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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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를 읽은 것은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생각이 안난다.

언니는 서머싯모음을 좋아했다.

왜 그런지는 듣지 못했다.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플라스틱으로된 여자애들용 소꿉장난감 솥에 설탕을 쌀이라며 밥짓던 시절과 내가 발에 끓는 물을 쏟아 화상을 입고 언니 등에 엎혀 학교를 다니던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이후에, 언니와 나는 서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언니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했는지, 또 어떤 소설에 유난히 꽂혔는지는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게 자매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의식에 새김없이도 몸에 새겨지는 그 무엇으로 남아 있는 것, 그런 거 말이다. 그런 식으로 자매들은 이어져 있는 모양이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아 맞다 그때 언니가 이노래를 좋아했더랬지,,,아 이 영화 언니가 좋아했는데...호옷 이 시는 ...언니가 좋아한다고 외던 시네..내가 이렇게 읖조리고 있네...


서머싯 하면, 그래 언니가 떠오른다.

여인의 이야기다.

그리 스펙터클한 재미는 없다. 한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데서 오는 비극. 그 비극이 가져다 준 인생의 깨달음. 곰곰 생각해 보니 그런 이야기는 많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다른 어떤 것들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물론 이 세상 모든 책들은 각자 다 고유한 그 무엇이다).


그게 무어라 꼭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이 책을 읽은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반추하며 메모를 하고 있을 정도이니.


이 책의 주인공처럼 여인들은 자주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그 어리석음의 적나라한 결과를 <여인의 초상>에서 이미 보았다.


지금의 나는, 그들 여인들과 얼마나 다를까?

아니 내 뒤에 오는 여인들 또한 얼마나 달라질까?


인간이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을 벗어나,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 이래 여인들의 선택은 늘, 이런 식이었을까?


엄마도 언니도 그리고 나도,..또또..나의 친구들도...그리고 이후에 올 후배여인들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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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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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출근길 노선을 새롭게 설정한 후, 두달째 되어 가는 이 시점에 마침내, 나는 책을 읽기로 하였다.

현 직장 생활 17년째이지만,

출근시간이 버스와 지하철로 적어도 1시간 10분은 족이 되지만,

나는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왜?

왜냐면,

버스는 흔들려서 눈이 아프다.

지하철은 숨이막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동수단이 한개가 아니고 두개 이상인 바에야,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다.

갈아타야할 것에 신경쓰다보면, 책이고 나발이고...

귀에 뭐 꽂고 듣는 스타일도 아니다. 왜?

버스소음과 지하철소음땜에 볼륨이  어지간하지 않으면 뭘 듣고 있는지 나도 모르는 상황이 되므로.


그런 내가

새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 어언 두달 째, 되어가는 지난 월요일부터, 지하철 5호선 어느칸 언저리에 서서..책이란 녀석을 꺼내들었던 거다.

그러니까 이건 내 생활습관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

그 책은 하필이면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



근데...더 이상 쓸 힘이 없네....

오늘 너무 우울해서...우울이 거대하고 육중한 코끼리 마냥 덮친다..심장이 무겁고..머리도 지끈거리고....연민과 자기비하로 숨쉬기조차 힘들다.


그것은 나의 어머니 탓이다.

어머니는 늘 나에게 연민과 애착과 원망의 그 무엇이었다.

한개의 감정이 아닌 다종의 감정 덩어리가 내 어머니,에 뭉텅이로 인다.


정말이지, 오늘 나는 죽고 싶다.

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만 오롯이 솟아나는 이 세계가,

나를, 나같이 연약하고 아무런 문제 해결 능력도 갖지 못한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생각에 이르면, 정말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가까이 있는 듯한데...왜 나는 이렇게 꾸역꾸역 사는가 싶어진다.


하지만...

오늘 하필이면 오늘,

나의 어머니는,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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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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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에 나온 책이니, 제법 오래 되었다.

근 9년 전의 책이니 인지과학 연구에도 발전이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근거가 된 이론은 낡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도대체 한국의 진보는 왜 번번히 선거에서 패배하고 늘상 종북몰이의 뭇매를 맞아서 일반 대중(?)인지 국민인지와 다른 부류로 편나뉘어지고, 도무지 제대로 된 지지를 못받고 있는 걸까?하는 그야말로 안타까움과 답답함에서 이 책을 찾아들었다.


결론은?


해답을 제시한다고 했다면, 너무 후한 평가가 될 듯하다. 하지만 원칙을 잃지 않고 모색하기 위한 지침서는 될 듯하다.

특히 , 이런 대목은,


....일반적으로 잘못된 이념 때문에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한다고 믿었다. 사실 이것은 역효과를 낸다. 오른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진보주의자들은 실제로 우파의 가치를 활성화하고 자신들 고유의 가치를 포기하고 만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소외시킨다....



정곡을  찌르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소위 우리가 중간(우리식으로는 중도층?) 주의자로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은 환상이라는 일침은 따끔하다. 사실 세상에 중도란 없다. 다만 이중주의적 사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이나 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적 사고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에게도 대입해 볼 수 있을 법하다. 

나 역시, 어떤 지점에서는 보수적이고 어떤 지점에서는 진보적이니까...

따라서 진보니 보수니 딱 잘라서 편을 가르기보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선명하게 그리고 진정성있게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어떻게 진보적 가치와 원리,비전을 명확히 드러내고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는가."

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 비결은 바로...효과적 의사소통이다. 즉 우리의 가장 탄탄한 신념에 부합하는 낱말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안다고요..아는데요..알고는 있는데..그러니까 그걸 못찾겠단 거에요..그래서 그래서...이 책을 펼친 거라고요...


책을 덮었는데도 여전히 답답한 그 무엇이 남는다.길이 한참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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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0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당도 표심을 얻으려고, 무모하게 좌클릭을 했어요.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인간의 실수는 늘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

테레사 2015-03-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자산들의 정체성포기?
 

그냥 읽어야 했다.
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어쩐지 언제부터인가 유령처럼 달라붙어, 계속 흘깃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늙었으므로, 그러니까 나의 20대로부터 멀리 떠나왔으므로, 감당할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힘들고, 아픈 건 싫어..너무 진절머리나...나는 나는....이제 행복감으로 채워져야 해...하고..
헌데...어느날...내가 신경쓰고 있는 한 여자가 이걸 힘겹게 읽었다고 페이스북에 고백했다. 그때 또다시 내 몸에 들러붙어 있던 유령이 속삭였다. 그 여자도 읽었다는데..너도 읽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나도..이 책을. 읽게 되었다...

1987년부터...전시되어 있던. 사진들을 보았다.
돌이켜보니..그 시절..나는..믿지 않았던 것 같다...두부처럼 잘려나간...어여쁜 너의 젖가슴...어쩌고..하는 노래는..섬짓했고..지나친 과장이자..예술적 수사여서 늘 꺼림찍했다. 사실일 수 없었고..사실이면 안되었기에 나는, 그러니까..돌이켜보면,믿지 않았던거다..
어떻게..어떻게..그게..사실일 수가 있을까? 아니 그게 사실리이라는 걸 알면서..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말이다.

그래. 나는 묻고 싶다..언니..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고..나보다. 먼저..그런..사진를 보고.나보다..먼저..그런 사실을 들었을 오빠,언니에게...그게 사실이라 믿었어?정말 그때..그게 모두 진짜라고 믿었어?

그리고...
그런데도..우리..이렇게...아무렇지도. 않게...살아왔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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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1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렇지도 않게, 가슴 아픈 생채기의 역사가 있는 줄도 모르면서 사는 사람들도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치료탑 2015-08-2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온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죠.
 

책장을 뒤지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들을 발견했다. 1997년에 샀다는 메모와 함께.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에서 샀던 기억이 난다. 오래 전 일이다. 이렇게 세월이 가는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그 소식을 듣고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했었지...최근에는 그의 작품이 번역된 걸 본 적이 없어서....사실은 그를  잊고 있었다...한때 그의 작품을 흉내내는 문장으로 글을 쓰곤 하였더랬는데....


그의 작품들은, 읽어갈수록  하나인 듯한 느낌이 들었었지. .비록 스토리는 각각 다 달랐지만...이번에 다시 읽게된 이책들도 전혀 다른 줄거리이지만, 역시 비슷한 어떤 분위기(atmosphere)를 풍긴다.
.. 그렇게 기댈곳 없고, 모호하고,...서성거리고...불안하고..휘파람 불듯..서글픈 것이 청춘이던가? 멀리 지나 돌아보면...그래서 청춘이었나? 어쩌면, 되돌아보아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아득한 기억의 저편>,< 도라 브루더>,<잃어버린 거리>


아무려나.....12월의 어느날 문득 다시 발견한 책들 속에서, 지나간 그 시절,,,나의 청춘..내 생애,,,어리석음과 헛된 꿈으로 발랄하였지만 쓸쓸했던 한 시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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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책방에서 ‘슬픈 빌라`를 득템했어요. 모다이노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더라면, 눈여겨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을거예요.


2014-12-30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