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 트로이 전쟁에서 마케도니아의 정복까지
김진경 지음 / 안티쿠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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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대로 이책은 고대그리스사 입문서이다. 이책은 전문가나 전공자를 위한 서적이 아니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역사로서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서문에서 이책의 목적을 말하면서 ‘이야기 ~사’와 같은 류와 같은 책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책들은 깊이가 부족하다. 다시 말하자면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없다. 너무 쉽게 쓰려다 보니 감각적이 되기 쉽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어려운 내용도 적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읽고 나서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다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피상적인 책이 되지 않으면서 그 시대에 대한 그림을 그려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대학에서 수십년간 해온 강의를 그대로 책으로 옮기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는 푸념을 책의 서문에 적고 있다.

강의에서 하듯이 이야기를 섞어 쉽게 다가오도록 한다는 뜻이다. 실제 이책을 트로이를 발굴한 슐리히만이 실은 떠벌리기 좋아하는 허풍선이에 사기꾼이었다는 일화 같은, 강의실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기억을 더 잘하게 하기 위해 겹들이는 양념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식 강의 스타일은 일화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록이 남아있는 역사시대를 다루는 부분에선 주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가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그런 정책을 썼는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등을 다루는데 많은 지면을 할당한다. 그러면서 원전의 기록이 상이할 때는 헤로도투스의 역사에는,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는,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는 어떻게 소개되어 있는가 등도 소개한다.

이야기식 스타일은 학설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학설들이 대립되는 부분에선 여러 학설들을 짧고 정연하게 정리하면서도 왜 학설들이 대립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실제 논쟁을 보듯이 논리를 재구성한다. 그러면서 그 학설 중에 자신은 이것이 더 설득력있다는 평결을 내리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학설을 나열만 하고 판단은 알아서 하라는 식과는 다르다.

이 정도면 이책이 어떤 종류의 책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학부에서 고대그리스사 전공 강의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재미없고 지루한 강의가 아니라 명강의로 유명한 강의를 신청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책의 스타일은 알았다. 재미있다는 말이군. 그러면 이책의 내용은 어떠한가? 이책의 내용은 한정적이다. 고대그리스사 입문이라면 다룰 수 밖에 없는 레퍼토리가 잇다.

그리스의 지리적 특성, 미노아 문명, 미케네 문명, 암흑시대, 폴리스의 성립, 페르시아 전쟁, 펠레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더 제국, 헬레니즘. 고대 그리스사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주제이다. 상당히 방대하는 것을 알 수 잇다.

저자는 그 방대한 주제를 모두 자세히 다루기에는 시간의 제약이 있다고 느낀다. 이야기식 강의라는 것이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방대한 주제를 다루려면 취사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주로 정치사에 국한하는 것으로 타협한다. 이야기 거리도 많고 우선 정치사를 파악해야 경제, 문화, 사상과 같은 다른 주제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책에선 알렉산더의 죽음으로 책의 내용이 끝난다. 그의 사후 제국의 분열이라든가 헬레니즘 시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분량상의 제한 때문이라 생각된다.

요약하자면 이책은 초심자가 고대그리스사를 재미있고 쉽게 접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쓰여졌다. 그런 목적은 일단 이책에서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을 위해 이책에서 다룰 수 없었던 내용들도 많다. 그러므로 이책은 이후 다른 책들을 읽어나갈 발판으로 간주해야지 이책 한권으로 고대그리스사의 개요를 잡을 수 있는 성격으로 쓰여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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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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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하면 행동경제학이다. 요 몇 년간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다. 이제는 오히려 너무 과다하게 나왔다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면 그 많고 많은 행동경제학 서적들 위에 이 책 한권이 더해질 가치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치가 있다. 그것도 넘치도록 있다.

행동경제학 서적을 읽어봤다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읽을 때는 재미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아 내가 그런 논리로 행동했었구나 재미있군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가물가물 내용이 뭐였더라… 이유가 뭘까?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첫째 행동경제학이나 마찬가지로 유행하는 뇌신경학의 경우 이제 막 학계의 주류로 올라서려는 준비운동을 하는 단계이다. 어느 정도 실적이 쌓여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제 올라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시경제학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아구가 맞아들어가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분야를 문외한에게 소개하려니 흥미위주가 되기 쉽다. 그러니 기억이 남지 않는 것이고 읽고 나서 그리 남는 것이 없다. 생각보다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책은 어떤가? 이책의 저자는 책의 설명영역을 좁히는 것으로 그 문제를 넘어간다. 저자가 집중하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할 때 우리가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을 사용하는가에만 논의를 한정한다. 목차를 따라 이책의 논의 흐름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은 팔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는 알 수 없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은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돈을 주고 샀을 때 원하는 가치가 있는지 알려면 써봐야만 알 수 있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항상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확실성을 추정하고 대응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책의 시작을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우리가 불확실성을 어떻게 측정하며 어떻게 불확실성을 줄이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그 다음의 논의들은 여기에서 확장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시장의 거래가 믿을 만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공정성, 상호주의, 평판 등 이후에 나오는 논의는 우리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받아들이며 어떻게 신뢰를 쌓고 어떻게 신뢰를 평가하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그러나 신뢰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이다. 본질적으로 신뢰는 예측의 문제이다. 저자는 예측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이책을 끝내고 있다.

다시 요약하자면 저자는 시장의 문제를 거래의 문제로 보며 거래의 문제를 리스크와 인센티브의 문제라 요약한다.

행동심리학은 결국 큰틀에서 미시경제학과 보완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시경제학의 ‘이기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이 행동경제학의 기본전제라는 점에선 이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의 여러 개념들은 역시 미시경제학이 시장에서의 거래를 보는 기본개념인 리스크와 인센티브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해석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그리고 저자가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을 재해석해 정리해 보여줄 때 미시경제학 교과서처럼 명료하고 간명하게 읽히도록 하는 힘이다.

그런가? 그렇다 하더라도 행동경제학 서적들이 실제에선 그리 유용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읽을 때는 좋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경영현장에서 어떻게 그 개념들이 관철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점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이다. 그점에서 이책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은 그렇지 않다.

저자의 이력을 보자. 저자는 칼텍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HP 연구소 자체를 출범시킨 인물이었다. HP 연구소는 최초의 사내 실험경제학 연구소였다.”

행동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심리학의 경제학응용이다. 이책에 정리된 행동경제학의 기본개념 중에서 상호성, 공정성과 같은 개념은 사회심리학에서 직접 따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은 실험경제학으로도 불린다.

이책에서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기본개념들을 정리하기 위해 심리학 서적이나 다른 행동경제학 서적들처럼 많은 실험들을 예증으로 소개한다. 그중 상당수는 고전적인 연구들로 다른 책들에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수로 등장하는 것은 저자가 HP 연구소에서 실험한 것들이다.

그리고 저자가 실험한 것들은 기업부설 연구소답게 바로 경영현장에 직접 연결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예측에 관해 다루고 있다. 요즘 예측에 있어서 새롭게 주목받는 방법론은 집단지성이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실제 경영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10-20명 정도이고 직원의 시간을 많이 뺐어도 안된다.

이런 제약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BRAIN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예측시장의 일종인 BRAIN은 “참가자들이 서로 거래를 하는 대신 BRAIN 참가자들은 결과를 놓고 직접 ‘하우스’와 베팅을 한다. 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BRAIN의 원리는 이렇다. 하우스(실험 연구자)는 도출될 수 있는 결과(예측 가능한 선택지0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다음 분기에 판매 수량 10개’ 같은 식으로 말이다. 참가자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100개의 코인을 받는다. 각 참가자는 100개의 코인을 모두 사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각 선택지마다 최소한 한 개의 코인은 반드시 베팅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실제 결과가 나오면 참가자들은 자신이 베팅한 코인 개수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는다.

HP는 수익 예측과 향후의 D랩 가격 예측 등 다양한 예측에서 BRAIN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HP의 몇몇 고객사들도 BRAIN을 활용했다. 한 제약회사는 주어진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 프로젝트를 딸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했고 한 통신사는 신규 서비스 가입자 당 마케팅 비용을 예측했다. 한 보험사는 BRAIN을 이용해서 한 부서가 한 분기에 사용하게 될 비용을 예측했다.”

이책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은 실제 회사 내에서, 시장에서 거래할 때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해 어떻게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잇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 동원되는 사례들은 거의 경영학의 케이스 스터디와 비슷하다.

요약하자면 이책의 장점은 행동경제학을 체계적으로 요약하면서 현장성을 갖는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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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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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KBS 1에서 9시 뉴스가 끝나면 10분 짜리 시사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편성된 적이 있었다. 프로그램 이름이 ‘세계는 지금’으로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영어공부 하느라 들었던 ABC의 나이트라인이나 경영대 로비에 무료로 나눠주던 아시아판 월스트리트 저널과 다루는 폭이나 분석의 깊이에서 그리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관점이 주류인 영미권의 관점에서 그리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변방의 국가가 그런 프로그램을 매일 10분짜리로 장기간 편성한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엇다.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았는지 몇 년이 지나더니 시간이 뉴스라인이 끝난 시간으로 넘겨지더니 슬그머니 없어졌었다. 그러나 그런 기획 자체를 할 의욕을 가졌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유럽방송국의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마 이책의 번역본 편집자도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번역서의 제목을 붙인 것같다.

이책은 바로 유럽판 ‘세계는 지금’을 책으로 낸 것이다. 이책은 독일과 프랑스가 합작으로 만든 프랑스의 아르테 방송국이 1990년부터 편성한 ‘지도의 이면’이란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맡아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말한다. “”’지도의 이면’은 역사와 지리라는 무기를 들고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냉전체제의 몰락,. 소련의 해체, 독일의 통일, 유고슬라비아의 분열, 지구 온난화 등 이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정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치지리학으로도 부족하다. 세상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잇다. 지도의 이면은 그런 말을 하고 싶어한다.”

이책의 목차를 보면 시사를 주제로 한다. 왜 체첸분쟁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가? 유럽연합은 왜 계속 확장되는가? 브라질의 역동성과 문제는 무엇인가? 아프리카의 문제는 무엇인가? 송유관의 지정학은? 등과 같은 주제들로 어느 정도 수준있는 언론이라면 다루는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책에 편집된 ‘지도의 이면’이란 프로그램은 그 관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는 지리학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는 지도가 주인공이고 지도를 설명하면서 현재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듯이 지정학적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사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시리즈의 원고를 쓰는데 아날학파의 거두로 유명한 조르즈 뒤비와 독일 역사학자인 아르노 페터스가 참여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책의 내용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언론의 보도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이책은 그 배경의 논리에 더 초점이 가있는 것이다.

이책의 성격이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리 깊이 있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략적인 감을 잡는데는 충분하다.

이책을 보면서 놀랐던 것은 이런 프로그램이 정규방송으로 20년이 넘도록 진행되고 잇다는잇다는 것이었다. KBS 1에서 비슷한 시기에 기획했던 ‘세계는 지금’은 시청자의 무관심 때문에 표류해야 햇지만 지구 반대쪽에선 장수하면서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지고 다시 반대쪽으로 번역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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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세계업계지도 - 시장을 리드하는 46업종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구조와 전망
글로벌기업조사회 지음, 박정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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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산업별로 세계시장을 상정하고 그 시장에서 매출순위를 매겨 어떤 업체가 몇 위인가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별 내용 아니다. 그러나 읽기에 따라서 별 내용이 된다.

이책의 내용은 매출액순위로 업체의 랭킹을 매기고 업체의 국적, 매출액 순위변동,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별 매출비중, M&A, 제휴관계 등을 알려준다. 그외에는 일본에서 작성된 책이기 때문에 일본국내의 매출순위가 별도로 언급된다.

이런 정보 자체로는 그다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산업별이 아닌 전체순위를 보면 상위에 랭킹된 업체들은 석유, 금융, 자동차 업체들이다. 이 세 산업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산업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경제를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세 산업의 상위업체의 국적을 보면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 유럽이며 일본이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중국업체들이 새롭게 등장한 것을 알 수 잇다. 세계경제의 흐름대로 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언론에서 떠들석하게 말하는 경제중심의 태평양으로의 이동은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DP 비중으로 보면 분명 태평양 지역이 몰라보게 급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늘어난 만큼 랭킹에 반영되었느냐면 그렇지 않다. 여전히 랭킹을 지배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권 업체들이다.

그 이유는 세계화 때문이다. 랭킹에 새롭게 오른 중국업체들은 석유와 금융인데 이들 업체들은 중국경제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랭킹이 올라간 것이지 세계경제에서의 실력을 말하지는 않는다. 80년대 일본경제가 절정이었을 때 매출로는 일본은행들이 탑이었지만 실력이 그랫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본은행들은 국내은행일 뿐이었다.

그 당시도 그랫지만 일본은 경제규모에 비해 세계경제에서의 힘은 작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에서 가장 비중있는 산업인 석유와 금융을 대서양권이 지배하고 잇고 전자나 자동차 같은 산업 이외에 다른 주요산업에서도 업체의 지배력이 대서양권에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 경제권이 부상한다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기는 요원하다는 것을 산업판도를 읽으면서 알 수 있다.

이상이 이책의 정보를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독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책의 가치는 그런 독법을 가능하게 하는 원자료라는데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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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부활 - 중국과 아랍,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는가?
벤 심펜도르퍼 지음, 홍순남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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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집트 지식인이 서구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더 강한 유대감을 작고 잇죠. 기술을 수입할 곳으로 서구를 지목하고 원조나 차관을 받을 곳도 서구라 생각하죠.” 이집트 외교관의 말이다. 그러나 9.11 사건을 지적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그는 말한다. “맞습니다. 9.11 사건은 이집트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서구는 테러리즘을 이슬람과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햇습니다. 이집트 엘리트들은 속았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서구에 등을 돌린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들은 이제 서구에 열광하지 않습니다.”

이책의 저자는 거의 10년동안 아랍권에 살앗고 홍콩의 외환거래소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잇다. 아랍권과 중국에서 보내면서 그는 이책의 제목대로 실크로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랍권과 중국이 옛날처럼 다시 연결되고 잇다는 것이다.

아랍권과 중국이 다시 옛날의 관계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 것을 저자는 9.11 사태라 말한다. 9.11 사태가 일어나면서 아랍권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기가 어려워졌다. 불가능하지야 않지만 비자를 받을 때의 어려움과 공항에서의 불쾌한 기분은 대단한 비용이 된다.

그들에게 대안이 된 것이 중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책을 이우라는 중국의 도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우는 상하이에서 가까운 작은 무역도시이다. 이 도시의 주력은 흔히 말하는 보따리 장수들을 상대하는 도매업이다.

미국과 유럽에 들어가기 힘들어지면서 중국제 물건으로 거래선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슬람 상인들이 이우시에 넘쳐나게 된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그런 흐름이 전혀 서구 언론에는 비쳐지지 않는다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소규모 거래는 헤드라인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아랍권의 거래는 그런 소소한, 통계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우 시에 넘쳐나는 아랍 무역상들은 세계경제의 재편을 보여주는 한가지 예일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두바이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실크로드 부활의 상징으로 본다. 두바이는 실크로드가 번성하던 시절 무역거점으로 중요한 곳이엇다. 두바이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다시 예전의 실크로드를 따라 돈과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은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항공사이다. 이 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중심에 두바이가 잇기 때문이며 세 대륙간에 돈과 사람의 흐름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나 서구언론 그리고 서구 언론을 받아 쓸 뿐인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런 움직임들을 놓치고 있다. 최근 아랍권에 관해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은 국부펀드이다. 고유가로 떼돈을 번 아랍 산유국들은 70년대처럼 그돈을 써버리지 않고(당시에는 번돈의 70%를 써버렸다) 75%를 저축하기로 했다. 그렇게 저축한 돈의 규모는 1조4천억 달러에 달한다. 국부펀드들은 그돈을 미국과 유럽의 자산에 투자하고 회사를 사들이는데 썼다.

그들이 그만한 돈을 벌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면서 먹어치우는 석유수요 때문에 유가가 앙등햇다.

저자가 말하는 세계경제의 재편의 배경은 바로 중국과 아랍권의 부상이다. 돈을 번 아랍권이 중국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을 저자는 실크로드의 부활이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무역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정치적 관계도 따른다.

석유수요를 채우고 석유안보를 지키기 위해 중국은 아랍권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것이나 이란제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석유때문이다.

중국이 아랍권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기 때문에 교류가 많아졌다. 아랍권으로서도 중국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랍국가들에게 중국은 역할모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빈털터리에서 지금처럼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아랍국가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중국의 모델은 서구 모델과 달리 정권교체 없이 정치적 안정을 누리면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정치가 그다지 안정되지 않은 아랍국가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다.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시리아는 실제 중국식 모델을 따라 개혁을 시작했다.

이책의 논의를 정리하면 대충 위와 같이 정리된다. 그외에도 저자는 실크로드가 부활한다는 신호로 여러가지를 들고 잇지만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위와 같이 정리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정리된 것을 보면 그리 뚜렷한 증거라 말하기 힘들다. 저자도 실크로드가 부활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이슬람 회랑’이 다시 살아나는 신호가 잡힌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책은 이미 부활한 실크로드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활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아랍권의 회복세를 보면 저자의 말은 그리 상식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만한 여건에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아랍권과 중국을 오가며 발로 뛰면서 본 것들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것을 근거로 아주 실감나는 글을 쓰고 잇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엇다. 어디까지나 아랍권의 부활은 고유가에 힘입은 것이다. 석유가 천년만년 나온다면 모르지만 아랍권이 언제까지나 석유에 의존할 수는 없다. 석유는 물론 어떤 1차산업에 기대서도 경제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 대해선 이책의 저자는 그리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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