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Joule 2010-12-18  

하니케어님이 제 서재에 와서 달아주신 첫 댓글이 2004년이더라구요.  
우리가 꼬박 6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게 놀라워서요.
10년쯤 지나면 그때 또 와서 비슷한 말 하고 가겠죠.   

 
 
hanicare 2010-12-1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지내시는지...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글이 연신 기다려지고 궁금한 쥴님.
아니..나는 이 자리에 그대로 두고 세월만 급히 가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노랑색을 써봤어요.
갈수록 인간들이 염증이 나네요.

며칠간 보고 싶었던 베토벤바이러스에 버닝했어요. 전 강마에가 좋아요.
강마에, 꺾이기 전의 닥터하우스같은 종족들이 차라리 더 나아요. 음흉하고 지리멸렬하고 못난 이상으로 사악한 부류들보단.
강마에 닥터하우스 -단순하쟎아요. 사고구조도 깔끔하고.

종종 동물은 수컷이 아름답지만 인간은 그 반대다 라고 생각했는데 수트발 제대로인 강마에를 보고 있자니 인간도 수컷이 더 아름답지 않나...세월이 지나봐야 명품이 더 빛나는데 여자의 미모란 얼마나 감가상각이 빠른지....

Joule 2010-12-2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첼로 켜는 여자가 술 취해서는 강마에에게 자기를 누나한테 부르라고 하니까 강마에가 저는 핏줄 섞인 사람만 누나라고 합니다, 라고 했던가요. 술 퍼마시던 시절의 제 모토야 그랬죠. 나이 상관없이 남자는 다 오빠, 여자는 다 언니. 호칭 구분하는 게 피곤해서 그랬나봐요. 지금은... 언니라는 말, 오빠라는 말 아니 친밀감을 드러내는 어떤 단어들도 정말 입에 붙지를 않거든요.

바람 부는 대로 이렇게 저렇게 꺾이는 갈대보다는 너무 꼿꼿해서 거센 바람이 불면 꺾어지는 소나무(?)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있죠, 전 하니케어 님 입에서 튀어나오는 염증 난다,는 말이 정말 좋아요. 그건 강마에나 닥터 하우스의 좀 지쳐 보이는 표정을 떠올리거든요. (다른 사람 입에서 염증 난다는 단어를 들었으면 속으로 콧방귀 뀌었을 거예요.) 그런데 염증이 극심한 피로를 동반하기도 하나요?

hanicare 2010-12-21 19:22   좋아요 0 | URL
네. 극심한 피로를 동반하는군요, 적어도 제 경우에는요.
요즘은 남보다 나 자신, 요거밖에 안되는 나 자신에 대한 염증이 더 크답니다.
연애 못한 것 친구 하나 없는 것 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없는 것 다 차치하고
돌올하게 빛나는 견고한 실력- 그걸 갈고 닦고 키워오지 못한
나의 의지박약,소심함,까탈스러움 이 삼중고가 손오공의 쇠머리띠처럼 운신의 폭을 제한하네요.


Joule 2010-12-2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나 술 둘 중에 하나를 관두고 싶은데 둘 중에 딱히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1, 2, 3,... 이렇게 넘버링을 붙여서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는 되도록 넘버링의 유혹을 꾹꾹 참으려고 노력해요. 숨을 고르고 천천히 차분하게 하나씩 하나씩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말해 보도록 해, 줄모. 이야기하다 보면 1이 2를 설명해 줄 거고, 3을 이야기하다 보면 뜻밖에 3.1이 기억나기도 하는 거니까. 1, 2, 3,... 이렇게 이야기해 버리면 결국 1, 2, 3,...밖에 말하지 못해. 근데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쩌면 1, 2, 3,...이 아니라 1.3이나 2.1.2. 같은 하위 분류 속에 들어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줄모, 숨을 고르고 서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얘기해봐.

그런데요. 오늘 알았어요. 넘버링의 유혹이 있을 때가 그나마 낫다는 걸. 머릿속이 정말 엉켜 있을 때는 숫자를 붙일 수 있다는 엄두 자체가 안 나네요.
 


Joule 2010-07-07  

'서재이미지는 본인의 실제이미지와 무관합니다^^'가 고양이 이미지 아래에 있으니까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

저번에 언뜻 시게티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슬적 언급하시길래 그때 시디를 한 장 샀는데 뜻밖에 멘델스존에 바로 꽂혀가지고는 하니케어 님께 멘델스존의 괜찮은 음반 있으면 조언 좀 해주십사 하고 쪼르르 왔어요. 해주세요, 추천!

그리고 저도 올랐어요, 마의 산. (하니케어 님이 읽으면 나도 읽고, 하니케어 님이 들으면 나도 듣고.) 올해 최고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다른 번역으로 또 읽으려구요. 한스 카스토르프는 남자 줄모 같더라구요.
 
 
hanicare 2010-07-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양이 꽤 복실복실하죠?
도서관에서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빌려놓고 휘청거리고 있습니다.참,나의 얄팍함 무지함 이때까지 뭐하고 살았는지 원,,,

*멘델스존의 바이얼린 협주곡 마단조-수십년 전에 들었던 김영욱의 포근하고 도톰한 연주를 잊지 못하겠어요.저의 지적 능력이랬댔자 오리수준밖에 안되는지라 처음 들었던 음반이 각인되어 기준삼는 경우가 많아요.DG특유의 노란색 그 뭣이라고 해야하나, 거기엔 브루흐도 같이 실려있었던 듯.그러나 김영욱은 구하기 힘들 듯 하니...쉽게 구할 수 있는 오이스트라흐나 정경화 연주도 좋겠지요.(하이페츠의 템포는 제게 숨이 차서 개인적으로 비추)

덕분에 요안나 마르치의 우아하고 청결한 연주로 멘델스존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들어보네요.흐리고 우울한 날씨, 커피냄새, 바이얼린소리. 좋군요. 더 바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일년에 몇 안되는 아주 맑고 투명한 날에는 기제킹의 무언가를 듣습니다.원래부터도 협주곡이나 교향곡보다는 실내악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이것저것 다 뺀 독주도 좋아지네요. 백건우씨의 포레 무언가도 살까 생각중이에요.다 갖다버린 음반들,,,새삼 아까와라~

(그러나 극도로 정화된 피아노연주를 들으면 인간사가 아닌 듯 하여 자주 듣지는 않습니다.)

*롤라 쉘리라는 여인네가 그린 고양이인데 이 여인네의 그림, 묘한 매력과 우수가 있어요.큰 판본을 구하지 못해 서재지붕으로는 못 올리고 프로필로 요 녀석만 업어왔어요.

*옛날 옛날 이보 포고렐리치라는 피아니스트가 있었어요.록스타같이 생긴 외모로 레코드회사에서 나눠주던 흑백캘린더에 아주 근사하게 찍힌 모습이 기억나서 어떻게 변했나싶어 검색했다가 눈버렸어요.예전에 피아노의 숲(DVD)을 보았을 때 어딘지 기시감이 생기더군요.지금 떠올라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녀석과 이보 포고렐리치의 더벅머리,콩쿨 탈락이 겹쳐집니다.이보의 늙은 모습을 보고 난 후, 깨끗하게 늙어서 조용하게 죽고싶다는 몇 개 안되는 소원이 뭉클뭉클 일어나네요.

*롤라, 제가 부러워한 아이의 이름이에요.남을 부러워하는데는 통 소질이 없는 내가 부럽다못해 배아팠던 아이였네요.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인지 어쩌구 하는 그림책에 등장한 밉상 꼬맹이 롤라에게 있지만 내겐 없었던 것,찰리오빠.

**음악에 문외한인 저에게 조언이라니요.독신자인데 주례사 청탁받은 것처럼 난감하네용.요걸로써 이제부터는 음반추천 안 받습니다.아무래도 쥴님 클래식동호회같은데서 연구(?)하시기를 강권합니다,힛.

Joule 2010-07-08 13:07   좋아요 0 | URL
우와, 이렇게 푸짐한 추천을! 감사합니다, 꾸벅. 저는 그냥 하니케어 님 들었던 거알려주시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예요. 다시 듣고 싶은 음반이 하나 가득이어서 뿌듯하고 배불러요. (집이 아직도 안 나가서 끙끙 앓다가 이젠 기력이 다해서 에라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하고 있어요. 나 쓸데없는 일에 힘을 너무 쏟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니케어 님 이번 이미지 다 좋아요. 고양이 그림도 대문 그림도. 롤라 쉘리... 기억하고 있다가 찾아봐야겠다.

<마의 산>에서 저는 항상 묻고 싶었으나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그러나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얻었어요. 책장을 덮으면서는 (청승맞기 짝이 없는 줄모 양)찔끔찔끔 눈물까지 짰다죠.

제 친구 모모는 한때 저의 전범이었어요. 모모처럼 똑똑해지고 싶었고 모모처럼지적인 유머 감각을 갖고 싶었고 모모처럼 삶을 고요히 통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모모에게 귀동냥을 해가며 책을 읽었는데 어느 날 모모가 말했어요. 이제 줄모 양에게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어. 하산해도 되겠어. 줄모 양이 읽은 책의 양이 내가 읽은 책의 양을 훨씬 뛰어넘은 지 꽤 되었거든.

그런데 말이죠. 책만 읽어서는 안 되는 가봐요. 모모는 됐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친구와 저와의 간극이 아직도 한강을 사이에 둔 강남과 강북만큼 멀어 보이거든요. 그쯤이었나 봐요. 하니케어 님에게 목 매달고 하나라도 주워들으려고 한 게. 한 스승이 나를 내쳤으니 다른 스승을 찾아봐야지요. 그런데 그건 내 사정이고 얼마나 성가시겠어요! 스승들이라고 해야 할 공부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입장 바꿔서(오홋, 이럴 때는 역지사지가 좀 되는데요. 그러니까 저는 잘난 사람한테만 역지사지가 되고 어줍잖은 판단으로 나보다 좀 못하다 싶으면 역지사지 안 하고 싶고 그런 걸까요.) 내가 나의 스승이라고 한다면 정말 성가셔서 "너 가!"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여러 개의 음반들 하나씩 하나씩 잘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참, 레오니드 코건 들어봤어요. 오만불손한 말이 되겠지만 들으면서 내가 조금만 더 하니케어 님에게 배우면 저 음악이 나에게 맞춤한 옷처럼 맞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가 몇 번째인가 무심히 틀어놓고 식탁에앉아 담배를 피워물고 있는데 잠깐 도플갱어를 본 것처럼 그 음악 속에서 나를 본 적이 있어요. 아주 잠깐요. 그리고 다시 데면데면해졌구요. 시게티는 참 좋아요. 요즘은 매일 시게티만 들어요. :>

Joule 2010-07-0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브람스 D단조가 서로 잘 어울리나 봐요.
요안나 마르치 그녀의 음반도 그렇게 두 개가 같이 묶여 있네요.
보관함에 음반 담다가 신기해서요. 어울리는 레파토리라는 게 있나 봐요.

ㅋㅋㅋ
저는 '일년에 몇 안 되는 아주 맑고 투명한 날에는 기제킹의 무언가를 듣습니다.'에서 '무언가'가 something인 줄 알았어요. 그래 읽으면서 그 무언가가 뭔데요? 하고 있었다는. 그런데 songs without words였군요. 아, 나 무식해. ㅎㅎ

hanicare 2010-07-08 15:36   좋아요 0 | URL
쥴님은 의욕이 있어 발전이 있을거에요.
ㅎㅎㅎ
멘델스존과 브루흐 커플링도 꽤 되더라구요.

안 그래두 무언가를 한문전환시킬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했더니...

 


Joule 2010-06-18  

요즘 유일하게 다니는 블로그인 것 같아요. 82에 곧잘 다니시니까 벌써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구요. 요즘은 이분 글 읽으면서 부엌 공부 다시 하고 있어요. 근데 이분 글 읽다 보면 하니케어 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두 분은 전혀 안 닮았는데 어딘가 묘하게 닮았어요.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인데 저에게는 두 분이 크로스오버되어 한 사람으로 비친다고나 할까 그래요.

http://blog.daum.net/engineer66
 
 
hanicare 2010-06-1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벌써 알고 있는 블로거에요.
예전에 82쿡에서 비오는 날 흙냄새 비냄새같은 묘한 우수가 있는 글들을 읽었었는데
누가 뭐라고 악담을 해서 모든 글을 지우고 본인의 블로그로 잠적하셨더군요.
언젠가 독백 비슷이 올리셨던 여고 동창생에 대한 글이 인상깊어 그 분의 글을 찾아읽기 시작했었지요.(요리니 살림 정보 이런 건 아예 패스했었거든요.)
뭔가 닮은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 분의 어딘가가 맘에 안들고 심지어는 짜증이 나기도 하거든요.^^

아 참,이번 서재 지붕이랑 프로필, 맘에 들어요. 이 말을 전할 공간이 마뜩찮았는데 시의적절하게 왕림하셨군요.그린은 제가 저절로 끌리는 색깔이어서요.

Joule 2010-06-18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요. 하니케어 님이 예쁘다고 해주실 줄 알았어요.
저에게 맞춤한 사진가예요. 그린은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데도 자꾸 힐긋거리게
되는 색깔이에요, 저에게.

댓글 달고 알라딘 막 떠나려다 문득 생각난 건데 '고집스러움' 아닐까요.
하니케어님이 맘에 안 드셨다는 그 '어딘가' 말이에요.
좀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하니케어 님도 '고집스러움'이 꽤 있는 분이시니까요.
그리고 제가 두 분에에게 탐내는 것도 어쩌면 그 '고집스러움'일지도 모르겠고.
'옹고집'할 때의 고집말고 '견고하다'라는 단어와 비슷한 어감의 그것.

*

맞춤법 교정만 안 보고 있었더라면 둘이 똑같은 시간에 댓글 등록할 뻔했어요.
풉.

hanicare 2010-07-06 11:17   좋아요 0 | URL
투명한 오전이 다 가고 있어요.
이곳은 녹음이 너무 건장해서 좀 질릴 정도로 강렬한 6월입니다.
머뭇머뭇 약하게 돋아나는 신록들은 사랑스럽건만.
(커튼의 그린, 온화하게 나이드신 현명한 사람같은 그린이에요.)

서늘한 온기랄까.

수년전 FM에서 파가니니의 칸타빌레가 흘러나오는데 그 바이얼린 연주가 내 귀에 이물감없이 최적상태로 고스란히 스며드는거에요. 그 전에는 바이얼린이 거북했었거든요.엄청나게 여성적인 여자나 엄청나게 남성적인 남자에게 느끼는 거북함과 닮은...끈적거리고 감상적이고 기교적이고 뭐 그런 불쾌감. 내 취향,4B 아니 HB연필선의 폭만큼도 안되는 그 좁은 선에 딱 들어맞는 바이얼린 소리를 듣고 이름을 기억해뒀어요.

서늘한 온기.

전 여름이 끝날 때 즈음이면 선풍기를 틀어놓고 얇은 모시이불같은 걸 휘감고 서늘함과 얇게 떠낸 따뜻함을 동시에 즐기는 어린애였지요.정작 여름에는 선풍기바람을 싫어했었어요.저도 제가 좀(김모씨 말로는 아주 많이) 이상한 족속이란 생각은 해요.

그는 그렇게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두툼한 입술과 굵은 미간주름으로 연주를 하는군요.후훗.


언젠가 시게티의 브라암스 협주곡을 듣고 감전되었던 이후로 아주 오랫만에 찾아온 연주가네요. 제가 음악의 불성실한 문외한이어서 이렇게 희박한 확률로 마음에 맞는 연주자를 알현하게 되는 것이겠죠.

저에게 최적의 장소는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라요.파르스름한 박명의 시간,개와 늑대의 그런 시간처럼.

랭보가 말했었던가요, 밀란 쿤데라의 오래된 책제목이기도 했었던가.

생은 다른 곳에.


Joule 2010-06-1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튼의 색은 그린이 가장 아름답다고 고집스럽게 자주 중얼거려요. 이틀 전엔가는 산책을 갔다가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어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요. :)

시게티의 브람스 협주곡은 들어볼래요. 가끔 하니케어 님은 내 마음이 더듬고 있는 주파수를 짚어줘요. 안 그래도 어제오늘 새 시디를 주문해 들어봐야 할 때가 되었는데 어떡하지 하고 있었어요. 하니케어 님 귀에 파고들어간 그 연주곡과 연주자 좀 알려주세요. 저도 일청할 수 있는 영광을.

선풍기 바람을 너무 싫어해서 무더운 날에 식당을 들어갔는데 선풍기가 켜져 있으면 단 일 초도 주저하지 않고 꺼버려요. 주인의 눈총이 싫다 싶을 땐 선풍기 바람이 나에게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고 그 마저도 안 되면 자리를 옮기든지, 가게를 나와버리든지. 그러니 선풍기 관련해서는 하니케어 님보다 제 성질머리가 더 고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여름이 참 고역이에요. 엉덩이며 다리에 땀띠가 나요. 그래도 집에 선풍기를 들여놓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옆에서 보던 친구(재미있는 게 저도 제 친구를 언제나 모모라고 부르는데 하니케어 님도 모모 씨라고 부르더군요. 제 친구도 성이 김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냥 늘 그 친구를 그냥 모모라고 불러요. 모모, 안녕! 이렇게요.)가 인생 참 힘들고 고단하게 산다고 쯧쯧거려요.

하니케어 님이 댓글 길게 달아줘서 기분이 참 좋아요. 좀 침울해 하고 있었거든요.

*

참고로 스티븐 쇼어 사진 몇 개를 하니케어 님께 선물로 드리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차마 그 손을 내밀지 못하고 쭈삣거리고 있다가 슬그머니 호주머니에 다시찔러 넣었는데 사진 예쁘다고 해주시니 제가 참 기뻤겠지요. 그래서 여기 아래에 스티븐 쇼어 사진 구경할 수 있는 사이트 몇 개 주소 남겨요. 심심할 때 구경하세요.

http://www.303gallery.com/artists/stephen_shore/index.php?exh_id=98

http://www.billcharles.com/catalog/stephen_shore/1/

http://hammer.ucla.edu/exhibitions/detail/exhibition_id/107

http://www.artnet.com/Artists/ArtistHomePage.aspx?artist_id=15493&page_tab=Artworks_for_sale



 


Joule 2010-04-17  

브루노 발터의 말러 1번을 듣고 있어요. 저는 말러 1번만 틀면 시무룩하니 있다가도 저도 모르게 입가의 미소가 번져 나중에는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아져요. 대책없이 행복하고 즐거워요.  

현재 번스타인과 브루노 발터 두 개 들어보았는데 브루노 발터가 저는 좀 더 마음에 들어요. 친구는 브루노 발터의 말러 1번이 번스타인보다 10년형은 더 받겠다던데. 

이렇게 속속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곡가를 만났다는 게 너무나 엄청난 행운으로 느껴져요. 이안 보스트리지의 겨울나그네도 오늘 들어볼 수 있을 거예요. 알라딘에서 오늘 배달해 준다고 했거든요.  

고맙다구요. 

 
 
hanicare 2010-04-1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말러, 복잡다단, 심란한 사람같아요.
매력과 거부감을 동시에 풍기는.
어찌 보면 닥터하우스도 좀 연상되고
비주류에서 결국 주류가 되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도 다 반납하고 새 책도 없고 하여
책장을 뒤지다 문득 89년도 즈음에 읽었던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먼지 후 불어내고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말러 생각이 났어요. 쥴님이 말러 교향곡을 들어서 그랬던 걸까요?

토마스 만이니 말러니 바우하우스...좁은 제 소견으로는 이 때가 유렵문명의 절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번에 세상의 최상급 인재pool은 의외로 좁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 말러의 부인과 말러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생각하다 떠오른 말이었어요.^^

Joule 2010-04-19 12:50   좋아요 0 | URL
말러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하니케어 님 댓글 읽고. 혹 추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참고해서 볼 만한 책 아시면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우하우스에 관한 책도 한 번쯤 읽어본다는 게 마음에 드는 책을 못 찾아서 여적 미루고 있었는데 말러 들으면서 이 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근데 저 참 무식하죠? 바우하우스에 대해서 읽은 책도 없고 말러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한번 제대로 들어본 적 없고. 하지만 그래서 권위에 대한 무의식적인 복종 같은 게 다른 사람들보다 없는 편이라 뭐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위로해요. ㅡㅡ'

자신의 무지에 대한 인정과 개선에의 의지. 이 정도면 영 대책없는 건 아니죠?

hanicare 2010-04-1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이 무식하다면 전 결식아동?
말러에 대해서는 나탈리 바우어- 레히너의 말러회상록이 구미당기는데 구할 수가 없군요.
바우하우스는 2말3초 때 건축이니 미술 관계 책으로 귀동냥한 수준이라 추천곤란 ^^
신선하고 좋은 책 한 번 찾아보세요~


Joule 2010-04-19 16:31   좋아요 0 | URL
미국 아마존에도 중고밖에 없네요, 그 책은. 가격도 177달러쯤 하고. 지를까 말까 목하 고민 중이에요. 'ㅅ'

아, 참 그리고 이안 보스트리지 겨울 나그네가 오늘에야 도착했는데 수입이 아니고 한국에서 제작된 거예요. 아주 예전에 어떤 음반은 들어보니까 수입하고 국내 제작하고 소리가 좀 다르던데 반품할까요, 아니면 그냥 들을까요. (하니케어 님이 무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도 아닌데 하니케어 님이 그러라고 하면 어떤 결정이든 마음이 좀 놓이나 봐요, 제가.)

피셔 디스카우의 겨울 나그네 지금 듣고 있는데 과연 '유려'하다는 하니케어 님 표현이 딱 들어맞네요. 어쩌면 그 청년 괴르네가 부른 것과 이렇게 판이하게 다를까요. 신기해요. 같은 노래인데 전혀 다르다는 게.

hanicare 2010-04-2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장례식장에 다녀왔어요. 올 봄은 너무 죽음이 많군요.
아이도 독감의심되어 집에서 쉬고 있구요.
온통 잿빛 하늘.
4월이 울고 있는 듯.

두 음반 다 들어본 상태가 아니어서 제가 추천드릴 입장이 못되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어디 서양고전음악과 음반에 정통하신 분 있으면 좋을텐데...

하루키가 어떤 글에서 모짜르트를 다른 연주로 듣고는 이렇게 다를수가..역시 모짜르트는 천재인가봐 했었다는 게 생각나네요. 아주 큰 산은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지만 정상에선 한 눈에 굽어보이는 걸까요?

저같은 중인들은 늘 한계를 알고 삼가해야겠습니다만.
(역시 중언부언하고 말죠...)
 


비로그인 2010-04-09  

이 방명록에 너무나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지요? ... 

저 여자 아이는 마치 하니케어님 따님 같아요. 물론 만난 적은 없지만은요. 빨간 모자와 검은 색 드레스를 입은 저 여인은 하니케어님이실지도 ...  

 

봄이 되면 서울 삼청각 아래에 있는 길상사에 가서 그냥 앉아있다 오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 해엔 법정 스님이 입적을 그곳에서 하시는 바람에 사람들로 가득해서 영 가고 싶지가 않네요. 하니케어님.   

가을엔 그 작은 뒷 터의 단풍들로 가슴 한 구석 위로 받고 오곤 했는데 말이지요.  

하니케어님 저 이미지.. 초록색 문으로 가는 저 길이 자꾸 길상사 뒷 터를 연상시켜 ... 또 쓸데 없는 말들만 웅얼거렸습니다.  

 

그곳의 봄은 .. 은빛 바다와 따뜻한 햇살이 한창이시라니.. 부럽습니다.  

매일 바다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런데 그곳에 계시면서 .. 커피한잔 하시며 하루를 여실 하니케어님의 일상은 .. 참으로 글로 만나뵙기가 용이치 않습니다.  자주 글을 주시면 좋을텐데요.. 하니케어님. ~~

 
 
hanicare 2010-04-1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인님.
겨우내내 여러 가지 편치 않은 일들이 있었고 겨울을 보냈나 싶더니 춘래불사춘이고요...
현대인님이 올리신 글들은 마음을 집중해서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데 마음이 워낙 산란하여 쉬이 들어가질 못했습니다. 혜량을 바라옵고....

좋은 비는 시절을 안다는데
좋은 비가 내릴 시절이 아닌가 봅니다.

어렵네요...

마음이 참담해서 오히려 눈부신 이미지들을 빌어와 걸었습니다.

세상이 온화해졌으면 어질고 어려운 사람들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괴로운 세상이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장일순선생과 이현주 목사님의 도덕경 풀이를 읽고 있으니 새삼 한낱 소인배가 지나치게 현묘한 경지를 엿보았다 싶어 마음이 더 우울하네요. 현대인님 강녕하시고 어머님 할머님 건강하시길 멀리서 기원드립니다.

비로그인 2010-04-11 13:02   좋아요 0 | URL
hanicare님.

hanicare님의 글에는 때론 ㄱ,ㄴ, ㅏ, ㅕ, 라는 댓글을 드릴 수가 없을 때가 있어요.
주신 이 댓글 또한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은 어제 보다 더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었고, 기온도 좀 더 오른 것 같았어요. 사는 일도 이랬으면 하고 바래보지만 이미 산다는 것의 이치가 그렇지 않음을 알아서요...

그저 저 또한 강령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주신 인사는 잊지 않고 꼭 감사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hanicare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