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유엔 TED -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드는 전 세계 혁신 리더들의 파티
김수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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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게 모르게 카톡으로 전송받거나 인터넷에서 흘러다니는 정보들을 통해 접하는 18분 이내의 짧은 TED 강연은 TED의 전부가 아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TED는 TED talk이고, TED의 원조는 TED컨퍼런스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유명 연사들과 청중들이 함께 머물며 강연을 듣고 파티를 하고 지식 나눔의 갖는 현장인 TED컨퍼런스에서 강연 내용만 하나씩 담은 동영상이 TED톡이다. TED 컨퍼런스는 1980년대 초에 시작되었지만 우리에게 친숙해진 건 <메이커스><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이며 <와이어드>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TED 컨퍼런스 운영권을 넘겨 받아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모토 아래 재정비하고 무료로 동영상을 배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크리스 앤더슨은 TED의 약자에서 비롯된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세 개의 영역의 제한을 없애고, 전세계의 흥미로운 연사들을 초청했고, TED톡이라는 이름으로 강연들을 온라인에 무료로 제공하면서 세상의 유명 TED 연사 들이 발표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2009년  TED닷컴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미국 밖에서 일어나고 TED의 오픈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9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자막을 제공하게 된다.  이후 크리스 앤더슨은 TED 스타일의 소규모 컨퍼런스의 사용을 허락하는 라이센스 형태의 TEDx를 출범, TED를 인터넷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이것들은 다양하게 가지를 치며 TED프라이즈, TED-Ed, TED액티브, TED글로벌, TED위민, TED펠로, TED라이브 등의 다양한 종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세계에서 TED톡의 트래픽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한다.   TED톡이 인기를 끌고 TEDx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리면서 TED를 모방한 방식의 20분 이내의 짧은 강연은 대세가 되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CBS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고, KBS의 강연 100oC도 비슷한 포맷으로 사랑받는다.  TED톡의 핵심 전략은 짧은 시간안에 압축해서 전달하고 생생한 시청각 자료를 곁들이고,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듯 강연을 함으로써, 지식뿐 아니라 감동을 전달하고 영감을 주는 것이다. TED의 이상이 국내 강연 문화와 형식에 변화를 준 셈이다. 

 

저자의 참관기를 잘 분석해보면, TED컨퍼런스는 세계 유명 엘리트 인사들이 다른 유명 엘리트 인사들과 만남을 구축하기 위해 벌이는 5일간의 성대한 사교장이자, 축제인 듯 싶다. 앨 고어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빌게이츠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구글의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이 로비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배우 캐머런 디애즈와 제임스 캐머린 감독 등이 일상복 차림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곳이다. 그곳은 창립자의 의도대로 전혀 다른 부분에서 최고의 위치, 최첨단의 길을 걷는 인사들이 서로 만나는 장이다.

 

TED의 가장 흔한 비판은 엘리트주의에 관한 것이다.  체재비와 식사비를 제외하고도 7500불이라는 고액의 컨퍼런스 참가비를 내고도 아무나 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 특권 층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이 대다수가 미국인 백인 남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TED 컨퍼런스에 대한 비판이고 우리같이 TED 컨퍼런스란 게 애시당초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인 평범한 사람들에겐 엘리트들이 어떻게 뽑혀서 어디에 모여서 무얼 공유하건 그런 비판에 대해 무신경하다.  <블랙스완>과 <안티프래질>의 저자이면서 TED 컨퍼런스에 연사이기도 했던 나심 탈레브는 TED톡에 대해 '과학자와 사상가들을 마치 서커스 단원처럼 낮은 수준의 엔터테이너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는 연사가 무대에 서기 전,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매혹적인 시청각자료를 준비하고, 영감과 감동을 주기 위한 제스쳐와 연설 기술을 습득해서 완벽하게 짜여진 극본을 연기하 듯 수십번의 리허설을 거치는 등의 TED 고유의 표준을 만족시키기 위위해 생기는 선택일 듯 싶다. 그렇다고 지루하고 말주변 없는 강의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컨퍼런스라면 TED말고도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또한 제3 세계 빈곤과 질병 퇴치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안전한 주제만 건드리며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와 기술 만능 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것들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조건이니 당연하게 기술 만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 비판은 '부자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며,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중산층에 해롭다'는 취지의 닉 하나우워의 5분짜리 소득불평등에 대한 톡을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TED 웹사이트에 올리지 않겠다고 크리스 앤더슨이 밝히면서 한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어려운 딜레마들이다.

 

비영리 재단의 TED에 비싼 TED 컨퍼런스의 참가비는 TED톡을 더 많이 보급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불가피하며 이는 모두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TED프라이즈와,  풀뿌리 지역 강연인 TEDx 프로그램, TED에드(교육), 번역 프로젝트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어차피 특권층이라면 TED에서 파티를 하건 안하건 특권층이다. 파티를 안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특권층에 부속된 엘리트들이 비싼 돈을 내고 컨퍼런스에서 지불하는 그 비용이 TED톡이라는 형태의 무료 동영상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되어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면 그 비용을 대는 엘리트들의 사교 파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즉 거액을 참가비를내는 참가자나 후원 기업을 끌어 들이기 위해 '아무나 못하는 특별한 컨퍼런스'라는 이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다는 이유로 정의를 외면한다면 TED톡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기득 보수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TED를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의 바다 위에서 표류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문제일 듯 싶다.TED 컨퍼런스의 폐쇄성과 TED 톡의 개방성은 TED 플랫폼 내에서 이렇게 상호 공존한다.

 

TED에서 흥미로운 것은 TED에온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미래를 보는 방식에서 인식의 전환을 겪는다는 것이다. 미래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다가 마치 스위치를 돌린 것처럼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이며 내가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다운 전환 아닌가. 이게 바로 TED다. 크리스 앤더슨 166

 

저자 김수현은 2010년 그렇게 들어가기 어렵다는 TED 컨퍼런스에 기자의 자격으로 초청되어 롱비치에서 열리는 TED 컨러펀스에 관람하고 취재한 내용을 글로 적었다. 이 책은 TED 신자의 전도서 같다. 이해한다. 크리스 앤더슨의 개방적이고도 진취적인 마인드는 자주 정치적으로도 옳아 보인다. 제3 세계의 가난한 천재 소녀도 더 이상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지식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으니,  TED를 통한 지식 나눔의 공평함이란 게 아주 허무맹랑한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엘고어가 주최하는 조찬 모임에도 참석하고 크리스 앤더슨을 두 번이나 직접 인터뷰했으니 저자의  TED에 대한 애찬은 받아들여질만하다. 그러나 일반 청중으로서 책에서 언급한 TED톡 중 몇개를 짧게 자막없이 감상해 본 바에 의하면 앞에서 얘기한 비판처럼 비주얼적인 자료와 고도로 숙련된 토크 방식으로 매혹시키는 힘은 크지만, 짧고 감동적인 1회성 강연은 깊이가 없이 휘발성 지식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날아가 버리는 경향이 있다(아마도 내가 듣고 기억하는 것보다는 문자로 보았을 때 기억하는 게 더 편해서일지도 모르겠다). 15분이 짧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보아야 할 지 모르는 경우 이것 저것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만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청중을 위해 이 책의 부록과 주석에는 TED톡에 대한 링크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의 내가 좋아하는 토크13편, 배우 벤 애플렉이 고른 '나를 놀라게 한 토크 8편', U2의 보노가 고른 '내게 희망을 주는 토크 8편에서부터 한경 비지니스가 선정한 경영인을 위한 TED톡 20선, 저자가 직접 뽑은 분야별 TED톡 베스트 등이 그것이다.  빌린 책이라 시간이 되면 블로그에 링크걸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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