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말하다'에서 발췌해서 마음대로 행갈이함.

 

P47

 

고양이가 조용하게,고요하게 앉아 있는 걸 보면 인간을 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은 뭔가를 계속하쟎아요,부스럭부스럭.

 

고양이와 살다보니 내가 참 수선스럽구나,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별을 보면 겸손해진다고 하죠.

그런데 고양이는 별과는 또 달리 그런 게 있어요.

 

우리보다 먼저 죽고,작고 힘이 없는데도 훨씬 우아한 동물이죠.

 

그런 게 나를 돌아보게 해요.

 

*너무 많이 움켜쥐고

그러고도 현재 더 많이 움켜쥐지 못해 안달복달

현재뿐일까

미래까지 움켜쥐려고 더 안달복달.

 

작고 적은 존재로, 품위를 지키며 고요하게 살고 싶다.

의롭고 외로운 여왕이나 장군

영예로운 뜻과 반듯한 말과 생각,칼날 같은 실행

관용, 인간적인 연민? (이건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에서 인용함)

이렇게 별에 가까운,거의 실현불가능하게 까마득한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 비루해지는가?

 

 

'우리보다 먼저 죽고,작고 힘이 없는'고양이가 우아하게 존재할 수 있는데

 

흔하고 범속한 인간이라 해도

고양이에 비해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 더 덜어내야 할 것 같다.

가뿐하게 홀가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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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7-1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의 `말하다`는 왠지 아포리즘만 가득한 책일 것 같아 읽을 생각도 안했는데, 괜찮은가 봐요?

hanicare 2015-07-13 16:19   좋아요 0 | URL
아,사지는 마세요.
영민한 작가니만큼 눈여겨 볼 대목이 몇 군데 있긴하지만 90퍼센트는 건너뛰었어요.

chaire 2015-07-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저는 김영하의 `말하다`보다 하니케어님의 `듣다`(듣고 다시 말해주다랄까요)가 훨씬 감동적이라는.^^

hanicare 2015-07-13 17:31   좋아요 0 | URL
푸힛. 알라딘 아니면 전 어디서 이런 칭찬을 듣겠습니까?
^^*
근데 김영하의 저 인식이 제가 얼마전부터 품고 있던 의문에 하나의 가능성을 던져 주었어요.

연꽃빌라의 주인공이 사는 방식-일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사는 것.그것이 가능할까?
지금 이 나라에서(스웨덴 덴마크같은 복지 잘된 곳 말고 바로 여기.세월호참사가 일어나고 메르스대혼란이 일어나는 이 곳.) 일개 소시민이 존엄성이랄까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 않고 존재를 지속할 수 있을까?

그 품위를 유지케 하는 것이 남달리 뛰어난 능력이나 악착같음 야비함이 아니라 보통 혹은 그에 좀 모자라는 자질로도 가능할까?

이것이 요즘 제 머리를 맴도는 질문이었거든요.
 

출근 중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김모씨에게 보고 있는 김영하의 책을 나도 모르게 읽어준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거 같아요....(중략)..친구들의 성격을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을걸.그냥 거리를 걷던가.젊을 때에는 그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거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쟎아요.근데 아니더라고요.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어, 난 이미 어릴 때부터 이걸 알고 혼자서 책만 읽어왔는데 ㅎㅎㅎ"

(친구 권하는 이 사회에서 줄곧 혼자서 책만 읽는 것도 독립투쟁 버금가게 힘든 일임.)

 

듣고 있던 김모씨의 한 마디.

 

-근데 저 사람은 작가가 됐는데 자기는 왜 안 된거야?

"안된 게 아니고 '못'된거지. 난 재능이 없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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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7-1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분 기억이 나네요. 친구 사귀는 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겠다, 생각하면서도 저 역시 밑줄을 그어놓았어요 ^^

한수철 2015-07-0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가 노련하다는 게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라는 문장에서 여실히 확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반박을 할 수 없잖아요, 결국 다 떨어져나가는 게 결국 친구라는 존재이니까요.^^

chaire 2015-07-0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반전이 있었네요! 어쨌든 저는 김영하의 때늦은 고백을 읽으며 고개 주억거린
1인. ㅋㅋ
그 많던 친구들이 결국은 다 남이죠. 울 엄마가 자주 그렇게 말해요. 나 말고는 다 남.
엄마는 자기한테 제일 잘해주는 나도 남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시는데... 나참 어이가 없어서... ㅋㅋ
그런데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게, 어쩌면 참 다행이기도 하죠. 김영하와 달리, 전 별로 후회는 안 돼요. 그것도 제겐 일종의 책이었으니까.

Joule 2015-07-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친구 없는뎅. 하니케어 님도 친구 없구나 ㅎㅎ 근데 가끔은 격렬하게 사람들 속에 섞여 마음껏 깔깔거리고 웃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가슴 저릿할 정도로 절실하게 그런 충동, 욕망, 갈망 그런 게 아주 가끔 일어요. 그리고 실제로 가끔 그렇게 웃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 틈에서 엄마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도 저는 친구처럼 대할 수 있어요. 친구가 뭔지 모르니까 낯선 사람도 친구처럼 대할 수 있다고나 할까 ㅎㅎ 그러나 뭐 어렸을 때부터 친구가 없었어도 술 마실 때빼고는 불편한 점 없어요. 근데 사람을 사귀지 않고 주위가 사막처럼 고요해도 책을 열심히 읽지는 않더라구요. 저는요.

Joule 2015-07-08 15: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저는 좋은 나라의 조건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다양성을 꼽습니다. 다양성이 있는 나라. 그게 제가 꿈꾸는 나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