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 시 깊이 읽기
장영태 지음 / 책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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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착(穿鑿)하다. 이 말을 좋아한다. 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어떤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구멍이 생길 때까지. 훨덜린의 시는 어렵다. 그래서 읽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저자(장영태)의 저작들은 훨덜린 시만 바라본다. 穿鑿하는 이의 책은 책 이상이다. 도움을 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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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마음 사전 - 가장 향기로운 속삭임의 세계
오데사 비게이 지음, 김아림 옮김 / 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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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뭔가. ‘미리보기‘ 첫페이지만으로 구매 클릭. 봄맞이 대청소나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마음에 꽃을 지피다니. 하긴, 청소하는 마음이나 꽃보는 마음이나 마음달래려는 마음은 마찬가지. 꽃에 관한 지식만이 아니라 꽃에 관한 보기드문 명구까지. 봄이다.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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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 노트
존 가드너 지음, 황유원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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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는 이름 있는 시인, 

추천사를 쓴 이들은 이름 있는 소설가들. 


그런데 정말...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기에 그런 '긍정적인' 추천사를 썼을 텐데.


그들의 이해도가 놀랍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글이 딱 봐도 동시대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이 특이한 시도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필요도 없다. 그것은 '동시대' 예술, 혹은 '딱 봐도 혁신적인' 예술이 본래 품고 있는 가능성이자 즐거움의 일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포함한 모든 시대에 어떤 문학은 전통적인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가볍게 묵살해 버릴 수 없을 어떤 올바름이 존재한다. (249p)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 이중적으로 모호한 안개같은 문장이라니...


'가볍게 묵살해 버릴 수 없을 어떤 올바름'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작가는 자신이 말하듯 적은 글이 얼굴 표정과 제스처 등등의 누락까지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기 십상이며, 그것은 보통 좋은 글이 아니라 나쁜 점이 덜 두드러지는 글을 낳을 뿐이다.(250p)


얼굴 표정과 제스처 등등의 누락을 만회해야 한다...


이게 글자는 한글인데, 의미는 어느 나라 말인지.


한글을 보면서 머리로는 그 한글을 또 해석해야 하는 이 중노동이라니.


작가는 일인칭 시점을 사용할 때 자신이 말하듯 쓰게 되므로

표정이나 몸짓 등의 묘사에 자칫 소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좋은 글은 커녕 

나쁜 점이 덜 도드라지는 글로 비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뭐 이런 뜻일까.


300페이지에 달하는 모든 페이지가 이런 식이다.

내 머리로는 단 한 페이지도 속 시원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짓말 일도 안 보태고.


이 번역서가 쓰인 방식대로 리뷰를 쓰자면 이러하다.


번역자도, 추천한 이들도, 이 책을 편집하고 검수했을 출판사도, 그들이 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쓰거나 편집한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의구심을 들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주술부의 지대하게 모호한 호응에 있다고 보는 것에 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사양이나 스타일, 글자 크기, 행간, 편집 디자인은 뭐 하나 나무랄 부분이 없다.


두껍고 고급스러운 양장 커버.


더구나 존 가드너인데...


아마존에 올라온 리뷰 하나를 보자면 이렇다.


One of the best books on writing about writing that I have read. Comparable to Stephen King's, On Writing. Yes, it is that good. In Part I Gardner lays out a compelling treatise about the genre of fiction, what it is and why it is important. In Part II he discusses the how-to of writing good fiction, where he talks about common errors, technique and plotting at length. One of the benefits from reading The Art of Fiction is that it gives the reader a crash course in literature, who many of us that come from a Science, Technical, Engineering and Math (STEM) background are sorely lacking in. This said a writer who has grown up in the sciences, or engineering, or business worlds will find this book very useful in "catching up" a bit to our friends who have read all of classics and can retell significant scenes as though they were there. Again, this is a must (must) read for ALL writers, not just fiction writers.


심지어, 이분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뒤지지 않는다고.

그런 책이 왜 이지경인지.

뭐,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 비교라도 해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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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28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의 문제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마케팅을 위해 유명인을 쓰는 것보다 해당 전공자(이 경우에는 문예창작 분야겠죠) 중에 번역 평이 좋은 분을 섭외하는 것이 독자를 위해 그리고 그 책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번 번역된 책은 재번역되는 경우가 드물어 아깝게 사장되는 책이 많은 것 같아요. ㅠㅠ

젤소민아 2023-03-2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지간하면...번역한 분 노고를 알기에 불만을 표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이 책, 정말 내용 좋거든요. 최근 나온 조지 손더스 작법서(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는 번역이 좋습니다. 그 책에도 인용된 단편소설들이 많은데 국내에 소개 안된 작품들도 좀 있거든요. 그걸 새로이 다 번역을 했어야 할 텐데, 번역이 참 좋더군요. 그 외에 프랜신 프로스의 작법서도 정말 번역 잘됐고요.

DYDADDY님 말씀처럼 유명인 마케팅보다 문예창작이나 비평쪽 전공이나 번역 경험이 많은 분이었다면 좋았을 듯요. 정말 이책은 재번역되어서라도 다시 나와야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책, 정말 좋거든요. 번역자분께 개인적 유감이야 있을 리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좋은 책의 내용을 절반의 가치도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여겨질 때 돈 문제를 떠나 속상한 일이죠. 고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3-29 00:14   좋아요 1 | URL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읽다가 집어던진 경험이 있다보니 젤소민아님의 감정에 공감했어요. ㅎㅎㅎ 결국..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할까요. ㅠㅠ 그리고 고견이라는 단어는 저를 너무 높이 올리시는 것 같아요.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때 많이 아프니까요. ㅋㅋㅋㅋㅋ 그저 지나가던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이 공진하여 한말씀 올린 것이라 가벼이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

niceyong 2024-02-07 0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합니다. 진심으로. 악으로깡으로 겨우 한번 다봤는데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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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밸리모어에서 일했는데, 저녁이면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말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주먹에 꽉 움켜쥔 짐처럼 그날의 좌절을 들고 왔다.

(39p)


나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아마 사랑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나를 방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려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을,

나의 투명한 부모를 뚫고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39p)


소설을 읽다 보면, 말을 건네오는 텍스트가 있다.

실력 있는 비평가가 정해진 문구 속에 소설 속 텍스트의 의미를 

제 아무리 욱여넣어도

소설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귀속되는 텍스트가 있다.


그래서 나만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듯,

지그시 바라보게 되는 텍스트가 있다.


글자와 글자의 조합에 불과한 척 무심히 도열되다가

글자를 낱낱으로 해체해도

여보란 듯이 

그게 존재했던 자리를 움켜쥐고 견디는 텍스트가 있다.


오랫동안 저 텍스트를 응시하게 된 이유는 뭘까.


소설 속에서 맥스가 '신이 모두 떠난' 시절의 '바다'를 찾듯,

나도 나의 '바다'로 찾아간다.


나의 바다, 그 언저리에서 모로 누운 내 부모를 본다.

저 텍스트에서 말하듯

나를 방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려놓은 부모를.


그리고 저 텍스트에서 말하듯,

이제는 많이 투명해진 부모를.


나는 많이 투명해진 부모를 뚫고 드디어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나.


투명해지기까지, 

'부모'란 이름으로 그들은 또 얼마나 시야가 흐려졌어야 했나.

그 부모들에 의해.


존 밴빌의 '바다'는 

모쪼록, 한 문장도 소홀히 하지 말고 읽어보라는 충고가 진즉 있었다. 


그의 바다를 따라

나의 바다를 찾게 될 거라곤 안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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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기술 - 읽히는 이야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디스 워튼 지음, 박경선 옮김 / 젤리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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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을 읽고 한동안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겐, 결말이 식스센스급 핵반전이었다.

적어도 식스센스가 끝나고는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으니까.


알고보니, 첫대목에서 등장한 '등굽은 암말'이 괜히 등이 굽은 게 아니었던 거. 


'징구'에서는 또 얼마나 고급지게 위트 넘치는가.

'로마의 열병'은 또 얼마나 능청스러운가.


두 친구의 인생이 걸렸을, 엄청나게 큰 일을

대단히 별일 아닌 걸로 천연덕스레 눙치는 기술.


이 얇은 작법서에 담긴 이디스 워튼의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

19세기 사람답게, 사용한 단어가 단어가 19세기적이라 원서로 읽기에 애먹던 참에,

번역서가 나왔다.


그것도 두 권씩이나.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이디스 워튼 - 모바일교보문고


박경선 역자본은 '습니다'체로,

최현지 역자본은 '하다'체를 채택했다.


고민없이 박경선 역자본으로 구입했다.


'미리보기'로 비교한 결과, 조근조근 들려주는 식이 어쩐지 더 19세기다워서.


그리고 이디스 워튼의 작법서이 부제가 'The Classic Guide to the Art of the Short Story and the Novel'인데 '도롱뇽'은 좀 '클래식'해 보이지가 않아서.



이디스 워튼의 작법서는 첫 대목에서 이 소설을 이야기한다.


소설의 인물이 거리에서 영혼으로 극적인 공간 이동을 이룬 작품의 효시가 이 책이라며.


신화 및 영웅담 위주의 로망스에서 드디어 '소설'로 옮아간 

지금의 소설은 '돈키호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의 인물은 '클레브 공작부인'을 기해, '영혼'을 입는다.


외형의 가없는 언저리를 맴돌던 소설이 

드디어 비가시적인 내면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형'으로서 존재하던 소설의 인물에 '격'이 부여된 것이다.


졸지에 클레브 공작부인까지 읽어냈다.

하도 구석에 꽂혀 있어 찾기도 힘들었다는.


아무튼 뒤쪽을 못 읽어서 다 읽고 자세한 리뷰를 하기로.


이디스 워튼의 사후 70년이 지났다.


고로, 그녀의 작품은 저작권이 뻥 뚫렸다.

아무나 번역해도 되고 아무나 출간해도 된다.


그래서일 것이다.


번역판본이 동시에 두 버전이 나온 것은.


아마 앞으로 이디스 워튼의 번역작들이 쏟아지지 않을까.

좋은 일이다.




우리집에서 한 시간 정도 가면 있는 이디스 워튼의 생전 자택.

직접 디자인해서 직접 건축했다는 집이다.


그 앞쪽으로 산책길이 예술이다.


이런 곳에 살면서 소설 쓰면 나도 좋은 작품 쓸 것 같다.....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3초 정도 했다.

5초 정도 안 한 건, 동행자의 한 마디가 도움이 됐다.


"이런 데 살면 안 심심하나?"


소설은 심심해야 잘 써질까, 안 심심해야 잘 써질까?


그나저나, 이사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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