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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
수잔 우드포드 지음, 이상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시그마북스에서 미술문고본 시리즈가 나왔다. 내게 시그마북스는 심리학 전문 출판사로 각인된 출판사였는데, 여기서 미술 단행본을 냈다니 좀 신기했다. 브랜드는 ‘ART ESSENTIALS’. 처음 구매한 책이 수잔 우드포드의 <단숨이 읽는 그림 보는 법>(시그마북스, 2019)이었는데, 이후 <단숨에 읽는 현대미술>과 <단숨에 읽는 미술사의 결정적 순간>을 구매했다.
그러고 보니 이 시리즈를 전부 컬렉션하고 싶어졌다. 분량은 200페이지 이내의 얇은 책인데, 도판과 편집이 끝내준다. 두 권 읽었는데, 입문자에게 더없이 좋은 내용이다. 특히 수잔 우드포드의 <그림 보는 법>은 그림 감상 초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부제가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이다.
주제별 작품 감상에 관한 서양 미술 안내서는 꽤 출간됐다.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이 가장 간결하고 강력한 책일 듯하다. 목차만 봐도 저자가 미술사를 어떻게 13개의 주제로 재구성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본 책의 최대 장점은 각 주제 끝에 수록되어 있는 ‘핵심질문’에 있다. 비슷한 주제별 작품 감상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
예컨대 5장(‘5장’은 내가 임의로 붙였다) ‘역사와 신화’를 보면, 작가가 선택하는 소재가 곧 그림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화가는 ‘과거의 사건’을 볼 수 없기에 텍스트로부터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조용한 용기를 묘사한 대화록을 남겼다. <파이돈>이다.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1787년 자크 루이드 다비드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린다. 130× 196cm 정도의 대작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파이돈>을 보면 플라톤이 얼마나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죽음의 장면을 묘사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애쓴 다비드의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여러분 각자가 판단해 보라.” (68쪽)
그리고 핵심질문에 이른다. “예술가는 역사적 사건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야 하는가?”, “예술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다비드의 그림을 보고 우리는 나만의 감상 포인트로 답할 수 있다. 정답이 아닌 인식의 확장으로. (화가는 그림의 시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을 확장시킨다)
하나 더 보자. 7장의 주제는 ‘평면에 무늬를 입히다’이다. 다른 장과 다르게 7장은 분량이 8페이지로 작다. 많은 장은 16페이지 정도 된다. 작다고 해서 밀도가 낮은 건 아니다. 주제가 ‘무늬’이기에 8세기 영국의 채식사(종교적 무늬)와 14세기 이슬람 채식사뿐만 아니라 현대의 추상미술(알버스, 몬드리안, 데이언 허스트)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이 주제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질문이 이어진다. (107쪽)
- 어떤 깊이나 공간의 흔적도 없이 효과적인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가?
- 장식무늬에서 곡선적인 형태만을, 또는 각진 형태만을 쓰는 것이 중요한가?
- 평면을 장식할 때 얼마나 적은 요소들을 사용해야 여전히 흥미로운 그림을 유지 할 수 있는가?
- 평면의 무늬를 사용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어떤가?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입문자가 저런 질문에 답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평면에 무늬를 입히다’는 장을 읽으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과 토리 기요노부 1세의 <가부키 배우> 그리고 종교적 용도의 장식 디자인을 지나 데이언 허스트의 <술피속사졸(항균제)>에 이르면 4개의 질문에 답하는 나를 볼 수 있게 된다.
미술 감상 초보가 주제를 통해 그림을 읽는 방식을 배워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는 말씀. 읽기가 더딜 수 있지만 그래도 하루 2시간이면 2주 내에 완독할 수 있다. 부록을 제외하면 161쪽 밖에 안되는 분량이니까. 줄리언 벨(<회화란 무엇인가>의 저자)의 말마따나 “학습과 즐거움(도판 보는 즐거움)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유용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끝)
[덧]
책은 읽기 어렵지 않지만 학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밀도가 있긴 한데, 주제의 분량이 들쭉날쭉해서 그게 좀 아쉽다. ‘숨은 의미’ 장은 달랑 4페이지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