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 - 나는 어떻게 1등 프랜차이즈를 만드는가
강훈 지음 / 다산3.0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는 자꾸 옛날엔 이랬는데 옛날엔 저랬는데 하면서 옛날 얘기하는 어른들 말에 관심도 안가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들어둘껄 후회가 된다. 내가 젊었을 때에도 물론 커피숍이 있었고, 그 때 역시 밥값보다 커피값이 훨씬 비쌌고, 또한 싼 밥과 비싼 커피의 부조화를 누릴만한 낭만적 공간이 필요로 했다. 우리 어른들이 자꾸 커피값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까닭을 생각해보면, 게다다가 무슨무슨녀니 하며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에게 붙은 비하발언들을 비롯해서 커피를 허영으로 여기는 데는 어떤 문화적 이질감과 같은 세대차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세대차 중 하나는 단연 프랜차이즈 이미지다. 할리스 커피를 창업하여 매각하고, 카페베네에 합류하여 가맹점 500개라는 '성공'을 달성한 강훈 사장이 망고식스라는 내게는 다소 생소한 프랜차이즈를 내어 고군분투하는 이 책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에는 커피와 후식 문화라는 트랜드를 둘러싼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커피값에는 원두가 한 컵의 커피로 변화한 커피의 원가와 서비스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어떤 트랜드 속에 있는 사람들의 문화적 코드가 함께 있다. 최고의 커피를 마시려면 프랜차이즈점 보다는 원두에서부터 한 방울의 커피가 되기까지 온 정성을 다해 최고 품질을 만들고자 하는 개인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커피숍을 찾아가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함께 사고, 커피를 마실 때 들고 다니는 브랜드 이미지를 걷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에 고착시키고, 어떤 트랜드를 따라간다는 느낌도 함께 사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랜차이즈 비지니스를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그런 쪽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속의 문화 코드의 산업적 속성이었다. 


사실 강훈 사장이 망고식스에 쓴 마케팅 전략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촘촘히 채워진 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건 치열한 전략이 요구된다.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후식을 판매하는 후식형커피숍 선두업체인 망고식스는 현재까지 결과로 친다면 수백개의 지점을 낸 S 빙수 등에 비교하면 60여개의 가맹점을 가진, 만일 가맹점의 수로만 프랜차이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아직까지 성공이 완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프랜차이즈다. 책에는 그가 망고식스의 창업과 운영에 따른 성공과 실패 과정이 꽤나 자세하게 적혀있다. 


PPL광고를 통한 사업적 성공과 한류에 맞물려 성공한 중국 진출 사례, 그리고 미국 진출의 실패, 다시 또 사이판에서의 성공 이야기 속에는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신용불량 상태에까지 처하기도 하고, 수억의 수업료를 치른 실패의 이야기도 함께 있다. 저자는 예를 들어 미국의 베버리힐즈 가맹점에서의 진출 실패에 대해 현지화 실패라는 세부적인 분석을 토대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비지니스인들에게 충고를 전한다. 좁아터진 땅떵어리에서 프랜차이즈업이라는 것은 내 눈에는 사실 파이나누기로 보이는데, 실제로 이게 그냥 앉아서 돈놓고 돈버는 쉬운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망고식스에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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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03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엔 공원 같은 공공장소가 적어서 만남, 휴식, 문화의 공간으로 카페가 자리잡은 것 같아요. 도시는 빌딩숲이니... 스타벅스가 첨 진출할 때 <문화>를 판다고 선전한게 잘 먹혔죠. 기네스님 말씀대로요. 사실 예나 지금이나 개인 카페보다 프랜차이즈 커피가 더 싸요. 그래서 10년 전에 된장녀 바람분게 진짜 이해가 안 간다는.. (그 때도 백반 1인분 4,5천원 하고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랑 라떼 3천원대였어요. 개인 카페는 라떼 4천원. 물론 비싼 건 더 비싸지만요) 프랜차이즈 신호탄인 스벅 1호점이 이대점이거든요. 그 때 한양대 앞에는 고기집, 술집 밖에 없고 던킨 도너츠 하나 있었을 거예요.(확실하지 않아요 저도 전해들은거라) 사실 시장성으로 봐도 이대-신촌 라인이랑 한대랑 게임이 안 되죠.(왕십리 역 개발되기 한참 전이니~)

망고 식스는 가본 적 없는데 프랜차이즈 진짜 엄청 많아요. 할리스, 이디야, 커피빈,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커핀 그루나루, 카페베네, 투썸... 제가 아는 것만 해도 ~_~

어느 기사에서 본 건데요, 한국인들은 아메리카노를 일본인들은 드립 커피를 선호한대요. 우리나라도 커피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더치 커피등 애호가들이 늘어나서 더 이상의 프랜차이즈는 더 힘들지 않나 해요. 저만 해도 약속잡은 동네에 분위기 좋은 카페 가요~ 프랜차이즈는 사람도 많고 시끄럽거든요. 여기는 테이크아웃일 때만 이용하고요.

CREBBP 2015-07-03 23:38   좋아요 1 | URL
북플로 길게 답글을 달았는데, 날라가고 말았네요. 유대회 봉사 끝나고 타박타박 걸어오면서 정선껏 쓴 답글인데 말이죠. 무슨 얘기했더라 아 맞다. 제가 한 20년쯤 전에 영국에 있었는데, 그 때, 스벅이 동네며 시내며 허접한 커피숍들을 하나씩 하나씩 먹어가더라구요. 당시 런던에서 커피숍이란게 오래된 작은 가게에 샌드위치랑 같이 팔고, 좌석이며 테이블이며 오리지날 빈티지인지 빈티나는지 구별이 안가는 종류의 것들에 값도 1파운드 선으로 저렴했었는데. 저렴한 이유는 맛이 없고, 싱싱하게 바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고 따라주는 것이고, 일회용 컵도 좀 물컹한 느낌이나는 스티로폴 같은 거였고.. 암튼 그랬었는데, 무섭게 바뀌더라구요. 스벅이랑 커피빈으로.. 그래서 길가다 아침에 급하게 커피 한 잔 마시려면 저렴하고 쉬웠던 일들이, 스벅으로 모두 바뀐다음부터 경제적으로도 부담되고, 줄도 한참 서야 하고 뭐 주문도 까다롭게 옵션이 많고(tall, small에서부터 커피종류 등등)

스벅이 좌석을 불편하게 했었는데, 아마도 카페베네가 뜬 이유는 좌석이 편해서 옛날 다방처럼 뭔가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뜬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

에이바 2015-07-04 06:53   좋아요 1 | URL
스벅이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작은 카페들이 없어졌다고 들었어요. 문화가 자본에 침식당했달까요? 근데 어떤 이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라 더 좋다 뭐 이런 얘길 하대요. 스벅은 걍 조그만 시애틀 커피집이었는데 슐츠가 인수하면서 달라졌대요. 커피도시 시애틀엔 더 유명한 카페가 많다고... 상품가치죠 저도 아갈마님처럼 스벅에선 프라푸치노 위주로 마셔요. 머신이나 드립 모카포트로 원하는 콩... 집에서 마시고요. 스벅콩은 거의 다크로스트라 신선도 의심하고 있고요. 브랜드 상징도 좀 정치적이긴 하지요. 프랜차이즈 커피중엔 커피빈이 젤 나은 것 같아요. 젤 맛나요 콘센트 없는 거 빼면 ㅋㅋ

차 문화는 서서히 자리잡는 것 같아요. 요즘 고급 디저트가 인기있는게 소득 양극화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급 서비스를 찾는 거래요. 애프터눈 티 같은 것도 자리잡히는 것 같고요. 커피는 패스트드링크라서.. 사람들 마음이 편안해지면 차 우리는 느긋함이 인기가 더 많아질지도...

AgalmA 2015-07-0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더치, 핸드드립, 모카포트까지 가능해지자 저는 카페 가면 프라푸치노 같은 색다른 걸 찾게 된다능~
커피믹스 때문인지 너무 커피 문화인 거 같은데, 오히려 이럴 때 차 업종을 선점하는 기백은 어떨까 싶어요. 제대로 된 찻집은 별로 없어서...역시나 커피믹스의 토착화로 힘드려나 싶기도 하고;

CREBBP 2015-07-03 23:39   좋아요 1 | URL
커피를 마시고 싶은게 아니라 트랜드와 문화를 마시고 싶어하는 거라면 언젠가 그 트랜드가 차 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잘만 기획하고 잘만 PPL하면 말이죠. 예를 들어 수지가 그 늘씬하고 예쁜 얼굴로 차를 홀짝홀짝 마신다고 생각해보세요. 전국민의 대학생들이 따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