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B.F.Skinner / 탐구당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90년대 초반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21세기는 심리학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심리학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조직관리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의 응용분야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급기야 몇 년 전에는 경제학에서 심리학을 접목시킨 이론으로 사이먼과 카너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이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슨은 진화심리학의 계열에 속한 학자입니다.

더군다나 서점에 가면 교양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유하고 있음을 볼 때 심리학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여기 심리학의 시대를 열 개 한 1권의 책이 있습니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탐구당, 1994; 2008년 부글북스에서 재간행)는 20세기를 충격으로 뒤흔든 3권의 저서 중 한 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문제의 저작으로서, 스키너를 심리학자를 넘어 사회사상가로 격상시켜준 기념비적인 책입니다.

스키너는 자신의 실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인간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간은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환경의 조작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주장했습니다. 스키너의 이런 생각은 수많은 작가(특히 헉슬리)와 사회과학자들의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 한 권의 책만큼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온 저작도 드물 것입니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스키너 철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책은 상당히 짜임새 있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자유와 존엄에 대한 일반적 가치관에 반대하는 기본적 입장을 개진(1장~3장)한 다음 행동주의 심리학의 이론들의 개념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4장~5장).

그리고 문화 재구성에 대한 주장을 펼치면서 사실과 가치를 구별짓는 오랜 철학적 관례에 반기를 듭니다. 가치판단을 행동과학의 영역에 속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6장~8장)로 보았습니다.
후반부에서는 특히 조작적 조건화에 기반한 문화설계를 가능하게하는 지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키너는 마지막으로(9장) 이 문화설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라는 사상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조작적 조건화에 따라 강화받는 유기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아 알때만이 진정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부분으로 그의 철학적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스키너에 따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바로 행동의 원인을 의지나 성격, 정신 등과 같은 심리적인 내적상태에 돌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환경에 따라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그 작동기제를 이해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이 바뀌려면 가치 교육을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그 강화조건을 통제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스키너의 생각은 심리학과 교육학에서 뿐만 아니라 여타 학문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조작적 조건화와 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학적 설계는 사회를 변혁시키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며 환자를 치료하는데 탁월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스키너의 이론은 그냥 알고서 넘어가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 각종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키너 사상을 인간 사회를 변화시킨 4대 혁명적 사상으로 보는 학자들이 꽤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에서부터 시작해서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지나 마지막으로 스키너를 그 위치에 넣습니다. 스키너가 과연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학자인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도 흥미로는 일 아닐까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