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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 - 세상을 바로 잡은 이야기 ㅣ 우리 민속 설화 3
김민정 지음, 오승민 그림 / 도토리숲 / 2018년 11월
평점 :
그림동화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나라 괴물』은 출판사 도토리숲에서 출간되고 있는 <우리 민속 설화 시리즈> 3번째 책입니다. 우리 민속 설화 가운데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 설화 가운데에도 이토록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설화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머리 아홉 달린 괴물의 존재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괴물이 출몰하기만 하면 온갖 좋은 것들은 다 쓸어가고, 아가씨들을 잡아가는 못된 괴물입니다. 그런 괴물이 궁궐로 가서 공주 셋을 잡아갔답니다. 딸들을 납치당한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딸을 구해올 사람을 찾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만큼 괴물이 무서운 존재인 거죠.

공주들을 구해오는 사람에겐 막내공주와 혼인하게 해주겠다고 하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막내공주였던 걸까요? 어쩌면 임금님 눈에 막내공주가 제일 사랑스러운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내란 언제나 예쁘고 귀여우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시름에 빠져 있던 임금님 앞에 웬 젊은이가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공주님들을 구해오겠다며 말입니다. 이에 임금님은 젊은이에게 무사 셋을 붙여 보냅니다. 이렇게 해서 용감한 젊은이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옛 설화는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우리에게 여러 가지 가치들에 대해 속삭입니다. 무엇이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인지를 말입니다. 설화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가치 있는 것들은 용기, 신의, 성실, 지혜 등이 아닐까 싶어요.
설화 속 무명의 젊은이는 용감합니다. 이 용기가 더욱 멋지고 가슴 훈훈하게 하는 점은 이타적인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에 처한 이를 구해내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용기야말로 멋진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이러한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때, 결국엔 큰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오늘 우리 역시 이러한 용기를 품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은 신의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 세 사람의 무사들과 달리 말입니다. 거짓을 쫓는 용기는 세상을 어둡게 만들지만, 정직한 용기가 빛이 납니다.
성실하게 감당해 나갈 때, 주변의 도움도 받게 되고요. 이런 성실한 용기는 하늘을 움직이게 됩니다. 설화 속에서도 괴물을 찾지 못했지만, 100일을 하루같이 성실히 찾아다니던 젊은이를 보며,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나타나 괴물이 사는 곳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정성을 다해 공주들을 구하려는 젊은이의 모습에 막내공주는 ‘장수되는물’을 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설화는 판타지의 요소가 가미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더욱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약한 젊은이가 ‘장수되는물’을 마시며 훈련함으로 엄청난 장수로 거듭나는 장면은 괜스레 내가 잘되는 것아 흐뭇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장수되는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모두 힘센 용사가 되어 약한 친구들을 도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장수되는물’을 마신다고 해서 그냥 힘센 장수가 된 건 아닙니다. 신비한 물을 마시고, 그 힘을 자신의 것이 되게 하도록 힘겨운 수련을 하거든요. 이런 수련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네요.
그 외에도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나타나 도움을 준다던지, 젊은이가 수박으로 변신하는 도술을 부리는 등 판타지적 요소들이 재미를 배가 시킵니다.
물론, 머리 아홉 달린 괴물 역시 판타지적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 괴물은 무엇이었을까요? 설화이기에 어쩌면 당시 민중들의 삶을 괴롭히는 온갖 것들이 이 괴물의 정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의 삶에도 머리 아홉 달린 괴물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의 괴롭힐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출몰하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도 하고요. 그러한 때, 용감한 젊은이처럼 우리도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설화처럼 해피엔딩이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설화가 오늘 우리에게 속삭이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책장을 덮습니다.