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머니 - 땅, 먹을거리, 세상을 살리는 자본
우디 타쉬 지음,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발 밑의 흙보다 하늘 위의 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이책에 인용된 다빈치의 말이며 이책의 주제를 가장 잘 요약하는 말이다.

수많은 문명이 일어나고 사라졌다. 그중의 상당수는 그런 문명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났다 사라진 문명들이다.

사모아 섬의 거석문명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중남미의 마야와 남미의 잉카 문명 이전에 있었던 많은 문명들이 그렇게 피었다 사라졌다.

그 문명들이 왜 멸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설은 농업기반의 붕괴 즉 자연의 재생력을 넘어서면서 멸망했으리라는 것이다.

이책은 현대문명이 그런 멸망을 향해가고 있다고 본다. 바로 아무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 발 밑의 흙 속에서 무너져 간다는 것이다.

지금 수준의 수십억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것은 농업혁명 때문이다. 농업혁명의 핵심은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화학산업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인류는 멸망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방대하게 뿌려지는 화학성분들이 흙속의 미생물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흙 한줌에 있는 수조마리의 미생물은 식물이 자라기 위해 필요로 하는 양분과 생태계를 유지한다. 이런 미생물이 없이는 화학비료도 흡수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땅에서 최대의 수확을 얻을 생각만 하면서 유기화합물과 같은 땅속의 결정적인 성분이 재충전되지 않고 소모되기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토양학 수준으로는 미생물의 소멸과 유기화합물의 소모 이외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토양에 대한 이해는 극히 초보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농업이 시장의 논리로 운영되면서 토양을 망가트리는 관행은 멈출 수가 없다. 시장의 논리에 따른 생산은 자본의 회전률을 높이는 것이다. 1년에 100원을 투자해 10원을 얻을 수 있는 것보다 1년에 10번 10원을 투자해 1원씩을 얻는 것이 더 낮다. 이윤은 더 작지만 회전율이 10배이기 때문에 총이윤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책에서 말하는 빠른 돈 즉 패스트머니의 논리이다.

저자는 패스트머니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땅을 혹사시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장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돈의 속도를 떨어트리는 슬로머니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돈의 수익률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몽상가의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저자가 그런 펀드의 모금을 자선기금을 모으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슬로푸드와 같은 사업을 하는 업체는 영리업체이기 때문에 세제혜택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저자는 슬로푸드와 같은 운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서 슬로머니를 이책에서 논의한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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