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제국 - 냉전 이후의 미국 외교
워렌 코헨 지음, 김기근 옮김 / 산지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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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브레진스키의 ‘미국의 마지막 기회’와 같이 읽은 책이다. 두책 모두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사를 주제로 하고 있고 그 대상이 되는 시기에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아버지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 행정부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두책 모두 아버지 부시에 대해선 유능했고 능숙하게 냉전의 종결을 관리했지만 냉전 이후 세계질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후임자인 클린턴에 대해서도 세계화 이외에는 대외정책에 대한 아무런 비전이 없었고 의도는 좋았지만 무관심이 외교를 망치게 한 사람이라 평한다. 그리고 아들 부시에 대해선 두책 모두 미국이 냉전기간과 그 이후 쌓아온 국제적 위상을 한 큐에 날려버린 광신자로 평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두책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책은 의도에서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으며 어느 정도 보완적으로 읽을 수 있다.

브레진스키의 책은 그의 이전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정책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더 주관적이란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시기에 대해 더 주관적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단정적이고 분명하게 자신의 평가를 진술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명쾌하게 보이기 때문에 읽기에 더 좋고 더 재미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논리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실들은 상당수가 빠진다. 이책은 바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레진스키의 책과 함께 읽으면 좋다.

외교사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인 저자는 이책에서 어떤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정치적비전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없다. 저자가 이책에서 의도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해당시기를 기술하는 것이다. 책의 의도가 그렇기 때문에 브레진스키의 책에선 생략된 사건들이나 디테일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분량상으로도 브레진스키의 책보다 두껍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디테일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브레진스키의 책보다는 읽는 재미가 덜하고 저자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책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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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
데이비드 웨슬 지음, 이경식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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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벤 버냉키이 18개월 동안 어떻게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막아냈는가를 다루고 있다. 그 18개월동안 벤 버냉키를 사로잡은 감정들은 공포와 당황, 경악그리고 피곤함이었다.

‘수수께끼야’ 버냉키의 전임자인 그린스펀이 미국경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는 쌓여야만 가는데도 이자율은 낮고 돈이 넘쳐나는데도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린스펀 재임 시절 미국경제는 경제상식이 부정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물러나고 버냉키가 의장직을 맡았을 때 미국경제의 수수께끼는 풀렸다. 그 수수께끼의 답은 중국이었다.

2000년대 세계경제를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다. 미국이 대적자를 양산하면서 대량의 피를 내면 그 피를 중국이 마셔 저축을 하고 그 저축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적자를 메워주는 시스템이었다.

아무리 적자가 나 돈의 수요가 넘쳐도 밖에서 돈이 계속 들어오니 돈은 넘쳐나고 돈의 가격인 이자율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돈이 넘쳐나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가 일어난다. 그러나 중국에서 저가로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니 오히려 디플레가 일어날 판이다. 그렇게 중국이 저가품을 팔아 번 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적자를 메워준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장기간 적자를 내면서 버틸 수 있었고 아시아 국가들 역시 장기간 흑자를 내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게임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불쌍하게 여겨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돈 앞에서는 부모도 형제도 없다. 중국으로선 막대한 흑자를 굴리기에 가장 좋은 곳이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공학이란 비전을 가진 월스트리트는 돈을 굴리는데 최고의 장소였다. 그러나 버냉키를 놀라게 하고 공포에 떨게 했으며 당황하게 만든 것 역시 그 금융공학이었다.

월스트리트가 자랑하는 비전인 금융공학의 요점은 레버리징이었다. 100만원을 투자해 1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자. 10%의 수익율이다. 그렇다면 자기 돈 100만원에 900만원을 빌려 1000만원을 투자한다면 1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수익율은 얼마인가? 100%이다. 내돈은 100만원만 들이고 수익은 100만원이기 때문이다.

호황일 때는 모두가 행복했다. 그러나 경기는 돌고 돈다. 문제는 시장이 내리막일 때 수익율이 마이너스가 될 때이다. 경기의 흐름이 바뀌어 수익률이 -10%로 바뀌었다고 하자. 그러면 앞의 투자의 손실률은 얼마일까? 100%이다. 1000만원을 투자해서 100만원을 손해봤지만 900만원은 빌린 돈이다. 결국 수익률을 10%에서 100%로 끌어올리는 마법이 손실율 10%를 100%로 증폭시켰다.

18개월동안 버냉키가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대면서 잡아야 했던 금융시장의 대화재는 바로 100% 수익률이 100% 손실율로 바뀌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의 과정이었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위기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단순한 것도 이해하기 쉬운 것도 없기 마련이다.

주택거품이 꺼지고 서브프라임 문제가 표면화되었던 2007년 버냉키는 문제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되는 서브프라임 대출은 전부 해봐야 5천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라면 문제인 규모이지만 그 정도로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은 버냉키는 물론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지금에 와서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부실대출이 증권화되고 구조화되어 판매된 과정이 문제였다. 누구도 자신이 산 증권에 부실대출이 얼마나 포함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장의 신뢰성이 무너진 것이다. 거래상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디레버리징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막대한 손실이 쌓이면서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의 한복판에 있던 당사자들에겐 그런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았다. 사태가 분명해지고 위기가 진정된 지금에 와서야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버냉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서브프라임 대출이 시장을 무너트릴 것이라는 것은 2007년 당시 분명한 것이 아니었다. 버냉키 역시 그러했고 연준은 위기의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후반기가 되면서 사정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징후를 감지하면서 버냉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대공황을 전공한 학자로서 버냉키에게 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이책은 버냉키가 위기를 감지한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책의 내용은 이후 버냉키와 재무장관 폴슨, 그리고 뉴욕 연준의 (오마바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이 된) 가이스너가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대책을 내놓았는지 어떤 대책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또는 어떻게 실패했는가를 보여주고 18개월이란 시간동안 그들이 미국경제를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위기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증폭되었고 어떻게 진화되었는가는 지금에 와서 상식에 속한다. 이책은 그런 상식에 속하는 설명을 다시 늘어놓지 않는다. 이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버냉키와 폴슨, 가이스너의 시점에서 그들에게 현실이 어떻게 보였는가 그리고 그들이 자신이 본 바에 따라 위기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는가를 그들의 시야에 맞춰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책의 시점에선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것처럼 경제 전체의 흐름이 잡히지 않는다. 단지 이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위기를 맞아 공포에 떨면서 그 위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땀냄새이다. 그리고 대책을 내놓아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는 주인공들에게 현실이 얼마나 가혹했는가도 보여준다. 언제나 사태는 그들이 가정한 최악보다 더 나빠졌다. 그럴 때 주인공들이 느끼는 당황과 경악 역시 이책의 주 내용들이다. 그러나 대공황의 권위자로서 대공황을 재연할 수 없다는 공포는 주인공을 다시 몰아세운다.

이책의 내용은 그렇게 흘러간다. 처음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후부터 베어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AIG 등을 거쳐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위기의 진행을 버냉키와 폴슨, 가이스너의 시점에서 그들이 본 현실을 그들이 느낀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 이책의 내용이다.

그러한 서술방식은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지나고 나서 보면 상황이 정리되어 보이지만 그 한가운데를 지날 때 상황은 분명하지 않은 법이다. 이책은 사태가 지나고 나서 정리된 내용들을 다루지 않는다. 오직 그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의 시점에서 사태를 기술할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혼란이 이책의 가치이다. 위기의 한가운데서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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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쇼크 - 당신이 아는 재테크는 틀렸다!
송승용 지음 / 웅진윙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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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책은 몇년전 베스트셀러였던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의 저자가 쓴 것이다. 그 책 전후로 비슷한 성격의 책이 많이 나왔고 역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그러면 이책 역시 저자가 전에 썼던 책의 재탕이거나 그책과 같은 성격의 책들과 마찬가지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저자가 예전에 쓴 책과 다르지는 않다. 이책은 크게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다루는 상품으로 3분된다. 3개 금융업이면 거의 모든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것이므로 이책 역시 이전 책의 제목처럼 금융회사가 말하기 꺼리는 '진실'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전 책과는 포커스가 다르다.

이전의 책이 우리가 접하는 금융상품들을 백과사전식으로 다루고 있다면 이책은 상품들 하나하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품들이 어떻게 설계되는가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첫번째로 이책이 다루는 것은 금리이다. 어느 재테크이나 복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복리는 없다고 말한다. 충격이다.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에 이책의 제목이 '쇼크'가 된 것이다.

저자는 예금에는 복리가 없다고 말한다. 은행이 복리를 적용하는 것은 예금이 아니라 대출이라는 것이다. 제2금융권에서 복리를 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예금금리가 낮기 때문에 생색내는 것일 뿐이며 보험사의 저축보험도 복리를 주긴 하지만 사업비를 제한 잔액에 대해 이자를 주므로 허무한 복리라 저자는 말한다.

뒤에서 다루는 펀드와 보험에서도 저자는 이런 식으로 상품설계의 원리를 중심으로 우리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상식을 깨나간다.

가령 해외펀드보다 국내펀드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수수료와 보수때문이며 경제성장률과 투자수익률이 같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의 경우 저자가 중점적으로 말하는 것은 사업비이다. 그외에 보험을 종신보다 정기로 하라, 국민연금이 사보험보다 우월하다든가 보장성 보험은 환급형으로 하지 말고 소멸형으로 하라든가 등의 말이 나온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원리를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금융상품을 다루는 다른 책들보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물론 금융상품을 전체적으로 다루는 책을 대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보완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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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마지막 기회 - 세 대통령이 초래한 제국의 위기를 넘어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김석원 옮김 / 삼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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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 브레진스키는 카터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한 이후 학계에서 활동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한 저서를 여러권 냈고 그 분야의 권위자로 인식된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책은 이전의 저서와 마찬가지로 냉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저서가 방향을 제시하는데 치중했다면 이책은 냉전 이후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아들 부시의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세계공동체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어떻게 망가졌는가를 회고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이책에서 저자가 회고하는 20년은 위기라는 말로 요약된다. 냉전 이후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하나가 된 세계를 리드할 유일한 국가였다. 어떤 국가도 미국만큼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더 중요한 것은 세계를 리드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막강한 실력과 의지를 가진 미국은 냉전 시절 동맹국들을 이끌면서 세계를 운영했던 것처럼 이후의 세계를 리드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미국 자신도 그럴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은 그 기회를 망쳤을 뿐이라고 결론내린다. 이러한 평가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 기술하는데 이책은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다.

중국과 UN 대사를 지냈고 CIA국장을 지냈으며 레이건 시절 외교정책에 관여한 경력이 있었던 부시는 냉전 이후 세계를 관리할 적임자였다. 그리고 그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는 소련의 갑작스런 붕괴로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을 능숙하고 신중하게 관리해냈다. 그리고 냉전 이후의 신세계질서에 대한 첫 도전이었던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치뤄냈다.

대단한 업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부시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사건들에 휘말려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에 치여 거기에 매몰되었다고 진단한다. 부시 행정부가 했어야 할 일은 냉전이 시작될 때 트루먼 행정부가 했던 것처럼 세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셜 플랜과 같은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부시의 외교정책은 사건은 능숙하게 처리햇지만 전체적으로 세계질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내용의 부재는 클린턴에 이어지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켰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가 재선되었다면 비전을 만드는데 착수했을 것이고 성공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비전의 부재에 따른 결과는 그의 후임자들을 두고 두고 괴롭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비전의 부재는 걸프전을 엉성하게 끝내게 해 이라크전쟁이란 쓸데 없는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고 보스니아 사태나 소말리아 사태와 같은 문제를 무시하게 하면서 세계질서를 불안정하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한 문제는 외교학 학사이면서도 외교에는 무관심했던 클린턴에 의해 방치되었다. 그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의 선거구호였던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처럼 경제일 뿐이었고 그의 외교정책은 세계화 한 단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클린턴이 외교를 안한 것은 아니다. 보스니아 사태를 마무리 지었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 진심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동기와 정책은 미국의 국내정치에 끌려다녔을 뿐이며 세계질서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비전에 관해서는 더더욱 한 것이 없었다.

그런 문제는 아들 부시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저자가 '글로벌 발칸'이라 부르는 중동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물려지면서 9.11 사태가 일어났고 그 재앙은 부시가 미국의 지위를 완전히 말아먹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은 냉전 시절의 유산인 대서양 공동체를 존중했다. 미국은 대서양 공동체를 이끌면서 냉전을 승리로 이끈 것이었고 대서양 공동체가 실질적으로 세계에 질서를 잡았던 것이다. 냉전 이후의 세계에서도 질서를 잡아줄 무게의 추는 대서양 공동체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은 대서양 공동체를 실체로 인정했고 공동체 내의 국가들을 존중하고 합의를 존중했다. 그러나 아들 부시는 네오콘의 근본주의에 휘둘려 미국을 제국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면서 일방주의적으로 행동했다. 그 결과 대서양 공동체는 심각하게 홰손되었다.

이상은 이 시기를 다루는 다른 책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이책이 다른 부분은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챕터이다.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레이몽 아롱의 말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강대국의 힘은 그 강대국이 이상을 위해 일하기를 멈춘다면 쇠약해질 것이다."

하나로 묶인 세계에 질서를 줄 수 있는 능력은 미국 밖에 없다. 미국의 리더십이 망가졌다지만 아직도 미국외에 리더십을 발휘할 국가는 없다. 문제는 힘으로 리더십이 발휘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냉전 시절처럼 냉전 이후에도 미국의 리더십이 의지할 기초는 이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내용은 냉전 시절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이름을 '인류의 존엄성'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이책은 특출나지는 않다. 냉전 이후 외교사를 정리하는 부분은 나름 요점을 잘 정리하고 있지만 다른 책들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다. 그렇다고 결론에서 제시하는 전망이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이책의 알맹이는 결론부분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세계정세를 잘 요약하고 있고 그 정세에 따라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잘 정리하고 잇으며 그 정책의 기초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이책의 뼈대는 요령있게 잘 만들어져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뼈대에 붙이는 살이다. 외교사를 정리하는 부분은 적은 분량에 그림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을 것같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한 글로서는 이책 이상을 기대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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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한국은 어디로? - Why Japan? Where Korea?
김영기.문병도 외 지음 / 홍익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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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몰락해가고 있다는 것은 일본전문가 사이에선 거의 컨센서스에 가깝게 되었다. 근래 나온 일본경제에 관한 서적들은 일본에서 나온 것이건 일본 밖에서 나온 것이건 잃어버린 20년을 말한다.

왜 일본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에 대해선 대체로 비슷한 지적들을 말한다. 버블붕괴와 함께 시작된 잃어버린 10년은 소자고령화, 더 정확히는 노동인구의 감소와 겹쳐지면서 일본경제의 동력을 없애버렸고 2010년, 버블붕괴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경제는 축소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을 걱정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근본원인은 인구학적 원인으로 경제의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더욱 키운 것은 현실에 대한 어설픈 대응때문이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그리고 그 어설픈 대응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막은 오만이 있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이책의 도요타 사태부터 시작한다. 도요타 사태의 근원에는 세계의 정상에 올랐다는 오만에서 정상에 오르게 했던 초심을 잃어버리고 소비자와 시장에 오만했기 때문이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성공이란 실적이 몰락을 부른 것이다.

도요타만이 아니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어지는 챕터에서 긴자 세이부 지점의 폐쇄를 다루면서 저자들은 마찬가지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오만이, 현실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몰락을 불렀다고 말한다. JAL의 파산 역시 정치권과 노조의 이기심 때문에 현실을 보지 않았던 오만에 희생되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현직기자들 답게 이책의 저자들은 저널리스틱한 문체로 일본의 문제들을 위에서 언급한 도요타, 세이부 백화점 폐점, JAL 도산과 같은 사례 하나 하나를 기술해가면서 무엇이 문제였나, 왜 일본이 현실을 직시할 수 없었는가를 보여준다. 사실 이책의 논지 자체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일본관련 서적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루면서 사례들 속에서 논지를 생생하게 서술한다는 점이 이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책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파고드는 2/3 분량까지는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널리스트들의 장점을 잘 발휘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뒤에서 일본은 이대로 쓰러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분은 상당히 피상적이다.

저자들은 일본이 위기를 겪으면서 미래를 위해 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일본이 미래가 없는 나라는 아니라고 말한다. 위기를 장기간 겪으면서도 R&D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왔던 점과 신재생에너지에 오래전부터 투자한 것처럼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점을 든다. 그리고 노무라증권이 리먼브러더스의 해외부문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점을 들면서 일본이 지금도 해외투자와 라이선스에서 국제수지의 70%를 올린다는 점을 들면서 일본이 앞으로 해외투자를 통해 활로를 열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적절하게 보인다. 그러나 책의 앞부분과 달리 구체적인 사례와 논리를 강화하는 논거에서 약하다. 책의 완결성에서 부족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결론부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책을 평가할 때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일본의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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