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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1) 리뷰
공간적 이동에 제약이 없어진 오늘날, 시간적 이동의 제약은 태고적 역사에 신비로움이라는 상상력의 원천을 제공한다. 우리가 로마나 그리스 시대물들에 환호하는 이유는 까마득히 오랜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를 그려볼 수 있는 수많은 기록들과 유적, 예술 작품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깨진 항아리조각 하나와 서판에 새겨진 글자들, 그림 속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과 먹고 있는 음식, 하고 있는 자세(무엇을?), 앉아있는 의자, 머리스타일, 집, 풍경, 배경들.. 오래된 작은 단서들을 모으고 또 모아 성긴 틈새를 상상력으로 메우면 시대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 완성된다.
이 책은 역사를 움직인 거대한 물결들의 배후에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시대적 일상을 매우 디테일하게 재현한다. 일반적으로 역사가 소설이 되는 드라마는 전쟁과 암투, 약탈 등을 끼고 있기 때문에 감성적 디테일이 최소화되고, 정치적이고 전투적인 남성적 소설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고대 로마에서 흔히 다루는 검투사들이나 전쟁 장면들과 같이 영웅들의 활약을 기대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하다. 이 책은 사랑, 욕망, 권력, 음모, 배반의 주요 서사를 2천년 전에 그랬던 시대적 풍습 속에 녹여 복식, 식생활, 관습, 선거, 결혼, 신분, 시민권, 재판과정 등의 풍속사를 재현하였다.
다른 나라의 역사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큰 방해물은 길고 발음하기 어려운 인물과 지명 이름들이다. 게다가 로마식 이름은 한글로 적었을 때 매우 긴 데다가 가운데 이름이 두 개씩이나 들어간 경우가 있어서 이 이름들이 예를 들어 루블리우스 루틸리우스 루프스처럼 통으로 쓰인 경우 따라 읽기도 벅차다. 로마시대를 다룬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그 점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원저자인 콜린 매컬로의 배려인지 혹은 역자의 배려인지는 모르지만, 국내 독자를 신경쓴 듯한 ‘장모인 OOOO 사위인 OOOO’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었고, 시간과 공간이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인물들 간의 관계 파악에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후에 정권을 잡는 카이사르 집안의 배경과 함께 시작되는 이 책은 빠른 전개로, 방대한 시리즈의 첫 권이 갖는 전개상의 지루함을 보이지 않는다. 원서 전체의 분량은 케이사르가 정권을 잡고 로마 공화정의 막이 내리는 전 마지막 권까지 7권이며 (Grass Crown, Fortune's Favourites, Caesar's Women, Caesar, The October Horse(2007), Antony and Cleopatra) 로마의 공화정의 끝나는 지점과 제정이 시작되는 시점 사이의 권력 투쟁을 축으로 음모와 배신과 사랑과 섹스를 주 내용으로 할 듯하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책임에도, 향후 권력 구조의 재편에 대한 커다란 암시와 복선을 잔뜩 깔고 있지만, 첫권 자체로도 이미 음모와 배신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갖는 독립된 서사를 갖는다.
특히, 당대 이태리 내의 도시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서방에까지 방대한 지역의 도시들을 점령한 로마의 대외관계가 정치적, 사적 맥락 속에 한 눈에 드러나도록 잘 녹아져 있고, 공화정의 정치 체계, 힘의 균형에 대한 문제까지 소설 속에 잘 녹아있어서 앞에서 얘기한 풍속사 뿐만 아니라 당시의 제도와 관습 대외 관계, 법률과 규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상세한 묘사가 탐구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귀족 출신이지만 자식을 낳아 버리지(양자로 보내지) 못한 탓에 몇 대에 걸쳐 유산이 계속 쪼개져 가난해진 원로원 의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자식들인 두 아들 두 딸은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결혼과 정치적 관계로 엮는 역할을 한다. 술라는 카이사르보다도 더욱 몰락한, 노예와 다름없는 가난뱅이지만 타고난 성적 매력과 음모로 재산을 상속 받고 카이사르의 딸과 결혼하여 권력의 사다리로 기어 오를 수 있는 위치를 쟁취한다. 로마 외곽에서 태어나 ‘그리스어도 못하는 촌놈’ 소리를 면치 못하는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히스파니아 원정에서 큰 승리와 함께 주어진 부로 카이사르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신분상의 약점을 극복한다.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돈과 신분이라는 두 중요한 요소를 획득하게 한 사람은 맞교환으로 또 한사람은 계략으로 획득하게 된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에 의해 한 편이 된다. 이들은 아직은 부패와 갈등으로 망해가는 공화정에 새로운 진보적 인물로 대두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역사를 움직인 거대한 물결들의 배후에 살아 움직이는 일상의 상세한 묘사는 2천년이 넘는 풍경 속으로 성큼 들어가도록 독자를 이끈다. 사랑, 욕망, 권력, 음모, 배반의 주요 서사를 2천년 전 당시의 제도와 관습 풍습 속에 잘 녹여내었다. 로마의 생활상을 이토록 꼼꼼히 재현해낸 다른 소설이 있을가 싶다. 파벌적 음모와 배반 속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던 승자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소설 곳곳에 숨어있다. 2편이 기다려진다.
(2) 매력 있는 캐릭터와 그 이유는?
술라 -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이며, 역사 소설 내의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적 요소를 가진 인물이다. 귀족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대를 이어 계속 희석된 재산이 드디어 주정꾼 아버지 대에서는 노예만도 못한 가난한 운명 속에 내몰았으나, 유혹과 음모와 살인을 거쳐 드디어 ‘권력의 사다리’ 끝자락을 쥐게되는 이야기가 매우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가시나무 새>라는 섬세한 통속 소설을 쓴 작가가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인 로마의 100년에 걸친 방대한 역사 소설 내에, 자칫 남성적이고 딱딱해질 수 있는 역사소설에 짜릿한 흥분과 기대와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인물이 바로 술라다. 술라의 율랄라에 대한 역설적 감정 역시 몰입을 높였다.
(3) 가장 몰입도가 높은 부분은?
섬세한 디테일로 생생하게 재현된 로마 시대의 퇴폐적 가장 파티를 그린 술라의 파티 장면과 ‘세 명의 죽음’의 비밀을 품고 살아가게될 술라의 세 차례의 살인 사건에 몰입도가 높았다. 누미디어의 왕 유그레타가 이복 형제 보밀카르의 배신으로 내부 스파이의 낌새를 감지하고 처리하는 부분의 담백하고 깔끔한 문체 역시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