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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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비드 웰즈 :

샤를 웰즈 교수의 아들. 병원균에 강함 저항력을 가진 소인족 피그미의 항체 연구를 위해 콩고에 있는 밀림으로 피그미들을 찾아 나섰다가 거대한 마냥개미떼 습격을 받는다. 개미 습격으로 그를 피그미족에게 안내해주던 반투족 가이드가 피신해 있던 나무에서 떨어지며 개미떼들에게 먹히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마침 찾아 헤매던 피그미족 여성인 누시아가 나무 꼭대기에 있다가 도와주어 구사일생 살아나고, 면역체계 연구를 위해 그들에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피그미족은 그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그에게 환각성 약초와 고릴라의 뇌로 만든 음식을 먹이고 종교 의식을 치른다. 이 종교의식 중 다비드는 체면과 환각 상태에서 전생의 삶들의 기억이 있는 문들을 하나씩 열며 전생을 목격하는 경험을 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밀어붙이는 불도저로 숲이 파괴되고 쫓기어 피그미족들과 함께 화산 근처로 은신하고, 누시아와는 뜬금없이 섹스를 하게 된다. 그러나 파리로 돌아온 다비드는 소르본 대학의 진화연구 학술 경연의 최종 심사에서 피그미족 주제가 연구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되고 엄마 집에서도 나와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된다. 이 때, 국방부 산하 대외안보 총국 오비츠 대령의 첩보 활동을 위한 차세대 인류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받는데,  오로르의 아마존족 연구와 함께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실업자 처지가 된 데에다가 오로르에게 마음이 있던 다비드는 오로르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나이트 클럽 스트립쇼를 찾아간다.

 

 

오로르 카메러 :

여성화를 통해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방안 연구을 연구하던 그녀는 터키에 살고 있다는 전설의 여성호르몬 부족 아마존족을 연구 주제로 진화분과 학술 경연에 참가하여 다비드 웰즈와 함께 최종 3인에 선발 되었다. 다비드 웰즈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함께 전해들은 그녀는 자신에게 혼외정사로 씨를 전해준 아버지 토마 벨그랭을 찾아가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터키로 아마존족을 찾으러 간다. 히잡을 두르지 않은 외국인 여성을 경계하는 터키 여관에서 갑작스런 회오리바람을 만나 어지러운 틈을 타서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를 꿀벌족이라 부르는 아마존족 최후의 왕족 펜테실레이아와 만나게 되지만 터키 북동부에 사는 소수 부족 아머존족은 이슬람의 관습과 반대인 여성 중심의 모계사회인 탓에 종교적 핍박을 당하며 멸종될 운명에 처해 있어 외부인인 그녀를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존재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도움을 받고자 하는 황녀 펜테실레이아의 도움으로 그들 사회의 깊은 곳까지 접근하게 된다. 그녀는 벌꿀목욕이라 불리우는, 발가벗은 채 벌떼에게 쏘이는 고통스럽고 이상한 의식을 통해 그들이 떠받드는 신(지구)과 소통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오나, 학술경연에서 떨어지자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스트립쇼 걸로 일하게 된다. 그녀 역시 오비츠 대위에게 그 연구를 국방 프로잭트를 위해 수행할 것을 제안받으나, 평화주의자인 그녀는 단칼에 거절하고, 스트립 클럽까지 찾아와서 함께 일하자는 다비드의 끈덕진 제안도 거절한다. 한편 부정 선거로 인한 이란의 거센 시민 운동과 탄압에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시작한 쿠르드족의 탄압 장면을 TV뉴스에서 시청하던 오로르는 그녀를 도와준 아마존족의 왕녀 펜테실레이아가 쿠르드족의 극렬 저항세력으로 조작되어 쫒기고 있으며 많은 아마존족이 이미 쿠르드족으로 몰려 학살되었음을 알게 되어 즉각 마음이 바뀌고, 다비드와 함께 오비츠 대령의 국방부 프로젝트를 수용하기로 한다.

 

샤를 웰즈 :

다비드 웰즈의 아버지. 거인족 연구를 위해 남극 얼음 밑 탐사에 나섰다가 조난당함. 샤를 웰즈의 아버지는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백과사전의 저자이다. 


누시아:

다비드 웰즈가 마냥개미떼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해있을 때 나무 꼭대기에서 놀다가 그를 구해준 피그미족의 여성. 어릴 때 부족을 나와 프랑스에서 식물학 박사까지 받았으나 문명에 염증을 느끼고 피그미족의 숲으로 되돌아왔다. 콩고의 숲에 살고 있는 피그미족은 반투족들에게 야만 취급에 인종 차별을 당하고, 무분별한 숲 파괴로 점점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당신들은 이제 사냥도 베짜기도 할 줄 모르고, 불을 피우거나, 냄새로 길을 찾거나 구름을 보며 날씨를 예측할 줄도 몰라요. 당신들은 생활 장애자가 되었어요.

 

나탈리이야 오비츠 대령

<소르본 대학에서 주최하는 진화연구분과 학술경연의 심사위원이자 대통령의 자문이이자.난쟁이이다. 대통령에게서 자금을 지원받아, 더 작고 더 여성스런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첩보에 쓸 계획을 추진중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신의 뜻으로 요약하며 정당화하는 광신교도들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경계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로부터 살아남은 후손이기도 한 그녀는 전체주의를 증오하며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서 일하다가, 프랑스인인 거구의 현재 남편 자니코 중위를 탈라벤의 포로가 되어 죽을 위기에서 목숨을 걸고  구해주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결혼후 남편의 추천으로 프랑스의 정보기관에서 일하게 되고 공로를 인정받아 별도의 비밀 부서를 구상하고 있던 것을, 당시 내무부장관이었던 스타니슬라스 드루앵이 대통령이 되자, 이 비밀부서의 설립을 실현한다. 퐁테블로 국립 농업 연구원이라는 가짜 조직을 만들어 비밀부서를 운영하고 소형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다비드와 오로르를 불러들이기 이전부터 이미 동물의 소형화에 많은 성과를 올려, 인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의 미니어쳐화에 성공하였다.

 

"독재자들은 그 깃발이 검은색이건 빨간색이건 추록색이건 한통속이 되어 서로 지지합니다. 그들은 노동, 가족, 조국이라는 동일한 가치들을 내세우고 공포와 폭력이라는 동일한 수단을 사용합니다"

 

나(지구)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빅히스토리의 역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의인화된 지구. 인류가 나타나기 까지의 지난한 빅히스토리를 회상한다. 벌목으로 숲이 황폐해지면 자신을 보호하는 모피가 깎이고 표피가 드러나는 것으로 인지. 샤를 웰즈 탐사팀이 너무 깊숙히 지구 밑으로 들어온 것에 대한 보복으로 그들을 죽이고,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문명을 파괴한다. 한 때, 인류를 자신과 은밀히 교신하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줄 생명체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자신의 피부와 피와 자신의 신체를 마구 훼손하는 인류에게 보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다비드와 오로르 두 사람이 각각 피그미족 누시아와 아마존족 펜테실레이아와 조인하여 오비츠의 소인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시작된다. 누시아의 여성 생식세포와 39cm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키를 가진 헝가리의 한 남자의 남성 생식세포를 유전자 접합하고, 방사능에 저항하는 펜테실레이아와 강한 면역체계를 지닌 누시아의 특별한 유전정보를 DNA에 새겨넣고, 명주 원숭이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유전자변형소인 개발이 진행된다. 개발이 진전이 없자, 다비드는 환각제를 이용하여 17미터의 거구로 살았던 전생으로 되돌아가서 현인류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내던 기억을 되살리는데, 뜻밖에도 해답은 난생, 즉 알에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알에서 태어난 아기는 인간의 1/10크기로 1/10빠른 성장을 하게 될 것을 예고하며 끝난다. 이제 오비츠의 손바닥 위에는 인간의 1/10 크기로 자라게 될 아기가 향후 이란에 첩보원으로 파견될 운명을 안고 쌔근 쌔근 숨쉬고 있다. 두근두근


2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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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유엔 TED -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드는 전 세계 혁신 리더들의 파티
김수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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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게 모르게 카톡으로 전송받거나 인터넷에서 흘러다니는 정보들을 통해 접하는 18분 이내의 짧은 TED 강연은 TED의 전부가 아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TED는 TED talk이고, TED의 원조는 TED컨퍼런스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유명 연사들과 청중들이 함께 머물며 강연을 듣고 파티를 하고 지식 나눔의 갖는 현장인 TED컨퍼런스에서 강연 내용만 하나씩 담은 동영상이 TED톡이다. TED 컨퍼런스는 1980년대 초에 시작되었지만 우리에게 친숙해진 건 <메이커스><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이며 <와이어드>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TED 컨퍼런스 운영권을 넘겨 받아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모토 아래 재정비하고 무료로 동영상을 배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크리스 앤더슨은 TED의 약자에서 비롯된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세 개의 영역의 제한을 없애고, 전세계의 흥미로운 연사들을 초청했고, TED톡이라는 이름으로 강연들을 온라인에 무료로 제공하면서 세상의 유명 TED 연사 들이 발표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2009년  TED닷컴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미국 밖에서 일어나고 TED의 오픈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9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자막을 제공하게 된다.  이후 크리스 앤더슨은 TED 스타일의 소규모 컨퍼런스의 사용을 허락하는 라이센스 형태의 TEDx를 출범, TED를 인터넷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이것들은 다양하게 가지를 치며 TED프라이즈, TED-Ed, TED액티브, TED글로벌, TED위민, TED펠로, TED라이브 등의 다양한 종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세계에서 TED톡의 트래픽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한다.   TED톡이 인기를 끌고 TEDx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리면서 TED를 모방한 방식의 20분 이내의 짧은 강연은 대세가 되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CBS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고, KBS의 강연 100oC도 비슷한 포맷으로 사랑받는다.  TED톡의 핵심 전략은 짧은 시간안에 압축해서 전달하고 생생한 시청각 자료를 곁들이고,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듯 강연을 함으로써, 지식뿐 아니라 감동을 전달하고 영감을 주는 것이다. TED의 이상이 국내 강연 문화와 형식에 변화를 준 셈이다. 

 

저자의 참관기를 잘 분석해보면, TED컨퍼런스는 세계 유명 엘리트 인사들이 다른 유명 엘리트 인사들과 만남을 구축하기 위해 벌이는 5일간의 성대한 사교장이자, 축제인 듯 싶다. 앨 고어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빌게이츠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구글의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이 로비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배우 캐머런 디애즈와 제임스 캐머린 감독 등이 일상복 차림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곳이다. 그곳은 창립자의 의도대로 전혀 다른 부분에서 최고의 위치, 최첨단의 길을 걷는 인사들이 서로 만나는 장이다.

 

TED의 가장 흔한 비판은 엘리트주의에 관한 것이다.  체재비와 식사비를 제외하고도 7500불이라는 고액의 컨퍼런스 참가비를 내고도 아무나 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 특권 층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이 대다수가 미국인 백인 남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TED 컨퍼런스에 대한 비판이고 우리같이 TED 컨퍼런스란 게 애시당초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인 평범한 사람들에겐 엘리트들이 어떻게 뽑혀서 어디에 모여서 무얼 공유하건 그런 비판에 대해 무신경하다.  <블랙스완>과 <안티프래질>의 저자이면서 TED 컨퍼런스에 연사이기도 했던 나심 탈레브는 TED톡에 대해 '과학자와 사상가들을 마치 서커스 단원처럼 낮은 수준의 엔터테이너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는 연사가 무대에 서기 전,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매혹적인 시청각자료를 준비하고, 영감과 감동을 주기 위한 제스쳐와 연설 기술을 습득해서 완벽하게 짜여진 극본을 연기하 듯 수십번의 리허설을 거치는 등의 TED 고유의 표준을 만족시키기 위위해 생기는 선택일 듯 싶다. 그렇다고 지루하고 말주변 없는 강의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컨퍼런스라면 TED말고도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또한 제3 세계 빈곤과 질병 퇴치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안전한 주제만 건드리며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와 기술 만능 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것들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조건이니 당연하게 기술 만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 비판은 '부자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며,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중산층에 해롭다'는 취지의 닉 하나우워의 5분짜리 소득불평등에 대한 톡을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TED 웹사이트에 올리지 않겠다고 크리스 앤더슨이 밝히면서 한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어려운 딜레마들이다.

 

비영리 재단의 TED에 비싼 TED 컨퍼런스의 참가비는 TED톡을 더 많이 보급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불가피하며 이는 모두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TED프라이즈와,  풀뿌리 지역 강연인 TEDx 프로그램, TED에드(교육), 번역 프로젝트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어차피 특권층이라면 TED에서 파티를 하건 안하건 특권층이다. 파티를 안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특권층에 부속된 엘리트들이 비싼 돈을 내고 컨퍼런스에서 지불하는 그 비용이 TED톡이라는 형태의 무료 동영상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되어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면 그 비용을 대는 엘리트들의 사교 파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즉 거액을 참가비를내는 참가자나 후원 기업을 끌어 들이기 위해 '아무나 못하는 특별한 컨퍼런스'라는 이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다는 이유로 정의를 외면한다면 TED톡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기득 보수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TED를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의 바다 위에서 표류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문제일 듯 싶다.TED 컨퍼런스의 폐쇄성과 TED 톡의 개방성은 TED 플랫폼 내에서 이렇게 상호 공존한다.

 

TED에서 흥미로운 것은 TED에온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미래를 보는 방식에서 인식의 전환을 겪는다는 것이다. 미래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다가 마치 스위치를 돌린 것처럼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이며 내가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다운 전환 아닌가. 이게 바로 TED다. 크리스 앤더슨 166

 

저자 김수현은 2010년 그렇게 들어가기 어렵다는 TED 컨퍼런스에 기자의 자격으로 초청되어 롱비치에서 열리는 TED 컨러펀스에 관람하고 취재한 내용을 글로 적었다. 이 책은 TED 신자의 전도서 같다. 이해한다. 크리스 앤더슨의 개방적이고도 진취적인 마인드는 자주 정치적으로도 옳아 보인다. 제3 세계의 가난한 천재 소녀도 더 이상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지식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으니,  TED를 통한 지식 나눔의 공평함이란 게 아주 허무맹랑한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엘고어가 주최하는 조찬 모임에도 참석하고 크리스 앤더슨을 두 번이나 직접 인터뷰했으니 저자의  TED에 대한 애찬은 받아들여질만하다. 그러나 일반 청중으로서 책에서 언급한 TED톡 중 몇개를 짧게 자막없이 감상해 본 바에 의하면 앞에서 얘기한 비판처럼 비주얼적인 자료와 고도로 숙련된 토크 방식으로 매혹시키는 힘은 크지만, 짧고 감동적인 1회성 강연은 깊이가 없이 휘발성 지식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날아가 버리는 경향이 있다(아마도 내가 듣고 기억하는 것보다는 문자로 보았을 때 기억하는 게 더 편해서일지도 모르겠다). 15분이 짧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보아야 할 지 모르는 경우 이것 저것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만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청중을 위해 이 책의 부록과 주석에는 TED톡에 대한 링크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의 내가 좋아하는 토크13편, 배우 벤 애플렉이 고른 '나를 놀라게 한 토크 8편', U2의 보노가 고른 '내게 희망을 주는 토크 8편에서부터 한경 비지니스가 선정한 경영인을 위한 TED톡 20선, 저자가 직접 뽑은 분야별 TED톡 베스트 등이 그것이다.  빌린 책이라 시간이 되면 블로그에 링크걸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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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사라 폴리 감독, 미쉘 윌리엄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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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우연으로 시작된 유부녀의 불륜. 3류 막장 드라마같은 시작이다. 사랑. 자상한 남편을 둔 행복한 결혼 5년차 주부의 나른한 권태를 뚫고, 설레임으로 찾아온 이 사람. 가슴 한 가득 그 사람으로 채우더라도, 사랑은 저만치 떨어져 비껴가길 바랐는데, 다가오지 말기를 바라는 만큼 남자의 뒤를 쫓는 모순적 행동을 보이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여자의 모습이 있다.

 

 

나는 나의 남편에게 상처줄 수 없다.  마고가 세 번의 우연 중 앞집에 사는 결정적 우연으로 엮인 남자 대니얼을 그리 강하게 끌어 당기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밀어버리는 이유를 우리는 천퍼센트 이해한다. 가슴 가득 품은 다른 남자 때문에, 바쁜 남편의 등뒤에서 백허그로 유혹하다 울어버리는 그녀의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우리는 이해한다. 당신을 유혹하는 데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줄 알아? 굼뜬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우리 인류는 아무리 사랑했다 하더라도 그 사랑은 결실을 맺음과 동시에 천천히 식어버리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헌 사랑 대신 새 사랑이 나타난다고 즉각적으로 배신을 때릴 수 있도록은 진화하지는 못했다. 인류가 불행해진 건 그 때문이었다.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고, 사랑해서 외롭고, 사랑이 식어서 외롭고, 식은 사랑 때문에 뜨거운 사랑을 밀어내야 해서 외롭다. 소설은 그래서 생겨났다. 영화도.

 

 

 

침묵이 어색해졌다면, 사랑이 식은건지도 모른다. 마고의 남편 루는 결혼 5주년 외식에서 아무말 없어도 음식이 맛있다. 결혼기념일조차 가슴에 품은 다른 남자의 그림자를 미친듯 밀어내고 싶은 마고는 어색하다며 아무 말이라도 해보라고 하지만 루는 대답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싫어. 마고는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게임의 농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마고의 결혼 5년차의 권태는 아슬아슬하게 흔들린다. 흔들릴 수록 매몰차게 밀어내고, 밀어내는 순간에도 확인하고 싶다. '당신이 날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요.' 남자의 작은 물리적 스침에도 소스라치며 밀쳐내는 정숙한 그녀지만, 질문은 당돌했다. 남자. '내 입술이... 당신 입술에 머물러요..' 그렇게 감미롭게, 그렇게 애절하게, 길고 가슴아픈 긴 애무를 언어로만 전한다.  유혹을 떨치며, 그녀는 약속 하나를 제안한다. 30년 후에  키스할 약속.

 

 

 

30년 후라면 괜찮을 것 같다. 평생토록 한 사람에게만 헌신했다면. 30년 후 58세가 되어서라면. 그렇게 늙어서라면. 한 번쯤은 이토록 사랑하는 남자에게 키스를 해도 괜찮을 거 같다.  해변의 등대 앞에서 만나 58세가 되었을 때 만나 키스할 것을 약속하며 힘겹게 떨쳐내던 사랑.  굴복은 순간이다.  남녀가 팽팽한 접전 끝에 역사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밀당에서 밀리는 순간이다. 그가 떠나는 순간, 그녀는 사랑 앞에 굴복한다.

 

 

 

I am afraid of being afraid(두려워지는 게 두려워.)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그것을 두려워하게 될 자신이 두렵다.  막상 일이 닥치고 나면 그 닥친 일을 극복하고 싸우느라 두려워할 틈이 없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틈 그것이 두려운 거다. 이제 남자는 두렵다. 여자와 여자의 남편 사이. 그들 틈 새에 있게 될 두려움이 두렵다.  그녀는 길을 잃을까 두려운 게 아니라, 길을 잃을까 두려워지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여자의 촉은 언제나 맞다. 그가 엽서 한 장을 끼워넣고 이사짐을 싣고 떠나는 걸 그 새벽에 귀신처럼 알아챈다. 떠나고 나서야 확실해지는 사랑.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한다. 남편을 속이지 않기로 한다.

 

 

 

이제 함께 된 두 사람. 레오나르도 코헨의 'Take this Walz'를 따라 둘은 길고 긴 섹스를 한다. 말로만 가능했던 일이 환상처럼 짜릿하고 아름다운 현실이 되었다. 이 영화가 만일 진짜로 별볼일 없는 뻔한 3류 막장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Take this walz 씬이 그것을 용서해줄 터였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시를 읽듯 노래하는 레오나드 코헨의 음악에 따라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다시 또 익숙해짐으로 바뀐다. 아. 인생이여. 둘은 함께 욕실에 있다. 남자는 이빨을 닦고 여자는 쉬를 한다. 둘의 사랑이 뜨거울 때에도 여자는 남자 앞에서 쉬를 했다. 수영장 물 안에다가 쉬를 해서 물이 파랗게 변하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모두 씻으러 갔었다. 그 때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보는 행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은밀한 행위를 바깥에서 하는 함으로써 욕망에 대한 암시를 의미한다면, 이제 서로에게 익숙해진 소변은 새로운 권태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녀는 전 남편 루 앞에서도 소변을 보았다.

 

 

 

사랑의 틈새로 들어오는 권태 자락은 나른한 일상에게 자꾸 무언가를 보챈다. 그러나 불같이 뜨거운 열정이 다시 권태가 되는 순환을 통제하는 것은 사랑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다.  사랑이 잔인한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일까. 매일 매일 순간 순간 죽을때까지 설레이는 사랑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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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셀프힐링 - 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호흡
유하진 지음, 감자도리(하랑) 그림 / 판미동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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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어디를 그리 많이 다치고,  왜 그리 많이 아프다는 걸까. 21세기인들의 즐겨찾기 단어인 '힐링'은 심리학 개론서들과 자기계발서들의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미국에선 오래전에 엉터리 최면 심리 치료사들이 잠재된 상처를 치유한답시고 어린 시절의 기억에 친부로부터 성폭력당했다넌 날조된 허구를 만들어 심어 놓는 바람에 무고한 친부가 대거 구속되는 일이 속출하는 사례가 있었다(이안 레슬리-타고난 거짓말장이들 참조). 팔랑귀 두 개를 달고다니는 나는 나도 대세를 거스리지 말고, 뭔가 힐링이란 걸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받았던 억압이 마음의 병이 되어 점점 내 영혼을 잠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두둥 하고 나타나 실성할 지도 모를 것 같은 불안감이 문득문득 생기곤 한다. 명상원에도 가볼까 했지만, 어디를 가서 무얼 한다는 게 그리 쉽게 실행되는 계획이 아니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났다.

 

너도나도 힐링이란 말을 남용하다 보니 이제는 그 단어를 듣기만해도 거부감이 드는 것 같다 9

 

어라. 유체이탈화법이 유행이라더니. 머리말에서 저자 스스로 선수를 친다. 제목에 버젓이 쓰인 흔한 힐링이라는 단어의 남용과 거부감에 대한 의사 표시의 기회를 가로챘다. 흠 두고 보자.

 

명상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돌팔이 치료의 범주에도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효과가 알려져 있다. 서브타이틀은 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 호흡이다. 방황하는 청춘은 커녕 방콕을 꿈꾸는 애독자에, 워크홀릭은 커녕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오래 집중하고 일을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는 날나리 워커지만 책은 쓸모 있다.

 

쓸모있는 이유 첫번째. 그림이 많다. 자고로, 실용서는 물론이고 모든 책에는 삽화를 넣도록 법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텍스트를 보조해주는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이런 책, 당연히 점수가 팍팍 올라간다.

 

    

 

그림은 가벼운 운동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흔히 직장인과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을 공감가는 삽화로 표현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만화처럼 엮었다. 쓸모있는 두번째 이유는 책의 타겟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책의 전 구성이 직장인의 하루로 엮여져 있다. 1부 아침출근모드, 2부 오전정찰모드, 3부 오전전투모드, 4부 야근/퇴근 모드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마다 예비워커홀릭, 즉 학생들이나 수험생들을 위한 명상호흡법과 상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명상호흡, 외근자를 위한 명상호흡, 주말을 근사하게 보내는 명상호흡을 부록으로 싣고 있다.

 

예를 들어,  예비워커홀릭을 위한 명상호흡으로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 있다. 시험지를 받아들고 머리속으로 무한대(∞)를 그린 후, 오른손 엄지와 왼손 엄지를 번갈아 치켜들고 10회 정도 무한대를 그린 후 시험 문제를 풀어 나가라고 한다. 이게 무슨 미신 같은 방법인가 싶지만, 이는 좌뇌와 우뇌를 통합시켜 뇌가 기능을 잘 발휘하도록 한다고 한다. 또한 앵커링 혹은 브레인 버튼이라고 불리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면서, 지우개나 연필 등에 시험을 잘 풀던 기억을 투사하여 심볼을 만든 후 그 에너지로 접속하여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예비워커홀릭을 위한 스토리 명상은 자신의 약점보다는 강점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감을 찾고 자신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눈을 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물이나 동물, 나무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피고 어떤 의식 상태가 반영되어 그것이 떠올랐는지, 떠오른 대상을 통찰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내 경우, 첫번째 단계인 눈을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찾는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눈을 감으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잠만 솔솔 왔다.

 

워커홀릭을 위한 명상법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어나기 단계부터, 출근길 시크릿 항문 수축운동, 디중교통 손잡이 이용 운동법, 하루 업무를 이용하는 기체조, 바른 자세 교정법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명상과 더불어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야근과 회식, 퇴근길, 숙면에 이르기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든 단계 단계에 적용 가능한 명상법을 단계별로, 시간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명상이라는 게 순전히 추상적인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각 단계의 명상법이 나처럼 영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잘 먹혀들 리가 없다. 이 책이 세번째로 유용한 이유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명상과 더불어 함께 소개하고 있는 각종 스트레칭 및 숨쉬기 방법 등을 그림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 몸이 하루의 시동이 걸리지 않고 몽롱할 때, 팔굽혀 펴기를 하면 근육운동을 하는 큰 분자의 단백질이 뇌로 잘 이동하게 되므로 학습능력이나 업무 능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고, 엉터리 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근육운동을 하면 큰 분자의 단백질이 뇌로 잘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 보건학 석사 학위를 가진 저자의 설명이다. 뇌를 깨우는 자기 암시 방법으로 물소리나 새소리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깊은 숨을 쉬면서 숲의 향기를 맡으며 숲을 뛰어다니고 상상의 숲을 여행하는 상상을 할 것을 권한다. 물소리와 새소리는 뇌파를 안정시키며 심신을 이완시키는 데 좋다고 한다. 이 단계가 끝나면 피로 끝 활력 충전 같은 긍정의 언어를 생각하며 활력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책은 직장인들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스트레스를 명상과 스트레칭, 자기 체면 등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명상과 같이 내공이 요구되는 힐링 요법이 한 번에 마법처럼 통했다면, 애초에 힐링이란 말 자체가 이렇게 유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 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여러 단계의 스트레칭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자세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은 후, 내게 필요한 단계의 명상을 한 두 가지 선택해 습득해 나간다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태에서 기대볼 만한 대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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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도 아니야 노동자도 아니야 - 특수고용노동자 이야기
이병훈 외 지음, 박진희 사진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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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항상 누군가의 희생위에 다른 누군가의 아늑한 삶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던 시절, 수많은 공장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고속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되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이 저속 성장의 늪에서 구조적으로 보호받아야할 장치에서 소외된 채 사회 구석구석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밑불이 되는 을 중의 을이 있다.  이들은 저성장과 사회안전망의 해체라는 덫에서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우리 사회를 그나마 멈추지 않고 덜그럭거리며 굴러가게 하는 데 일조하는, 사장님도 아닌, 노동자도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계층이다. 이 책은 노동문제 전문 연구원들과 노동전문사진기자가 그들의 삶을 밀착 취재하여 직접 그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네 명의 공저자가 각자 분석한 논문을 함께 실었다. 그들 개인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차분하다.

 

2012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자 중 특수고용노동자의 비율은 14%다. 성비는 여성 66%. 기혼여성 57%로 기혼 여성이 압도적이다.  책 제목처럼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자와는 달리 자기 점포나 작업장을 가진 사장님도 아니고, 회사 시스템 내에서 노동의 일부를 담당하며 월 단위의 보장된 급여와 노동법의 보호 내에 있는 노동자도 아니다. 이들은 기업과 노무공급계약을 맡고 일하는 개인 사업자다. 그들은 회사에 출근을 하여 출근 도장을 찍고 성과에 따라 줄을 서거나 동일 시장 내에서 파이 조각의 크기를 가지고 경쟁한다. 실제 노동 과정은 종속노동 관계의 굴레에 묶여 있지만 시스템 내의 구성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보호막은 없다. 

 

이들의 활약은 우리의 삶 구석 구석에서 눈부시다. 우선 이 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빠르고 저렴한 택배 시스템은 오픈마켓과 온라인백화점, 방송홈쇼핑 등의 온라인 시장의 동력이다. 상품이 제아무리 값싸고 좋아도, 빠르고 저렴한 배송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늘날과 같은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저렴한 대리운전은 자가운전자들의 음주 운전을 방지하고, 술집과 유흥업소 매출을 돕는다.  학습지 교사들은 고비용의 과외가 허용되지 않는 아이들의 기초 학력 향상에 기여한다. 오바마가 그리도 부러워하는 한국인의 빠른 셈과 기초과학능력은 아마도 집집마다 하루 10분씩 이 분들의 방문으로 점검되는 보이지 않는 방문의 힘이 컸을 것이다. 요구르트 판매원은 매일 마트에 가지 않고도 가족의 정기적인 유제품 섭취를 돕는다. 합법적인 채권추심원은 도덕성이 결여된 우리 사회 금융질서를 유지시킨다. 간병인은 간호사와 보호자가 하지 못하는 24시간 환자 돌보미 일을 도맡아 한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골퍼들의 허세만 채워주는 게 아니라 골프장 순환을 빠르게 유지시킨다. 프랜차이즈 미용실 디자이너, 방송구성작가들은 특정 회사 직원처럼 회사의 시스템 내 구성원으로서 주요 역할을 하지만 단지 시스템의 통제만 받을 뿐 법적으로는 개인과 시스템 사이 계약 관계에 있는 전문인들이다.  위태로운 곡예운전 퀵서비스 기사들은 우리나라 물류의 모세혈관이고 주요 도시의 고속도로를 오가는 트레일러 기사들은 물류의 핵심 축을 이룬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 중 대다수는 엄연히 업주들의 체계적인 관리 내에, 업주의 고용 질서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이지만, 실제로 노동자 집단의 경계 바깥쪽에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개인사업자지에 가깝지만 중계업자의 통제 하에 가격과 수수료율에서 자유업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때때로 이들은 고소득이라는 닿기 어려운 희망을 쫓아 자신과 연결된 모든 인간 관계를 동원하여 업체의 상품을 팔지만, 단물만 빨아간 회사에서 쓴물이 나올 때 버틸만한 여건이 안된다. 출퇴근 도장을 찍으면서도 그 회사 직원이 아닌 위치. 개별 임금 협상을 금지시킨 채 고정된 연봉제 체계 내에서 거의 24시간을 구속되어 일하면서도 방송국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인 신세.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극단적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며 좀 더 노력하면 손에 넣을 것 같은 희망을 품는다. 보험설계사 이정희씨의 16명의 동기들 중 현재 남은 이는 4명 뿐이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극소수다. 특수 고용직 노동시장은 능력과 운에 따라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단물 빨리고 경계 밖으로 내쫓기는 구조다. 낮은 진입장벽 덕에 빈자리는 금세 채워진다. 268

방송구성작가는 최소한의 자유도 없이 하루 종일 방송국에 매어 있고  작가들끼리 연차별로 끊어서 지급되는 고정 임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계약 조건을 조정할 수 없는 기형적이고 차별적 형태의 프리랜서로 고용되어 있다. 이들 구성 작가로서의 대망의 꿈을 안고 몇 해동안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다가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상한 프리랜서는 캐디도 마찬가지이다. '프리랜서' 라는 직업적 명칭이 갖는 자유는 커녕 일반 노동자들이 갖는 만큼의 자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자유로이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은 물론 쉬는 날도 없다. 진정 프리랜서라면 내장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캐디피를 흥정할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하겠지만, 순번에 따라 내장객을 배정받고, 캐디피도 정해진 만큼만 받을 수 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일하는 퀵서비스나 대리기사, 트레일러 기사들의 경우 사업주의 권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설계된 약탈적 구조의 시스템 속에서 일한다. 콜센터, 중개업체, 프로그램사, 단말기 업체, 통신사, 보험료 등 이들의 순수한 노동력에 기생하는 숱한 비용을 제하고 나면, 바로 탐욕스런 중계회사의 수수료율의 농간, 존재하지 않는 오더에 응하는 실수를 이용해 패널티 수수료를 착취하는 뻥오더, 갑과을의 종속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구조적이고 악의적인 문제들에 직면해있다. 중계회사의 업체에 대한 통제 권력에 복속되어 있지만 다수의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동료들과 서로 고립되어 있다. 동료들이 같은 밥그릇을 앞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자이기 때문에 연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함께하는 직업적 정체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날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한편,  심각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정직하게 수입을 얻고 있다는 자부심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은 이들을 외면하고, 사회는 이들을 이용하고, 먹고 살 방법을 찾아 표류하는 개인은 낮은 장벽의 특수고용노동종사자가되어 조직 내에서 소외된 채, 파이 조각의 크기를 가지고 동료들과 경쟁하느라 아주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한 연대조차도 어렵다. 이것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다. 언제쯤, 사회는 대략 공평해질까.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아이들이 이 구조에 타협하고 안착하는 지점은 어디쯤 될까. 역사는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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