 붓다 역시 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붓다가 구하려 했던 새로운 비전은 당시 축의 시대를 살던 다른 현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다르다면 붓다는 그 해답을 본질적으로 깊게 들어간 것이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자는 낡아버린 주 문화의 본질을 재해석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제시했다. 소크라테스 역시 마찬가지였고 유대교의 예언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축의 시대의 현자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전통을 재해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통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재해석해 원리를 추출하고 그 원리를 인간의 내면에 있는 본질로 생각해낸 것이다. 공자의 仁이 그러한 예이다. 즉 전통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본질을 건져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이 제시한 것은 시대를 초월할 수 있었고 이후 문명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붓다에 대해 불교 내부인들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잇다. 저자는 붓다 역시 그러했다고 말한다.

붓다가 깨달은 것이 무엇인가는 보통 緣起라 요약된다. 요즘 말로 하면 인과법칙이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실체는 없다는 무아론이고 실체가 없으니 영원한 것이 없게 되므로 무상론이 파생된다.

그러나 이런 교리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저자는 불교의 핵심은 깨달음의 핵심은 그것을 요가 달리 말해서 명상의 상태에서 직접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금욕 수행을 하기 전 붓다는 요가계열의 두 스승에게서 배웠고 요가 전통의 궁극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요가전통은 우파니샤드 전통에 기초하고 있었고 내가 곧 브라만이다 즉 내가 곧 우주라는 것을 깨달으면 열반에 이른다고 가르쳤다. 힌두교는 아직도 그런 전통을 따른다.

저자는 팔리어 경전을 통해 요가 전통에서 붓다가 無를 경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가 보았고 요가전통에서 본 무는 뒤에 空이라 말해지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러한 무의 경험을 저자는 이슬람이나 기독교에서 신을 직접 체험한다고 했을 때 말하는 경험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붓다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명상을 풀면 다시 욕망에 사로잡히고 고에 물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붓다는 고행을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결국 붓다는 무아 즉 나라는 인격이 망상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붓다 즉 깨달은 자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붓다의 깨달음의 근본은 자비심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삐긋하고 잇다. 물론 저자는 연기에 대해서도 말한다. 연기론의 논리적 결론이 무아론이니 꼭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무아론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하고 있다. 나라는 인격이 망상이라는 것은 무아론의 내용이 맞지만 거기서 我는 '나'라는 말이라기 보다 실체를 말한다.

그리고 자비심을 핵심이라 하지만 자비심을 그런 수준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 저자가 처음이다.

물론 자비심을 강조하면 왜 붓다가 교단을 만들게 되었는가를 설명할 수있고 그의 전도에 바친 45년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자비심이 깨달음의 근본이라 말하는 책은 이책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책의 저자가 불교 내부인이 아니라는데서 나오는 가치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붓다를 당시 세계사의 흐름에서 해석하고 당시 인도사람들의 마음을 설명하면서 붓다가 어떤 시대를 살았기에 그가 그런 수행을 했고 그의 가르침에 왜 인도인들이 열광했으며 어떻게 붓다를 받아들였는가를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책의 가치는 붓다가 무엇을 깨달았는지에 대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붓다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느끼게 한다는 데 있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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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프로그래머 2024-08-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아라는 것은 경전에서도 직접 설하셨듯이, 색수상행식은 무상하고 무상한것은 괴롭고 이렇게 무상하고 괴로운것은 실체가 없다. 따라서 색수상행식은 내가 아니고 나의 자아도 아니다. 실체가 아니라는 말도 맞고 자아가 망상이다라는 말도 맞습니다. 자비는 초기불교에서 아주 강조되는 것으로, 초기불교를 따르는 남방불교에서는 필수독송 자애경 이라는 을 독송합니다.
 
가족을 그리다 - 그림 속으로 들어온 가족의 얼굴들
박영택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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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과 '불화'라는 나란히 놓을 수 없는 단어를 병치시킨 이 말은 이책의 챕터 제목이기도 하고 이책에서 소개되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가족은 제도로서 실패한 것같다. 이것들만 보자면 선진국을 비웃는 이혼율과 저출산율, 독신율을 보면 가족이란 제도가 과연 지금의 사회와 맞는 것인지, 다시 말해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실패한 것같이 보이는 그 가족에 대해 한국인들은 애틋한 애착 아니 집착을 보여왔다.

 

왜 한국인들은 가족에게 거대한 의미를 주었을까? 이책은 그 역사를 일제시대부터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추적해나간다(부연할 것은 이책에선 서구에서 초상으로 그려진 가족의 의미부터 시작해 고구려 벽화, 조선시대까지 언급하고 잇지만 실질적으로 이책에서 의미가 있는 서술은 일제시대부터 언급하는 부분이다. 앞 부분은 앙상한 서술 정확하게는 남의 글을 베낀 것에 불과한 죽은 글이다.)

 

이책에선 가족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의 근원을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로 본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가족은 소중했다. 아니 가족이라기 보다는 가문이었다고 해야 하겠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부부의 애정과 신뢰를 이상으로 하는 핵가족이 보급되면서 그 가문은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재앙이 일어났을 때 국가도 이웃도 재앙을 막아주지 못했고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은 의지할 것은 가족 뿐이라는 극단적인 가족주의를 키웠으며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이책에선 그 예로 이중섭과 박수근, 장욱진의 그림을 예로 든다. 미술시장에서 그들의 작품이 가장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그들이 그림에서 그린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이상과 그들이 그 이상의 이미지를 그려내었기 때문이라 본다. 믿을 것은 가족뿐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간 세대들에게 그들의 그림은 자신들이 꿈꾸는 또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러한 가족주의는 핵가족화되고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더욱 강화되었으며 사람들의 꿈인 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꿈을 그린 작품들이 양산되었다.

 

문제는 양산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책에 소개된 꿈을 그린 작품들은 아름답다. 그것은 꿈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이 상투화될 때 그 꿈은 앙상해진다. 그리고 그 꿈의 그늘에 가려진 현실의 반란이 필연화된다.

 

저자는 그러한 반란을 이미지화 한 작품들을 책의 후반에 소개한다. 솔직히 그 반란의 작품들은 아름답지도 그리 즐겁지도 않다. 그것은 보기 싫은 잊고 싶은 아니 어차피 겪고 있는 지긋지긋한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책은 근대 한국사의 연대기를 따라 그 시대를 산 또는 살고 있는 사람들의 꿈과 생각을 이미지화한 미술품들을 보여주면서 그 작품들이 의도한 것처럼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바로 우리의 1차적 현실인 가족을 말이다.

 

그러나 이책은 저자가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시대비평이라는 면에선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지면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앙상하게 죽어있다. 미술평론가들의 고질인 현학적인 죽은 언어가 즐비할 뿐이다. 이책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작품이 등장할 때이다. 그리고 그 작품을 설명할 때 저자의 키보드는 살아움직인다. 결국 이책의 용도는 화집이랄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책은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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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머니 - 땅, 먹을거리, 세상을 살리는 자본
우디 타쉬 지음,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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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발 밑의 흙보다 하늘 위의 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이책에 인용된 다빈치의 말이며 이책의 주제를 가장 잘 요약하는 말이다.

수많은 문명이 일어나고 사라졌다. 그중의 상당수는 그런 문명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났다 사라진 문명들이다.

사모아 섬의 거석문명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중남미의 마야와 남미의 잉카 문명 이전에 있었던 많은 문명들이 그렇게 피었다 사라졌다.

그 문명들이 왜 멸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설은 농업기반의 붕괴 즉 자연의 재생력을 넘어서면서 멸망했으리라는 것이다.

이책은 현대문명이 그런 멸망을 향해가고 있다고 본다. 바로 아무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 발 밑의 흙 속에서 무너져 간다는 것이다.

지금 수준의 수십억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것은 농업혁명 때문이다. 농업혁명의 핵심은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화학산업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인류는 멸망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방대하게 뿌려지는 화학성분들이 흙속의 미생물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흙 한줌에 있는 수조마리의 미생물은 식물이 자라기 위해 필요로 하는 양분과 생태계를 유지한다. 이런 미생물이 없이는 화학비료도 흡수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땅에서 최대의 수확을 얻을 생각만 하면서 유기화합물과 같은 땅속의 결정적인 성분이 재충전되지 않고 소모되기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토양학 수준으로는 미생물의 소멸과 유기화합물의 소모 이외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토양에 대한 이해는 극히 초보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농업이 시장의 논리로 운영되면서 토양을 망가트리는 관행은 멈출 수가 없다. 시장의 논리에 따른 생산은 자본의 회전률을 높이는 것이다. 1년에 100원을 투자해 10원을 얻을 수 있는 것보다 1년에 10번 10원을 투자해 1원씩을 얻는 것이 더 낮다. 이윤은 더 작지만 회전율이 10배이기 때문에 총이윤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책에서 말하는 빠른 돈 즉 패스트머니의 논리이다.

저자는 패스트머니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땅을 혹사시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장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돈의 속도를 떨어트리는 슬로머니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돈의 수익률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몽상가의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저자가 그런 펀드의 모금을 자선기금을 모으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슬로푸드와 같은 사업을 하는 업체는 영리업체이기 때문에 세제혜택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저자는 슬로푸드와 같은 운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서 슬로머니를 이책에서 논의한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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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오늘도 사람에 목마르다
모리시타 요시노부 지음, 이수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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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물론 조직의 정상은 언제나 외로운 자리이다. 정상에 가까울 수록 사람들이 원하는 꿈꾸는 자리이지만 정상에 가까울 수록 바람이 셀 수 밖에 없으며 그 자리에 선 자는 추울 수 밖에 없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야 부하들이 동요하지 않는다. 조직에 필요한 것이라면 모두에게 미움을 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누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싶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척 냉정한 척 보여야 한다. 조직의 정상에 선 자는 그 자리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 취미니 여가니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조직을 위해 바쳐야 한다.

정상의 자리란 외롭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 외로움과 짐을 같이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의 실적을 위해서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을 보통 오른팔, 좀더 공식적으로는 2인자라 부른다.

저자는 자신의 회사를 갖기 까지 오랜동안 형의 오른팔로 일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역시 자기 회사를 갖기 전에 형의 오른팔로 살았던 사람이다. 그런 저자인만큼 오른팔이 왜 필요하고 오른팔이 조직의 흥망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오른팔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오른팔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오른팔이 있을 때 잇점으로 8가지를 꼽는다. 8가지 잇점이 있는 이유는 한 인간으로서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사장의 심리적 고독감을 덜어주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그리고 경영의 부담을 덜어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장의 업무량이 줄어들면서 사장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는 물리적 잇점도 든다. 심리적 물질적으로 사장의 부담이 줄면서 회사의 실적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오른팔로 선택할 것인가? 4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부자관계, 형제관계, 친구관계, 부하. 오른팔은 사장의 분신으로서 조직의 2인자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만큼 사장과 오른팔은 같은 기준을 가지고 회사를 움직여야 한다. 즉 가치관이 같아야 한다. 그리고 사장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친족이라면 가치관이 비슷할 확률이 높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장과 2인자는 수직관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인자로서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되고 공동경영자와 비슷한 지위를 갖게 되지만 최종결정은 사장이 한다는 전제가 만족되어야 한다. 형제관계와 친구관계는 수평적인 관계에 더 가깝다. 그러나 사장과 오른팔은 수평관계 이전에 수직관계가 분명해야 한다. 수직관계가 분명하다면 오른팔이 될 수 있다.

부자관계는 수직관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부자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다. 신뢰관계가 전제되지 않을 관계가 많은 것이다. 저자는 그런 경우 관계를 회복하라고 말한다.

부하 중에 발탁하는 경우 수직관계는 충족된다. 그러나 수평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이런 경우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사장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 말한다. 상하관계가 분명해야 하고 서로 간에 업무와 권한이 분명하게 나누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배려해야 하며 이해해주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요약해 본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책의 저자는 오른팔로 살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랐고 자신도 형의 오른팔로 살았으며 분사한 회사를 맡으면서 오른팔을 쓰는 입장에 있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오른팔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만큼 오랜 경험에서 나온 책인만큼 이책의 내용은 알기 쉽고 생생한 경험이 뭍어있다.

자신이 조직의 정상에 있지 않더라도 남을 부리는 리더의 입장이라면 자기 사람은 누구나 필요하다.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한다면 언젠가 리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책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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