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기술 -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 노트
존 가드너 지음, 황유원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역자는 이름 있는 시인, 

추천사를 쓴 이들은 이름 있는 소설가들. 


그런데 정말...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기에 그런 '긍정적인' 추천사를 썼을 텐데.


그들의 이해도가 놀랍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글이 딱 봐도 동시대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이 특이한 시도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필요도 없다. 그것은 '동시대' 예술, 혹은 '딱 봐도 혁신적인' 예술이 본래 품고 있는 가능성이자 즐거움의 일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포함한 모든 시대에 어떤 문학은 전통적인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가볍게 묵살해 버릴 수 없을 어떤 올바름이 존재한다. (249p)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 이중적으로 모호한 안개같은 문장이라니...


'가볍게 묵살해 버릴 수 없을 어떤 올바름'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작가는 자신이 말하듯 적은 글이 얼굴 표정과 제스처 등등의 누락까지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기 십상이며, 그것은 보통 좋은 글이 아니라 나쁜 점이 덜 두드러지는 글을 낳을 뿐이다.(250p)


얼굴 표정과 제스처 등등의 누락을 만회해야 한다...


이게 글자는 한글인데, 의미는 어느 나라 말인지.


한글을 보면서 머리로는 그 한글을 또 해석해야 하는 이 중노동이라니.


작가는 일인칭 시점을 사용할 때 자신이 말하듯 쓰게 되므로

표정이나 몸짓 등의 묘사에 자칫 소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좋은 글은 커녕 

나쁜 점이 덜 도드라지는 글로 비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뭐 이런 뜻일까.


300페이지에 달하는 모든 페이지가 이런 식이다.

내 머리로는 단 한 페이지도 속 시원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짓말 일도 안 보태고.


이 번역서가 쓰인 방식대로 리뷰를 쓰자면 이러하다.


번역자도, 추천한 이들도, 이 책을 편집하고 검수했을 출판사도, 그들이 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쓰거나 편집한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의구심을 들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주술부의 지대하게 모호한 호응에 있다고 보는 것에 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사양이나 스타일, 글자 크기, 행간, 편집 디자인은 뭐 하나 나무랄 부분이 없다.


두껍고 고급스러운 양장 커버.


더구나 존 가드너인데...


아마존에 올라온 리뷰 하나를 보자면 이렇다.


One of the best books on writing about writing that I have read. Comparable to Stephen King's, On Writing. Yes, it is that good. In Part I Gardner lays out a compelling treatise about the genre of fiction, what it is and why it is important. In Part II he discusses the how-to of writing good fiction, where he talks about common errors, technique and plotting at length. One of the benefits from reading The Art of Fiction is that it gives the reader a crash course in literature, who many of us that come from a Science, Technical, Engineering and Math (STEM) background are sorely lacking in. This said a writer who has grown up in the sciences, or engineering, or business worlds will find this book very useful in "catching up" a bit to our friends who have read all of classics and can retell significant scenes as though they were there. Again, this is a must (must) read for ALL writers, not just fiction writers.


심지어, 이분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뒤지지 않는다고.

그런 책이 왜 이지경인지.

뭐,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 비교라도 해볼 텐데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DADDY 2023-03-28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의 문제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마케팅을 위해 유명인을 쓰는 것보다 해당 전공자(이 경우에는 문예창작 분야겠죠) 중에 번역 평이 좋은 분을 섭외하는 것이 독자를 위해 그리고 그 책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번 번역된 책은 재번역되는 경우가 드물어 아깝게 사장되는 책이 많은 것 같아요. ㅠㅠ

젤소민아 2023-03-2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지간하면...번역한 분 노고를 알기에 불만을 표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이 책, 정말 내용 좋거든요. 최근 나온 조지 손더스 작법서(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는 번역이 좋습니다. 그 책에도 인용된 단편소설들이 많은데 국내에 소개 안된 작품들도 좀 있거든요. 그걸 새로이 다 번역을 했어야 할 텐데, 번역이 참 좋더군요. 그 외에 프랜신 프로스의 작법서도 정말 번역 잘됐고요.

DYDADDY님 말씀처럼 유명인 마케팅보다 문예창작이나 비평쪽 전공이나 번역 경험이 많은 분이었다면 좋았을 듯요. 정말 이책은 재번역되어서라도 다시 나와야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책, 정말 좋거든요. 번역자분께 개인적 유감이야 있을 리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좋은 책의 내용을 절반의 가치도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여겨질 때 돈 문제를 떠나 속상한 일이죠. 고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3-29 00:14   좋아요 1 | URL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읽다가 집어던진 경험이 있다보니 젤소민아님의 감정에 공감했어요. ㅎㅎㅎ 결국..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할까요. ㅠㅠ 그리고 고견이라는 단어는 저를 너무 높이 올리시는 것 같아요.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때 많이 아프니까요. ㅋㅋㅋㅋㅋ 그저 지나가던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이 공진하여 한말씀 올린 것이라 가벼이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

niceyong 2024-02-07 0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합니다. 진심으로. 악으로깡으로 겨우 한번 다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