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chaire 2010-03-01  

 

몇 시간 전까지 대보름날이었던 것 같은데(참 오곡밥은 드셨어요?) 어느샌가,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창문을 열어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요, 빨딱 일어나서 확인해보면 될 텐데도 엉덩이가 무거운 저는 벌써 몇 시간째, 뭐 나올 게 있다고 모니터만 딜다 보고 있습니다. 일 끝나서 영화 보고, 영화 보고 알라딘 들어왔다가 심심풀이로 40자평(이란 게 있더라구요, 글쎄...) 남겨보고, 그러다가 문득, 이 방 문턱을 넘어왔습니다.

아까 누가 "달 보고 소원을 비세요" 하는 대보름 덕담 문자를 보냈더라구요. 달 보고 소원을 빌었으면, 소원이 이뤄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만 놓쳐버렸네요, 하던 일 마저 하느라. 상심한 마음에 술이라도 부어주면 좋으련만, 당분간 공식적 금주 모드랍니다. 괜찮아요. 아직 담배는 있으니까요.  

 
 
 


chaire 2010-01-07  

역시 눈은, 눈더미는 오두막에 내려야 제맛이죠. 님 사는 바닷가 동네도 눈이 많이 왔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지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운데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모로 피로감을 안기는 눈이네요. 그래도 이번 눈'폭탄'은 부자에게나 빈자에게나 어김없는 것이어서 좋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문득. 우리 동네에는 부자들의 타운이 있는데 그들의 자동차도 어쨌든 눈 푹푹한 이면도로를 내달리기는 어려웠을 테니(수입차는 더더욱 눈길을 달리기 어렵다고 하니). ㅋㅋ 뭐 물론 그들 마당의 눈이야 빌라 수위 아저씨가 치워주시기는 했겠지만.(앗 웬 딴소리를...) 

하여간, 하니언니 방도 눈방이네요. 세상의 눈이 서서히 더러운 형상으로 변해가서 아쉬운 찰나에 반가워서. 추위만 잘 견디는 체질을 타고났다면(사주쟁이가 저는 태생이 '허약'체질이래요. 흥), 북구에서 살고 싶어요. 

아참, 새해맞이 좋은 꿈 꾸셨어요?

 
 
hanicare 2010-01-0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많이 왔어요, 여기두요.
쯔비벨무스터(양파꽃 문양) 찻잔이 이런 날에 청명하게 잘 어울리네요.

이렇게 안부 주는 분들이 있어 곧 좋은 꿈 꿀 수 있겠는데요.^^

신학기 때 새 공책 새 문방구 사며 설레던 그런 기분으로 다시 시작해요.
늘 건강하시구요.

chaire 2010-01-0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게 쯔비벨무스터구나... 양파꽃 문양, 인지도 몰랐다는... :)

정말 생각해보니 신학기는 참 신이 났어요. 새책 새공책 새샤프. 그 냄새를 맡으면서 새학기엔 일등이라도 할 것처럼 들뜨곤 했는데. 그런 시절도 있었으니 음 삶이란 좋은 것이네 싶어져요.

Joule 2010-01-1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ㅡ 짜증 나. 카이레 님 그럼 나랑 커피 마시면서 저거 무슨 잔인지도 모르고? 아흐흐흐흐.

쳇, 카이레는 허약체질 맞다구요. 근데 어떻게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지 알아요? 순 당신 엄마 음식 때문이라니까. 쳇쳇.

chaire 2010-01-14 23:41   좋아요 0 | URL
ㅎㅎ
당신은 참, 짜증 날 일도 많구려.
 


Joule 2009-12-08  

근데 이 얘기 안 했죠, 제가. <하우스> 볼 때 저는요, 하우스가 하니케어 님이고 윌슨이 저 같아요.

 
 
hanicare 2009-12-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생기고 훈훈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윌슨은 쥴님이고
쭈글하고 절룩거리고 성질까지 고약한 하우스는 나라구요?

(하우스-하우스의 특장점≒하니케어)
음 정곡을 찌르시는군요^^
(실은 드라마 보며 좀 놀랐어요. 천재인 거 빼고 연애질하는 거 빼고는
이때까지 본 캐릭터 중에 가장 나 자신과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쥴님 신끼있으신가봐~~~)


Joule 2009-12-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윌슨 너무 귀엽죠. 어째 갈수록 더 귀여워지나 몰라요, 그 남자는. 입술도 개구리처럼 생겨가지고. 항상 입술에 웃음을 머금고 있어서 유난히 더 이뻐요. 제가 5시즌 재밌다고 했죠? 6시즌도 좋다는.

저번에도 우리 이 얘기 한 것 같은데 난 캐머론이 왜 그렇게 정이 안 가나 모르겠어요. 밉상이에요. 옆에 있으면 안 볼 때 콩 쥐어박고 싶어요. 입술도 축 쳐져가지고. 흠흠. 게다가 체이스는 턱이 왜 그렇게 못생겼대요. 체이스 볼 때마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나왔던 다운증후군 환자 생각나요. 밉상인 애 둘이 정말 잘 어울려.

혹시 벌써 넘어가셨는지 모르겠는데 성형외과 했다가 바람 나서 그만두었다는 키 작은 유태인 의사 있죠. 저 그 사람 좋아해요. 매력 있어요.
 


Joule 2009-10-30  

미싱을 사려고 하는데 혹시 하니케어 님께 도움말 좀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집에서 필요한 이런저런 패브릭 제품을 (치마도!) 만들어 보려구요. 제품은 싱거(SINGER) 미싱을 생각 중이에요.    

참, 제가 생각하는 <하우스>의 주제는 나의 비밀이 나의 적이라는 거예요.

 
 
hanicare 2009-10-3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저는 바느질을 위시한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꽝! 곰발바닥입니다.--;;
하여 하등 도움이 못될거에요.

참, 하우스가 홈즈의 21세기 버젼일수도 있겠다 싶네요.
홈즈-하우스.
홈즈는 바이얼린을 간혹 켰다는 기억이 나요. 정확한지 자신은 없지만...그리고 키 180이 넘고 근력이 센데도 어딘가 선병질적이고 신경질적이었다는 것도.(아편중독의 분위기를 풍겼던 듯...그 세기말 런던의 안개낀 분위기)
쥴님.제가 어릴 때 홈즈매니아였단 말씀 드렸던가요.전 홈즈에게 매혹되었지요.
아마 최초로 매혹된 남자였던 듯.(전 도저히 머리나쁜 남자에겐 매혹될 수가 없답니다. 지금도 제게 제일 섹시한 인간의 신체부위는 대뇌피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위의 머리나쁘고 바보같은 남자병아리들 사이로 군계일학처럼 나타난 짜짠...명탐정홈즈의 냉소적이고 까탈스런 분위기.머리나쁜 의사 와트슨을 슬슬 조롱해가며 다소 비사회적이고 은둔자같은 모습도 멋졌고...나중엔 자기 창조물에 깔려 지긋지긋해진 코난 도일이 홈즈를 죽이자 열화같은 비난으로 어쩌구,... 코난 도일의 부인이 병에 걸려 죽은 뒤에야 내연의 여인과 결혼했다는 실패한 개업의 코난도일의 개인사도 재미있었구요.
루팡이 아니라 홈즈!루팡은 향수 냄새 솔솔 풍기는 프랑스 제비같았거든요. 제가 로코코의 정신사나운 프랑스앤틱보다 질박한 영국가구에 끌리듯이요.
여튼 엄마를 졸라 홈즈 단편선을 묶은 얄팍한 페이퍼백문고까지 사다봤죠.기억나는 단편은 춤추는 인형의 비밀.루팡도 구할 수 있는 한은 다 읽었었는데 앨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ABC살인사건'과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 '신비의 여인'-제가 초딩때 이 책을 읽은 아이는 하나도 없었어요. 전 늘 공감을 나눌 사람없이 혼자였죠.크흐흑-이란 책을 끝으로 추리와는 바이바이, 아 참 최초로 추리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였어요.

Joule 2009-10-3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하. 이건 정말 신나는데요. 전요 홈즈가 아주 매력 꽝이거든요. 그거 아시죠.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 저는요, TADA! 루팡의 색시가 되는 게 꿈이었답니다. 늙은이에 섹시한 매력은 하나도 없고 꼬장꼬장하기만한 홈즈가 저는 정말 싫었거든요. (어, 그런데 왜 미스 마플은 좋은 거지? 갸우뚱) 루팡의 어떤 책에선가 홈즈와 루팡이 대결하는데...후우...정말이지 제 인생에 가장 숨막히게 읽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요! 프랑스 제비 같은 루팡! 바로 그 남자라니까요. 참고로 저는 루팡에게 너무 미쳐서 어렸을 때부터 도둑질 연습에 제법 심혈을 기울였답니다. 흐음, 아마 저의 이런 도벽도 닥터 하우스는 뭐 결국 밝혀내고 말겠죠. 하아ㅡ

언제나 말끔하게 옷을 빼입고, 사람들과 친교하지 않고, 그렇지만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그러나 누구와도 사귀지 않고, 고독한 그 남자, 루~팡! 그래서 제가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닐까요.

참, 서재 이름 바꾸려고 알라딘에 들렀던 건데. :`(
 


chaire 2009-06-23  

7월 아침이라는 그림을 보자니 눈이 부시고 아찔해집니다. 현실을 모방한 것일 텐데, 저 자연은 어째 현실의 그것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압도해 오는 걸까요. 게다가 옆의 저 뒷모습은 또 어떻구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뒷모습인데 색감이 너무 깊어서 사람 속에 빠질 것 같아요. 저 뭉개진 목덜미 주변이 이상하리만치 견고하군요. 어디서 이렇게 듣보잡의 훈늉한 그림들을 가져오시는 걸까요. 저는 하니언니의 그림책이 참 좋아요. 

평온하게 지내시는지요? 
외롭지만 평온하게 살아가야지 생각하는 나날입니다.
별수없지 않느냐, 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hanicare 2009-06-2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레님.
바다며 햇빛이며 비현실적으로 밝고 눈부십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말 한마디, 자판 하나 두들기기가 힘들지요?
오늘 고장난 채 6개월 이상 방치된 로봇 청소기 2대를 맡긴다고 외출했습니다.
꼭같은 세상인데 왜 이렇게 초현실파 그림같은지......

*guy rose와 hammershoi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에요.
비결은 검색의 생활화.
좋아하는 화가의 이름을 넣어서 검색하다보면 그물에 고기 걸리듯 다른 화가들의 이름도 어획됩니다.
그렇게 이어진 그물을 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거죠.
그러나,화질이 좋고 보기드문 그림을 소유(?)하신 블로거들은 그림에 스크랩금지를 걸어놓은 경우가 많아요.자기 거실에 걸린 그림도 아닌데 좀 퍼가면 닳나?
인색함도 악덕이고 소액사기나 얌체족들같은 사소한 악덕은 가끔씩 거대한 악덕보다 더 추하게 느껴져요.

시간이 허락하면 한 번 이들의 이름으로 검색해보세요.
인간은 추한데 인간이 만든 것들은 때때로 아름다와요.

chaire 2009-06-27 21:45   좋아요 0 | URL
함메르쇼이라는 분 검색해서 그림 구경했어요.
노르웨이 분인가요, 이 분.... 주로 누이를 그렸나 보던데 그게 대체로 뒷모습이거나
옆모습이거나 사선이거나 그랬던 게 인상적이더라구요. 게다가 그 누이는 늘 검정색 옷만 입고 있고.
거무튀튀한 빛으로 가득한 그림을 보며, 역시 검은색이 최고의 색이다 싶었다는.

저도 그분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hanicare 2009-06-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덴마크의 화가에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다보면 덴마크의 도자기 로얄코펜하겐처럼 보이는 그릇들도 종종 출연합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가 떠올라요.

간결하고 서늘하고 말할 수 없이 고독한 냄새.

두 사람 다, 참 외로왔겠다.

세상하고는 안 맞았겠다.

외로움이 그들의 끊임없는 일용할 양식이었겠다. 그렇게 중얼거리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