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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소로야 - 바다, 바닷가에서 -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
호아킨 소로야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20년 8월
평점 :
스페인 갔을 때 마드리드에 못갔다.
호아킨 소로야 뮤지엄이 거깄는데.
소로야만 생각하면 여기,
명치 쪽이 시큰해진다.
두 살에 콜레라로 양친 잃고(3일 간격으로 떠나셨다)
천사같은 이모부부에게서 자랐다.
이런 사람은 정말 배우자 잘 만나야 하는데,
다행히 잘 만났다!
그 보답으로 소로야는 아내를 엄청나게 많이 그렸다.
아, 또 명치가 시큰거린다.
중간에 그림 공부를 하러 아내를 떠나 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소로야는 중세 미술인가,
종교 미술인가로 방향을 틀었다.
미술계의 혹평이 쏟아졌다.
그렇게 그는 다시 아내 곁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빛.
그는
'환함'을 지향했다.
그래서 유독 흰 옷 입은 사람 그림이 많다.

그리고 이 그림의 제목을 좀 보시라.
호아킨 소로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

그림 출처: 위키피디아
And They Still Say Fish Is Expensive!
(Y aún dicen que el pescado es caro!)
>>이래도 고기가 비싸다고 할텐가!
고기 잡다 사고를 당한 동료 어부를 보살피는 다른 어부들의 일갈이다.
같은 스페인 소설가,
Vicente Blasco Ibáñez의 소설
<The Mayflower>에서 따왔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출처/amazon.com)
소설과 그림이 만나는 걸 좋아한다.
어쨌든 뿌리가 같다.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가만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의
머리와 심장과 영혼에서 나온
'무엇'이니까.
뜬금없이 소로야와 앙드레 고르스를 엮어본다.

정말,
무지 뜬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지도 모른다.
소로야와 무지하게 관계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2007년
9월 24일 전 세계 언론은 한 철학자와 그 아내의 죽음을 긴급히 타전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앙드레 고르(84세)가 불치병으로 고통 받아온 아내 도린(83세)과 함께 파리 교외의 자택에서 나란히 누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동반자살이었다.
폭발적인 추모 열기의 한가운데,
그가 자살하기
1년 전에 아내를 위해 쓴 한 권의 책에 세계 출판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
남자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아내란 이름의 여자를 정말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들.
소로야에서 시작해서 앙드레 고로스로 끝났다.
이렇게 뻗어가는 생각의 시간들이 좋다.
거미줄 같이 얼크러져 보여도,
거미줄의 목적은 하나이지 않은가.
뭐 하난 걸리겠지...
한 시대를 살고 간 위대한 예술가(철학도 예술이니까)의 거룩한 삶에
내 비루한 삶을 넘어지지 않게 할 작은 굄돌 같은 것...
한 뼘보다 조금 큰 책상 위에서 한 뼘 만한 책만 열면 얻을 수 있으니,
이런 복이 어딨나 그래.
이래도 책값이 비싸다고 할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