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하면 행동경제학이다. 요 몇 년간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다. 이제는 오히려 너무 과다하게 나왔다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면 그 많고 많은 행동경제학 서적들 위에 이 책 한권이 더해질 가치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치가 있다. 그것도 넘치도록 있다.

행동경제학 서적을 읽어봤다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읽을 때는 재미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아 내가 그런 논리로 행동했었구나 재미있군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가물가물 내용이 뭐였더라… 이유가 뭘까?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첫째 행동경제학이나 마찬가지로 유행하는 뇌신경학의 경우 이제 막 학계의 주류로 올라서려는 준비운동을 하는 단계이다. 어느 정도 실적이 쌓여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제 올라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시경제학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아구가 맞아들어가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분야를 문외한에게 소개하려니 흥미위주가 되기 쉽다. 그러니 기억이 남지 않는 것이고 읽고 나서 그리 남는 것이 없다. 생각보다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책은 어떤가? 이책의 저자는 책의 설명영역을 좁히는 것으로 그 문제를 넘어간다. 저자가 집중하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할 때 우리가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을 사용하는가에만 논의를 한정한다. 목차를 따라 이책의 논의 흐름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은 팔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는 알 수 없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은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돈을 주고 샀을 때 원하는 가치가 있는지 알려면 써봐야만 알 수 있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항상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확실성을 추정하고 대응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책의 시작을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우리가 불확실성을 어떻게 측정하며 어떻게 불확실성을 줄이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그 다음의 논의들은 여기에서 확장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시장의 거래가 믿을 만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공정성, 상호주의, 평판 등 이후에 나오는 논의는 우리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받아들이며 어떻게 신뢰를 쌓고 어떻게 신뢰를 평가하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그러나 신뢰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이다. 본질적으로 신뢰는 예측의 문제이다. 저자는 예측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이책을 끝내고 있다.

다시 요약하자면 저자는 시장의 문제를 거래의 문제로 보며 거래의 문제를 리스크와 인센티브의 문제라 요약한다.

행동심리학은 결국 큰틀에서 미시경제학과 보완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시경제학의 ‘이기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이 행동경제학의 기본전제라는 점에선 이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의 여러 개념들은 역시 미시경제학이 시장에서의 거래를 보는 기본개념인 리스크와 인센티브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해석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그리고 저자가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을 재해석해 정리해 보여줄 때 미시경제학 교과서처럼 명료하고 간명하게 읽히도록 하는 힘이다.

그런가? 그렇다 하더라도 행동경제학 서적들이 실제에선 그리 유용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읽을 때는 좋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경영현장에서 어떻게 그 개념들이 관철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점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이다. 그점에서 이책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은 그렇지 않다.

저자의 이력을 보자. 저자는 칼텍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HP 연구소 자체를 출범시킨 인물이었다. HP 연구소는 최초의 사내 실험경제학 연구소였다.”

행동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심리학의 경제학응용이다. 이책에 정리된 행동경제학의 기본개념 중에서 상호성, 공정성과 같은 개념은 사회심리학에서 직접 따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은 실험경제학으로도 불린다.

이책에서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기본개념들을 정리하기 위해 심리학 서적이나 다른 행동경제학 서적들처럼 많은 실험들을 예증으로 소개한다. 그중 상당수는 고전적인 연구들로 다른 책들에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수로 등장하는 것은 저자가 HP 연구소에서 실험한 것들이다.

그리고 저자가 실험한 것들은 기업부설 연구소답게 바로 경영현장에 직접 연결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예측에 관해 다루고 있다. 요즘 예측에 있어서 새롭게 주목받는 방법론은 집단지성이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실제 경영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10-20명 정도이고 직원의 시간을 많이 뺐어도 안된다.

이런 제약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BRAIN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예측시장의 일종인 BRAIN은 “참가자들이 서로 거래를 하는 대신 BRAIN 참가자들은 결과를 놓고 직접 ‘하우스’와 베팅을 한다. 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BRAIN의 원리는 이렇다. 하우스(실험 연구자)는 도출될 수 있는 결과(예측 가능한 선택지0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다음 분기에 판매 수량 10개’ 같은 식으로 말이다. 참가자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100개의 코인을 받는다. 각 참가자는 100개의 코인을 모두 사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각 선택지마다 최소한 한 개의 코인은 반드시 베팅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실제 결과가 나오면 참가자들은 자신이 베팅한 코인 개수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는다.

HP는 수익 예측과 향후의 D랩 가격 예측 등 다양한 예측에서 BRAIN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HP의 몇몇 고객사들도 BRAIN을 활용했다. 한 제약회사는 주어진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 프로젝트를 딸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했고 한 통신사는 신규 서비스 가입자 당 마케팅 비용을 예측했다. 한 보험사는 BRAIN을 이용해서 한 부서가 한 분기에 사용하게 될 비용을 예측했다.”

이책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은 실제 회사 내에서, 시장에서 거래할 때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해 어떻게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잇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 동원되는 사례들은 거의 경영학의 케이스 스터디와 비슷하다.

요약하자면 이책의 장점은 행동경제학을 체계적으로 요약하면서 현장성을 갖는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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