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셀프힐링 - 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호흡
유하진 지음, 감자도리(하랑) 그림 / 판미동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에게 어디를 그리 많이 다치고,  왜 그리 많이 아프다는 걸까. 21세기인들의 즐겨찾기 단어인 '힐링'은 심리학 개론서들과 자기계발서들의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미국에선 오래전에 엉터리 최면 심리 치료사들이 잠재된 상처를 치유한답시고 어린 시절의 기억에 친부로부터 성폭력당했다넌 날조된 허구를 만들어 심어 놓는 바람에 무고한 친부가 대거 구속되는 일이 속출하는 사례가 있었다(이안 레슬리-타고난 거짓말장이들 참조). 팔랑귀 두 개를 달고다니는 나는 나도 대세를 거스리지 말고, 뭔가 힐링이란 걸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받았던 억압이 마음의 병이 되어 점점 내 영혼을 잠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두둥 하고 나타나 실성할 지도 모를 것 같은 불안감이 문득문득 생기곤 한다. 명상원에도 가볼까 했지만, 어디를 가서 무얼 한다는 게 그리 쉽게 실행되는 계획이 아니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났다.

 

너도나도 힐링이란 말을 남용하다 보니 이제는 그 단어를 듣기만해도 거부감이 드는 것 같다 9

 

어라. 유체이탈화법이 유행이라더니. 머리말에서 저자 스스로 선수를 친다. 제목에 버젓이 쓰인 흔한 힐링이라는 단어의 남용과 거부감에 대한 의사 표시의 기회를 가로챘다. 흠 두고 보자.

 

명상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돌팔이 치료의 범주에도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효과가 알려져 있다. 서브타이틀은 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 호흡이다. 방황하는 청춘은 커녕 방콕을 꿈꾸는 애독자에, 워크홀릭은 커녕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오래 집중하고 일을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는 날나리 워커지만 책은 쓸모 있다.

 

쓸모있는 이유 첫번째. 그림이 많다. 자고로, 실용서는 물론이고 모든 책에는 삽화를 넣도록 법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텍스트를 보조해주는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이런 책, 당연히 점수가 팍팍 올라간다.

 

    

 

그림은 가벼운 운동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흔히 직장인과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을 공감가는 삽화로 표현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만화처럼 엮었다. 쓸모있는 두번째 이유는 책의 타겟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책의 전 구성이 직장인의 하루로 엮여져 있다. 1부 아침출근모드, 2부 오전정찰모드, 3부 오전전투모드, 4부 야근/퇴근 모드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마다 예비워커홀릭, 즉 학생들이나 수험생들을 위한 명상호흡법과 상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명상호흡, 외근자를 위한 명상호흡, 주말을 근사하게 보내는 명상호흡을 부록으로 싣고 있다.

 

예를 들어,  예비워커홀릭을 위한 명상호흡으로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 있다. 시험지를 받아들고 머리속으로 무한대(∞)를 그린 후, 오른손 엄지와 왼손 엄지를 번갈아 치켜들고 10회 정도 무한대를 그린 후 시험 문제를 풀어 나가라고 한다. 이게 무슨 미신 같은 방법인가 싶지만, 이는 좌뇌와 우뇌를 통합시켜 뇌가 기능을 잘 발휘하도록 한다고 한다. 또한 앵커링 혹은 브레인 버튼이라고 불리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면서, 지우개나 연필 등에 시험을 잘 풀던 기억을 투사하여 심볼을 만든 후 그 에너지로 접속하여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예비워커홀릭을 위한 스토리 명상은 자신의 약점보다는 강점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감을 찾고 자신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눈을 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물이나 동물, 나무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피고 어떤 의식 상태가 반영되어 그것이 떠올랐는지, 떠오른 대상을 통찰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내 경우, 첫번째 단계인 눈을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찾는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눈을 감으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잠만 솔솔 왔다.

 

워커홀릭을 위한 명상법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어나기 단계부터, 출근길 시크릿 항문 수축운동, 디중교통 손잡이 이용 운동법, 하루 업무를 이용하는 기체조, 바른 자세 교정법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명상과 더불어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야근과 회식, 퇴근길, 숙면에 이르기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든 단계 단계에 적용 가능한 명상법을 단계별로, 시간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명상이라는 게 순전히 추상적인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각 단계의 명상법이 나처럼 영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잘 먹혀들 리가 없다. 이 책이 세번째로 유용한 이유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명상과 더불어 함께 소개하고 있는 각종 스트레칭 및 숨쉬기 방법 등을 그림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 몸이 하루의 시동이 걸리지 않고 몽롱할 때, 팔굽혀 펴기를 하면 근육운동을 하는 큰 분자의 단백질이 뇌로 잘 이동하게 되므로 학습능력이나 업무 능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고, 엉터리 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근육운동을 하면 큰 분자의 단백질이 뇌로 잘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 보건학 석사 학위를 가진 저자의 설명이다. 뇌를 깨우는 자기 암시 방법으로 물소리나 새소리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깊은 숨을 쉬면서 숲의 향기를 맡으며 숲을 뛰어다니고 상상의 숲을 여행하는 상상을 할 것을 권한다. 물소리와 새소리는 뇌파를 안정시키며 심신을 이완시키는 데 좋다고 한다. 이 단계가 끝나면 피로 끝 활력 충전 같은 긍정의 언어를 생각하며 활력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책은 직장인들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스트레스를 명상과 스트레칭, 자기 체면 등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명상과 같이 내공이 요구되는 힐링 요법이 한 번에 마법처럼 통했다면, 애초에 힐링이란 말 자체가 이렇게 유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 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여러 단계의 스트레칭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자세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은 후, 내게 필요한 단계의 명상을 한 두 가지 선택해 습득해 나간다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태에서 기대볼 만한 대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