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모험 - 동녘출판사 철학 시리즈 1
미카엘 비트쉬어 / 동녘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누구인가요? 우리는 어디서 왔어요? 저것(저 사물)은 왜 저기에 있죠? 시간은 누가 만들었나요? 왜 착한 일만해야 하고 나쁜 일은 하면 안 되나요?····


어린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들이다. 물론 지금 성인이 된 사람들도 어린 시절 이런 물음을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어른들에게 물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물음에 직면한 어른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무엇을 말해줘야 할 것인가? 옛날의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그랬고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로 궁색한 답변밖에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예전에 궁색한 답변에 또 다른 물음을 제기한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도 또 다른 난해한 질문들을 연이어 쏟아낸다. 그것이 두려워 우리는 얼른 말한다. 학교에서 다~ 가르쳐 주니 학년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그러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우리 경험상 학교는 이런 물음들에 대해서 결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된다고 해서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저절로 알아가는 것 또한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주변의 사물이 무엇이며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지 하나 둘씩 아는 것 같으면(본질은 여전히 모르면서), 어렸을 때의 그 왕성했던 호기심은 차츰 사라진다.


특히, 어른들의 경우는 조급해 하고 아는 체하기 때문에 질문할 게 점점 없어지며, 호기심은 더더욱 사그러든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이러한 유감을 날려버리고 어린이들이 하는 난해한 질문들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사고하는 습관을 가르쳐주는 유용한 안내서가 있다. 미카엘 비트쉬어라는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가 쓴 <철학의 모험>(동녘, 1996)이 바로 그것.


‘철학적 사색, 인식론, 도덕철학의 길잡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교사와 고교생 그리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여타 다른 철학 입문서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보통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주로 읽은 철학 개론서나 입문서는 철학자나 철학사의 나열이라서 철학적 사색을 해보기도 전에 몇 페이지를 읽다가 덮기 일쑤이다. 친절한 설명이 있지만 계속 어려운 개념이 나오기 때문에, ‘철학은 역시 난해해’하면서 철학으로부터 멀어진다.


"어떤 점에서는, 철학의 요지를 정리해 놓은 철학 개론만큼 비철학적인 책도 없다. 일상의 사사로운 문제에도 고민을 하는 게 인간이데, 하물며 그런 고민과 일상적 소망의 뿌리에 있는 인생의 근본문제, 살의 의미와 목적의 문제를 ane고 따지는 철학을 어찌 간단히 개괄할 수 있단 말인가."(p10)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인간의 운명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나 죽음과 영혼불멸의 주제를 깊게 다루고 있는 미겔 디 우나무노의 <안개>를 읽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이런 류의 문학들은 우리로 하여금 ‘나는 누구인가?’,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하는 본질적인 물음들에 대해서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진정한 철학책이라고 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갑작스런 전율을 일으키게 하면서 많은 물음을 쏟아놓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과 학생들을 위해 만든 비트쉬어의 이 철학적 사유의 입문서는 비록 23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진정한 ‘철학적 사유’를 가르쳐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구성과 내용 전개 방식이 독특하다. 여타 일반적인 철학 개론서들은 철학자위주로 개념을 설명하거나 전통적인 철학의 분야인 인식론, 존재론, 가치론 등을 분야별로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 책은 “철학의 전통적인 몇 가지 문제를 소개하고 그 문제를 파고드는 가운데 독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책 전체는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철학적 사고의 본질’, ‘2부 진리에 이르는 길’ 그리고 ‘3부 도덕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책 전체를 이루고 있는 이 세 범주의 구분은 각각의 세부 항목들이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어 읽어 나가는데 전혀 부담감이 없을뿐더러, 전개되는 철학적 에피소드가 세 편의 주제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철학자나 소설가의 생생한 원문과 의미심장한 삽화들은 논의 되고 있는 철학적 주제를 감동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색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 가운데에는 철학자나 문학가의 글도 소개되어 있다. 질문있습니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토마스 만),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이상 에른스트 블로흐), 철학의 세 가지 규칙(칸트), 모든 것이 그저 꿈인가(데카르트), 의지의 자유 문제(쇼펜하우어), 에서와 야곱(콜라코프스키). 서커스 관람석에서(카프카), 범죄와 예절(하인리히 뵐) 등.


그 밖에도 그때그때의 철학적 주제에 적절한 이솝 우화나 사건 기사 등을 포함하고 있어, 매우 재미있게 생각의 나래를 펼 수가 있다.


수록된 모든 글과 삽화들이 주제와 관련하여 무언가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음미하다 보면 하나의 철학적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사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독특한 경험을 맛보게 해준 이 책의 저자인 미카엘 비트쉬어는 태어난 곳인 쾰른의 비퍼퓌르트의 김나지움에서 철학과 독일어를 가르치면서 작가이자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80년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라고······크래타인이 말했다>라는 긴 제목의 책을 냈는데,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널리 읽히는 책이 되었다. 이 밖에도 <윤리학 입문>(1983), <너 자신을 알라>(1994), <놀랄만한 여행의 진실; 일상의 철학>(1996) 등의 저작이 있다.


아, 참! 이 책의 또 하나의 강점이자 아주 유익한 정보가 더 있다. 바로 각 철학의 기초 분야별로 읽어야할 철학의 입문서들을 추천해 주고 간략한 해설이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여기 추천되어 있는 대부분의 책을 갖고 있는데, 얇고 쉬운 철학의 입문서이자 학계에서 쉬운 걸로 정평이 나 있는 기본 서적이라는 점이다. 쉽지만 아주 중요한 저작물들이다.(책에서는 각 편이 끝나는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실려 있다)

 

 

1편 책, 책, 책(철학 일반)

<철학적 사색에의 길>, 보헨스키, 동명사/종로서적

<철학의 뒷계단>, 빌헬름 바이셰델, 분도출판사/서광사

                 (이 책은 <철학의 에스프레소>라는 책으로 2000년 재출간 되었음)

<초보자를 위한 철학>, 데니스 위스망

<철학사>, 크리스토프 헬퍼리히

<철학입문>, 안첸바허


2편 당신의 눈의 위하여- 책소개(인식론의 범주)

<철학의 여러 문제들>, 버트란드 럿셀, 서광사

<객관적 지식>, 칼 포퍼

<현실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파울 바츨라빅

<평면의 나라>, 에드윈 에버트

<우라니아의 눈>, 귄터 슐테

<인식의 나무>, 마투라나&바렐라


3편 더 읽어야 할 책들(가치론/윤리학의 범주)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임마누엘 칸트, 아카넷

<윤리학 강독>, 디에테르 비른바허&노베트르 회르스터

<윤리학>, 존 매키

<윤리학 입문>, 아르노 안첸바허

<형이상학 없는 윤리학>, 귄더 파치히



잊을 수 없는 글---------------------------------------(p47 철학의 탄생)

(사진; 푸른 초원의 양 한 마리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응시하는 눈)

초원의 양이 놀란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마치 나한테서 최초의 안간 남자를 보았다는 듯이.

응시하는 그 눈초리. 우리도 그 양처럼 섰다.

나로 말하자면, 난생 처음으로 양을 보는 것 같다.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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