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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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에 소개된 저자 김대식 교수의 약력은 화려하다. 독일 막스 플랑크뇌과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KAIST 교수다. 이러한 저자의 약력과 책제목의 결합이 주는 긍정적 편견만으로도 책에 대한 신뢰는 읽기 전부터 쌓인다. 아직 덜 알려진 새로운 지식과 깊이 있는 통찰을 기대하게 된다. 더욱이 바로 몇달 되지 않은 저자의 전작 <빅퀘스천>을 희망 도서 목록에만 올려두고 읽지 못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예상과는 달리, 굳이 카테고리를 분류하자면 과학서적이라기 보다는 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산문집에 더 가깝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채로운 인문학적 역사와 신화, 철학, 철학자, 미래과학, 영화, 소설 등의 방대한 지식을 통합하고 집중하여 각 글마다 독자적인 주제를 만들었다. 과학을 어렵게 여기는 독자라면 걱정마시라 무늬만 뇌과학책이라 할 수 있는,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공백과 그림과 글뭉치들이 잘 어우러져 언제 어디서고 쉽게 펼칠 수 있는 트랜디한 '과학책'이다. 소설과 수필을 주로 읽었거나, 인문과학쪽 독서량이 많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세계의 다양한 지식을 하나의 주제로 모아서 완성한 한편 한편의 글모음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익숙한 것들을 다룬다는 점, 수많은 알려진 정보와 인문학적 지식들이 모여서 이룬 생각의 흐름이 제기하는 시대적 물음에 스스로 깊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뇌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알고리즘'으로 필요없는 정보들을 제거한다는 뇌지식과 함께 개구리가 모든 물체를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만 구별한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최근 인터넷을 후꾼 달구었던 드레스 색깔 논란을 끌어와 서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는 인간에 대한 놀라운 성찰로 시작한다.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신기할 뿐이다 P31


 '행복'과 '행복한 순간'의 차이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인상적이었다. 명품백을 살때의 기쁨, 대기업에 입사할 때 자부심과 같은 것들은 행복한 순간들이지 행복해 자체는 아니며, 인간의 행복은 영원할 수 없기에 다시 자라나 사라진다는 말은 누구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사라지지 않는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그의 질문은 다 읽은 책을 덮고 나서도 아직 공허하다. 


대답없는 공허한 메마리로 되돌아오는 질문은 계속된다. '나약한 동물로 시작해 신이 되어 가는 우리 인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많이 아직도 우리만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일까(P186)'. '우리의 뇌는 단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 할 뿐이다(P205)'  공감과 뇌에 대한 상세한 뇌과학적 해명 없이 굳이 뇌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뇌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공감하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사회적 인간인 우리들이 하는 다른 모든 행동에도 뇌가 라는 주어가 붙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저항을 해본다. 사회적 뇌와 거울 뉴런과 인간의 사회적 모든 기능의 가설과 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귀납적 추론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해볼 때 뇌과학자에게 거는 기대를 비껴간다.  


내 경우, '인문학에 열광하는 학생, 주부,CEO,  그리고 국회의원의 냉철한 논리와 과학적 접근이 빠진 인문학은 개개인의 막연한 믿음과 편견을 우아하게 포장해 주는 인문학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는 또다른 버전의 유체이탈화법으로 느껴졌다. 책의 제목이 뇌과학책이고 책을 쓴 저자의 배경이 화려한 과학적 성취를 가졌다고 해서 '냉철한 논리와 과학적 접근이 빠진 인문학' 서적들과의 차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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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5-07-02 0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guiness 님, 제가 읽은 guiness 님의 리뷰는 매우 비판적인 느낌인데요. 의외로 별점은 후하신 것 같은데요~. 혹시 저자의 ‘스펙’ 때문에??? 아무튼 guiness 님 리뷰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함 읽고 싶어지네요.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신기할 뿐이다 P31


저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오지 않네요. 저는 저 말을 이렇게 이해하겠습니다. 파악하기 쉽게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세상(←드레스)을 보는 관점은 다 다를 수 있다.
② 그런데 나는 세상을 보는 내 자신만의 특정한 관점을 진리로 믿고 싶어한다. (혹은 진리라고 강변한다.)
③ 뒤집어 말해, 남들의 관점은 틀렸다고 치부한다는 것이다.
④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⑤ 그런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내가(우리가) 신기할 뿐이다.

위 인용문은 뭔가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 요령부득 횡설수설 같기도 합니다. 제 느낌에요. 암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CREBBP 2015-07-02 04:24   좋아요 0 | URL
자야 돼서 간단하게 답변 드리고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포스팅해드리겠습니다. 평점은 상대평가로 치면 그렇습니다. 제 경우 별셋은 수준미달인 경우 별셋을 줍니다. 수준 미달은 아닙니다. 기대에 어긋나고 가볍고 지식 열거식이 제 주관적인 취향에서 실망스럽다고 느낀건데 그것 때문에 별셋을 주면 다른 너무 주관적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게다가 제가 트랜디 하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널리 읽히는 책으로서는 명화도 있고 괜찮습니다.

두번째하신 질문은 포스트로 다시 정리를 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별 다섯개를 떠올렸었습니다. 뇌과학적인 지식으로 이끌어낸 통찰이라고 보여지지요.

AgalmA 2015-07-02 08:16   좋아요 0 | URL
qualia님, 혹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드레스 색깔 논란 사태˝ 이야기를 모르시는 건 아닌지... 그 이야기를 알면 저 문장은 문장 그대로 라서요. 알고 계신다면 실례 죄송합니다,
누군가 이 파란드레스 이쁘지 않아? 했는데, 그게 왜 파란색이야. 금색이지 할 때 비로소 우리가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이 사태 뿐만 아니라 세상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죠. 왜곡되기 일쑤고...우리 대부분은 주관적으로 보고 있으면서 상대가 생각하는 걸 상대적이라 말하는 것 또한 명확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내 주관에서 그렇게 결정내리는 것일테니. 물론 여기서는 뇌 인지의 문제긴 한데, 그 이후 촉발되는 사태가 인식의 문제라...

AgalmA 2015-07-0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를 보면 행동심리학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요즘 경제에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행동심리학이 참 미묘하단 말이죠?
연구자들조차 뇌의 작용인 걸 알아도 적절히 막을 수 없고, 잘못된 걸 알아도 몰라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본능`이니...
뇌도 알면 알수록 결국 일정 부분은 포기해야 될 그런 부분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건드리기 어려운 종교 부분 같은 느낌?

CREBBP 2015-07-02 11:40   좋아요 0 | URL
사살 뇌과학이라는 주제 하의 책들이 행동 심리학적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죠. 둘이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라서.. 그런데 이미 잘 알려진 사실들이 너무 많은 해석 속에 편리한 데로 이옹되는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에이바 2015-07-0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세개는 기준미달, 기네스님과 같아요. 읽어볼만한 건 보통 넷인데, 기본적으로 괜찮았던 책들만 리뷰를 쓰므로 거의 넷이지요. 100자평에 별셋 주셨길래 성찰이 부족한 글인가보다 했습니다. 사실 문제의식, 물음을 던지는 건 약간의 사유만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죠. 저자의 화려한 약력, 뇌과학이라는 관심 주제에 비해 독자 수준을 낮게 본건지 조금은 실망일 수 있겠습니다..

CREBBP 2015-07-02 11:47   좋아요 0 | URL
비슷하시네요. 저는 과대 평가된 책들에 점수를 짜게 줍니다. 하루키 산문집이나 김연수와 김중혁이 쓴 허접한 산문집 김난도 샘의 상처 타령 이런 거 말고는 진짜 수준 많이 미달돤 곳에 별 셋을 주는데.. 한줄평을 쓸 때는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지식 열거식 한탄이 지겹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읽어볼만 합니다. 성글고 밀도가 낮다는 점이 불만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