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le 2010-07-07  

'서재이미지는 본인의 실제이미지와 무관합니다^^'가 고양이 이미지 아래에 있으니까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

저번에 언뜻 시게티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슬적 언급하시길래 그때 시디를 한 장 샀는데 뜻밖에 멘델스존에 바로 꽂혀가지고는 하니케어 님께 멘델스존의 괜찮은 음반 있으면 조언 좀 해주십사 하고 쪼르르 왔어요. 해주세요, 추천!

그리고 저도 올랐어요, 마의 산. (하니케어 님이 읽으면 나도 읽고, 하니케어 님이 들으면 나도 듣고.) 올해 최고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다른 번역으로 또 읽으려구요. 한스 카스토르프는 남자 줄모 같더라구요.
 
 
hanicare 2010-07-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양이 꽤 복실복실하죠?
도서관에서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빌려놓고 휘청거리고 있습니다.참,나의 얄팍함 무지함 이때까지 뭐하고 살았는지 원,,,

*멘델스존의 바이얼린 협주곡 마단조-수십년 전에 들었던 김영욱의 포근하고 도톰한 연주를 잊지 못하겠어요.저의 지적 능력이랬댔자 오리수준밖에 안되는지라 처음 들었던 음반이 각인되어 기준삼는 경우가 많아요.DG특유의 노란색 그 뭣이라고 해야하나, 거기엔 브루흐도 같이 실려있었던 듯.그러나 김영욱은 구하기 힘들 듯 하니...쉽게 구할 수 있는 오이스트라흐나 정경화 연주도 좋겠지요.(하이페츠의 템포는 제게 숨이 차서 개인적으로 비추)

덕분에 요안나 마르치의 우아하고 청결한 연주로 멘델스존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들어보네요.흐리고 우울한 날씨, 커피냄새, 바이얼린소리. 좋군요. 더 바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일년에 몇 안되는 아주 맑고 투명한 날에는 기제킹의 무언가를 듣습니다.원래부터도 협주곡이나 교향곡보다는 실내악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이것저것 다 뺀 독주도 좋아지네요. 백건우씨의 포레 무언가도 살까 생각중이에요.다 갖다버린 음반들,,,새삼 아까와라~

(그러나 극도로 정화된 피아노연주를 들으면 인간사가 아닌 듯 하여 자주 듣지는 않습니다.)

*롤라 쉘리라는 여인네가 그린 고양이인데 이 여인네의 그림, 묘한 매력과 우수가 있어요.큰 판본을 구하지 못해 서재지붕으로는 못 올리고 프로필로 요 녀석만 업어왔어요.

*옛날 옛날 이보 포고렐리치라는 피아니스트가 있었어요.록스타같이 생긴 외모로 레코드회사에서 나눠주던 흑백캘린더에 아주 근사하게 찍힌 모습이 기억나서 어떻게 변했나싶어 검색했다가 눈버렸어요.예전에 피아노의 숲(DVD)을 보았을 때 어딘지 기시감이 생기더군요.지금 떠올라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녀석과 이보 포고렐리치의 더벅머리,콩쿨 탈락이 겹쳐집니다.이보의 늙은 모습을 보고 난 후, 깨끗하게 늙어서 조용하게 죽고싶다는 몇 개 안되는 소원이 뭉클뭉클 일어나네요.

*롤라, 제가 부러워한 아이의 이름이에요.남을 부러워하는데는 통 소질이 없는 내가 부럽다못해 배아팠던 아이였네요.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인지 어쩌구 하는 그림책에 등장한 밉상 꼬맹이 롤라에게 있지만 내겐 없었던 것,찰리오빠.

**음악에 문외한인 저에게 조언이라니요.독신자인데 주례사 청탁받은 것처럼 난감하네용.요걸로써 이제부터는 음반추천 안 받습니다.아무래도 쥴님 클래식동호회같은데서 연구(?)하시기를 강권합니다,힛.

Joule 2010-07-08 13:07   좋아요 0 | URL
우와, 이렇게 푸짐한 추천을! 감사합니다, 꾸벅. 저는 그냥 하니케어 님 들었던 거알려주시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예요. 다시 듣고 싶은 음반이 하나 가득이어서 뿌듯하고 배불러요. (집이 아직도 안 나가서 끙끙 앓다가 이젠 기력이 다해서 에라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하고 있어요. 나 쓸데없는 일에 힘을 너무 쏟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니케어 님 이번 이미지 다 좋아요. 고양이 그림도 대문 그림도. 롤라 쉘리... 기억하고 있다가 찾아봐야겠다.

<마의 산>에서 저는 항상 묻고 싶었으나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그러나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얻었어요. 책장을 덮으면서는 (청승맞기 짝이 없는 줄모 양)찔끔찔끔 눈물까지 짰다죠.

제 친구 모모는 한때 저의 전범이었어요. 모모처럼 똑똑해지고 싶었고 모모처럼지적인 유머 감각을 갖고 싶었고 모모처럼 삶을 고요히 통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모모에게 귀동냥을 해가며 책을 읽었는데 어느 날 모모가 말했어요. 이제 줄모 양에게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어. 하산해도 되겠어. 줄모 양이 읽은 책의 양이 내가 읽은 책의 양을 훨씬 뛰어넘은 지 꽤 되었거든.

그런데 말이죠. 책만 읽어서는 안 되는 가봐요. 모모는 됐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친구와 저와의 간극이 아직도 한강을 사이에 둔 강남과 강북만큼 멀어 보이거든요. 그쯤이었나 봐요. 하니케어 님에게 목 매달고 하나라도 주워들으려고 한 게. 한 스승이 나를 내쳤으니 다른 스승을 찾아봐야지요. 그런데 그건 내 사정이고 얼마나 성가시겠어요! 스승들이라고 해야 할 공부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입장 바꿔서(오홋, 이럴 때는 역지사지가 좀 되는데요. 그러니까 저는 잘난 사람한테만 역지사지가 되고 어줍잖은 판단으로 나보다 좀 못하다 싶으면 역지사지 안 하고 싶고 그런 걸까요.) 내가 나의 스승이라고 한다면 정말 성가셔서 "너 가!"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여러 개의 음반들 하나씩 하나씩 잘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참, 레오니드 코건 들어봤어요. 오만불손한 말이 되겠지만 들으면서 내가 조금만 더 하니케어 님에게 배우면 저 음악이 나에게 맞춤한 옷처럼 맞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가 몇 번째인가 무심히 틀어놓고 식탁에앉아 담배를 피워물고 있는데 잠깐 도플갱어를 본 것처럼 그 음악 속에서 나를 본 적이 있어요. 아주 잠깐요. 그리고 다시 데면데면해졌구요. 시게티는 참 좋아요. 요즘은 매일 시게티만 들어요. :>

Joule 2010-07-0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브람스 D단조가 서로 잘 어울리나 봐요.
요안나 마르치 그녀의 음반도 그렇게 두 개가 같이 묶여 있네요.
보관함에 음반 담다가 신기해서요. 어울리는 레파토리라는 게 있나 봐요.

ㅋㅋㅋ
저는 '일년에 몇 안 되는 아주 맑고 투명한 날에는 기제킹의 무언가를 듣습니다.'에서 '무언가'가 something인 줄 알았어요. 그래 읽으면서 그 무언가가 뭔데요? 하고 있었다는. 그런데 songs without words였군요. 아, 나 무식해. ㅎㅎ

hanicare 2010-07-08 15:36   좋아요 0 | URL
쥴님은 의욕이 있어 발전이 있을거에요.
ㅎㅎㅎ
멘델스존과 브루흐 커플링도 꽤 되더라구요.

안 그래두 무언가를 한문전환시킬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