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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ㅣ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2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문자가 사라진 도시에서 책의 목소리를 듣는 소녀, 메메르.
책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
궁금함과 강렬한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다.
메메르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의 방'을 알고 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곳.
허공에 글자의 형상을 손으로 그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책이 있다.
어느날, 슬픔을 달래기 위해 들어간 '비밀의 방'에서 수장을 만나게 된다.
수장 술터 갈바는 안술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메메르와 한 집에 살고 있는 분이다.
수장은 그때부터 메메르에게 글을 가르친다.
이 도시에서는 책이란 지극히 위험한 악마의 상징으로 누구든 소유할 수 없을뿐더러 읽기와 쓰기에 이르는 일체의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수장과 메메르는 목숨을 걸고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타고난 숙명이기 때문이다.
희대의 폭군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의 시절에도 문자와 책은 존재했었다.
일제의 탄압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은 금지 당했지만, 그들의 문자와 책은 존재했었고...
그러나, 안술에는 일체의 문자행위가 용납되지 않고 오직 알드의 유일신 '아스'만이 숭배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안술을 무력으로 짓밟은 알드는 책을 모조리 바다에 밀어넣거나 불태우고, 학살을 자행하며, 수장을 고문하여 불구로 만들었었다.
메메르는 어느날, 전설적인 시인 오렉 카스프로의 시낭송을 듣게 된다.
그때, 알드 병사의 말이 갑자기 메메르에게 달려들어 사고를 당할뻔하면서 오렉과 그의 아내 그라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메메르는 자신이 사는곳, 수장 술터 갈바의 집인 신탁의 집으로 초대하고, 함께 지내게 된다.
메메르와 그라이는 각각 견습마무 멤과 사자 조련사 차이라는 남자로 변장하여 오렉의 시낭송장에 동행한다.
메메르가 살고 있는 도시, 안술을 파괴하고, 책을 없애고, 문자를 없애며 무고한 동포들을 학살한 장본인인 알드의 왕 간드 이오라스를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슴에 불태운다.
성급한 독립운동가 데삭 일행은 간드 이오라스 부자와 사제들을 제거하기 위해 불을 지르지만,
계획이 어긋나서 간드 이오라스만 심한 부상을 입고, 데삭 일행은 그 불에 죽음을 당하게 된다.
간드 이오라스는 아들 이도르와 사제들에게 배신을 당해 고문실에 감금당하고, 이도르는 새로운 간드(알드의 왕)임을 천명하는데...
이들의 운명은 ?.....
그리고 안술의 시민들과 수장과 메메르의 운명은?...
영웅은 타고난다! 고 이책은 말하고 있다.
간혹 극소수의 예외는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위인전을 읽었고, 지금도 아이들은 필수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위인들의 훌륭한 행적을 본받으라고.
위인전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출중한 능력을 타고났으며 어릴적부터 남다른 비범함을 드러낸다.
[보이스]의 메메르처럼 말이다.
위인들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어리고 여린 독자들은 책속의 위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지레 겁을 먹고는 의지가 꺾이고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창 꿈과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해 밝게 나아가야 할 꿈나무들이 말이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위인전 읽기를 늦추라고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것이다.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나또한 그럴만한 개연성을 느끼는 바이다.
이책을 읽으며 주인공 메메르의 타고난 재능을 부러워하고, 특별한, 선택된 존재임을 인정하곤 다소 기가 눌리는 감은 없지 않았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리라.
다만,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다니 발상이 기상천외할 뿐이고, 환타지계의 거장인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 새삼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을 읽으며 일제의 모진 억압 속에서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주신 선열들의 희생이 뼈저리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가지게 되었다.
환타지를 읽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된 것은 이책이 처음이다^^;
읽고난 느낌이 다소 생뚱맞기는 해도,
여하튼 이책은 재미있고, 또한 무척 흥미롭다^^
이제 이책과 더불어 삼대 서부해안 연대기 시리즈인 [보이스]와 [파워]를 읽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