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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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다닐때 음악시간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윤리시간에 독일을 예를 들면서 남한과 북한에 대해 어떻게 통일을 했으면 좋겠는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었다. 1997년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진달래꽃 필 때까지>라는 드라마를 보며 북한이라는 곳이 엄격하고 상하체제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2005년 영화로 개봉되었던 <태풍>은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외에도 우리는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관한 문제를 시사프로에서 접하기도 했고, 이산 가족 상봉을 보면서 시급하게 통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독일 이후 같은 땅에서 삼팔선이 그려져 있는 분단된 나라는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나라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종종 우리의 대치 상황을 위험하게 느낀다는 뉴스를 듣곤 한다.

<국가의 사생활>은 2011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아래 흡수통일을 하고 5년 후인 2016년 서울은 혼란의 극치라는 상황으로 몰고간다. 미래의 가상공간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국가가 직면해 있는 '통일'이라는 문제와 떨칠 수 없는 만큼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래는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미래의 자화상일만큼 차갑고 내정하게 그려져있다.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아래, 흡수 통일된 상황들 속에서 물과 기름이 섞이지 못하듯이 지역감정을 오가듯 또 하나의 감정선이 덫칠해 질 뿐이었다.

서로의 총부리를 겨누고 그것을 존재했던 군인들에게 '통일'이란 반가운 것이 아니다. 시대가 흘러감으로서 중세 기사들의 몰락이 예상되듯 북한의 군인들이 하나의 이념이 굳어지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던 그들에게 '통일'이란 그들에게 밥 그릇을 빼앗아 버린 하나의 존재였고 그들의 존재는 사회적인 암적인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국가가 만들어낸 조직체였지만 국가가 버린 하나의 종이조각 같은 신세인 그들이 암흑가의 폭력배로 전락해 버린다. 그들의 시선과 이념의 차이, 혼란과 혼란의 거듭된 서울의 한복판은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낸 최악의 시나리오가 반영되듯 인물들이 거기서 하나둘씩 걸어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통일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는 사람의 욕망은 없어지지 않는다. <국가의 사생활>은 우리가 흡수 통일이 되어 합쳐진 양지와 음지 사이에서 음지의 시선을 두었기에 그야말로 초토화된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통일이 되지 않는 우리의 사회는 여전히 복잡하고, 다양하며 발빠르게 흘러간다. 교류가 되지 않는 상태의 우리의 사회적 공간과 북한의 사회와 결합이 된다는 사실을 그 어떤 소설보다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서 헉! 하는 놀라움이 스며져 들어갔다.

차가운 이면 아래 우리가 하지 않아야 할 자화상이자 미래상이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도 우리는 흡수통일을 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받아 줄 만큼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곧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가 결합이 되어 국가의 사생활이 우리에게 미칠 세계를 한 편의 느와르처럼 그려져 현실과 미래를 구분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점들이 글을 읽으며 곳곳에서 느껴졌다. 우리가 얼마나 안일하게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자 소설이 아닌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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