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le 2010-12-18  

하니케어님이 제 서재에 와서 달아주신 첫 댓글이 2004년이더라구요.  
우리가 꼬박 6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게 놀라워서요.
10년쯤 지나면 그때 또 와서 비슷한 말 하고 가겠죠.   

 
 
hanicare 2010-12-1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지내시는지...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글이 연신 기다려지고 궁금한 쥴님.
아니..나는 이 자리에 그대로 두고 세월만 급히 가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노랑색을 써봤어요.
갈수록 인간들이 염증이 나네요.

며칠간 보고 싶었던 베토벤바이러스에 버닝했어요. 전 강마에가 좋아요.
강마에, 꺾이기 전의 닥터하우스같은 종족들이 차라리 더 나아요. 음흉하고 지리멸렬하고 못난 이상으로 사악한 부류들보단.
강마에 닥터하우스 -단순하쟎아요. 사고구조도 깔끔하고.

종종 동물은 수컷이 아름답지만 인간은 그 반대다 라고 생각했는데 수트발 제대로인 강마에를 보고 있자니 인간도 수컷이 더 아름답지 않나...세월이 지나봐야 명품이 더 빛나는데 여자의 미모란 얼마나 감가상각이 빠른지....

Joule 2010-12-2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첼로 켜는 여자가 술 취해서는 강마에에게 자기를 누나한테 부르라고 하니까 강마에가 저는 핏줄 섞인 사람만 누나라고 합니다, 라고 했던가요. 술 퍼마시던 시절의 제 모토야 그랬죠. 나이 상관없이 남자는 다 오빠, 여자는 다 언니. 호칭 구분하는 게 피곤해서 그랬나봐요. 지금은... 언니라는 말, 오빠라는 말 아니 친밀감을 드러내는 어떤 단어들도 정말 입에 붙지를 않거든요.

바람 부는 대로 이렇게 저렇게 꺾이는 갈대보다는 너무 꼿꼿해서 거센 바람이 불면 꺾어지는 소나무(?)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있죠, 전 하니케어 님 입에서 튀어나오는 염증 난다,는 말이 정말 좋아요. 그건 강마에나 닥터 하우스의 좀 지쳐 보이는 표정을 떠올리거든요. (다른 사람 입에서 염증 난다는 단어를 들었으면 속으로 콧방귀 뀌었을 거예요.) 그런데 염증이 극심한 피로를 동반하기도 하나요?

hanicare 2010-12-21 19:22   좋아요 0 | URL
네. 극심한 피로를 동반하는군요, 적어도 제 경우에는요.
요즘은 남보다 나 자신, 요거밖에 안되는 나 자신에 대한 염증이 더 크답니다.
연애 못한 것 친구 하나 없는 것 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없는 것 다 차치하고
돌올하게 빛나는 견고한 실력- 그걸 갈고 닦고 키워오지 못한
나의 의지박약,소심함,까탈스러움 이 삼중고가 손오공의 쇠머리띠처럼 운신의 폭을 제한하네요.


Joule 2010-12-2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나 술 둘 중에 하나를 관두고 싶은데 둘 중에 딱히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1, 2, 3,... 이렇게 넘버링을 붙여서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는 되도록 넘버링의 유혹을 꾹꾹 참으려고 노력해요. 숨을 고르고 천천히 차분하게 하나씩 하나씩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말해 보도록 해, 줄모. 이야기하다 보면 1이 2를 설명해 줄 거고, 3을 이야기하다 보면 뜻밖에 3.1이 기억나기도 하는 거니까. 1, 2, 3,... 이렇게 이야기해 버리면 결국 1, 2, 3,...밖에 말하지 못해. 근데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쩌면 1, 2, 3,...이 아니라 1.3이나 2.1.2. 같은 하위 분류 속에 들어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줄모, 숨을 고르고 서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얘기해봐.

그런데요. 오늘 알았어요. 넘버링의 유혹이 있을 때가 그나마 낫다는 걸. 머릿속이 정말 엉켜 있을 때는 숫자를 붙일 수 있다는 엄두 자체가 안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