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고 잘 파는 법 - 롯데홈쇼핑 이부장이 들려주는
이상발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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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보다보면 이책은 짜깁기다 이책은 실제 경험을 쓴 것이다 이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발품을 팔았나 이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섭렵했나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나 등을 그냥 알 수 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냥 감으로 아는 것이다. 이책의 경우는 저자의 경험을 쓰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저자는 아직 한국에 대형 할인점이란 업태가 생기기 전 대형 슈퍼마켓에서 유통맨의 경력을 시작했고 그후 할인점에서 경력을 쌓다 홈쇼핑 초창기에 직장을 옮긴 것으로 되어 있다.

이책은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저자의 몸에 밴 유통맨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을 내용으로 한다.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과 그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어떤 판매전략을 구사해야하는가, 구매자는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상품진열은 어떤 원칙에 따라 하는가, 견적서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홈쇼핑의 생리 등 유통맨의 엄무 매뉴얼 같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물론 이책은 그런 파는 측의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는다. 저자는 판매자의 사고방식이 이러하기 때문에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도 조언을 한다. 가령 25일 이후에 사라는 조언을 한다. MD의 입장에서 매달 25일이 되면 목표달성을 해야하기 때문에 밀어내기 세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예로는 할인점의 경우 상품진열을 할 때 잘나가지만 이익은 그리 많지 않은 물건보다는 앞으로 잘 나갈 것 같은 이익이 많은 물건을 시선과 같은 높이에 진열하기 때문에 상품진열의 논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저자가 자신의 판매경험으로 볼 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구매행위가 된다는 것을 조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내용은 이책에서 1/3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유통맨의 노하우에 할애된다. 그러면 이책은 유통맨을 위한 책인가? 부록에 MD 지망생을 위한 조언이 실린 것을 보면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책의 내용은 유통맨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라 말하고 있다(그런지는 유통업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이책의 의도는 소비자보다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의 후반에서 직장을 떠난 선배와 후배들을 찾아가 실제 창업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 견적을 받을 때 바람직한 자세 같은 것은 유통업 관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창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되며 상품매입이나 상품진열, 소비자의 유형, 소비자 대처법 등을 적은 부분도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내용들이 많다. 대부분 창업을 하게 되면 유통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책의 내용은 알았다. 그러면 이책의 질은 어떤가? 이책은 깔끔하게 잘 쓰인 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위에서 어느 정도 언급했지만 소비자, 창업자, 판매자 등 이책이 대상으로 하는 층이 너무 광범위하다. 그 많은 대상을 얼마 안되는 분량으로 커버하려니 일관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책의 내용은 저자의 오랜 경험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오리지널한 내용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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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jwns548 2019-01-0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희같은 독자들은 딱읽어보면 알수있죠
 
강대국 일본의 부활
케네스 B. 파일 지음, 이종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본 일본정치사 서적 중 한손에 꼽을 만한 책이다. 이책은 메이지 유신에서 고이즈미 수상까지 일본의 대외정책의 역사를 서술한다. 이런 주제에 관한 책은 많다. 그러나 이책처럼 역사의 표면이 아니라 그 표면 아래 구조를 그리는데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이책의 저자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고 결과가 어떠했는가 같은 사건에는 관심이 없다. 저자는 그 사건들이 있게한 사람들의 동기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저자는 정책을 입안한 일본 정치가들의 동기가 메이지 유신 이래 동일한 구조였다고 말한다.

2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일본 정치엘리트들의 심리구조는 동일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로 저자는 엘리트층의 동일성을 든다. 그리고 그 동일성은 도쿠가와 막부 시절의 정치 엘리트들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물론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의 지배층이 바뀌기는 했다. 그러나 유신 이후 등장한 메이지 리더들은 막부 시절의 하급 사무라이들이었다. 여전히 그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은 막부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은 사무라이로서 근대를 살아간 것이다.

사무라이로서 그들이 본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 당연한 세계이다. 약한 것은 죄였다. 그러므로 강해져야 했다.

강해져야 한다는 것, 즉 부국강병이란 말로 일본의 근대사가 모두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견해이다.

통산성의 산업정책을 연구한 MITI란 책으로 developmental state 이론의 창시자가 된 찰머스 존슨 역시 통산성 관료들의 마인드를 부국강병이란 말로 요약했었다.

그러나 존슨이 일본을 연구하기 전 중국혁명사를 연구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중국공산주의의 동기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라는 결론을 내린다. 바로 부국강병이란 말로 요약되는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부국강병이며 민족주의가 중국 공산주의의 실체라는 것이다(베트남 공산주의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존슨은 일본의 부국강병 역시 중국과 다를 것이 없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응으로서 읽었고 그것을 전후 통산성의 정책을 읽는 프레임으로 적용했다.

이책의 저자 역시 아시아의 민족주의를 반제국주의로서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응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일본은 전혀 달랐다고 말한다.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의 위협을 받은 중국과 조선은 그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며 저항했다.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누구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며 정체성은 세상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할 주체성의 근거이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의 지도자들은 그런 것은 관심이 없었다.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원칙보다 상황에 의존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의 뿌리를 보통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국시대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말에 '이끼노꼬루(生殘)'라는 말이 있다. '살아남는다'는 뜻인 이 말은 100여명의 영주들이 100여년간 서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전국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서로 존중하며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중화 세계질서와 달리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세계질서는 강자존의 세계, 강한자가 대우받는 세계였고 그것은 사무라이들이 익숙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그 세계에서 강자가 되는 길은 부국강병이란 한구절로 요약되었고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그 방법을 알아차렸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강자에게 배우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1873년 부산 왜관에 조선인이 붙인 벽보를 인용한다. "일본인은 외국의 제도를 채용하면서 그들의 관습은 물론 모습까지 바꾸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일본인'으로 취급하지 않을 참이다." 고고하게 자신의 길을 주장하는 조선인에게 일본인은 쓸개 빠진 인종이었다.

그러나 강한 것이 옳은 세상에서 쓸개가 빠지는 것쯤 무슨 상관이리. 그들처럼 강자가 된다면 그런 것쯤 무슨 상관이리.

이후 일본은 오직 생존이란 말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현실주의와 실용주의의 길을 걸었다. 문제는 그들이 왜 강한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걸 알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면 방법은 그들의 방식을 통채로 흉내내면 된다. 일본은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처럼 되려 했다. 할 수 있다면 말까지도(실제 영어를 국어로 하자는 말이 있었다) 피부색까지도(이것까지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일본은 그들만의 클럽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다. 청나라를 이기고 (5대강국인) 러시아를 이겨 이제 생존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들과 나란히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열강은 일본을 노란 원숭이로 볼 뿐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을 방문한 모든 서구인들은 일본에 찬탄했다. 일본의 자연과 예술에 반했다. 일본인의 상냥한 예의에 반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스스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스로는 아무 것도 생각해낼 줄 모르는 것처럼 자신들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흉내밖에 낼 줄 모르는 원숭이를 누가 인정하겠는가? 자신의 것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빌려 남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긍지도 자존심도 자부심도 없는 '쓸개'빠진 '인간같이 생긴 원숭이(실제 당시에 서구인들이 하던 말)'일 뿐이다. 누가 원숭이를 동료로 인정하겠는가. 존경은 품격에서 나온다.

자존심도 긍지도 잃어버렸을 때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자율성을 잃어버린다. 자기 행동의 규칙을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독립성을 잃어버린 인간

그런 인간을 우리는 속물이라 한다. 일본의 비극은 끊임없이 자신이 속물이라는 것을 알면서 남이 알아차릴까 '불안'해하고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 남의 '인정'을 구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항상 그들이 누구인가 묻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답을 일본은 남에게서 구했다. 그러나 그러나 서구열강들은 일본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서구열강에 대한 분노로 키웠다.

저자는 태평양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현실주의와 마음의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1차대전이 끝나고 세계질서는 이전의 제국주의질서에서 미국주도의 자유주의 질서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일본은 제국주의질서에 잘 적응했다. 그 세계는 사무라이들이 살았던 봉건질서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을 말하는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를 일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은 원칙 위에 건국되었지만 일본은 群島 위에 건국되었다. 일본은 자연적으로 생긴 민족국가다. 유럽의 정치철학이  말하듯이 국가는 공통의지와 계약으로 만들어진다는 개념이 일본에는 없었다. 그러므로 규칙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여겨왔다."
 
강자존의 세계는 그런 자연스런 질서였다. 그러나 인권이라니? 민주주의라니?

"한국에서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는 관대한 사람을 남자답다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느 강한 것같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고 물었더니 마음씨 좋은 얼굴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 친구가 정색을 하고 "사람은 약자에게 이익을 얻고 강자에게는 당하게 마련인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관대하면 죽는 수 밖에 없다. 그런 바보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김현구 '일본이야기')

약자도 생존의 권리가 있고 약자를 존중하라는 미국의 보편주의는 일본의 눈에는 위선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는 너는 강자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어쨌든 미국이 패권국인한 일본은 말을 들었다. 일본의 몫을 인정해주고 생존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의 대세가 제국주의에서 자유주의로 바뀌었다고 판단하고 다이쇼 데모크라시로 국내질서를 재편한다.

세계의 대세가 자유주의이니 국내질서를 대세에 맞춘다는 위로부터의 민주화였다.

그러나 대공황과 함께 미국은 패권을 방기하는 것처럼 보엿다. 그리고 대세는 파시즘으로 보였다. 일본은 이제 자신의 잃어버린 명예, 잃어버린 자긍심을 보상받기 위해 그리고 대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국내질서를 파시즘으로 맞춘다. 그러나 그것은 판단착오였다. 미숙한 패권국이었던 미국은 패권의 의미를 깨닷게 되었고 아시아에서 일본의 팽창주의를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은 졌다.

다시 미국의 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방향을 잘못 잡았었다는 것을 깨끗이 인정한 일본은 다시 대세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 그들의 현실주의는 보답을 받았다.

일본은 미국을 사무라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조닌(상인)이라 생각하며 복종했다. 그리고 냉전체제에서 미국은 일본을 놓칠 수 없는 패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일방적'으로 일본의 안보를 책임져주었고 일본에게 시장을 개방해주었다.

일본은 자국의 시장은 내주지 않으면서 미국의 시장은 착실히 먹어들었갔다. 그러나 미국은 관대하게 넘어가주엇다. 한국도 따라했던 일본의 중상주의적인 그렇기에 이기적인 수출우선 성장주의는 냉전체제의 맹주로서 미국의 아량에 기댈 수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덕분에 일본은 세계2위의 부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무력하기에 명예도 인정도 받지 못하는 조닌처럼 일본은 이번에도 마음의 상처를 견뎌야 햇다.

자신이 쓰지 않은 헌법에 맞춰 살아야 하고 남의 군대에게 자신을 지키도록 하며 외교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나라를 누가 인정하며 그런 나라가 나라라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일본은 그것이 세계의 대세라 받아들이며 견뎠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더 이상 미국은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져주는데 넌더리가 났다. 부자 동맹국의 안보를 일방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말이되는가? 자신의 시장은 내주지 않으면서 내 시장만 내줄 이유가 있는가?미국은 덩치에 맞는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하라고 일본을 윽박질렀다.
 
미국만 변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주변환경도 바뀌었다. 냉전이 끝나면서 동아시아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중일의 공통의 적인 소련이 무너지면서 3국의 관계가 불안정해졌다. 중국이 부상하고 북한이란 불량배가 신경을 거슬린다. 한국이 통일될 가능성이 크다. 더큰 문제는 20년이 넘도록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판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본의 방향감각이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서구를 쫒아가기만 하면 일본은 자신이 어디로 갈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catch up이 끝나면서 일본은 스스로 자신의 앞날을 그려야만 했다. 남이 만든 규칙에 따르면 되던 시절은 끝나고 자신의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일본이 서툰 일이다.

냉전이 그렇게 갑자기 끝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냉전 후의 세계질서와 동아시아 질서가 그렇게 오랫동안 표류하지 않았다면 일본은 대세에 따라 자신을 맞춰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은 바로 일본의 방향상실때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품붕괴와 함께 시작된 헤이세이 불황을 경제운영의 실책이라 말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원인은 엘리트들이 합의할 수 있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대세가 없는 세계에 일본이 들어섰기 때문이었다고, 정치가 실종되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교정책사라기 보다는 일본 정치엘리트들의 심리구조를 그린 일본인론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책에서도 보기 힘든 설명력을 가지며 명료한 그림을 그린다.

물론 이책의 단점도 있다. 이책은 일본을 외부자극에만 반응하는 당구공처럼 묘사한다. 일본의 계급이나 반대파, 내부항쟁같은 것은 무시되고 엘리트들의 생각에만 촛점을 맞춘다.

물론 저자가 국내정치를 완전히 생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저자가 그리는 모델은 그런 약점 정도는 무시할만한 매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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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트롤 - 타임 패트롤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4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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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역사 장르의 걸작으로 불리는 이 시리즈의 첫권에서 읽힌 것은 냉전의 먹구름이었다.

조지 오웰의 1984은 냉전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났던 1948년에 발표되었다. 그의 소설은 냉전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음울하게 예언한 것이었고 뉴욕 타임즈와 같은 유력지들의 극찬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이 느끼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문명에 대한 절망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발표된 이책 역시 당시의 불안감을 공유한다.

이책의 주인공은 2차대전 유럽전선에서 장교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우연히 시간 순찰대로 해석할 수 있는 타임 패트롤로 채용되어 역사의 흐름에 장난질을 하는 악당들과 싸우게 된다.

그가 그런 직업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그가 첫임무로 빅토리아 시대로 갔을 때의 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역사가들은 이 시대가 부자연그럽고 딱딱한 격식에 얽매이고, 문명의 탈에 가려진 야만적인 시대였는지, 아니면 몰락 직전의 서구 문명이 피운 마지막 꽃이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

서구문명의 절정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인류의 진보를 믿었고 과학은 절대적인 신뢰를 받던 시절, 그러나 그 시대의 결론은 두번의 세계대전이었고 인류 최후의 전쟁이 될 지도 모를 냉전이었다.

주인공이 2차대전 유럽의 전쟁터와 냉전의 핵우산에서 배운 것은 인간에 대한 냉소였다.

첫 임무에서 그는 역사를 바꾸어 인간의 역사를 더 좋게 만들려는 확신범을 죽인다.

그러나 그가 임무를 맡으면서 배운 것은 더 깊어지는 인간에 대한 냉소일 뿐이다. 어느 시대를 돌아보나 인간은 절망적이었다.

타임패트롤이란 직업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는 임무가 늘어갈 수록 회의에 빠진다.

몽골제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진출할 뻔한 사건을 상부의 지시로 없던 일로 만드는 임무에서 동행한 나바호 인디언 동료와의 대화이다.

"그건 다른 종류의 정복이 될 거야. 몽골인들은 그렇게 악랄한 민족이 아냐. 우리는 같은 시대의 유럽인들이 얼마나 잔학하고 고문과 학살을 즐겼는가를 잊고 있네.

사실 몽골인들은 고대 로마인들과 닮은 점이 많아. 저항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짓밝고, 굴복한 자들에겐 권리를 존중해 줬네. 둘다 무력에 의한 보호를 보장했고, 유능한 정부를 가지고 있었네. 상상력이 결여된, 비창조적인 국민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참된 문화에 대해 막연한 외경심과 선망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도 같네.

잊지 말게 몽골인들이 유목민이었다는 사실을. 백인들이 인디언을 멸절시키는 이유가 되었던 수렵민족과 농경민족 간의 숙명적인 대결 따위는 존재하지 않네. 게다가 몽골인들은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아마 인디언들은 약간의 충돌이 있은 뒤로는 기꺼이 그들에게 복종할 걸세. 그러면 왜 안되지? 그들은 그 대가로 말, 양, 소, 직물, 야금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네. 그리고 중국인들도 이곳에 올 거야. 문명을 가르칠 그들이..."

왜 몽골인들이 아메리카를 차지하게 놔두면 안되는가? 주인공은 묻는다. 망설인다. 그렇게 되면 역사의 라인이 뒤집혀 자신이 살던 세계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그렇게 좋은 세계도 아니었어." 어차피 인류는 전쟁에서 재국, 붕괴 그리고 또다시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 적이 없다.

왜 놔두면 안되는가? 무엇을 위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1권의 마지막에 나온다. 마지막 편은 한니발의 2차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가 져 모든 역사가 뒤집힌 세상을 바로 잡는 이야기이다.

로마제국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로마의 경쟁자인 켈트족이 득세하고 게르만족이 밀려난다. 이후의 세계는 켈트족이 유럽을 잡으면서 어떤 세상이 되는가이다.

바뀐 세계에선 1950년대에 겨우 증기기관이 움직이고 있었고 사람들은 마법을 믿으며 기술은 있지만 과학은 없었다.

"난 그들의 종교에 대해 물어 보았던 거야. 그것은 순수한 다신교였네. 유대교조차 와나전히 사라진 것같고 불교는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어. 화이트헤드가 지적했듯이, 전능한 신이라는 중세적 개념은 만물에는 법칙이 있다는 관념을 사람들의 마음에 심음으로써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거야."

그리스의 과학과 수학, 철학을 계승하고 기독교를 낳은 로마제국이 사라지면서 이 세계에는 과학이 없었다.

그러나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왜 원래의 역사를 돌려놔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솔직하게 말해서 그는 이 시공 연속체가 자신이 소속된 곳보다 더 나쁘다거나 좋다고 판단할 수가 없었다. 단지 이질적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 역시 존재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단 말인가?"

주인공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결국 그를 움직인 것은 추상적인 책임감 따위가 아니라 그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사소한 일들과 사소한 사람들의 기억인 것이다."

이책은 대중문학인 SF 장르에 속한다. 그에 걸맞게 이책은 모험담을 줄기로 하고 있고 그 위에 위에서 요약한 것과 같은 역사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덧붙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책은 재미있게 읽혀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위와 같은 사변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는 억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50년대의 불안감이나 인간에 대한 냉소는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읽혀야 한다는 전제에서 억제되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사색을 따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책을 걸작으로 불리게 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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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빅 씽 The Little Big Things - 사소함이 만드는 위대한 성공 법칙
톰 피터스 지음, 최은수.황미리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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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책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서문에서 출판사 때문이라 말한다. 이책에 실린 글’들’은 원래 저자의 블로그에 썼던 것들로 책으로 묶을 생각을 하고 쓴 것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글들이 조회수 상위를 기록하면서 출판사의 제의를 받게 되었고 책에 어울리게 다듬는 작업을 거쳐 출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책이기 때문에 이책은 어쩔 수 없이 잡다하다. 책의 내용은 물론 다양한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지만 원래 하나의 단위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부족하다.

이책에 실린 글들은 잡다하고 다양하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끌어낸 교훈부터 저자가 읽은 책들에서 끌어낸 교훈들, 저자의 경영에 대한 생각들 등 이책에 실린 내용은 잡다하다.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끌어낸 예를 보면 이런 것이다. 저자는 전세계로 강연을 많이 다닌다. 그리고 저자의 명성 때문에 강연료 역시 비싸다. 돈값을 하기 위해 저자는 강연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저자는 그 성공이 기준이 청중에 있지 안고 강연자 자신이 만족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강연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기적으로 들리는가? 그렇지는 않다. 고등학교 때 방방이 깍는 노인이란 수필을 생각해보라. 손님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다듬은 방망이가 최고의 방망이였다.

실제 저자는 청중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책의 다른 부분에서 강연에 청중을 몰입하게 하기 위해 청중과 연관된 주제를 꺼내는, ‘우리’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잇는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야기를 저자는 한다.

이쯤되면 이책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 짐작이 갈 것이다. 이책의 내용은 저자가 경영학자로서 쓴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로서 쓴 것이다.

물론 경영의 구루로서 저자의 면모가 돋보이는 부분도 많다. 가령 저자는 경영의 구루로 대접받는 사람들의 책들이 왜 경영현장에서는 무시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며 심지어는 경영학 무용론이 나오는가에 대해 구루로서의 해답을 제시하는 글이 있다.

저자는 구루들이 대상으로 하는 경영현장이 실제 대다수의 경영현장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별세계를 다루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경영학 서적의 단골인 IBM, GE, 구글, 애플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더군다나 그런 뛰어난 기업이 아닌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소수이다. 그리고 구루들은 경제 전체, 국가, 세계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지만 실제 경영현장에선 그런 말은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떠오르는 첨단 성장산업에 주목하지만 대다수는 그런 산업에서 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혁신 같은 말을 좋아하지만 실제 경영현장은 그런 말과는 상관이 없다.

아주 솔직하면서 예리한 통찰이다. 그러나 이책의 대부분은 경영의 구루만이 말할 수 있는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책의 대부분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리고 저자 자신이 서문에서 쓴 것처럼 자기계발서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굳이 탐 피터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책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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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50 비즈니스 미래력 - 한 발 앞선 통찰과 준비를 위한 사전
강철호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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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제목에는 미래력이란 말이 들어가 잇다. 여기서 력은 두가지 한자가 모두 가능하다. 力과 曆이다.

이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영어 제목에 dictionary가 들어가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내용간에 어떤 일관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영어사전의 옆에 찾기 쉽도록 A B C 항목을 구분할 수 있게

A
  B
    C
같은 식으로 인쇄되어 있듯이 이책의 옆에는
2010
       2011
             2012
같이 인쇄가 되어 있다. 이책의 내용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시간이란 말이 된다.

그러면 시간에 따라 묶어져 있는 이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목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목차에 보면 이책의 첫장은 '전자세금계산서 전면 시행'이고 그 다음 장은 '2010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4,110원'이다. 그리고 몇줄을 건너면 피아노의 시인 쇼팽 탄생 200주년' 또 '보행자 우측통행 전면시행' 이런 식으로 목차는 흘러간다. 이들 간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단지 처음 둘은 2010년 1월1일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3번째는 3월1일 네번째는 7월1일에 해당하는 내용일 뿐이다.

이제 이책의 내용이 감이 잡힐 것이다. 이책은 앞으로 계획된 일어날 일들의 曆 즉 달력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정보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정보라도 이런 식으로 묶어 놓으면 力 즉 힘이 된다. 누가 생각했는지 아주 재미있는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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