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비로그인 2009-06-17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 부는 날이예요. 하니케어님.  

저는 지금 서울 광화문의 중앙우체국 ..구석의 작은 고객용 컴퓨터 앞에서 하니케어님께 편지를 씁니다.  

음.. 저번 6. 10 항쟁 기념일 촛불 시위때 광화문에 있으면서 하니케어님 생각 많이 났어요.  아.. 그분 서재에 한 여인이 울고 있었지..그 여인은 하니케어님시겠지.. 

분하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하니님은 누구보다 그러시겠지..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저 하니님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그랬습니다. 그런 날들입니다.

 
 
hanicare 2009-06-1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7년,대학 2년생이었고
늘 혼자였는데 그 때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숨이 턱에 차도록 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거기엔 제가 적을 둔 곳의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않았고요.
제가 중학교 입학하던 해 봄에도 그렇게 사람들이 시내에서 외치고 뛰고 한편에선 최루탄을 쏘고 했지요.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새 대통령과의 악수를 거부하던 걸 TV로 보던 기억두요.
동해에도 조촐한 추모장이 있어서 식구 수대로 검은 색 정장하고 흰 국화를 얹고는 왔지만
하...참 세월이 하수상하네요.

현대인님께 무슨 말을 남기자면 늘 말이 길어져서 어째 이 공간엔 어색하다 생각해서
그냥 뭔가 하고 싶었던 말을 꾹꾹 눌러담고 나올 때가 허다하군요.
각설하고, 제가 갖추지 못한 미덕을 고스란히 가진 분이어서 저보다 어리지만 존경스럽고
현대인님의 세계를 가치를 모르는 족속들에게 함부로 내주지 말고 잘 지키고 키워가시기를
멀리서나마 귀중한 글 읽을 때마다 빌곤 한답니다.
 


하루(春) 2009-01-22  

안녕하시죠? 님의 새 글이 올라온 걸 보다가 저도 통감했고, 그러다가 문득 지난 글을 봤는데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군요.  

앞뒤로 열어젖힌 창문이니 마음놓고 바람이 내통한다. 어느 집에 빨래 마르는 소리가 뽀송뽀송 들린다. 정말 들려? 라고 따진다면 아 ..나는 원래부터 이런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니 선량한 시민인 당신은  믿든지 말든지.  
--> 저는 지금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데 날씨가 정말 덥거든요. 무슨 열대지방에 온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겨울은 뭐 그리 짧은지 그리 춥지도 않았던 주제에 약 4주만에 끝났구요. 저도 님 같은 거짓말 하거든요. 여기 해가 너무 뜨거워서 가끔 이렇게 말해요. "내 다리가 타는 소리가 들려." 라고... 우리말로 할 때도 있고, 외국인 친구한테는 영어로 그렇게 말하고. 아.. 하지만 이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정말 들리지 않나요?  

아, 오랜만에 이런 하찮은 말이나 횡설수설하고 있자니, 어여 잠이나 자고 새벽에 아주 일찍 일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끔 글 올려 주세요. 이렇게 반가운 일을 저는 또 기다리렵니다. ^^

 
 
hanicare 2009-01-2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미국에서 등따시게 지내고 계시더군요^^
저두 뭐 늘 횡설수설하는 걸요.
글을 올려야하는데 자꾸 쓸데없는 얘기만 하는 것 같아 요즘은 통 자판을 두들기지 못하네요.



그냥, 울렁증 울컥증이 자꾸 올라옵니다.
하루님이라도 조기 파인애플 아동처럼 즐거웁게 사시길 앙망하옵니다.



 


chaire 2008-07-07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하니케어 님 꿈을 꾸었어요. 꿈을 꾸면서도, 앗, 하니 언니가 드디어 내 꿈에 나왔다, 하고 놀랐지 뭐예요. 그런데, 실은, 그 꿈에 나온 하니 언니 이미지가 실제랑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판단하면서 그 꿈을 꾸었어요. 어쨌거나 그래도 꿈 얘긴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자세한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남아 있는 건 장면 몇 개뿐.
굉장히 높은 곳이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살던 그런 고층 고급 맨션 같은 데, 계셨어요. 제가 무턱대고 찾아갔나봐요. 선약이 있던 하니 언니는 어떤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있었죠. 마치 바이어들과 만나 네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외국의 학자와 담소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세미나를 열고 있는 것 같기도 했죠.

통유리창 너머로 그들 앞에서, 뭐랄까 조금은 버지니아 울프 같은 깡다구 있는 분위기로 말씀하시는, 모습은 마치 얼마전 서재 대문에서 제가 이미지를 빌려 온 것 같기도 했고... 암튼,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이미지였답니다. ㅎㅎ.

그리고, 우리는 만났던가요? 아마 못 만났던 것 같아요. 저는 계속 통유리 너머로 하니 언니를 지긋이 경이로운 시선으로 넘겨다 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제게 하니 언니가 슬쩍 눈짓을 하셨죠. 음. 거기 있군요, 아직? 하는 눈빛으로.. 아마 조금만 더 꿈을 길게 꾸었더라면, 우리는 만났을 텐데. 꿈이란 늘, 완성을 싫어하는 법이니까요. ㅋㅋ.

 

 
 
hanicare 2008-07-09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몹시 더웠지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저도 만나뵙지 못한 서재의 주인들을 떠올린답니다. 인간이란 참 묘해요.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육체적으로 실감나게 그리워하니 말입니다.

실은, 3월말부터 시작된 아이의 학교폭력 피해를 해결하려고
마음과 뇌를 쥐어짜고 있답니다.
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뻔뻔한 인간들,말바꾸는 인간들,
책임회피하는 인간들을 상대하다보니
제가 너무 피폐해져서 카이레님의 꿈에 나타난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늘 적확한 글솜씨에 감탄하는 카이레님의 꿈에 출연했다니
고맙고 영광이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하루하루 생기와 기쁨이 함께 하길.



 


Joule 2008-06-23  

누구 그림이에요? 애 표정이 뭐 저래요. 이미지로 쓰신 그림의 아이가 언니고 바탕에 쓰신 그림의 아이가 동생 맞죠. 언니들은 대개 동생들보다 훨씬 담담하고 무심한 표정을 잘 지으니까요.

 
 
hanicare 2008-06-2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ally swatland의 그림입니다.
책읽는 소녀의 제목은 Quiet Corner이고
바위에 앉아 헬렌 카민스키제품보다 멋진 밀짚 모자를 쓴 아이는
Looking Out to Sea라고 하네요.

더할 나위없이 맑고 투명한 색조인데 묘하게 우수가 어려 있는 표정이죠.

어린애들도 비애를 안답니다. 난 오히려 어릴 때 더 밀도높은 감정과 독창적 사고를 가졌었어요.지금은 잃어버렸지만.

Joule 2008-06-25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하죠. 샐리의 그림을 찾아봤는데 하니케어 님의 서재에서 본 것과 그림이 달라요. 그럴 때 저는 오프 더 레코드로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죠. 눈이 썪었어.

저는 저의 초상이 자인 비트겐슈터인 자인 공작 부인이라는 것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살았는데, 참 묘하게도 2년전엔가 어느 날 내 초상화가 바뀌어 있더라구요. 해변에서 엉거주춤 서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여자아이로.






아마, 보시기에 색깔이 좀 다르실 거예요. 호머예요. Homer. Beach scene.

예전에 몇 번 우연찮은 기회로 미술관에 가서 샤갈이며 그림 몇 점을 본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많이 아프더라구요. 내가 정말 형편없다고 했던 샤갈의 그림을 직접 보니 참으로 대단하던데, 글쎄요, 슬프더라구요. 그림은 미술관에 걸리기 위해서 애당초 그려진 게 아니니까. 터치가 살아 있다,라, 멋진 말이죠. 터치... 그럼 냉정하게 말해서 원화를 보기 전에는 무엇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가. 푸훗, 영리한 사람들. 언제나.

hanicare 2009-09-2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히 다른 그림으로 보이는군요
 


비로그인 2007-06-13  

첫사랑
하니케어님, 서재가 개편한답니다. 참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네요. 처음 뵌 것이 2004년인데요... ^^ 그때 연인은 기억조차 안 나는데 하니케어님은 여전히 계시다니 기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주세요. 어리광쟁이 연인, 체셔 드림.
 
 
hanicare 2007-06-1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설고 얼떨떨하네요.
제가 늙긴 늙었나 봅니다. 옛날 게 더 좋았어...이런 한탄이 나오네요. 다른 블로그와 달리 넓고 시원한 화면이 알라딘 서재의 특장점이었는데.

후훗...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거 참 좋죠? 앞으로도 계속...이렇듯 철없이 만나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