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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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밸리모어에서 일했는데, 저녁이면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말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주먹에 꽉 움켜쥔 짐처럼 그날의 좌절을 들고 왔다.

(39p)


나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아마 사랑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나를 방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려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을,

나의 투명한 부모를 뚫고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39p)


소설을 읽다 보면, 말을 건네오는 텍스트가 있다.

실력 있는 비평가가 정해진 문구 속에 소설 속 텍스트의 의미를 

제 아무리 욱여넣어도

소설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귀속되는 텍스트가 있다.


그래서 나만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듯,

지그시 바라보게 되는 텍스트가 있다.


글자와 글자의 조합에 불과한 척 무심히 도열되다가

글자를 낱낱으로 해체해도

여보란 듯이 

그게 존재했던 자리를 움켜쥐고 견디는 텍스트가 있다.


오랫동안 저 텍스트를 응시하게 된 이유는 뭘까.


소설 속에서 맥스가 '신이 모두 떠난' 시절의 '바다'를 찾듯,

나도 나의 '바다'로 찾아간다.


나의 바다, 그 언저리에서 모로 누운 내 부모를 본다.

저 텍스트에서 말하듯

나를 방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내 시야를 흐려놓은 부모를.


그리고 저 텍스트에서 말하듯,

이제는 많이 투명해진 부모를.


나는 많이 투명해진 부모를 뚫고 드디어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나.


투명해지기까지, 

'부모'란 이름으로 그들은 또 얼마나 시야가 흐려졌어야 했나.

그 부모들에 의해.


존 밴빌의 '바다'는 

모쪼록, 한 문장도 소홀히 하지 말고 읽어보라는 충고가 진즉 있었다. 


그의 바다를 따라

나의 바다를 찾게 될 거라곤 안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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