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머러티 - 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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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책에서 사람은 숫자로 그려진다. 숫자로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PC가 생기기 이전에 등장한 바코드는 유통에 혁명을 일으켰다. 물건을 계산할 때마다 품목마다 재고량이 실시간으로 체크되면서 언제 어디에 어떤 물건을 가져다 놓아야 할지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얼마에 살지 알아내는 것은 비즈니스의 성배이다. 그것을 예측할 데이터를 누가 쥐는가는 권력을 쥔다는 말이 된다. 바코드의 등장과 함께 권력은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이동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유통업자는 판매정보를 쥐게 되면서 어떤 품목을 어느 점포에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왜 그것인지 누가 그것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엇다. 바코드로 읽어낼 수 있는 데이터는 총량(aggregate)이지 구매자를 단위로 개별화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매자 단위의 정보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판촉이 훨씬 쉬워진다. 지금까지 구매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어떤 물건을 살지 예측하기 쉬워진다.

그런 정보를 얻기 위해 매장에 회원카드를 발급하고 할인혜택을 주며 카트에 회원카드를 스캔하면 카트의 디스플레이에 매장의 어디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띄울 수 있고 어디에 가면 어떤 물건이 있다고 알려줄 수 있다.

사람의 행동을 숫자로 읽어 예측하려는 것은 유통업자만이 아니다. 이전까지 대규모 고객데이터는 유통업자와 신용카드 회사나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으로 데이터는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 문제가 되엇다.

컴퓨터에 앉아 클릭하고 타이핑하는 우리의 모든 행동이 우리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구글이 좋은 예이다. 구글의 검색창에 오타를 내면 구글은 우리에게 원래 이런 단어를 입력하려 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묻는다. 그리고 우리가 구글이 찾아주기 원하는 검색결과는 우리같이 무엇을 찾아달라고 한 사람들이 웹서핑을 하면서 구글에게 알려준 선호도에 따라 구글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검색결과는 더 좋아진다.

구글이 찾아준 웹 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되는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컴퓨터에 기록된 쿠키를 읽고 지금까지 우리의 선호도를 짐작해 그에 근접하는 광고를 띄워 광고효과를 올린다.

이책의 저자는 그외에도 선거운동에 유권자의 지지성향을 예측해 그에 맞게 DM을 발송하고 선거유세 계획을 조정하는 선거 마케팅에서 어떻게 데이터 마이닝이 적용되고 있는지; 블로그의 어휘들을 분석해 블로그 필자가 어떤 사람인지 추측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마케팅에 데이터 마이닝이 어떻게 응용되는지;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고 추적하는데 어떻게 응용되는지; 앞으로 의료나 연애에 어떻게 응용될지 등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데이터 마이닝의 수준은 초창기일 뿐이며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여러가지이다. 사람의 행동을 숫자로 모델링한다는 자체에 validity의 문제가 있다. 사람의 심리는 수학적 모델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수학적 모델로 번역한다면 많은 오차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런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 수준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기 때문에도 많은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측을 한다고 하지만 예측을 하려면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기껏해야 상관관계 정도에 불과하다. 

더 실제적인 문제는 데이터 자체의 한계이다.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데이터 마이닝의 결과는 지금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이상일 수 없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

저자는 그런 이유로 이책을 이렇게 끝낸다. "이 사람들 분석 제대로 한 거야? 이거 나 맞아?"

그러나 데이터 마이닝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은 분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미래는 빅 브러더의 세계인가? 저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보험회사는 우리의 데이터를 근거로 아예 처음부터 의료보험가입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고 정부도 우리의 데이터를 쥐고 범죄자 취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데이터 자체는 중립적이라고 말한다. 데이터가 누구의 것이냐를 가리는 조치가 제도화될 것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오히려 그 데이터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데이터의 주인으로서 우리 자신에게 얼마든지 유리하도록 바꿀 힘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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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i 2010-08-1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가 동하는 책이네요. 결론도 인상적이고요^^

Lulu 2010-08-13 15:25   좋아요 0 | URL
읽을 만합니다 ^^ 그러나 결론은 좀 얼버무리더군요. 그래서 서평에도 제대로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잘 사고 잘 파는 법 - 롯데홈쇼핑 이부장이 들려주는
이상발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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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보다보면 이책은 짜깁기다 이책은 실제 경험을 쓴 것이다 이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발품을 팔았나 이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섭렵했나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나 등을 그냥 알 수 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냥 감으로 아는 것이다. 이책의 경우는 저자의 경험을 쓰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저자는 아직 한국에 대형 할인점이란 업태가 생기기 전 대형 슈퍼마켓에서 유통맨의 경력을 시작했고 그후 할인점에서 경력을 쌓다 홈쇼핑 초창기에 직장을 옮긴 것으로 되어 있다.

이책은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저자의 몸에 밴 유통맨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을 내용으로 한다.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과 그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어떤 판매전략을 구사해야하는가, 구매자는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상품진열은 어떤 원칙에 따라 하는가, 견적서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홈쇼핑의 생리 등 유통맨의 엄무 매뉴얼 같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물론 이책은 그런 파는 측의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는다. 저자는 판매자의 사고방식이 이러하기 때문에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도 조언을 한다. 가령 25일 이후에 사라는 조언을 한다. MD의 입장에서 매달 25일이 되면 목표달성을 해야하기 때문에 밀어내기 세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예로는 할인점의 경우 상품진열을 할 때 잘나가지만 이익은 그리 많지 않은 물건보다는 앞으로 잘 나갈 것 같은 이익이 많은 물건을 시선과 같은 높이에 진열하기 때문에 상품진열의 논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저자가 자신의 판매경험으로 볼 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구매행위가 된다는 것을 조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내용은 이책에서 1/3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유통맨의 노하우에 할애된다. 그러면 이책은 유통맨을 위한 책인가? 부록에 MD 지망생을 위한 조언이 실린 것을 보면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책의 내용은 유통맨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라 말하고 있다(그런지는 유통업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이책의 의도는 소비자보다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의 후반에서 직장을 떠난 선배와 후배들을 찾아가 실제 창업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 견적을 받을 때 바람직한 자세 같은 것은 유통업 관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창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되며 상품매입이나 상품진열, 소비자의 유형, 소비자 대처법 등을 적은 부분도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내용들이 많다. 대부분 창업을 하게 되면 유통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책의 내용은 알았다. 그러면 이책의 질은 어떤가? 이책은 깔끔하게 잘 쓰인 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위에서 어느 정도 언급했지만 소비자, 창업자, 판매자 등 이책이 대상으로 하는 층이 너무 광범위하다. 그 많은 대상을 얼마 안되는 분량으로 커버하려니 일관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책의 내용은 저자의 오랜 경험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오리지널한 내용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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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jwns548 2019-01-0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희같은 독자들은 딱읽어보면 알수있죠
 
2010~2050 비즈니스 미래력 - 한 발 앞선 통찰과 준비를 위한 사전
강철호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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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제목에는 미래력이란 말이 들어가 잇다. 여기서 력은 두가지 한자가 모두 가능하다. 力과 曆이다.

이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영어 제목에 dictionary가 들어가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내용간에 어떤 일관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영어사전의 옆에 찾기 쉽도록 A B C 항목을 구분할 수 있게

A
  B
    C
같은 식으로 인쇄되어 있듯이 이책의 옆에는
2010
       2011
             2012
같이 인쇄가 되어 있다. 이책의 내용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시간이란 말이 된다.

그러면 시간에 따라 묶어져 있는 이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목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목차에 보면 이책의 첫장은 '전자세금계산서 전면 시행'이고 그 다음 장은 '2010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4,110원'이다. 그리고 몇줄을 건너면 피아노의 시인 쇼팽 탄생 200주년' 또 '보행자 우측통행 전면시행' 이런 식으로 목차는 흘러간다. 이들 간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단지 처음 둘은 2010년 1월1일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3번째는 3월1일 네번째는 7월1일에 해당하는 내용일 뿐이다.

이제 이책의 내용이 감이 잡힐 것이다. 이책은 앞으로 계획된 일어날 일들의 曆 즉 달력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정보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정보라도 이런 식으로 묶어 놓으면 力 즉 힘이 된다. 누가 생각했는지 아주 재미있는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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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다보스 리포트 New Normal - 위기 후 변화하는 세계경제지도
박봉권.신헌철 지음, 박재현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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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책 제목대로 올해 다보스 포럼을 다룬 책이다. 이런 류의 책은 많고 흔하다. 이런 류의 책의 용도는 그런 포럼에 갈 자격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에게 포럼의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런 포럼에서 논의된 것들을 보면서 앞으로 세계의 방향을 미리 짐작해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책은 다른 책들과는 약간 다르다. 다른 책들은 대개 포럼에서 발표된 아티클을 모아 편집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책은 아티클을 모아놓기 보다는 포럼에서 오간 논의를 요약해 주제별로 요약하고 그 주제들을 연결해 하나의 줄거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저자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 포럼에서 오고간 논의들을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스토리라인으로 요약한다.

2009년과 달리 올해 포럼은 좀더 낙관적이 되었다. 위기는 일단 진정되었다는 판단이 주류였고 세계경제의 붕괴를 말하는 ‘닥터 둠’들의 추락이 대세였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이 어떤 모양새가 될 것인가인데 LUV 시나리오가 가장 지지를 받았다. 유럽은 L, 미국은 U 그리고 세계경제의 회복을 주도한 아시아는 V 커브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완전히 지나갔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더블 딥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지금까지 회복세가 전세계 GDP의 20%를 정부가 쏟아부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디레버리지의 여파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출구전략을 택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진퇴양난이 앞으로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민간의 거품이 정부의 거품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민간의 활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업이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이를 휴먼 리세션이라고 불렀다.

아직도 진행중인 위기는 지난 30년간의 세계경제 질서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앞으로 질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즉 뉴 노멀에 대해 여러가지를 지적했다.

뉴 노멀은 경제성장률이 과거처럼 높을 수가 없다는 외양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난 30년간 세계화의 규칙을 바꿀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었다. 우선 주주가치를 우선하는 것에서 stakeholder 중심으로 기업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세계경제의 의사결정구너이 서구중심의 G8에서 G20으로 넘어간 것이 앞으로 고착될 것이다. 이번의 회복세를 주도한 것이 아시아였고 아시아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현실이 공인된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의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보호주의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데는 부정적이었지만 금융규제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위기를 부른 은행들의 레버리지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무역과 함께 세계화의 축이었던 금융의 목을 죄면 세계화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 이후의 챕터에서 저자들은 녹색혁명, 기후변화협약, SNS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책을 끝낸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자들이 회의장에서 오간 논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알기 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책은 상당히 유용하게 읽을 수 있다. 더 쉽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다루어진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포함한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다 그렇듯이 이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깊이있는 통찰은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잇는가, 그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트렌드는 어떤 것인가 정도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하고 이책을 고를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것이 이런 책의 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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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이야기 - 시대를 뒤흔든 창조산업의 산실, 픽사의 끝없는 도전과 성공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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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
이책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앤디 그로브의 책제목인 이말은 창조성이 성공의 핵심인 시장의 생리를 잘 요약하고 있다. 그 일 이외의 모든 것을 희생할 정도로 그 일에 미치지 않으면 남보다 앞설 수 없고 앞설 수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첨단기술만 열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픽사를 세운 이책의 주인공들이 바로 그런 미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책의 주인공들은 제대로 미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3D 애니메이션이란 분야에 미친 것은 컴퓨터로 필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기도 전이었다.

이책의 주인공들은 폴리곤, 매핑, 라이팅, 퐁 쉐이딩이란 3D의 기초 알고리즘이 처음 만들어지던 1970년대에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에 자신들의 일생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컴퓨터의 출력장치로 모니터가 사용되기도 전에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던 사람들이었고 컴퓨터 그래픽이란 분야를 개척해나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대를 너무 앞서 있었다.

컴퓨터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비전을 실현하기에 당시의 컴퓨터는 너무나 힘이 부족했다. 그들은 컴퓨터가 시각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든 것을 개발해내야 했다.

그러나 상업적인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으니 돈이 될 리 없었다. 그들은 돈을 대줄 물주를 찾아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대륙을 가로질러 대학 이사장에서 조지 루카스, 스티브 잡스까지 물주들을 찾아 불안하게 20여년을 보내야 했다.

그들은 최고였다. 그러나 그 최고란 돈이 되지 않는 최고였다. 물주의 입장에선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인데 최고인 그들은 돈을 벌어줄 수 없었다. 그들이라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기술의 현재수준이 돈을 허용해주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실리콘밸리나 헐리우드로 갔다면 얼마든지 대우를 받으면서 떼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돈을 벌어오라는 물주들의 구박을 참아내며 픽사를 지켰다.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있을 수 있는 픽사가 좋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그들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 상을 받으면서 상황은 바뀐다. 당시 물주였던 스티브 잡스는 본능적으로 가능성을 느낀다. 그가 픽사를 산 것은 하드웨어 회사로서 였다. 그는 도대체 왜 하드웨어 회사가 애니메이션 부서가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상이 그의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후 스티브 잡스의 승인 하에 픽사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고 예비단계로 광고제작을 수주한다. 실적이 쌓이면서 디즈니가 관심을 보이고 토이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토이 스토리는 대박이었고 그 이후 픽사의 승승장구가 시작되어 만드는 영화마다 기록갱신 행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결과 픽사와 디즈니의 대등한 합병에 이르게 된다.

이상이 이 책의 내용이다. 물론 이책의 내용은 이런 줄거리 요약으로 전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책은 픽사의 핵심 멤버들이 70년대 3D의 선구자 역할을 한 유타 대학에서 3D의 개척자로서 어떻게 어떤 알고리즘을 만들었는지,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는지, 정체된 디즈니에서 어떻게 실망하고 픽사팀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등 IT의 개화기인 70년대부터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컴퓨터 그래픽의 역사를 따라간다.

이책의 주제인 픽사의 역사는 단순히 한 회사의 역사가 아니다. 픽사는 3D 애니메이션이란 분야의 선구자이기 때문에 픽사의 역사는 한 분야 자체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한 분야가 어떻게 불모지에서 태어나고 뿌리를 내리는가 그리고 그 황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척자들이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어떤 태도로 자신의 일을 했는가와 같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재미있게 쓰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 재미를 느끼게 위해선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책의 대상은 예술이기도 하면서 기술이기도 한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기술용어들이 쏟아진다. 컴퓨터 용어는 기초이고 폴리곤(책에선 다각형이라고 번역하는데 보통 그 분야에선 그냥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경향이다), 렌더링, 퐁 쉐이딩, 텍스쳐 매핑, 렌더팜과 같은 그 분야에선 아주 기초적인 용어이지만 그 분야 밖의 사람은 알기 힘든 용어들이 쏟아진다. 그뿐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디즈니에서 정립한 셀 애니메이션의 개념들도 쏟아진다.

한 분야가 처음 생명을 얻어 뿌리를 내리기 까지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런 생소함과 난점을 견디며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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